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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319화 (319/347)

< 제102화. 낯설지 않은 손님 (1) >

제102화. 낯설지 않은 손님 (1)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강진에게 당분간 머물게 해 달라는 부탁을 하는 걸까?

문득 안 좋은 생각이 들었다.

"너, 혹시 사람들에게 쫓길 만한 일이라도 저질렀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난 말이야, 법 없이도 살 사람이 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제야 백우호는 이강진이 몰랐던 그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다름이 아니고, 오디션 현장이 강남 근처에서 열리거든. 녹 화 진행되는 동안 방송국 계속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우리 집 은 너무 멀고…… 부탁 좀 할게.

그런 거라면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어차피 방은 남아도니까.

"알았어. 짐 가지고 와."

-진짜로? 고맙다, 강진아! 역시 나의 영원한 전우조! 사랑한 다!

"대신."

공짜로 재워 줄 생각은 없었다.

"와서 일 좀 도와줘라. 사람을 뽑고 뽑아도 부족하더라."

안 그래도 바라 식당에 일손이 필요했는데.

마침 잘됐다.

이강진과 이야기했던 대로 오늘부터 백우호가 당분간 그의 집 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백우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우와…… 궁전인 줄 알았네."

"오버하지 마. 그보다 짐은 캐리어하고 가방, 이게 다야?"

"어, 오랫동안 있을 건 아니니까."

백우호가 예선을 통과해서 본선에 진출한다고 가정한다면, 이 곳에 최소 2주는 있어야 한다.

만약 본선에서 꽤 높은 단계까지 진출하게 되면 거의 석 달을 가까이 이강진에게 신세를 져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강진은 흔쾌히 허락했다.

전화상에서도 말했듯이 이 집은 이강진이 혼자 살기엔 너무 넓은 곳이다. 백우호가 와서 석 달 동안 머무른다 해도 전혀 불 편할 게 없었다.

"음식 먹은 후에 뒤처리만 깔끔하게 해 줘."

"걱정 마, 너한테 피해 안 가게 할게."

"그리고 이건 네 알바 시간표."

세상에 공짜란 없다.

이강진이 내민 알바 시간표를 받은 백우호.

주 3회만 하면 된다. 이러면 '체크 인 아웃' 오디션 일정에 지 장이 없을 정도다. 크게 불만은 없었다.

이강진이 그를 위해 배려해줬음을 알 수 있는 일정이었다.

게다가 이강진이 집을 제공했으니, 바라 식당에 나가서 무보 수로 일하라는 뜻은 아니었다.

"알바비도 챙겨 줄 테니까, 생활비는 그걸로 어느 정도 해결 할 수 있을 거야."

"고맙다, 강진아."

"천만에. 서로 어려울 때 돕고 돕는 거지."

백우호는 당분간 머물 곳이 필요했고, 이강진은 인력이 필요 했다.

서로 간의 원하는 바가 잘 일치한 셈이다.

이강진은 백우호를 데리고 바라 식당으로 향했다.

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랜만에 만난 동기와 밥이라도 한 끼 같이하기 위해서다. 직원들이 이강진을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어머, 대표님!"

"오셨어요? 바로 자리로 안내해 드릴게요."

서울 지점은 청주 본점과 다르게 큰 규모에 좀 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꾸며졌다.

종업원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에 앉은 백우호.

맞은편에 앉은 이강진이 그에게 메뉴판을 내밀었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시켜. 내가 살 테니까."

"어? 어, 그래."

그는 벙찐 표정으로 대답했다.

음식을 시킨 뒤, 백우호는 이강진을 보면서 경외심을 드러냈

"이야…… 너, 줄세했네. 군대에 있을 때에는 '이강진 병장님!' 소리 듣고 다니더만, 전역하니까 이젠 대표님이라고 불리네. 부 럽다, 야."

"부럽긴 뭘, 아직 한참 멀었는데. 그보다오디션이 이번 주 토 요일부터라고 했나?"

"어, 그때가 예선이지."

이전에 백우호는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서 오디션을 한번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아주 잠깐 티비에 얼굴을 비추는 게 다였다. 그 이상의 소득은 없었다.

하나 이 번에는 칼을 갈았다.

"최총 12인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삼기로 했어."

"야, 기왕이면 우승을 목표로 잡아야지, 그게 뭐냐?"

