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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192화 (192/347)

< 제60화 분대장 교육대 (1) >

제60화. 분대장 교육대 (1)

설날이 끝난 후에도 메인 이벤트는 계속 남아 있었다.

"이강진 상병님."

행정분과에 소속되어 있는 후임 병사가 이강진을 찾았다.

"행보관님께서 행정반에 오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예."

"알았어. 금방 갈게."

하던 작업을 잠시 중지한 뒤에 이강진은 곧장 행정반을 향해 걸음을 서둘렀다.

"충성. 상병 이강진, 행정반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그를 보자마자 1부소대장이 행보관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행보관님, 안에 계시니까 들어가 봐."

"예, 알겠습니다."

똑똑똑.

노크를 하자마자 행보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진이 냐?"

"상병 이강진. 예."

"들어와라."

행보관의 허가가 떨어지고 나서야 문을 여는 이강진.

행보관 혼자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먼저 온 손님이 한 명 더 있었다.

김철이었다.

'분대장만 따로 소집시킨 건가?'라고 생각하기에는 좀 어색했다. 그렇다면 자신을 찾았던 후임 병사가 '분대장 집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후임 병사는 행보관이 이강진을 찾고 있다는 어투로 말을 했었다.

이강진 그리고 김철. 이렇게 두 사람에게만 따로 볼일이 있다 는 것을 암시했다.

"와서 앉아라."

"예, 알겠습니다."

김철의 옆자리를 차지한 이강진.

"마침 철이한테도 이야기하려고 했었는데. 타이밍 좋게 잘 왔 군."

행보관은 달력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3월 첫째 주에 분대장 교육대 일정이 잡혔다. 그때 너희 둘을 보낼 예정이니까 미리 알아 두고 있어라."

이강진과 김철이 각각 1 분대, 행정분과의 새로운 분대장이 되긴 했지만, 아직 분대장 교육대를 수료하진 못했다.

사정상 일단 견장부터 달아 놓게 하고, 그다음에 분대장 교육 대 일정이 잡히면 그때 두 사람을 보낼 예정이었다.

'3월 초라…….'

시기가 안 좋았다.

이강진은 그때 포상 휴가로 받은 것들을 쓸까 생각하고 있었 다. 그런데 분대장 교육대로 파견을 가야 한다면, 당연히 그 주 에 휴가를 못 쓰게 된다.

'어쩔 수 없지.'

이건 이강진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분대장 교육대를 갔다 온 다음에 휴가를 나가든가 하는 수밖 에 없다.

"할 이야기는 이게 끝이다. 특이 사항 있나?"

"없습니다."

행정분과 쪽은 보고할 만한 게 없었다.

반면 이강진은 달랐다.

"상병 이강진."

"뭐냐? 말해 봐라."

"오늘 황지웅 병장하고 고필중 병장이 말년 휴가에서 복귀할 예정입니다."

"걔들이 언제 전역하지?"

"복귀한 시점을 기준으로 이틀 후에 전역할 예정입니다."

"병영캠프 온 기분이겠군."

마음속에 부담이 없을 것이다.

이강진은 그들의 입장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물론 이강진도 전역 때까지 이제 1 년이 채 안 남았긴 했지만, 그래도 부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전역의 날을 맞이하기 위해선 일단 행보관이 말한 것처럼 분 대장 교육대부터 먼저 다녀오는 게 좋다.

하나하나씩 차곡차곡 일을 소화하다 보면 이강진도 언젠가는 전역의 아침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그런 희망을 가지고 군 생활에 임하기로 했다.

드디어 황지웅과 고필중, 두 명의 예비 전역자들이 1중대로 복귀했다.

"충성!"

"오냐, 충성!"

후임들의 거수경례를 받아 주는 두 사람. 그들의 얼굴에 한결 여유가 묻어 나오고 있었다.

전역을 앞둔 자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이 특유의 여유로움. 후 임들은 두 사람이 부러울 뿐이었다.

황지웅이 짐을 정리하면서 이강진을 찾았다.

"강진아, 우리 없는 동안 큰일 같은 건 없었지?"

"예, 없었습니다."

검열관이 와서 부대를 털고 간 것도 아니고. 자다가 실제상황 이 걸려서 강제 기상한 것도 아니었다.

큰일은 없다. 평소의 모습 그대로였다.

