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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202화 (202/347)

< 제64화. 응원하러 가는 길 (1) >

제64화. 응원하러 가는 길 (1)

금요일 저녁.

식사를 끝마치자마자 1분대원들은 곧장 티비 앞에 모여 앉았 FIFA 리그 8강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기, 종한이 형이다!"

"와, 정말이네?"

"종한이 형을 티비에서 보게 될 줄이야. 진짜 별일이 다 있네."

프로 게이머 생활에 집중하겠다고 했던 오종한.

그는 복귀하자마자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더니, 메이져급 리그 8강 진출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거두게 되었다.

전역한 지 아직 1 년도 안 됐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벌써 현역 시절 때의 감을 그대로 되찾은 듯했다.

상대는 작년에 프로 리그 3위를 차지했던 김경운 선수.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되었다.

사전 경기 예상 투표에 의하면, 1 대 9로 김경운 선수의 압도 적인 승리를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나 1075대대에선 달랐다.

"무조건 종한이 형이 이길 거야!"

"종한이 형, 파이 팅!"

"군인 정신으로 팍 눌러 버려!"

"종한이 형이 전역한 지 얼마나 됐는데 뭔 놈의 군인 정신이 야."

이들의 믿음은 절대적이었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오종한을 응원하려고 했다.

경기는 3판 2선승제. 먼저 2포인트를 따낸 선수가 4강에 진출 한다.

첫 번째 경기가 펼쳐졌다.

김경운 선수의 주특기라 할 수 있는 견고한 수비 후 역공 작전이 펼쳐졌다.

경기가 시작된 지 1분도 채 안 돼서 첫 골을 먹혀 버린 오종한.

중계진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 오종한 선수! 김경운 선수에게 너무 어이없게 선취 골을 내 줬네요!]

[복귀 이후에 오랜만에 8강 무대에 서서 그런지 플레이가 약 간 경직되어 보이네요. 예선전 때 보여 줬던 플레이만큼만 해 줘 도 이런 아쉬운 장면은 안 나왔을 텐데요.]

[과연 오종한 선수가 이 기세, 이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계 속 지켜 봐야겠군요.]

손에 땀을 쥐는 경기가 펼쳐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첫 번째 경기에선 오종한이 패배했다.

0 대 1.

오종한이 한 포인트를 뒤처지고 있는 와중에,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이강진은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외쳤다.

"오종한! 파이 팅!"

"파, 파이티이잉!"

"역전 가자아아아아아!"

이강진의 외침이 신호탄이 된 모양인지 1분대원들도 뒤를 따 라 고래고래 외치기 시작했다.

들릴 리 없는 응원.

하지만 오종한을 응원하고자 하는 마음만큼은 분명 그에게 닿을 것이다.

이들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나 도중에 행정반에서 울려 퍼지는 방송이 이강진의 방송 시청을 방해했다.

-행정반에서 알려 드립 니다. 각 분과 분대장들은 지금 즉시 행 정반으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금요일마다 분대장 결산 회의가 진행된다.

이강진도 잘 안다.

알고 있어서 더 짜증이 났다.

'하필이면 이때

마음 같아선 백우호를 보내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백우호 가 가고 싶다고 하겠나.

아무도 갈 생각이 없다.

결국 이강진은 마지못해 분대장 수첩을 챙겨 들었다.

행보관실로 집합하게 된 분대장들.

초조해 하는 건 이강진만이 아니었다.

다른 분대장들도 마찬가지였다.

"종한이 형 경기 봐야 하는데……."

"아까 1점 뒤처지고 있었지?"

"어."

"상대 선수, 개 잘하더라."

"저번 대회 3위래잖아."

"종한이 형이 이길 수 있을까?"

오종한이 4강에 진출할 수 있을지, 여기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행보관실을 뛰쳐나가 티비 앞으로 달려가고 싶은데,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잠시 후에 행보관실 문이 열렸다.

행보관이 의자에 앉은 뒤에 분대장들에게 물었다.

"다 왔나?"

"예!"

