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입대 전날-247화 (247/347)

제78화. SSS급 신병 (2)

1075대대.

이곳만 피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허인강과 노재원은 반드시 피했으면 하는 곳에 딱 걸리고 말았다.

두돈반에 오르는 노재원의 몸이 상당히 무거웠다.

마치 세포 하나하나가 이 차에 올라타면 네 군 생활은 끝이라 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안 탈 수가 없었다. 명령 불복좋으로 영창을 가는 것 보다야 그냥 얌전히 차 타고 가는 게 나았기 때문이었다.

허인강은 썩은 표정이 되어 버린 노재원을 보면서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마. 1075라는 곳도 결국 사람 사는 곳 이잖아? 별일 없겠지."

"사람이야 살겠지. 사람답지 못하게 살뿐."

"하하……."

상심이 굉장히 커 보였다.

두돈반 차량이 덜컹거리며 이들을 데리고 1075대대가 있는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점점 멀어지는 신교대의 모습에 노재원의 한숨은 더욱 커졌깊고 깊은 산골짜기 안으로 들어오게 된 차량 한 대.

보이는 거라곤 초록색과 갈색 그리고 하늘색밖에 없었다.

하사 한 명이 선탑자 자리에서 내린 뒤에 신교대에서 데리고 온 신병들을 재촉했다.

"한 명씩 차례대로 하차한다. 실시!"

"실시!"

이제 막 신교대에서 퇴소해서 그런지 신병들의 목소리에 힘 이 잔뜩 실려 있었다.

1075대대로 전입 오게 된 신병들의 숫자는 총 15명.

이들은 의류대를 짊어지고서 인사과가 있는 곳을 향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마침 밖에서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있던 인사장교는 우르르 몰 려오는 신병 부대를 바라보면서 기겁을 했다.

"뭐야! 왜 이렇게 많이 왔어?"

가장 뒤에서 신병들과 함께 인사과로 향하던 하사가 입을 열 었다.

"한동안 우리 쪽으로 신병 많이 못 줬다고 이번 기회에 많이 준 거 같습니다."

"그래도 15명씩이나 줄 필요는 없는데……."

신병이 많을수록 인사장교가 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 한 명 한 명 신상명세를 정리해야 하고, 자대 분배까지 해야 한다.

어느 중대에 몇 명의 신병을 분배해야 하는지. 이게 가장 힘들다.

중대 간의 신경전 때문이었다. 그럴 때마다 인사장교는 고래 싸움에 끼어들게 된 새우의 기분이 되곤 했다.

'이번에도 중대장님들 오시기 전에 후딱 분배해야겠네.' 담뱃불을 끈 뒤에 인사장교는 바로 신병 분배 업무에 착수했 다.

컴퓨터 앞에 앉은 순간, 인사과 출입문이 열렸다.

"인사장교님 계십니까?"

갑자기 주임원사가 인사과에 강림했다.

화들짝 놀란 인사장교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반겼다.

인사장교가 이런데, 신 병들이라고 오죽할까.

이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에 신병이 많이 들어온 거 같은데."

"예, 그렇습니다. 이제 막 자대 배치하려고 했습니다."

"음, 그렇군요."

주임원사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앉아 있는 신병들의 모습을 쭉 훑었다.

"보니까 1중대 병사들 숫자가 많이 부족해 보이던데요."

"1 중대…… 말입니까?"

"예, 그쪽에 신병 좀 많이 배치하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 더군요. 물론 제 생각일 뿐입니다, 허허허."

대대장 못지않은…… 아니, 어쩌면 대대장 이상의 파워를 지닌 존재가 바로 주임원사다.

그가 대놓고 1중대에게 신병을 많이 배치해 달라고 인사장교 에게 압박을 넣었다.

어색한 웃음을 흘리는 인사장교. 주임원사는 볼일이 끝난 모양인지 밖을 나섰다.

자리에 앉자마자 인사장교는 어느 한 인물이 머릿속에 떠올 랐다.

"이거…… 왠지 1중대 행보관님이 사주한 거 같은데."

1중대 행정반.

