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입대 전날-131화 (131/347)

< 제39화. 취사 지원 (5) >

제39화. 취사 지원 (5)

사단장이 오고 있다는 소식에 취사반은 난리가 났다.

이강진은 취사반장에게 황민수로부터 입수한 버섯 닭볶음탕 레시피를 건넸다.

"최대한 상세하게 적었습니다."

"잘했어! 그럼 이거를 요리해야 하는데……."

취사반장은 이강진에게 물었다.

"바라 식당 사장님하고 잘 안다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그러면 혹시 요리도 가능한가?"

안타깝게도 이강진은 요리까진 할 줄 몰랐다.

"주방 보조로 가끔 민수 아저씨…… 아니, 바라 식당 사장님 일을 도와준 적이 있지만, 요리까지는 할 줄 모릅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취사반장은 오호만을 지목했다.

"호만아, 너만 믿는다!"

"저 말씀이십니까?"

"네가 여기서 요리를 가장 잘하잖아. 제발 부탁한다, 이러다 가 우리 다 죽어!"

오호만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러나 오랫동안 고민할 여유가 없다.

결정을 내리려면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

결국 오호만은 쥐사반장의 부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부탁하마!"

오호만 혼자서 요리를 완성시킬 수는 없다.

다른 취사병들에게 주방 보조를 부탁하기로 했다. 그중에는 이강진도 포함되어 있었다.

"강진아, 너도 좀 도와줘라."

황민수와 같이 일해 본 경력을 가진 사람은 이강진뿐이다. 그래서 이강진도 주방 보조 멤버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로써 대사단장 특별식 요리 팀이 급하게 만들어졌다. 이제 남은 건 실전뿐이다!

* * *

대대장이 탄 레토나가 가장 먼저 1075대대를 통과했다. 대대장은 위병소 조장과 근무자들에게 누누이 강조했다.

"뒤에 따라오는 저 민간 차량, 사단장님이 직접 운전하고 계신 차니까 경례 똑바로 해라. 목소리 최대한 크게 하고."

"예, 알겠습니다!"

조장 근무자와 위병소 근무자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사단장을 설마 이런 때에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사단장님께 대하여 받들어 종!"

"충! 성!"

병사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잠시 차량을 멈춰 세운 사단장은 창문을 내렸다.

"자네들이 고생이 많군. 자, 이거 나눠 먹게."

사단장이 건네준 것은 바로 초콜릿과 사탕이었다.

"내가 낚시할 때 당 땡겨서 먹으려고 잔뜩 사 둔 건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산 거 같더군. 그래서 이렇게나 많이 남아 버렸어. 자네들끼리 독식하지 말고 나중에 오는 근무자들한테도 먹으라 고 인수인계해 주게."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단장님!"

"그럼 고생하고."

사단장이 탄 차량이 대대장의 레토나를 따라 대대 안으로 향했다.

그 뒤를 따르는 수많은 차량들.

조장 근무자는 침을 삼키면서 생각했다.

어서 이 지옥 같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 * *

"사단장님 오셨다고 합니다!"

취사병 한 명이 식당으로 뛰어와 외쳤다.

다행스럽게도 이제 막 버섯 닭볶음탕이 완성된 시점이었다.

이것을 이제 내놓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국물 맛을 본 오호만의 표정이 영 좋지 못했다.

"내가 생각했던 맛이 아닌데. 강진아, 너도 맛 한번 볼래? 넌 바라 식당에서 버섯 닭볶음탕 직접 먹어 본 적 있지?"

"예, 그렇습니다."

"그럼 맛을 잘 알겠네. 비슷한지 혹이해 줘."

"알겠습니다."

백두원의 푸드기행 제작진에게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는 것 때 문에 황민수는 버섯 닭볶음탕 요리를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이강진도 옆에서 그를 열심히 보조했다.

테스트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온 게 이강진이었기 때문에 그에게도 책임이 있었다.

그래서 이강진은 휴가를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황민수 를 도와줬다.

황민수는 이강진에게 그럴 필요 없다고 했었지만, 그럼에도 이강진은 계속 그의 곁을 지켰다.

그래서 완성된 음식이 바로 바라 식당을 최고의 한식 맛집으 로 만든 버섯 닭볶음탕이다.

"후틉!"

국물을 맛본 순간, 이강진은 오호만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것 같았다.

"오호만 상병님이 말씀하신 대로 맛이 조금 다릅니다."

"조금? 정말로?"

"솔직히 말해서…… 차이가 심합니다."

결국 이강진은 사실대로 말했다.

이를 어쩐다.

일 났다.

말없이 버섯 닭볶음탕을 바라보던 오호만은 결국 결단을 내 리기로 했다.

"다시 만들자."

취사반장과 쥐사병들은 경 악했다.

