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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232화 (232/347)

< 제73화. 군인이란 (5) >

제73화. 군인이란 (5)

1075대대의 반격.

그전에 조은석은 먼저 세팅의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전화박스로 향한 조은석.

수화기를 들고 전화번호를 눌렀다.

오래간만에 누르는 키 배열. 한동안 '그'에게 연락을 안 했던 탓일까. 번호를 누르는 게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신호음이 가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설마은석이냐?

목소리에 약간의 화가 깃들어져 있었다.

조은석의 부사수인 서형면이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오랜만에 연락드리네요."

-안 그래도 연예부 팀원들이 네 연락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왜 연락이 없었냐? 특종 거리는 있어? 설마 그 동안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고 말할 건 아니지?

"에이, 선배님. 저 조은석입니다. 어마어마한 특종 거리가 있 는데, 들어 보시겠습니까?"

기자에게 '특종'이라는 단어는 마법의 주문과 같았다.

-뭔데?

일단 들어나 보자는 식으로 나오는 서형면.

"선배님, 오늘자 검색어 순위 체크하셨죠?"

-오늘……? 헉! 뭐야? 이강진? 왜 이 사람 이름이 검색어에 올 라와 있어?

보아 하니 아직 확인을 안 해 본 듯했다.

올라온 기사들을 쭉 확인하는 서형 면. 그는 혀를 찼다.

-국민 영웅의 불편한 진실이라…… 아니, 근데 이거 사실이냐?

현재를 기준으로 누구보다도 이강진 곁에 가까이 있는 기자 가 바로 조은석이다.

이런 건 직접 확인을 해 봐야 한다.

조은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거 날조입니다. 민원 넣었던 사람이 자기한테 유리한 대로 각색한 다음에 커뮤니티에 글 올린 거예요. 그게 다른 사람들의 손에 퍼지고 퍼지다 보니 사태가 여기까지 번지게 된 거 같습니다."

-하긴 요즘은 네티즌들이 우리 기자들보다 선동을 더 잘하는 거 같더라.

거짓 사실 유포를 통해서 이상한 소문을 양성해 내는 몇몇 소 수의 네티즌들.

그들의 행각은 최근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쪽 부대는 골치 아프겠네. 민원 들어온 것만으로도 시끌시 끌했을 텐데, 인터넷에 이렇게까지 크게 회자가 되었으니 말이 야.

"선배님이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어차피 공문을 내 봤자 별로 크게 효과는 없을 거 같고.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대응해 볼까 합니다."

-어떻게?

"선배님, 우리 기자 아닙니까?"

그 한마디만으로도 모든 설명이 가능했다.

서형면은 조은석의 말을 통해서 특종의 냄새를 맡았다.

-말해 보더라. 우리도 적극적으로 협조하마.

"감사합니다, 선배님."

특종 사냥을 나설 때다.

* * *

민원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1075대대 1중대 내에 임시 대책본부가 설립되었다.

당사자인 이강진을 비롯해서 행동대장으로 임명된 조은석은 간부들과 협력하면서 빠르게 대응책을 마련해 가기 시작했다.

일단 증거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통화를 주고받은 뒤 하루도 안 지나서 서형면으로부터 연락 이 왔다.

조은석은 서형면과 통화를 마친 뒤에 자신이 들은 사실을 이 강진과 간부들에게 보고했다.

"영상 자료, 확보했다고 합니다."

대학생 무리와 병사들이 카페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촬 영한 사람이 있을지 수배를 했었다. 조은석의 예상대로 자료를 가진 자가 나온 셈이었다.

심지어 사진도 아닌 영상이다. 이것은 아주 중대한 발견이다.

"자료 공개해도 된다는 허락도 받았습니다. 지금 제가 일했던 곳에서 기사를 쓰고 있는 중이니, 그 타이밍에 맞춰서 공식 입 장문을 내놓으면 될 거 같습니다."

전세를 한 방에 역전할 만한 모든 장치가 마련되었다.

힘을 충분히 비축했으니, 이제 상대방에게 카운터펀치를 날 리기만 하면 된다.

이강진은 입 꼬리를 위로 말아올렸다.

"이제 우리 차례군."

결전의 시간은 오후 2시.