"나보다 실력 좋은 래퍼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번에 언더 쪽 에서 유명한 사람들은 다 나온다고 하더라. 나, 그거 듣고 '신청 포기할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니까?"

"누가 나오는데."

"캘리드, 익스클루퍼, 페디온, 최찰, 렝기."

이강진이 전혀 모르는 사람들뿐이었다.

애초에 그는 랩 쪽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취향이 아니기 때 문이다.

"난 하나도 모르겠다."

"진짜? 최찰도 몰라?"

"어, 몰라. 들어 본 적도 없어."

"문화생활 좀 해라, 인마."

백우호에게 이런 소리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튼 유망주들이 많이 나온다는 건 확실하게 알았다. 그래도 이강진은 백우호가 꿀릴 게 없다고 생각했다.

"오디션이라는 건 말이다. 특히 방송 오디션은 무조건 실력만 있다고 붙는 게 아니야. 화제성, 스타성, 이런 것들도 같이 겸비 해야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거지. 그러니까 미리 포기하 지 말고 끝까지 한번 해 봐."

오디션은, 특히 방송 오디션은 변수가 많다.

그걸 잘 노리 면, 백우호라도 승산은 있을 터.

"그래, 네 말이 맞다. 유격 두 번에 혹한기 두 번도 뛰어 봤는 데. 그거에 비하면 이건 쉽겠지."

군대 한번 갔다 오면 없던 자신감도 생긴다.

내가 해냈다는 그 자신감.

백우호는 그것을 다시 상기했다.

마침 이들이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소주병을 깐 이강진은 오랜만에 백우호의 빈 술잔을 채워 줬 다.

백우호도 마찬가지 였다.

서로의 잔을 채운 뒤, 그것을 높게 들어 올렸다.

순간 백우호가 어떤 인물들을 떠올렸다.

"맞다. 인혁이 형하고 호만이 형은? 같이 한잔 못 하나?"

"지금 엄청 바빠. 정신없을걸."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바쁜 와중에 이쪽으로 와서 술 한잔 하고 가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이 오히려 민폐가 될 수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어쩌면 조졸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두 사람만의 술자리.

하나 이들은 다른 테이블 못지않게 상기된 목소리로 지난날을 회상하며 추억을 나눴다.

다음 날.

힘겹게 눈을 뜬 이강진은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어제 그냥 가볍게 술 몇 잔만 할 생각이었으나, 오랜만에 백 우호와 만나서 신이 난 나머지 결국 가게가 문을 닫을 때까지 달리고 말았다.

"어휴, 머리야……."

오래간만에 숙취에 시달렸다.

거실로 나오니, 백우호가 코를 골면서 단잠에 빠져 있었다.

"이 녀석은 침대에서 안 자고 왜 여기서 퍼질러 자고 있어?"

그래도 동기라서 그런지 백우호를 이대로 방치하고 싶진 않 았다.

"야, 우호야, 일어나 봐."

발끝으로 백우호의 허벅지를 툭툭 건드리는 이강진.

그때, 초인종 소리가 이강진의 귀를 사로잡았다.

"택배인가?"

마침 최근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산 물건이 있었다.그게 온 줄 알고서 곧장 현관문을 열어 줬다.

"예, 나갑니……."

순간 이강진은 헛숨을 삼켰다.

택배 기사가 있어야 할 자리에 한 어여쁜 여인이 대신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강진 씨."

빙그레 미소를 짓는 여성.

이강진의 여자 친구가 된 한지윤이었다.

"지, 지윤 씨! 이 시간에 여길 어떻게……."

"네?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오후 1시예요."

"예?"

한지윤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

그제야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냥 어제 한두 잔만 마시고 끝냈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일어나 버렸다.

그보다 더 큰일이 있었다.

"어제 술 마셨어요? 제가 해장국이라고 끓여 줄까요?"

"아아아아아닙 니다! 지금은 좀……."

안에 백우호가 있다. 아직 그는 이강진과 한지윤이 연인 사이 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니, 이강진이 그녀와 썸을 타는 관계였다는 사실조차 몰랐'들키 면 안 되는데!'

나두석에게도 비밀로 한 일이다. 이렁게 어이없게 백우호한 테 들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윤 씨, 일단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 미안해요!"

현관문을 닫은 이강진은 곧장 거실로 뛰어갔다.

그리고 백우호의 뺨을 강하게 후렸다.

