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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155화 (155/347)

< 제47화. 숨겨야 산다 (2) >

제47화. 숨겨 야 산다 (2)

갑자기 1생활관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안 그래도 고필중이 스마트폰을 가져온 것 때문에 몇몇 후임 들은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갑자기 소대장이 스마트폰을 언급하다니.

마치 고필중이 스마트폰을 몰래 반입해 온 거, 다 알고 있으 니까 알아서 자백하라고 압박을 넣는 것 같았다.

하나 뭔가 이상했다.

'우리 소대장이 이렇게 눈치가 빨랐다고?'

이강진은 단언컨대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눈치와 융통성이 사이좋게 나란히 실종 선고를 한 게 1중대 소대장, 성태원 소위다.

그런 그가 어떻게 단 하루 만에 고필중의 스마트폰 반입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단 말인가?

한편 고필중은 몰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훔쳤다.

분위기가 착 가라앉았다.

황지웅은 고필중의 스마트폰 반입 여부를 아직 몰랐기에 왜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것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소대장은 다시 한번 병사들을 압박했다.

"정말 없나? 지금 스스로 자백한다면, 중대장님한테 보고할 것 없이 내 선에서 끝내도록 하겠다. 하지만 끝까지 버티다가 걸 린다면……."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을 이어 가는 소대장.

"그때는 얄짤없이 영창이다."

병사들은 침묵했다.

과연 고필증의 선택은?

이강진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고필증을 응시했다.

침을 꿀꺽 삼킨 고필증.

결국 그는 마지못해 손을 들려고 했다.

그 순간, 소대장의 말이 고필증의 결심을 잠시 접어 두게 만 들었다.

"본부중대에서 병장 한 명이 스마트폰을 몰래 반입했다가 걸 렸다고 한다. 지금쯤 대대장님께도 보고가 들어갔을 것이다. 대대장님이 직접 오셔서 우리 부대 뒤집기 전에 얼른 자수해라."

위로 향하던 고필중의 오른손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역시 소대장이었다.

만약 본부중대 사건을 언급하지 않고 그대로 조용히 있었더 라면, 고필중한테 자백을 받아 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결국 본부중대에서 이 러이러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먼저 말해 버렸다.

이강진은 속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차라리 자백했으면 좋았을 텐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계속 품고 싶지 않았다.

'하여간 소대장님도 참……."

물론 소대장의 잘못은 아니다. 이강진도 딱히 소대장을 탓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뜸을 들였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게 아쉬웠다.

"1 분대는 없나 보군."

"예, 그렇습니다!"

고필중이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

그에 따라 후임들도 마지못해 같은 대답을 해야만 했다.

1생활관 점호를 끝마친 소대장은 바로 옆쪽에 있는 2생활관 으로 넘어갔다. 그곳에서도 같은 말을 흘릴 터.

소대장이 2생활관으로 넘어간 사이, 황지웅이 다시 1생활관을 방문했다.

"필중아, 너, 혹시 휴가 복귀하면서 뭐 가져온 거 아니지?"

분대장을 달아서 그런 걸까, 황지웅은 예전에 비해 부쩍 눈치 가 빨라졌다.

대답 대신 어색한 웃음을 흘리는 고필중, 그 모습을 보고 황 지웅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가져왔냐?"

"스마트폰."

"미친……! 우리, 전역하려면 아직 5개월이나 남았는데, 그걸 벌써 가져오면 어쩌자는 거야?"

이강진이 하고 싶은 말을 황지웅이 대신 했다.

안 그래도 고필중에게 그 말을 해 주고 싶었다.

사이다 10병을 마신 것 같은 시원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된 건 아니었다.

이제 막 시작에 불과하다.

"어쩔 거 냐? 소대장님이 방금 말씀한 것처럼 대대장님이 직 접 와서 부대 뒤집을 수도 있어. 대대장님 성격, 너도 잘 알잖 아?"

"알지, 아니까 골치 아픈 거잖아."

대대장에게 가장 안 어울리는 단어를 딱 두 개만 골라 보라고 한다면 첫 번째가 자애, 두 번째가 자비일 것이다.

