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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253화 (253/347)

< 제80화. 성공을 갈망하다 (2) >

제80히. 성공을 갈망하다 (2)

바라 코리아 사무실은 아직까진 그렇게 크지 않았다.

어차피 청주에서 오랫동안 있을 것도 아니고. 사무실은 나중 에 이강진이 전역하고 나서 얼마 안 있다가 서울로 옮길 예정이다. 그래서 일부러 사무실을 작게 냈다.

그리고 아직까지 인원도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10명 정도.

이 10명이 이강진이 부대에 있는 동안 그를 대신해서 이곳저 곳을 바쁘게 움직여 주고 있었다.

조만간 이곳에 최영혜도 합류할 예정이다.

그녀가 합류하면, 본격적으로 바라 코리아 홍보 업무가 시작될 것이다.

먼저 바라 코리아의 대표 브랜드, 바라 식당부터 홍보에 착수 하기로 계획이 잡혀 있었다.

군복을 입은 이강진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직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대표님."

"휴가 축하드립니다, 대표님."

군복을 입은 젊은 사장이라.

'기분 참 묘하네.'

이강진은 이럴 때 어떤 표정과 반응을 보여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회귀 이전에도 이런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바라 코리아의 첫 순항은 아직까지 순탄하게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이강진은 대만족이다.

"민수 아저씨는? 여기에 오신 적 있어?"

나두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사무실 개업했을 때 한 번 오셨고, 그다음 날에 한 번, 3 일 뒤에 한 번. 이렇게 총 세 번 오셨습니다."

들으면 황민수가 사무실 개업에 너무 무관심한 거 아닌가 하 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고작 3번밖에 안 왔다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 만 그건 오해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이런 거였다.

"개업식 때 내가 없어서 좀 아쉽네."

"나중에 분점들 오픈하실 때 계시 면 되죠. 아니 면 사무실이 서 울로 이전할 때라든지, 앞으로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하 하!"

"그렇긴 하지."

일을 최대한 빨리 진행시키고 싶었다.

이강진이 알고 있는 미래 지식을 활용하려면 스피드가 생명이다. 어영부영 있다가 남들에게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2호점하고 3호점 진행 상황부터 정리해서 보고해 줘."

"예, 알겠습니다. 대표실로 먼저 가서 앉아계시면, 제가 마실 거하고 자료 정리해서 직접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았어."

사무실에 처음 왔으니 대표실을 찾는 것도 당연히 처음이다.

앞으로 이강진이 업무를 보게 될 첫 공간.

문을 연 순간, 이강진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그렸다.

"인테리어 잘 꾸며 놨네."

이강진이 유선으로 지시한 그대로 꾸몄다.

이 정도면 불만은 없다.

5분 정도 지나고 나서 나두석이 이강진 앞에 섰다.

곧장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는 나두석.

말솜씨도 좋았다. 이강진에게 필요한 것들만 죽약해서 요점 만 정리해 그에게 보고했다.

짧은 기간임에도 그는 어엿한 회사원이 다 되어 있었다.

"서울 쪽 분점 작업이 예정보다 10일 정도 앞당겨질 거 같은 데…… 그 부분은 크게 상관없으십니까?"

"어, 괜찮아. 내가 전역하고 난 이후에 오픈하기만 하면 되니 까."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말이야. 혹시 내일이나 아니면 모레에 시간 비울 수 있어?"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오늘 이강진은 필(Feel)을 받은 게 있었다.

생각난 김에 그 일도 추진하고 싶었다.

"서울에 잠깐 다녀오려고, 가서 밀크티나 마시고 오자."

* * *

고작 밀크티 한잔 마시겠다고 굳이 서울까지 올라갈 필요가 있을까.

나두석은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자신의 고용주가 가자는데, 어찌 거절할 수 있으랴.

서울 가기 싫으면, 다시 짐 싸서 노가다 뛰러 가면 된다.

그러나 나두석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무슨 뜻이 있겠지. 그렇게 믿기로 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지난번에 이용진이 이강진에게 소개했던 바로 그 작은 카페였다.

"여기 입니까?"