짜악!

"아야!"

"우호야, 내가 아는 사람 왔으니까 방에 들어가서 자고 있어라. 절대로 나오지 마, 절대로!"

그를 강제로 부축하면서 일으켜 세운 이강진.

아직 정신을 덜 차린 모양인지 백우호가 짜증을 냈다.

"……에이 씨! 뭔데! 누가 왔다는 거야!"

그가 말을 할 때마다 술 냄새가 진동을 했다.

"사정은 나중에 설명해 줄 테니까 일단 들어가 있어!"

자신의 침대 위에 백우호를 거의 내동댕이치다시피 던졌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

대충 해결(?)했다 싶을 때, 이강진은 다시 현관문을 열어 줬다.

그러자 한지윤이 눈을 흘기며 그를 노려봤다.

"……강진 씨, 혹시 다른 여자 데려온 거 아니죠?"

"절대로 아닙니다. 하늘에 맹세할게요!"

백우호는 몰라도, 한지윤에게는 자초지좋을 설명할 수 있었다.

"저쪽 방에 우호가 잠들어 있거든요. 혹시나 녀석이 지윤 씨 를 볼까 봐 걱정돼서 그런 겁니다."

"어 머, 우호 씨가 와 있어요?"

"네. '체크 인 아웃' 예선 본다고 당분간 제 집에서 신세를 지 기로 했거든요."

방송 쪽에서 일을 하다 보니 한지윤은 '체크 인 아웃'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단번에 알아들었다.

래퍼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가 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심사위원으로 나온 래퍼들부터 시작해서 진행자, 그리고 PD 및 스태프 들까지 모두가 다 초호화 인력들이 투입되었다.

이강진과 마찬가지로 랩이 전혀 취향이 아닌 한지윤조차 알고 있을 정도로 요즘 상당히 핫한 프로그램이다.

"죄송해요. 제가 타이밍을 잘못 잡았나 보네요."

"지윤 씨 잘못이 아닙니다. 집에서 뭐 마시기엔 좀 그렇고…… 티날레로 갈까요? 금방 씻고 나오겠습니다."

집까지 온 한지윤을 다시 돌려보내기에는 너무 미안했다. 이 강진에겐 소중한 여자 친구 아닌가.

'하다못해 커피라도 대접해야지.'

화장실로 들어간 이강진.

군대에 있을 때 습득한 '빨리 씻기' 스킬을 오랜만에 발동하기로 했다.

티날레에서 한지윤과 함께 차를 마신 뒤.

다음 촬영이 있는 그녀를 배웅하고 나서야 이강진은 겨우 한 숨돌릴수 있었다.

김원홍이 이강진에게 다가오더니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윤 씨 가셨나요?"

"네, 방금요."

김원홍도 이강진이 한지윤과 아는 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나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라는 것까진 알지 못했다.

"고맙습니다, 원홍 씨. 덕분에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지윤 씨랑 담소를 나눌 수 있었어요."

"말씀만 해 주시면 언제든 제가 자리 마련해 두고 있겠습니 다, 하하!"

오늘처럼 김원홍이 믿음직해 보인 적은 없었다.

큰일을 치른 이강진은 바로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이내 발 길을 돌렸다.

'온 김에 밥도 먹을 겸해서 바라 식당이나 한번 들르고 가자.'

가게에 들어서자, 어제 이강진과 백우호를 자리로 안내했던 직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대표님, 어제 엄청 취하셨던데, 괜찮으세요?"

"괜찮습니다. 혹시 괜찮다면 순대국밥 하나 주실 수 있나요? 해장 좀 하게요."

"네. 순대국밥 하나 추가요!"

자리에 앉은 이강진은 의자에 등을 기대면서 크게 숨을 내쉬 었다.

아침부터…… 아니, 점심부터 진땀을 뺐으니 지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여기서 해장하고 집에 들어가서 좀 쉬어야겠어.'

주문한 순대국밥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동안, 이강진은 바라 식당 대표답게 다른 손님들이 만족할 만한 식사를 하고 있나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에, 유독 한 손님에게 눈이 갔다.

이강진처럼 혼자 온 남자 손님이었다.

그런데 왠지 낯이 익었다.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은데?'

혹여나 들킬까 봐 먼발치에서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저 사람, 설마

< 제102화. 낯설지 않은 손님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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