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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233화 (233/347)

< 제74화. 병장 이강진 (1) >

제74화. 병장 이강진 (1)

병장 진급 시험.

이강진 인생에 있어서 마지막 병 진급 시험이다.

이번 시험만 통과하면 이강진은 더 이상 이런 시험을 볼 일이 없어질 것이다.

'또 보게 된다면 큰일이지.'

재재입대는 사양하고 싶었다.

병 진급 시험은 진급하고자 하는 계급이 높아질수록 합격 기 준 또한 올라간다.

일병, 상병 진급 시험은 솔직히 여유를 가지고 봐도 어렵지 않게 합격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병장 진급 시험은 준비를 좀 해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혀 준비를 못했어.'

카페에서 시비가 붙었던 대학생 무리가 민원을 넣어 버리는 바람에 그동안 이강진은 정신이 없었다.

조은석과 성태강 그리고 간부들의 도움 덕분에 사건은 말끔 하게 해결되었지만, 그 때문에 이강진은 병장 진급 시험을 준비 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

'떨어지면 안 되는데.'

설령 진급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해도 전역일이 늘어나 진 않는다. 하지만 진급 누락이 되면 우선 자존심에 큰 금이 간 다.

생각해 보라. 동기들은 병장인데, 자신만 혼자 상병이다.

여기에 또 한 번 진급 누락을 당해 버리면, 후임보다 계급이 낮아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진급 누락은 두 번까지만 적용된다. 그다음에는 진급 시험 없이 자동으로 진급이 되지만, 두 달 동안 받을 스트레스를 고려 한다면 진급 누락 없이 한 번에 진급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가 장 베스트다.

이강진의 목적도 그것이다.

하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첫 시험은 필기다.

시험 장소로 향하는 병사들. 이번 달 진급시험 대상자들은 총 11 명이다.

그중에 백우호도 포함되어 있었다.

인사 장교가 들어오기 전에 백우호는 옆에 앉은 이강진을 힐 긋 바라보면서 물었다.

"준비는 좀 했어?"

"아니, 전혀."

다른 병사들이 진급 시험에 대비할 동안, 이강진은 조은석과 함께 인터넷에서 커다란 전쟁을 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너, 이러다가 떨어지는 거 아니냐?"

장난기가 담긴 백우호의 말에 이강진은 피식 웃었다.

"걱정하지 마. 어떻게든 합격할 테니까."

이렇게 된 이상 이강진은 평소 실력대로 보기로 했다.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재입대 생활을 하는 동안 이강진은 실 패라는 걸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비록 준비는 미흡했지만 이강진은 어떻게든 진급하겠다는 의 지를 불태웠다.

잠시 뒤 인사 장교가 진급 대상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왔

"필기시험 치를 테니까 다들 펜 준비해라."

"예, 알겠습니다!"

문항은 총 20개. 이중 객관식이 10개, 주관식이 10개다.

병장 진급 시험의 합격 기준을 통과하려면 20개 중 17개 이 상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합격할 수 있다.

"시험 시간은 30분. 먼저 문제를 풀었어도 시험 시간이 끝날때까지 자리에서 대기한다. 다 풀었으면 자도 괜찮다. 그럼 시작!"

드디어 필기시험이 시작되었다.

병사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진급 필기시험은 사실 난이도가 높지 않다. 진급 시험을 보기 전에 미리 문제와 답안을 준다. 그리고 그것을 외우기만 하면 된 다.

하나 이강진은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만약 외웠더라면 정말 수월했을 텐데.

다른 병사들에 비해 훨씬 불리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이강 진은 빠르게 답안을 채워 가기 시작했다.

군 생활만 자그마치 4년 차다. 이쯤 되다 보니 미리 공부를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알아서 답이 보였다.

심지어 11 명 중에서 가장 빠르게 답안을 완성시켰다.

할 것도 없고.

'잠이 나 자자.'

다음 시험에 대비해서 미리 체력을 비죽해 두기로 했다.