정각이 되자마자 조은석이 말했던 대로 언론 매체에서 영상 자료를 첨부한 기사가 업로드되었다.

-억울한 모함. 이강진 사건의 진실은 과연……?

-이강진 사건 관련 영상 유줄! '어차피 군인이잖아요.' 국민 영 웅 이강진, 자리 양보해 달라고 협박당하다.

-대한민국 군인의 현실. 이대로 괜찮은가?

이강진과 간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순차적으로 업로드되는 기사들을 보면서 놀라움에 혀를 내둘렀다.

선동과 날조 싸움으로 가면 절대로 뒤지지 않는 존재들.

그들이 바로 기자들이다.

이들이 대대적으로 나서니 화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게다가 당시 상황을 영상으로 보여 주니, 여론은 점점 이강진 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qwep9ijqpw : 아니, 지들이 뭔데 먼저 앉은 사람들한테 양보 해 달라고 강요한데?

-수박박수 : 이래서 양쪽 말을 다 들어 봐야 함. 그 그 거 난 이 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그 그 그 고작 글 하나 올렸다고 거기에 선동되고, 수준.

-ABCD0392 : 저 사람들은 개념을 어디다 팔아먹었나 궁금하 네. 군인이 지들 노예인 줄 아나? 내가 군필자라서 그런지 개열 받네. 人 버여기에 영상의 내용을 뒷받침해 주는 육군 본부의 공식 입장 문까지.

역시 전문가에게 맡기길 잘했다.

이강진은 조은석의 어깨를 토닥였다.

"고마워, 네 덕분에 살았다."

"아직 아닙니다, 이강진 상병님."

"응? 끝난 게 아니야?"

조은석의 눈이 반짝였다.

"원래 이런 건 확실하게 쐐기를 박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아 예 다신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여론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 둬야 나중에 뒷말이 안 나올 겁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명예훼손하고 허위사실 유포 같은 거 들먹이면서 법적 책임까지 물게 만들 어야죠. 조져버리려면 확실하게 조져야 합니다."

"그야 그렇긴 하지만…… 근데 쐐기를 박을 수 있어? 이 정도 에서 끝나는 거 아니야?"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조은석은 2차로 마무리 공격까지 미리 생각해 뒀다.

"상대방을 확실하게 끝내려면, 성태강 일병의 힘이 필요합니다."

"태강이 가? 왜?"

조은석의 계획은 이러했다.

이강진과 같은 부대, 같은 생활관에서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성 태강이 SNS를 통해 이번 사건을 언급한다. 그러면 성태강의 팬들뿐만 아니라 평소에 성태강을 좋게 보는 대중은 성태강과 이 강진의 편이 되어 줄 것이다.

성태강은 연예인들 중에서도 이미지가 상당히 좋은 편에 속 했다. 사고친 적 없고, 카메라 뒤에서도 항상 사람들에게 예의 바르고, 기부나 자원봉사 같은 것도 자주 해서 그런지 악질 안 티가 아닌 이상 대부분은 성태강을 좋게 평가한다.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연예인이 이강진을 지지하면 효과가 클 것.

조은석은 여기까지 계산을 마쳤다.

좋은 작전이다.

하지만.

"태강이가 불편해하면 억지로 강요하진 말자."

이것이 이강진의 생각이었다.

일단 이야기가 나온 김에 성태강의 의사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성태강은 이강진의 말을 듣자마자 고민할 시간도 없이 바로 답했다.

"무조건 하겠습니다!"

이강진의 일이라면 당연히 도와야 한다. 성태강은 마치 이렇 게 말하는 듯했다.

"무리해서 나 안 도와줘도 되는데."

"제가 군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이강진 상병님이 많이 도 와주셨는데, 조금이라도 그 은혜를 갚을 수 있다면 전 기쁜 마 음으로 돕겠습니다. 그러니 부담 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후임들에게 베풀었던 친절이 이강진에게 천군만마가 되었다.

말이 나온 김에 성태강은 곧장 사이버 지식 정보방으로 향해 자신의 SNS 계정으로 로그인을 했다.

그리고 조은석의 도움을 받아 장문의 글을 남겼다.

