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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254화 (254/347)

< 제80화. 성공을 갈망하다 (3) >

제80화. 성공을 갈망하다 (3)

청주로 돌아온 뒤에 이강진은 휴가를 나온 이후 처음으로 단 타 작업에 돌입했다.

'예전에는 휴가 나오자마자 바로 시작했을 텐데.'

평일에는 거의 모니터만 보고 살다시피 했다. 몇만 원 버는 정 도면 이 짓은 안 할 것이다. 그러나 수천만 원이 오고가면 하기 싫어도 컴퓨터 앞에 앉아야 한다.

이번에도 사실 그랬어야 했지만, 사업 준비 때문에 그러질 못 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김원홍만 잡을 수 있다면.'

그렇게 되면 더 큰 돈이 이강진 앞으로 굴러 들어올 것이다. 김원홍을 만나고 청주로 돌아온지 이틀째가 되고 있었다.

편의점에서 미리 사온 도시락으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려 할 때였다.

나두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세요."

-형님, 접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대표님이라 부르지만, 사적인 대화를 나눌 때에는 그냥 형이라 부르는 걸 허락했다.

둘이서만 이야기하는데도 대표님, 대표님 이러니까 왠지 정 없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어, 무슨 일이야?"

-방금 전에 원홍 씨한테 연락 왔었습니다.

"그래? 좀 더 빨리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늦었네."

그가 무슨 대답을 했을지 이강진은 크게 궁금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한다고 하지?"

-예,형님 예상이 맞았습니다.

이강진은 김원홍의 능력이 필요했고, 김원홍은 카페를 계속 꾸려 나갈 돈이 필요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다. 협력을 안 한다는 게 더 이상했다.

단, 김원홍은 아직까지 이강진을 확실하게 믿지 않고 있었다.

-형님이 좋은 사람이라는 건 원홍 씨도 알지만, 그래도 계약 관계에 있어선 철저하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하더군요.

"그건 오히려 이쪽이 바라던 바야.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그건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다.

어딜 가나 공적인 일인데도 슬쩍 사적인 관계를 들먹이면서 좀 봐달라는 사람이 있다.

이강진의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사실 이강진은 원래 독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이 많은 타입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 번씩 봐주게 되고,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에 다섯 번이 되고, 다섯 번이 열 번이 되었다.

그제야 이강진은 깨달았다.

선의를 너무 베풀면, 그 선의를 이용해 먹으려는 자들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그래서 회귀 이후에는 다른 태도를 취하기로 했다.

공과 사는 철저히 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도 안심할 수 있

"성근이 형한테 잘 물어본 다음에 계약서 작성해. 그 형이라 면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알아서 잘 대답해 줄 거야."

-예, 알겠습니다.

주성근은 바라 코리아에 법률 관련으로 도움을 주기로 한 변 호사다.

회귀하기 이전에도 이강진은 그와 함께 일을 했었다. 그 결과 이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사업을 하려면 법적인 부분도 빠듯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이번에 휴가 복귀할 때에는 그쪽 관련 책 좀 사서 들어가야겠네.'

아는 게 힘이다.

어차피 군대 내에서 할 것도 없으니,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보면서 머릿속을 풍부하게 해 둘 필요가 있다.

"더 할 이야기 없지?"

-예, 특별한 건 없습니……. 아, 그렇지. 형님, 휴가 복귀 언제 하십니까?

"내일."

-……네?

나두석은 귀를 의심했다.

-내일이요? 정말입니까? 농담이시죠?

"내가 이런 걸로 농담을 왜 해."

-제대로 쉬지도 못하신 거 같은데…….

면제인 나두석도 군인들에게 휴가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잘 안다.

그동안 부대에서 먹지 못했던 것들 다 먹고, 게임도 실컷 하 고, 술도 마음껏 마시고. 회포를 충분히 푼 다음에 들어가야 다음 휴가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그런데 이강진은 마음 놓고 쉴 시간조차 가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정말 일만 하다가 들어가는 거였다.