간부, 병사 가릴 것 없이 엄격하게 대하는 대대장.

그런 와중에 스마트폰 반입 사건이 터졌다?

대대장이 이걸 가만히 넘길 리가 없다.

대책이 필요한 순간이다.

"어디다가숨기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그냥 모른 척하고 있어."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

고필중은 그렇게 선언했다.

간부들이 절대로 모를 만한 비밀의 장소를 찾아야 한다.

숨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강진과 고필중이 휴가에서 복귀한 다음 날.

토요일 주말 아침을 맞이했지만, 평화롭지만은 않은 주말이 었다.

본부중대에서 벌어진 스마트폰 사건 때문이었다.

게다가 하필이면 오늘 당직사관이 행보관이었다.

-아아, 행정반에서 알려 드립니다. 전 병력은 지금 즉시 사열대 앞으로 집합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전 10시부터 들려오는 불길한 집합 명령.

사열대 앞으로 집합한 병사들의 얼굴에는 불안해하는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행보관의 집합, 그것도 주말에.

불안하지 않을 병사가 없을 것이다.

당직사관 완장을 찬 행보관이 사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체 주목한다. 주목."

"주목!"

행보관의 표정이 좋지 않다. 그 모습이 병사들의 불안감을 배 로 가중시켰다.

"너희들도 어제 본부중대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소대장님께서 이미 한 번 기회를 줬겠지만, 혹시나 해서 다시 한번 너희들에게 자수할 기회를 주도록 하겠다."

행보관이 병사들을 집합시킨 이유는 바로 이거였다.

"마지막 기회다. 좋은 말로 할 때 반입 금지 물품 가지고 있는 병사가 있으면 자수해라."

만약에 이 막차를 놓친다면, 그 다음에 오는 열차의 행선지는 무조건 영창일 것이다.

소대장이 말하는 마지막 기회와 행보관이 말하는 마지막 기 회는 병사들에게 주는 무게감이 달랐다.

이건 정말로 마지막 구제의 기회다.

이강진은 또다시 고필증을 바라봤다. 뒷모습을 보아 하니…….

'고민하고 있군.'

어제와 마찬가지 였다.

그러나 고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없나?"

대답을 재촉하는 행보관.

그럼에도 고필중은 얼굴에 철판을 깐 것처럼 포커페이스를 유 지했다.

'틀렸군.'

자백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하나뿐이다.

'고필중 병장의 스마트폰이 간부들에게 안 들키게 나도 적극 협조하는 수밖에 없어.'

괜히 부대 분위기를 안 좋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 * *

집합이 끝나자마자 고필중은 어디에 스마트폰을 숨길지 고민 에 고민을 거듭했다.

때마침 샤워를 마친 황지웅은 잘 준비를 서두르기 위해 분주 히 움직였다.

"지 웅아."

"왜? 나 잘 거니까 건들지 마."

"스마트폰 숨길 때 어느 장소가 좋을지, 혹시 추천해 줄 만한 곳 있어?"

"관물대에 숨기면 되잖아?"

"소지품 검사 들어가면 관물대 다 까 보라고 할 텐데, 어떻게 숨겨?"

"하긴."

군장과 의류대 그리고 관물대, 이 세 곳은 무조건 살펴볼 것 이다.

두 병장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백우호가 자신의 의견을 들려 줬다.

"침대 아래는 어떻습니까?"

"거기도 위험해. 실제로 예전에 침대 아래쪽에 스마트폰 숨겼 다가 걸렸던 옛 선임이 있었거든. 그 장국두 병장이라고, 국두 형 때문에 소지품 검사 들어가면 간부들이 무조건 침대 밑까지 살펴볼 거야."

한 번 숨겼다가 들킨 장소는 두 번 다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전례가 있다는 게 이래서 무섭다.

이번에는 기운상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티비 아래 틈은 어떻습니까? 저기가 은근히 꿀 장소지 말입 니다."

"침대 밑보단 괜찮을 거 같긴 한데……. 그래도 불안해."

눈에 너무 잘 띈다는 단점이 있다.

그것 때문에 기운상의 제안을 채택할 수 없었다.