하나 그건 이강진의 생각일 뿐. 다른 사람들은 달랐다.

백우호가 황지웅, 고필중에게 특이 사항을 보고했다.

"강진이, 이 녀석이 민속놀이 대회에서 포상 휴가를 싹 쓸어 갔습니다."

"뭐!"

"민속놀이 3대장을 다 이겼다고?"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는 두 사람이었다.

그걸 현장에서 직접 본 병사들은 오죽했을까.

놀랍게도 사실이었다.

"강진이가 포상 휴가 따오고 난 다음에 저희 분대에 두 장 돌 렸습니다."

"크으, 천사가 따로 없네. 역시 분대장이다!"

황지웅은 엄지를 '척!' 하고 추켜올렸다.

포상 휴가를 다른 사람들에게 양보한다는 건 웬만한 자비심 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이강진은 그것을 벌써 몇 번이나 해냈다.

자신에게 집중되는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이강진은 다른 이 야깃거리를 꺼냈다.

"두 분 전역하시고 난 다음에 저도 당분간 자리를 비우게 될 거 같습니다."

"응? 왜? 너도 우리 따라 전역하냐?"

"저도 그랬더라면 참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그건 아닙니다. 분 대장 교육대 파견이 결정되어서 그런 겁니다."

"아, 결국 가는구나."

가만히 있을 황지웅이 아니다.

"내가 먼저 갔다 온 사람으로서 정보 좀 공유해 줘야겠구먼. 앉아 봐라. 지금부터 존나게 쩌는 이야기를 들려주……."

"아닙니다. 굳이 말씀 안 해 주셔도 됩니다."

이강진에게 황지웅의 경험담 따위는 필요 없었다.

왜냐하면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황지웅. 본인이 싫다는데, 강제로 와 서 들으라고 할 순 없었다.

분대장 교육대로 떠나기 전에 이강진은 우선 두 사람의 전역 파티를 어떻게 꾸밀지 고민해야만 했다.

이미 분대원들에게는 이야기를 다 전해 뒀다.

저번처럼 생활관에서 전역 파티를 열자고.

그게 가장 무난해 보였다.

'두 사람이 나가면 1생활관도 이제 텅텅 비겠군.'

빈자리만큼 새로운 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그것이 군대식 순환이다.

* * *

전역 하루 전날.

황지웅과 고필중은 군대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쌓기 위해 각 자만의 시간을 보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일과 시간에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그땐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과거의 기억을 곱씹었다.

다른 사람들이 일할 때, 두 사람은 생활관에 틀어 박혀서 전역대기 시간을 가졌다.

그때 고필증은 분리수거장 뒤편에 숨겼던 스마트폰을 다시 수 거해 왔다.

열심히 스마트폰을 만지는 고필중. 그를 보면서 황지웅은 경 고를 했다.

"너, 그러다가 중대장님한테 걸려서 전역하기 직전에 영창 끌려가는 수가 있다."

"에이, 그럴 리가 있……."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에 갑자기 생활관 문이 벌컥 열렸다.

순간 잔뜩 쫀 고필증은 스마트폰을 황급히 숨겼다.

말이 씨가 된 걸까. 설마 정말로 중대장이?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중대장이 아닌 백우호가 얼굴을 비줬다.

"개인 정비 시간 시작되기 전에 미리 PX 가서 먹을 거 사 올 생각인데, 특별히 먹고 싶은 거 있습니까?"

"아휴, 이 짜식아! 너 때문에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고필중이 버럭 소리를 쳤다.

왜 그가 화를 내는지. 백우호는 영문을 몰랐다.

괜히 백우호에게 쫄았던 것이 뒤늦게 창피함으로 느껴진 모양인지 고필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 이 망할 놓의 군대. 스마트폰 보는 게 뭐 큰 잘못이라 고 이렇게 잔뜩 쫄아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네."

추억 쌓기든 뭐든 일분일초라도 좋으니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을 나가고 싶다. 그런 마음뿐이었다.

그날 저녁, 황지웅과 고필중의 전역 파티가 1 생활관에서 거행 되었다.

매번 누군가의 전역 파티를 꾸며 줘야 하는 입장이었던 두 사람이 오늘은 그 주인공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감회가 새로웠다.

전역 파티 이후, 마지막 점호가 시작되었다.