"그래, 이번 주도 수고 많았다. 특히 대민 지원 나갔던 병사들 이 고생이 아주 많았어. 강진이, 너도 수고했고."

이강진은 행보관의 말에 '감사합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눈은 행보관을, 귀는 행보관이 하는 말에 기울어져 있었지만, 관심은 온통 오종한의 8강 경기 쪽으로 향해 있었다.

하나 이 관심은 머지않아 다시 이곳 행보관실로 복귀할 수밖 에 없었다.

행보관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대민 지원 병사들은 고생했으니까 포상 휴가 1 박 2일씩 챙겨 주도록 하겠다."

이강진의 예상대로 포상 휴가가 보상으로 주어졌다.

비록 1박 2일밖에 안 되지만, 그래도 하루가 어디인가. 하루 동안 밖에 있고 없고의 차이는 어마어마하게 크다.

"감사합니다! 행보관님!"

다른 분대장들은 이강진을 부럽다는 듯이 바라봤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자신도 대민 지원에 참가하겠다고 나설 걸 하는 후회가 표정에서 가득 묻어 나왔다.

이강진의 선견지명이 다시 한번 빛을 본 것이다.

"그러고 보니 1분대는 분과 외박 언제 쓸 건가?"

잠시 잊고 있었던 분과 외박이 행보관 덕분에 뒤늦게 떠올랐 다.

1중대는 칭찬, 경고 카드를 통해서 매달 청소 구역을 정한다. 칭찬, 경고 카드를 줄 수 있는 사람은 간부 그리고 분대장급들 밖에 없다.

1월 달 중순에 1분대가 휴게실 청소를 잘했다고 중대장에게 크게 칭찬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분대원들은 중대장이 칭찬 카드를 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들의 손에 떨어진 건 칭 찬 카드보다 헐씬 값진 것이었다.

행보관이 방금 언급한 분과 외박이었다.

뜬금없이 분과 외박을 얻게 된 것이다.

그날 유독 중대장이 기분이 좋았었나 보다.

1월 달에 받은 분과 외박을 아직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였다.

이제 슬슬 사용할 때가 되었다.

"분과별 간담회 시간에 언제 사용할지 분대원들하고 상의해 보겠습니다. 그다음에 말씀드려도 됩 니까?"

"상관없다. 다음 주 분대장 결산 회의할 때 말해 줘라."

"예, 알겠습니다."

가만히 놔두다 보면 분과 외박은 짬 처리된다.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기회가 한 번이라도 있다면, 무조 건 사용해야 한다.

혹시나 잊어버 릴까 봐 분대장 수첩에 분과 외박에 관한 내용을 적어 뒀다.

이것으로 분대장 회의가 끝났으면 참 좋았을 테지만…….

"어디 보자. 분리수거장 담당이 지금 어느 분과지?"

"2 분대 입니다."

"내일 분리수거 차량이 아침에 온다고 하니까 2분대는 식사 하자마자 바로 분리수거장으로 가라. 인원 부족하다 싶으면 다른 분과에서 병력 지원해 주고."

"예, 알겠습니다."

회의는 끝날 줄 몰랐다.

* * *

결산 회의를 마치자마자 이강진은 곧장 1생활관으로 향했다.

"어떻게 됐어?"

경기는 이미 끝난 상태였다.

누가 4강에 진출했을까.

기운상이 환한 미소와 함께 결과를 알려 줬다.

"종한이 형이 4강 갔습니다!"

"진짜?"

"예! 2경기, 3경기를 죄다 한 골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역전했 습니다. 보는 동안 심장마비 걸리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엄 청 긴박했습니다!"

오종한이 해냈다!

마침내 4강에 진출한 것이다.

4강까지 진출하면 최소 3위까지는 노려 볼 수 있다. 조금만 더 힘을 내 준다면 결승까지도 가능하다.

베스트는 역시 결승이지만, 그래도 여태껏 보여 준 경기력을 놓고 따진다면 결승에 진출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4강까지 올라간 게 어디인가.

1중대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종한이 형한테 전화하고 싶긴 한데, 지금은 안 되겠지?'