외부에 잘 안 띄고, 간부들이 모르는 장소.

그런 환상의 장소가 필요하다.

오종한이 이들의 대화에 참가했다.

"1 중대는 병사들만 아는 그런 비밀 장소 같은 곳 없어? 부대 마다 보통은 하나씩 다 있잖아? 2중대의 경우에는 화장실 1사 로 아래쪽 바닥이었는데. 시공하던 아저씨들이 실수한 건지, 아니면 잘못 설계했는지 모르겠는데, 바닥 아래에 작은 나무 상자 딱 하나 들어갈 만한 공간이 있더라. 그곳에다가 스마트폰이나 MP3, 휴대용 게임기 같은 거 넣어 두고 그랬지."

오종한의 말대로 병사들끼리만 알고 있는 마법의 장소가 있 다.

부대마다 꼭 존재하는 비밀 공간.

물론 1중대에도 있다.

"그러고 보니……."

고필중과 황지웅은 서로를 바라봤다.

"인혁이 형이 예전에 한번 알려 준 적 있지 않았나?"

"어, 근데 말로 위치만 알려 줬을 뿐이지, 실제로 어디에 있는 지 직접 보여 준 적은 없었잖아."

"그러게."

게다가 라인혁이 막 상병을 달았을 때 해 준 말이었기에 기억 이 가물가물했다.

설마 그 비밀 공간에 신세를 지게 될 날이 본인들에게 올 거 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귀담아 듣지 않았던 것이다.

필사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던 찰나였다.

"제가 알고 있습니다."

이강진이 나섰다.

1중대에서도 1분대원만 아는 시크릿 스페이스.

그리고 이강진이 병장 때 가끔 애용했던 곳이기도 하다.

"의자 좀 사용하겠습니다."

슬리퍼를 벗고 의자를 밟은 채 위에 올라섰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매번 보는 천장 쪽으로 손을 ?뻗었다. 천장 중에서 위가 살짝 들리는 합판 조각이 있다.

병사들은 이강진의 행동에 헛숨을 삼켰다.

합판 조각을 완전히 들어 올린 이강진은 안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여기에 숨길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전역자들을 제외하고 여태껏 아무도 몰랐던 공간이 이강진에 의해 처음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 * *

손전등을 들고 천장 위쪽을 살피던 고필중은 감탄을 연발했 다.

"이야! 이런 장소가 있을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인혁이 형이 했던 말, 잘 귀담아 들어 둘 걸 그랬네."

"그러게 말이야. 근데 강진이, 너는 여길 어떻게 알았냐? 우리 들도 듣고 까먹었는데."

라인혁은 두 사람에게만 이 공간을 알려 준 게 아니었다.

"저도 인혁이 형한테 들은 적이 있습니다. 대신에 저는 인혁 이 형이 병장일 때 같이 근무를 나가서 들었던 거라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회귀하기 이전에도 그랬고, 이후에도 라인혁은 이강진에게 1 분대 생활관 천장에 비밀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줬다.

두 번이나 들었으니, 잊을 리가 있겠나.

이강진의 활약 덕분에 고필중은 그제야 안심할 수 있게 되었 다.

"여기에 숨기면 되겠어. 혹시 너희들도 반입 금지 물품 가지 고 있는 거 있으면 말해라. 한군데에 모아서 숨겨 두게."

일, 이병 급은 없었다.

오종한과 황지웅도 반입 금지 물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강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와중에 백우호가 때 아닌 양심 고백을 했다.

"저…… 사실 MP3 가지고 있습니다."

이강진도 몰랐던 비밀이었다.

같이 래퍼 활동하던 친구가 앨범을 냈는데, 너무 듣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구식 MP3를 몰래 반입했다는 속사정까지 전부 털 어놓았다.

물론 황지웅의 갈굼 타임은 필수 옵션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막 상병 달았다고 아주 그냥……. 어휴, 됐다. 일단 필증 이 스마트폰하고 같이 묶어서 위에다 올려놔."

"예, 죄송합니다!"

일단 눈앞에 닥친 위기부터 먼저 해결하기로 했다.

< 제47화. 숨겨야 산다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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