-그대로 들어가셔도 괜찮으신 겁니까?

"상관없어. 어차피 3주 뒤에 또 나올 거 니까."

쟁여 놓은 휴가가 많기 때문에 이강진은 딱히 아쉽다는 생각 이 들지 않았다.

분대장까지 교체한다면, 이강진은 더 오랫동안 휴가를 나올 수 있게 될 것이다.

'슬슬 행보관님한테 말 꺼내 봐야겠네.'

이강진은 옷장에 걸려 있는 자신의 전투복을 바라봤다. 초록색 견장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저 지긋지긋한 견장, 언제 떼냐.'

이쯤 되면 견장이 아니라 족쇄다.

저녁에 눈을 감았다가 떴을 뿐인데, 벌써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복귀일이 될 때마다 이강진은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나도 어려웠다.

그래도 안 일어나면 큰일이다.

방문을 연 순간, 이강진의 코끝에 맛있는 음식 냄새가 닿았다.

"엄마, 오늘 출근 안 했어요?"

"어, 쉬는 날이야. 와서 아침밥 먹으렴. 오늘은 몇 시에 출발할 거니?"

"만나기로 한 사람 없으니까 느지막하게 출발하면 될 거 같아 요. 두석이가 데리러 온다고 했으니까 두석이 차 타고 갈게요."

"그래? 두석이는 언제 오니?"

"적당히 맞춰서 오지 않을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초인종 소리가 집 안을 채웠다.

인터폰 화면에 낯익은 남자의 얼굴이 비쳤다.

-형 님, 저 왔습니다!

이 당황스런 시추에이션. 왠지 낯설지 않았다.

"네가 호만이 형이냐. 뭐 이렇게 일찍 와."

이전에 오호만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바라 식당을 찾아왔을 때 느꼈던 기분과 상당히 흡사했다.

그래도 자기를 바래다주려고 온 사람을 문전박대할 수는 없 는 노릇이다. 이강진은 어쩔 수 없이 그를 안으로 들였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저 왔습니다."

"두석이 왔구나. 아침밥 먹었니?"

"아니요. 아직입니다."

나두석의 시선은 이미 이강진의 어머니가 차린 아침 식사에 고정되어 있었다.

"너도 와서 같이 먹자꾸나."

"감사합니다, 어머님 헤헤헤."

이강진의 어머니는 나두석을 볼 때마다 귀여운 막내 아들이 하나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싹싹하고 때로는 애교도 있는 나두석. 어른들이 딱 좋아할 만 한 그런 타입이었다.

이강진은 한편으론 나두석에게 고맙기도 했다.

군대 때문에 어머 니에게 아들 노릇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는 데, 그의 빈자리를 나두석이 대친 채워 주고 있었다.

'두석이를 데려오길 잘했어.'

흐뭇한 광경이 었다.

문득 이강진은 장난기가 들었다.

"여기에 민수 아저씨까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갑자기 이강진의 어머니가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이강진에게 말을 안 했지만, 가끔 두 사람이 쉬는 날을 맞춰 서 놀러가거나 그런다는 소식을 듣곤 했다.

정보의 줄처는 나두석 이었다.

"호만이 형이 결혼식 가지기 전에 어머니가 먼저 하시는 거 아니에요?"

"엄마 그만 놀리고 밥이나 먹으렴."

"하하, 죄송해요."

이강진은 이런 분위기가 싫지만은 않았다.

이 행복을 어떻게든 지켜 내고 싶다.

반드시.

* * *

나두석의 차가 터미널 근처에서 잠시 멈췄다.

"그럼 나 간다. 들어가라, 두석아."

"예, 형님. 부대 들어가시면 전화한 통 주세요."

"그래. 그리고 원홍 씨 일은 진행될 때마다 나한테 주기적으 로 보고해 줘. 원홍 씨가 뭐 필요하다는 게 있으면 아낌없이 지 원해 주고."

"알겠습니다. 저만 믿으세요."

이강진의 손과 발이 되어 열심히 뛰고 있는 나두석. 그가 있 기에 이강진은 안심하고 부대로 복귀할 수 있었다.