카페 간판을 보면서 묻는 나두석. 이강진은 대답 대신 그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보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지난번에 봤던 젊은 사장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 엇! 강진 씨!"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 또 왔어요."

그는 이강진의 재방문을 열렬히 환영했다.

카페 안은 여전히 휑했다. 정말로 장사가 되긴 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나두석은 이강진이 밀크티를 마시러 서울로 오자고 했을 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잘되는 카페를 찾아가서 그 가게를 보고 벤치마킹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그러나 이곳은 대상으로 삼기에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다.

이 가게를 롤 모델로 삼으면 망하기 딱 좋아 보였다.

"저기…… 대표님."

"어, 왜? 메뉴 벌써 골랐어?"

"그게 아니라…… 제대로 찾아오신 거 맞습니까? 전 아무래도 이해가 잘 안 되는군요."

이런 곳에 와서 뭘 어쩌려는 건지.

나두석은 납득할 수가 없었다.

물론 이강진이 생각 없이 이곳에 오자고 한 건 아니었다.

"사장님, 여기 에일 밀크티, 두 잔 주세요."

"예!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아직 나두석 이 메뉴를 고르지도 않았는데 이강진은 멋대로 에 일 밀크티를 두 잔 시켰다.

아무렴 어떠랴.

일단 이강진에게 모든 걸 맡겨 보기로 했다.

잠시 후.

이강진이 주문한 에일 밀크티 두 잔이 나왔다.

"이건 제가 서비스로 드리는 겁니다."

작은 초코 케이크 두 조각을 나란히 세팅해줬다.

그의 마음 씀씀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럼 좋은 시간 보내세요."

사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강진은 다시 입을 열었다.

"누가 그러더라. 커피와 차는 두 번 즐겨야 한다고. 첫 번째는 눈으로 그리고 두 번째는 혀로."

이강진은 나두석에게 물었다.

"눈으로 즐겼을 땐 어떤 거 같아?"

"나쁘진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맛 아닙니까?"

"그렇지. 한번 마셔 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지만, 기왕이면 맛있는 떡이어야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법이다.

그리고 결국 음식은 맛이 가장 중요하다.

난생 처음 에일 밀크티라는 걸 마셔 본 나두석.

그의 소감은 간단했다.

"특이한 맛이네요. 에일 '밀크티'라고 해서 처음에는 제가 아 는 밀크티 맛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부터 가 본론이다.

"사업 아이템으론 어떨 거 같아?"

이강진은 이거 하나만 보고 오늘 서울행을 결정지었다.

"괜찮을 거 같습니다. 다만, 마니아들만 찾는 메뉴로 나가지 않을까 걱정됩 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맛은 개선알 거니까."

이강진이 원래 알고 있는 에일 밀크티의 맛을 구현해 낼 생각 이다.

커피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지만, 이곳 가게 사장과 힘을 합치면 이강진이 기억하는 에일 밀크티를 세상에 먼저 출시하는 것도 꿈은 아닐 것이다.

상품화 가능성도 봤으니.

이제 딜을 하러 갈 차례다.

"사장님."

"예?"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저희하고 같이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저하고요?"

"네."

그는 어리둥절했다.

뜬금없이 자기가 왜 소환되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클레임인가?

혹시 가져다준 음료와 디저트에서 벌레라도 나왔나 하는 불 안감이 들었다.

"무슨 일이신지……."

그전에 이강진은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사장님 성함이 김원홍 맞죠?"

"예, 그걸 어떻게……."

이강진은 이곳을 찾기 전에 이용진을 통해 이곳 가게 사장의 본명이 뭔지 미리 조사했다.

김원흥, 나이는 27살.

에일 밀크티를 처음 개발한 커피 연구가이며, 동시에 앞으로 대한민국 카페 문화의 중심이 될 인물이다.

훗날 그는 '티날레'라는 자기만의 커피 브랜드를 만들며 승승 장구하게 된다.

이곳 사장의 본명이 김원홍이라는 걸 처음 들었을 당시.

이강진은 '성공'이라는 목적지로 향하는 안내 표지판을 본 기 분이 들었다.