오늘의 당직 근무자, 이강진은 행보관의 부름을 듣고 행보관 실로 향했다.

"병장 이강진입니다."

"가서 신병들 인솔해 와라. 7명 정도 될 거다."

"일곱이나 옵니까?"

"너희들이 하도 신 병 부족하다, 신 병 부족하다 노래를 불러 대 서 내가 손 좀 썼다."

역시 행보관이다.

뭔가 문제가 있다 싶으면 중대장보다 오히려 행보관에게 상 담을 하는 편이 더 확실하고 빠르게 해결될 때가 있다.

이강진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인사과를 향했다.

'이번에 인강이가 들어오나?'

전역 전에 마지막으로 받게 될 신병, 허인강.

그가 구체적으로 언제 자대에 전입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대충 이 시기쯤이 아닐까 하고 예상해 볼 뿐이었다.

인사과에 들어서자, 15명의 신병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일단 인사장교에게 먼저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오, 강진이잖아?"

"병장 이강진. 오랜만에 뵙습니다, 인사장교님."

유명 인사가 되어 버린 탓에 이강진을 모르는 간부는 없었다.

"신병 데리러 왔습니다. 누구누구 데려가면 됩니까?"

익숙한 얼굴이 몇몇 보였다.

그중에 허인강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인사장교는 허인강을 포함해 7명의 신병들을 가리켰다.

"이렇게 7명이 1중대다. 주임원사님이 와서 1중대에 신병 좀 많이 주라고 하던데……. 너희 행보관님이 뭐 했지?"

"그건 저도 모릅니다."

이강진이 알 리가 없지 않겠나. 심증만 있지, 물증이 없었기에 인사장교는 그냥 이번만 특별히 넘어가기로 했다.

"다들 짐 가지고 밖으로 나와서 정렬해라."

"예, 알겠습니다!"

7명의 신병들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이강진의 말에 따라 움 직였다.

"앞으로 갓!"

왼발, 왼발, 왼발.

이강진의 목소리에 맞춰서 나란히 걷기 시작하는 신병들. 이들의 눈동자는 부대 전경을 살피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몇몇 신병들은 이강진이 누군지 알아봤다.

노재원도 그중에 하나였다.

"저분, 티비에 나왔던 그분 맞지?"

"맞아, 국민 영웅."

신병들이 속닥이는 소리를 들은 걸까. 이강진은 이들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왜?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나?"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떠들어서 혼내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강진은 혼내려고 이런 말을 한 게 아니었다.

심심해서 신병들에게 말이나 붙여 볼까 했는데, 도리어 이 행 동이 신병들을 잔뜩 겁먹게 만들었다.

'하긴. 나도 이등병 시절 때에는 저랬으니까.'

병장의 사소한 언행 하나만으로도 이들에게는 엄청난 신경거 리가 된다.

신병들을 데리고 행정반에 무사히 도착한 이강진.

행보관은 자그마치 일곱이나 되는 신병들을 보면서 흐뭇한 표 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많이들 왔군. 어디 보자. 신병 필요한 곳이 어느 분 과였더라?"

이강진이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병장 이강진. 1분대입 니다!"

"1 분대?"

"예, 곧 서일주 병장 전역하면, 총원이 여섯밖에 안 됩 니다."

여섯이면 굉장히 부족하다.

행보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신병들도 많이 들어왔으니, 1분대에게 한 명 정도 줘 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이강진이 그동안 행보관에게 도움을 여러 차례 줬었 는데,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는 건 매너가 아니다.

"그래, 좋다. 한 명 데려가라."

"감사합니다!"

키가 큰 신병, 체격이 좋은 신병 등 한 눈에 봐도 '이 녀석, 탐 난다.' 하는 느낌이 드는 신병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이강진은 의외의 인물을 택했다.

"인강이 데려가겠습니다."

지목을 받은 허인강은 뒤늦게 자신의 관등성명을 외쳤다.

"이, 이병 허인강!"

한편 행보관은 이강진의 선택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딱 봐도 힘 좀 쓸 거 같은 신병들이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데, 굳이 평범하게 생긴 허인강을 데려갈 이유가 있을까?