* * *

시험지를 받자마자 10분 만에 잠을 청하는 이강진을 보면서 백우호는 혹시 이강진이 시험을 포기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채점을 마친 인사 장교는 진급 대상자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만점자가 딱 한 명 있었다."

인사 장교의 시선이 이강진에게 고정되었다.

"이강진."

"상병 이강진!"

"만점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유일한 만점자의 정체가 밝혀졌다.

그와 같이 진급 시험을 보게 된 병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준비를 전혀 못한 이강진이 설마 만점을 받게 될 줄이야.

아무도 예상 못한 결과가 나왔다.

본인도 예상 못했다.

'찍은 게 다섯 개나 되는데.'

그 다섯 개가 정답이었나 보다.

이쯤 되면 하늘이 진급을 점지해 준 거나 다를 바 없었다.

이강진은 병장이 될 운명이다.

오늘 그것을 직감했다.

* * *

필기시험을 무사히 통과한 11 명의 진급 대상자들.

두 번째 관문인 화생방 측정을 위해 막사 아래로 이동했다.

화생방이 은근히 진급 대상자들의 발목을 붙잡는 복병이다.

특히 제한 시간 내에 방독면 마스크를 쓰는 일이 생각보다 어 렵다. 게다가 이번에는 방독면 마스크를 넘어서 보호두건까지 착용해야 한다고 한다.

우선 일병 진급 대상자들부터 먼저 테스트를 받기로 했다.

뒤에서 그들을 구경하던 이강진은 자신의 방독면 주머 니를 얄 었다.

방독면을 제한 시간 내에 빨리 쓸 수 있을지에 대한 관건은 방독면 마스크 세팅 여부에 따라 갈린다.

보호 두건과 머리끈 뭉치를 한손에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위치 를 조정했다.

방독면 부수 물자는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안쪽 에 고정시켜 뒀다.

이로써 모든 준비가 끝났다.

나머지는 실전뿐!

"다음."

드디어 병장 진급 대상자들의 차례가 왔다.

이강진과 백우호, 김철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

"준비!"

바로 자세를 취하는 이들.

"가스!"

"가스!"

복명복창을 함과 동시에 곧장 방독면 주머니 입구 부분을 손으로 뜯어 버 렸다.

똑딱이 버튼들이 '뚜두둑!' 소리를 냈다.

활짝 열린 방독면 주머니 안으로 손을 넣었다.

방독면 마스크가 바로 손에 잡혔다.

그것을 지체 없이 꺼 낸 이강진은 곧장 얼굴에 마스크를 가져 다 댔다.

머리끈 뭉치를 들고 머리 뒤쪽으로 넘겼다. 여기까지 물 흐르 듯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하지만 중간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보호 두건 끈 어디 있어!'

겨드랑이 사이에 끈을 끼워 넣어야 하는데 끈이 어디 있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실패하면 진급 누락이다!

점점 시간은 흐르고, 끈은 안 보이고.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해!'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한 시점이다.

손을 더듬다 보니 뭔가 걸리적거리는 게 느껴졌다.

'찾았다!'

왼팔을 쭉 뻗었다 그 밑으로 보호 두건 끈을 집어넣었다.

"4초, 3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점점 빨라지는 동작.

마지막에 양팔을 수평으로 뻗은 뒤, 안쪽으로 접는 동작을 반 복하면서 있는 힘을 다해 외쳤다.

"가스, 가스, 가스!"

"땡!"

아슬아슬했다.

0.3초만 늦었더라면…… 아니, 0.1 초만 늦었더라면 이강진은 탈 락의 고배를 마셨을지도 모른다.

위태롭긴 했지만, 그래도 제한 시간 안에 보호 두건까지 완벽하게 썼으니 다행이었다.

인사 장교와 함께 온 화학 장교, 오이향이 직접 병사들 사이 를 돌아다니 면서 방독면을 제대로 썼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백우호의 정화통을 손바닥으로 막았다.

"숨 들이켜 보도록."

공기가 통하지 않음을 확인한 오이향은 고개를 한 차례 끄덕 였다.

다음은 이강진의 차례다.

그도 같은 방법으로 검사를 실시했다.