금일 당직사관을 맡게 된 통신반장이 1생활관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이강진 대신 군복을 입은 황지웅이 그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원래는 이강진이 생활관 책임자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황 지웅이 대신 생활관 책임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통신반장은 씩 웃었다.

"마지막 날이니까 생활관 책임자 해 보는 거냐?"

"병장 황지웅. 예, 그렇습니다!"

"하여튼 짜식들. 평소에 그렇게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려고 열 정을 보여 주면 어디가 덧나냐. 다들 전역하기 직전만 되면 시 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당직, 외곽 근무 서려고 하고. 하여튼 참 별난 녀석들이다, 진짜."

마지막이 니까 하고 싶은 거다.

통신반장은 분대원들을 훑으면서 물었다.

"특이 사항은?"

"없습니다!"

"환자는?"

"없습니다!"

"예비 전역자 둘은 점호 끝나고 행보관실로 와라. 왜 부르는 지는 알고 있겠지?"

황지웅과 고필중은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알고 있습니다!"

아까부터 행정반 쪽에서 풍겨 오는 치킨 냄새가 이들에게 정답을 알려 주고 있었다.

빠르게 점호를 끝낸 통신반장.

황지웅과 고필중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생활관 밖을 나서려고 했다.

하나.

그전에 이강진과 백우호가 먼저 움직였다.

"애들아, 덮쳐라!"

"우와아아아아!"

사방에서 모포가 날아들었다.

그제야 두 예비 전역자는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을 뒤늦게 떠 올렸다.

전역 빵이다!

퍼벅! 퍽! 퍼억!

"아야야! 이 새끼들아! 나 뼈 맞았어!"

"씨발, 누굴 죽이려고 작정했나!"

모포에 강제로 덮인 채 무기력하게 맞기만 하던 이들.

잠시 후 1분대원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엉망진창이 된 황지웅과 고필중은 허리와 다리를 매만지면서 고통 어린 신음을 흘렸다.

"이 새끼들, 우리가 평소에 얼마나 잘해줬는데……."

원망 섞인 목소리를 내는 두 사람에게 이강진이 대표로 이렇 게 화답했다.

"형들이 잘해 준 만큼 때린 거야."

"……하여튼 말은 잘해요."

요즘 전역빵을 잘 안 한다 싶더니, 예상치 못한 일격에 당해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기분이 엄청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좋은 편이었다.

왜냐하면…….

전역빵을 맞았다는 말은, 다음 날에 군대에서 벗어나 민간인 이 된다는 것을 뜻하니까.

아직 전역 이벤트가 끝난 게 아니었다.

행보관과의 치맥 타임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행보관은 두 사람의 행색을 보자마자 바로 알아차렸다.

"전역빵 신나게 맞고 왔나 보군."

"아하하……."

그저 웃지요.

군대에서 허용되는 유일한 폭력이 바로 전역빵이 아닐까.

"와서 맥주나 한잔하자."

"예!"

아직 이들의 밤은 끝나지 않았다.

오전 집합 명령과 함께 사열대로 모여든 병력.

평상시라면 행보관의 작업 분배가 바로 시작되었을 테지만, 오늘은 달랐다.

황지웅, 고필중이 사열대 앞에 섰다.

병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조b 우로 갈라져 두 사람이 지나가 도록 길을 만들었다.

이강진은 황지웅, 고필중과 가벼운 포옹을 주고받았다.

"고생했어, 형들."

"너야말로."

"강진아, 우리 먼저 갈 테니까. 좆뺑이 쳐라."

"하하, 알았어."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숨을 크게 들이마신 고필증이 있는 힘껏 외쳤다.

"형 간다, 애들아!"

이에 질세라 황지웅도 큰 목소리를 내질렀다.

"나도 간다! 잘 있어라!"

"잘 가, 형들!"

"나중에 놀러 오디 맛있는 거 사 오는 거 잊지 말고!"

"짜식들, 알았다!"

황지웅, 고필중 답게 시원스러운 이별의 순간을 맞이했다.

그들을 배웅해 준 후에 다시 막사로 돌아온 이강진.

'이제 한 명 남았군.'

서일주만 전역시키면, 다음은 이강진과 백우호의 차례다.

'얼마 안 남았어!'

멀다고 느껴졌던 전역의 순간이 성큼성큼 이강진을 향해 다 가오고 있었다.

< 제60화. 분대장 교육대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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