그래도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할 순 없었다.

이강진이 선택했으니, 책임 또한 오롯이 이강진과 1분대의 몫 이다.

짐을 챙긴 허인강은 이강진을 따라 1생활관으로 향했다.

행정반을 나선 순간.

이강진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최고의 카드를 뽑았군!'

누가 먼저 허인강의 정체를 알아채고 데려가기 전에 이강진 이 선수를 쳤다.

이것으로 목적은 달성했다.

* * *

작업을 끝낸 병사들이 마침내 생활관으로 복귀했다.

1분대원들은 생활관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신병을 보게 되었다.

"충성! 이병 허인강!"

"허인 강?"

"이강진 병장님,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병입니까?"

허인강과 같이 생활관에 있던 이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축하한다, 은석아. 드디어 후임 들어왔구나."

조은석은 음침한 웃음을 흘렸다.

허인강 덕분에 마침내 막내 생활에서 탈줄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렇다고 지금 당장 허인강에게 일을 시킬 순 없었다.

"2주 동안 대기 기간 있는 거 알지? 그때까지 신병한테 무리 한 거 시키지 마. 그리고 대기 기간 풀리기 전에 선임들 관등성명 다 외우게 하고. 내무생활은 영고, 네가 알려 줘라."

"일병 최영고! 예, 알겠습니다!"

어느새 최영고 밑으로 두 명이나 들어왔다. 게다가 일병까지 달고 있으니, 이제는 제법 선임 티가 나기 시작했다.

물론 병 계급 만렙인 이강진이 보기에는 최영고나 허인강이 나 거기서 거기였지만 말이다.

일단 보급품에 주기부터 적어 둬야 했다. 신병의 보급품을 노 리는 악독한 선임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쭉 나열된 보급품들을 보자마자 백우호는 감탄을 뱉었다.

"이야. 완전 새삥이네. 사각팬티 멀쩡한 거 봐라. 나는 사타구 니 부분 찢어져서 버렸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강진은 미리 백우호에게 선을 그었다.

"신병 보급품 탐내지 마라, 우호야. 그러다가 군기 교육대 간 다."

"그냥 말만 그렇다는 거지. 누가 들으면 진짜로 내가 가져가 려고 하는 줄 알겠다, 야."

"아니라면 다행이고."

허인강을 유심히 바라보던 백우호는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강진아, 우리 막내, 너무 평범한 거 같지 않냐? 우리 1 분대는 특이한 사람만 받아 주는 곳인데."

이강진은 헛웃음을 흘렸다.

"언제부터 우리 부대가 그런 곳이 된 거냐?"

"틀린 말은 아니잖아?"

국민 영웅 이강진에 래퍼 백우호, 투 스타의 아들 기운상, 잘 나가는 아이돌 성태강.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귀신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깡다구를 가진 야구 마니아 곽분 섭에 누나 부자인 최영고, 마지막으로 기자 줄신 조은석까지.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1분대다. 그 러다 보니 어느새 1분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면 못 가는 그런 분과로 소문나고 말았다.

그런 곳에 허인강 같은 평범한 사람이 오니까 이질감이 상당했다.

이강진은 작게 웃었다.

"인 강아."

"이병 허인강!"

"너, 입대하기 전에 사회에서 뭐 하다 왔냐? 소개 한 번 해봐 라."

"예, 알겠습니다!"

뜬금없이 들어온 이강진의 주문.

그래도 선임이 하라면 해야 하는 곳이 바로 군대다.

"특이한 건 없습니다. 공부를 잘했던 것도 아니고……. 대학교 에 들어갈 등록금도 없어서 입대하기 전까지 공사장에서 노가 다만 하다가 왔습니다. 그러다가 가끔씩 시에서 주최하는 족구 대회 같은 곳에 나가서 우승 몇 번 하고……. 이게 다입니다."

자기소개를 듣자마자 백우호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이렇게 외쳤다.

"아이고, 왜 이제 오셨습니까!"

A급? 아니, 트리플 S급 신병이 들어왔다!

< 제78화. SSS급 신병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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