'표지판이 가라는 곳으로 가면 편하지.' 굳이 모험을 자처할 필요는 없다.

"장사는 좀 어때요? 잘 되……고 있는 거 같진 않군요."

떠보기 식으로 묻자, 김원홍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면서 현 상황을 솔직하게 말했다.

"가게 임대료 내기도 힘들어요. 사실 계속 적자 보면서 억지 로 가게를 꾸려 가고 있긴 한데...... 이것도 슬슬 한계인 거 같아 요. 카페 문 닫으면 마이너스된 거 채우려고 새벽까지 알바 뛰 고 그러는데, 이러다가 가게보다 제가 먼저 쓰러질 거 같아서 그 냥 얌전히 포기하려고요."

이강진은 회귀하기 이전에 그가 W에 나와 대중에게 '나만의 성공 스토리'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당시에 김원홍이 말했던 자신의 초기 상황과 매우 흡사했다.

아니, 완전히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김원홍은 나만의 카페를 내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의 벽에 부딪쳐 30대 초반까지 계속 고생길만 걸었다.

그를 성공으로 이끈 건 바로 이강진과 나두석이 마셨던 에일 밀크티.

이강진은 김원홍의 능력을 사고 싶었다.

"저하고 동업해 볼 생각 없습니까?"

"도,

뜬금없는 제안에 김원홍은 깜짝 놀랐다.

"원홍 씨가 만든 이 에일 밀크티에 투자하고 싶어서요."

"그렇지만 이건 찾는 사람들만 찾는 메뉴인데……."

"맛을 개선하면 됩 니다. 좀 더 대중의 입맛에 맞게끔 바꾸면, 충분히 상품화시 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강진은 돈을 가지고 있고, 김원홍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

돈과 기술. 이 두 개가 융합된다면 분명 엄청난 시너지를 만 들어 낼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이강진은 강력한 무기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

바로 미래 지식이다.

이 세 가지가 더해진다면, 실패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 황이 만들어진다.

무조건 성공한다! 이강진은 자신 있다.

김원홍의 고민은 길었다.

이대로 꿈을 접을 것인가.

아니면 기회를 붙잡고 다시 한번 도전해 볼 것인가.

김원홍의 선택은…….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후자였다.

* * *

김원홍이 관심을 보일 줄 알고 있었기에 이강진은 이곳에 오 기 전에 사업 계획안을 비롯한 각종 자료들을 나두석 몰래 미리 챙겨 왔다.

이야기는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대화를 마치고 나오니 벌써 해가 저물고 있었다.

차에 올라 타기 전에 이강진은 미리 스트레칭을 했다. 몸에서 뿌득뿌득 소리가 났다.

"이제야 좀 시원하네."

"고생하셨습니다, 대표님."

나두석이 한 일은 거의 없었다. 운전하고, 이곳에 와서 에일 밀크티를 마신 소감 몇 마디를 보태고. 이게 다였다.

나머지는 이강진이 전부 도맡았다.

"대표님이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원홍 씨가 우리 손을 잡으 려고 할까요?"

차에 탑승한 이강진은 지체 없이 바로 답했다.

"어, 조만간 우리한테 연락을 거야. 같이 한번 해 보자고."

확신하는 이유가 있다.

"그 사람, 나하고 같은 눈을 하고 있었어."

김원홍은 크게 욕심이 없다고 했지만, 그의 눈은 입과 다르게 말하고 있었다.

성공하고 싶다.

내 꿈을 펼치고 싶다!

"난 그런 눈빛을 지닌 자들을 많이 봐 왔었거든."

그런 타입의 사람들은 결말이 두 가지로 정해져 있다. 성공이냐, 실패냐.

"실패를 여 러 차례 맛본 자는 그만큼 성공하고 싶다는 열망이 더 큰 법이야. 실패하면 좌절감만 커지는 게 아니거든. 내가 어떻게든, 무조건,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오기도 같이 커져. 그런 사람들이 성공하는 거지."

"대표님도 그렇습니까?"

이강진은 나두석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아주 희미하게 입 꼬 리를 올렸다.

"크게 다르지 않지."

< 제80화. 성공을 갈망하다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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