백우호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확인 끝났습니다. 모두 다 이상 없습니다."

"오케이, 전원 합격이다."

화생방도 무사히 끝났다.

이제 마지막 관문인 체력 테스트만 남았다.

'이것만 통과하면 돼!'

그러면 이강진은 작대기 4개로 레벨 업하게 된다. 체력 테스트를 위해 이들은 연병장으로 이동했다. 이제 마지막 싸움이다.

필기 그리고 화생방만 거치면 사실 이강진에겐 큰 문제가 없었다.

체력 테스트야 평소에 열심히 헬스를 해 둔 덕분에 생각보다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남은 오래 달리기도 이강진은 백우호와 함께 여유롭 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로써 모든 진급 시험이 끝났다.

나중에 사격 점수까지 합산을 해서 최종적으로 진급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백우호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물었다.

"인사 장교님, 진급 결과는 언제 나옵니까?"

"오래 안 걸린다. 한 5일 뒤? 너희 소대장이 알려 줄 거니까 그 때까지 참고 있어라."

"예, 알겠습니다!"

이들이 예상한 바로는 일단 이번 달 진급 시험 대상자 중에서 탈락될 거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다 우수한 성적으로 평균치를 웃돌았다. 특별히 문제 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다음 달 진급은 거의 확정되었다고 봐 도 무방하다.

하나 아직 방심하긴 이르다.

'확실하게 진급 결과를 듣고 나서 안심을 해도 늦지 않지.'

이강진은 '혹시나'라는 경우의 수마저 염두하고 싶었다.

그래야 최악의 경우가 발생해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을 테 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을 해도 두근거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빨리 병장 계급장 달고 싶네.'

벌써부터 눈앞에 작대기 4개가 아른거리는 듯했다.

* * *

인사 장교가 말했던 5일 뒤라는 시간이 다가왔다.

이번 달에 진급 시험을 봤던 병사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소대 장이 얼른 출근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소대장은 오전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13시가 되었다.

오후 집합 때 행보관이 나와 평소처럼 병사들을 대상으로 작 업 분배를 시작했다.

"수송! 오늘은 할 거 없지? 배수로 작업이나 하자."

"아, 알겠습니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행보관의 지시에 답하는 이들.

"어디 보자, 아직 분배 안 한 곳이……."

한 명도 남김없이 전부 작업을 분배한 행보관.

말년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그렇게 모두 작업 분배 끝났다.

행보관은 병력에게 작업하러 가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아직 남은 게 있었다.

"상병 백우호! 행보관님, 질문 있습니다!"

"뭐냐? 질문이라곤 생전 안 하던 녀석이 갑자기 손을 들고. 별 일을 다 보네."

정확히 말하자면 행보관에게 용무가 있는 게 아니었다.

"소대장님, 언제 오시는지 혹시 아십니까? 오전 내내 안 보여서 무슨 일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왜, 소대장님한테 볼 일이라도 있냐?"

"예, 그게 좀……."

말끝을 흐렸다. 하나 행보관은 백우호가 무슨 뜻으로 소대장을 찾는지 바로 눈치챘다.

"진급 시험 결과 때문에 그러냐?"

"예, 맞습니다, 헤헤헤."

"짜식,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소대장님, 안 그래도 지금 막사로 올라오고 계시다고 하니까 조금 있다가 물어봐라."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때마침 타이밍 좋게 저 멀리 소대장이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번 달 진급 대상자들은 작업을 나서기 전에 먼저 소대장에게 우르르 달려갔다.

이강진도 마찬가지였다.

"소대장님!"

"진급 시험 결과, 어떻게 나왔습니까?"

"누락된 사람 있습니까?"

"한 명씩 말해, 이놈들아. 정신없어."

잔뜩 흥분한 병사들을 먼저 진정시켰다.

소대장은 쓴웃음을 흘리 면서 이들이 애타게 기다렸을 진급 결 과를 말해줬다.

"전원 합격이다. 축하한다."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이강진.

드디어…….

'병장이다!'

작대기 4개로 레벨 업이다!

< 제74화. 병장 이강진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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