이강진은 1중대에서도 후임들에게 존경받는 선임으로, 악의 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을 사람이 아니라는 사 실을 최대한 어필했다.

그리고 추가로 성태강은 이강진이 대민 지원을 나가 참전용사를 도왔던 일까지 서술했다.

이런 남자가 과연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언성을 높였 을까?

말이 안 된다.

글이 업로드되자 1분도 안 돼서 수백 개의 '좋아요'와 '공유하기'가 찍혔다.

댓글란에 이강진과 성태강을 응원하는 댓글들이 잔뜩 달렸다. 그중에 눈에 익은 이름이 보였다.

성태강이 특정 댓글을 지목했다.

"이강진 상병님, 이 댓글, 한 번 봐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뭔데?"

"형욱이 형이 댓글을 남겼습니다."

"형욱이 형? 조형욱 병장 말하는 거야?"

"예, 그렇습니다."

성태강의 손끝이 향하는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시킨 이강진. 그의 말대로 정말 조형욱이 남긴 댓글이 보였다.

-조형욱 : 강진이가 그럴 리가 없지! 태강아, 말 잘했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말하는 건데, 민원 넣은 새끼들이 날조한 거야. 군인이 무슨 호구인 줄 아나! 괜히 이 런 걸로 억울해할 필 요 없다! 우리 후임들, 파이 팅이다! 1075대대 1중대! 아자아자아 자! 힘내라!

며칠 전에 전역한 조형욱도 댓글을 남기면서 이들을 응원했 다.

후임들이 마음고생이 한창 심할 때, 도중에 조형욱은 전역의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당시에 조형욱은 전역일인데도 불구하고 표정이 그리 좋지 못 했었다.

민원 사건 때문이었다.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닌데 자신만 이렇게 빠져나오게 되었 으니 마음이 상당히 불편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조형욱도 댓글로나마 이들에게 힘을 보태 주고 있었다.

"형욱이 형이 그래도 의리가 있네."

"그러게 말입니다. 전역한 이후에도 우리를 계속 도와주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찾아보니까 댓글뿐만 아니라 규모가 좀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 이곳저곳에 돌아다니면서 계속 글 남기고 있었습니다."

군대 안이라서 눈치채는 게 많이 늦었지만, 조형욱도 이들과 함께 거짓 선동을 상대로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안에 있든 밖에 있든.

그리고 현역이든 예비역이든.

이들은 여전히 같은 전우라는 사실을 이강진은 다시금 깨달 았다.

* * *

이강진과 1075대대를 응원하는 작은 힘이 하나하나씩 쌓이다 보니 거대한 파도가 형성되었다.

진실이라는 이름의 파도는 선동과 날조의 잔재를 남김없이 쓸 어 버렸다.

이제 더 이상 민원을 넣었던 자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없었 다.

조은석이 말한대로 이번에는 이강진 쪽에서 명예훼손과 허위 사실 유포 등을 이유로 상대방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 언했다.

이 때문에 처음에 시비를 걸었던 그들은 어느 순간 태도를 바 꿔서 잘못했다, 선처해달라 하는 식으로 용서해달라고 부탁해 왔다.

물론 용서해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대로 갈 때까지 가기로 했다.

큰 사건이 있었지만, 그래도 피해만 본 건 아니었다.

이강진 사건 덕분에 이강진은 본의 아니게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게 되었다.

한동안 잊혔나 싶더니만, 이강진이라는 이름이 또다시 대중의 기억 속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더불어 군인들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 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원치 않은 입대인 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천 대받아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이들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20대의 소중한 시간을 대한민국 의 안전을 위해 바쳤다.

그런데 오히려 군인이라고 무시당하고, 핍박받고. 과연 이게 올바른 사회 현상일까?

아니,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번 일을 통해서 군인들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라도 바뀌게 되었다는 사실에 이강진은 만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강진은 다 끝난 일에 미련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이다음 또 다른 시련이 이강진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사 장교가 1중대를 찾았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활동복을 갖춰 입은 몇몇 병사들.

그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오늘은 이들에게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날이다.

바로

"지금부터 진급 시험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이강진의 마지막 진급 시험이 막을 올리려 하고 있었다.

< 제73화. 군인이란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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