시외버스를 타고 전철로 환승한 뒤에 혼자만의 생각에 잠겼빠르게 흘러가는 바깥 풍경.

하지만.

'이놈의 군 생활은 왜 저렇게 빨리 안 흘러가는 걸까.'

가끔 이런 의심이 들곤 한다.

어쩌면 군부대는 시간과 정신의 방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외부에 비해 시간의 흐름이 너무 늦다. 아마 대부분의 군인이 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휴가를 나가 있는 동안 법률 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했던 이강 진은 그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서점에 들러 법률 서적 코너를 찾았다.

지나치던 도중에 스파링 잡지가 꽂혀 있는 것을 봤다.

이젠 스파링을 보면 가장 먼저 원라원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라원이도 시간 내서 한번 봐야 하는데."

서로 동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둘은 부대로 복귀하기 전에 말을 놓기로 했다.

친구 관계가 된 두 사람.

미래의 국회의원 아들과 친구가 될 줄은 몰랐다.

인맥은 많을수록 좋다.

그 인맥이 나중에 이강진에게 큰 득을 가져다줄 테니 말이다.

* * *

양손 가득 책을 들고 부대로 복귀한 이강진은 위병소를 통과 한 후에 곧장 행정반을 찾았다.

행정반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게 있었다.

바로 체육대회 우승기 였다.

금일 당직사병 근무자, 백우호가 이강진에게 우승기를 자랑 했다.

"이거 봐라, 강진아. 우리 우승했다."

"거 봐. 내 말이 맞잖아."

1중대는 이강진이 없어도 충분히 체육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 는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만능 스포츠맨 성태강을 죽구와 계주에 배치하고, 이번에 새 로 전입해 온 허인강처럼 특정 종목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스페 설 리스트들을 적절하게 고용하면 우승은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이강진의 계산대로 딱 들어맞은 셈이었다.

"인강이가 진짜 대박이더라. 괜히 시 대회 우승했던 녀석이 아니더라고. 걔가 때리는 공을 받아 낸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야. 득점 기계인 줄 알았다, 야."

그 덕분에 허 인강은 족구 MVP로 뽑혀서 포상 휴가를 받게 되 었다.

대기 기간이 풀리자마자 포상 휴가를 따낸 셈이었다. 이 때문 에 허인강은 동기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태강이도 활약 좀 했지?"

백우호는 이강진의 물음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말도 마라. 태강이가 혼자서 7득점이나 했어. 계주에서도 3 등으로 뒤처지던 거, 태강이가 1등으로 역전시키더라고. 태강이 하고 인강이 덕분에 우승했다고 봐도 무방하지. 그러고 보니 둘 다 끝에 '강' 자 돌림 이네?"

"나도 강 자 들어가잖아."

위치가 다르다는 게 문제였다.

아무튼 두 사람의 대활약으로 인해 올해 체육대회에서도 1중대 중대장은 환하게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이강진이 없어도 알아서 잘하는 1중대가 되었다.

'마음 놓고 휴가 다녀도 되겠군.'

그전에 남은 훈련들이 문제다.

훈련 일정을 잘 파악해 둬야 한다. 그것 때문에 휴가 스케줄 이 많이 꼬이기 때문이다.

'철이한테 자문 좀 구해 볼까?'

휴가 계획을 미리미리 짜 둬야 나중에 별 탈 없이 예정대로 휴가를 나갈 수 있다.

백우호에게 김철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려고 하려던 때, 갑자 기 행정반 문이 거칠게 열렸다.

급하게 뛰어온 모양인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다, 당직! 지, 지금 당장...... 병력 집합시켜…… 어서!"

"벼, 병장 백우호! 알겠습니다! 근데 무슨 일이십니까?"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꼭 이럴 때에는 문제가 터진다.

"근처 부대에서…… 탈영병이 나왔다고 하는구나… …!"

상상 이상으로 큰일이 벌어졌다.

< 제80화. 성공을 갈망하다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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