이강진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볼까 하다가 관두기로 했다.

이제 막 경기가 끝났을 텐데, 정신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아직 승자 인터뷰도 남아 있고 말이다.

그리고 곧 대망의 승자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여성 아나운서가 방금 경기를 마친 오종한에게 마이크를 건 네며 물었다.

[팬분들에게 4강 진출을 확정 지은 소감 한 말씀만 들려주세요]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정말 감지덕지합니다. 하지만 기왕 올라온 거, 우승을 노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팬 여러분들, 끝까지 응원해 주시 면 감사하겠습니다!]

오종한을 응원하러 온 팬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에 아나운서는 다른 질문을 꺼냈다.

[군대에서 전역하시자마자 바로 메이저급 대회 4강에 입성하 셨잖아요. 군대의 힘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하하하, 글쎄요. 군대의 힘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 도 군대에서 만난 인연의 힘은 확실히 큰 거 같습니다. 제가 경 기가 잘 안 풀릴 때마다 거기서 만났던 선임들, 후임들 그리고 동기들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전우들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가 결승 진출하면, 결승 무대로 다 같이 응원 나오기로 했거든요.]

[어머, 그런가요? 힘이 안 날 수가 없겠네요.]

[하하, 그렇죠.]

그 약속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 지금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전우분들에게도 한 말씀 해주세요.]

[애들아, 형이다. 형, 약속대로 결승 갈 거 니까 만약 올라가면 꼭 응원 와야 한다. 알았지? 보고 싶다. 그때 꼭 만나자!]

[지금까지 오종한 선수의 승자 인터뷰였습니다!]

오늘처럼 오종한이 멋있게 보였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가 너무 눈부셔 보였다.

하나 지금은 한가로이 타인의 일 접하듯 구경만 할 순 없었다.

"강진아, 종한이 형, 진짜로 결승 진출하면 우리도 거기 가야 하는 거 아니냐?"

"가면 좋겠지. 근데 결승 장소, 나왔나?"

"아직 안 나왔을걸? 나오면 내가 바로 확인해 볼게."

백우호가 결승 장소를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다 좋지만, 1분대원들 전원이 정말로 결승 장소로 갈 수 있느 냐,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일단 휴가는 안 된다.

1분대 전체가 휴가를 나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 났네'

오종한이 결승전에 진출한다면 정말 좋은 일이긴 하겠지만. 그다음 일이 문제다.

* * *

오종한의 결승전 진출이 걸린 경기가 드디어 오늘 시작되었 다.

예선부터 8강까지 쉬운 경기 하나 없이 올라온 오종한.

이번에도 그는 프로 게이머 협회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상금 랭킹 3위, 서필덕 선수를 만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1경기도 그냥 내 주고 말았다.

8강에서 김경운 선수와 맞붙었을 때보다도 더 허무한 경기였다.

여기까지인가.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오종한의 저력은 2경기 때부터 빛을 발했다.

두 번째 경기에서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두면서 1포인트를 따 낸 오종한.

드디어 마지막 세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전반전에서 크게 뒤지고 있던 오종한이었으나, 후반전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점점 골 차이가 좁혀지더니, 마침내

[오종한 선수의 역전 골!]

[쐐기 골입니다! 시간 보세요! 10초밖에 안 남았어요!]

[이제 문만 걸어 잠그면 됩니다! 그러면 결승 갈 수 있어요!]

[남은 추가 시간, 10초! 9, 8…… 3, 2, 1! 이겼습니다! 오종한 선 수가 서필덕 선수를 만나 결승행 티켓을 따냈습니다!]

[이건 기적이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네요! 오종한 선수가 저 번 승자 인터뷰 때 언급했던 전우들의 응원이 이런 기적을 만들어 낸 게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결승 진출을 확정 짓게 된 오종한이었다.

일단 기쁘다. 아는 사람이 결승전에 진출했으니까 기쁜 건 맞 는데.

'어떻게 응원하러 가지?'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 제64화. 응원하러 가는 길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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