방금 사단장이 위병소를 통과했다는 연락이 왔는데, 요리를 다시 만들겠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취사반장은 필사적으로 말렸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어떻게든 간을 맞춰 보너!"

"이건 간을 맞추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취사반장님. 사 단장님께 이런 걸 대접했다간 분명 쓴소리를 들을 겁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오호만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손에 익숙하지 않은 요리였기에 처음에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번 만들어 봤으니 이제는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두 번째 도전은 자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취사반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려고 하지 않 았다.

방법을 떠올려야 한다.

"시간을 끌 방법을 찾아야겠군."

결국 취사반장은 오호만의 편을 들어주기로 했다.

하지만 어떻게?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리려고 하던 때, 의외의 구세주가 등장 했다.

"우리 1중대가 어떻게든 해 주지."

행보관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다.

취사반장은 반사적으로 그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여긴 어쩐 일로……."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들렀다. 보아 하니 문제가 생긴 거 같 은데, 요리가 완성되기 전까지 시간만 끌면 된다 이거지?"

"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행보관님, 대체 무슨 방법으로……."

"다 생각이 있다."

행보관이라면 믿을 만하다.

그는 딱 잘라 말했다.

"30분, 그 이상은 못 버 틴다. 호만이하고 강진이, 너희가 그 안 에 어떻게든 요리를 완성시켜야 한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 다!"

다시 시작이다.

* * *

연병장에 차를 정차시킨 사단장은 우선 부대 전경을 살폈다.

부대 관리가 잘되어 있는지 한번 보기 위함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연대에서 저번 주에 검열을 왔었기 때문에 정 리가 잘되어 있었다.

사단장은 흡족한 얼굴을 하기 시작했다.

"부대 관리가 잘되어 있군, 굉장히 깔끔해. 연병장도 그렇고."

대대장은 이때다 싶어 말했다.

"평소 1075대대의 모습일 뿐입니다, 하하하!"

"그렇군, 대대장이 아주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게 느껴져.

좋은 부대구먼."

첫 인상은 합격이다.

이제 여기서 점심 식사만 무사히 통과하면 되는데…….

아직 행보관이 약속한 30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이동하는 와중에 대대장은 취사반장으로부터 문자를 한 통 받 았다.

[죄송합니다, 대대장님 아직 요리가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시 간이 더 필요합니다.]

대대장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사단장이 도착하는 시간에 딱 맞춰서 요리가 나와야 하거늘!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에 대대장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되어 버 렸다.

굳이 말을 하진 않았지만, 연대장은 대대장의 표정이 심상지 않음을 확인하자마자 일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두 남자는 서로 빠르게 눈빛을 교환하면서 이 일을 어떻게 해 결해야 좋을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1 분대! 눈앞에 적진이 보이는가아아!"

갑자기 어디선가 한 남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남자의 목소리는 사단장의 걸음을 붙잡았다.

"이게 무슨 소린가?"

"그게……."

대대장도 금시초문이다.

설마 누가 장난치고 있나? 처음에는 이런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소리가 들린 방향은 1중대 쪽이었다.

1중대의 모든 병력이 단독군장을 착용한 채 사열대 앞에서 병 기본 훈련을 받고 있었다.

포복 자세에 돌입한 1분대는 열심히 땅을 기었다.

안준렬 분대장이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약진 앞으로!"

"우와아아아아!"

1분대 병사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표적지를 향해 앞으로 나아 갔다.

눈앞에 펼쳐진 대규모 병기본 훈련 덕분에 사단장의 눈과 귀 는 1중대 쪽으로 향했다.

심지어 1중대 병력은 얼굴에 위장 크림까지 바른 채 훈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중대장도 마찬가지였다.

"적 포탄 낙하!"

행보관이 모의 수류탄을 던지면서 외쳤다.

퍼엉

노란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에 따라 병사들은 은폐, 엄폐를 하거나 자세를 바짝 낮춰 적 포탄 낙하 시에 취해야 할 행동 요령들을 그대로 시행했다.

사단장은 대대장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다.

"원래 1075대대는 병기본 훈련을 할 때도 저렇게 위장을 다 바르고 하나?"

그럴 리가 있나.

하나 대대장은 기왕 이렇게 된 거, 최대한 쎈 척을 하기로 했다.

1중대의 계획에 맞장구를 쳐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훈련은 실전과 같이! 그것이 1075대대의 방침입니다!"

"음, 그런 마음가짐이 야말로 군인으로서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지."

"감사합니다!"

사단장의 환심을 사는데 성공했다.

이건 대대장과 1중대가 사전에 협의했던 훈련이 아니다.

1중대가 자체적으로 이런 훈련을 시행한 것이다.

병사들의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서?

천만에.

사단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그리고 하나 더.

사단장을 만족시킬 완벽한 요리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벌어 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반드시!

간을 보기 시작하는 오호만.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레시피대로 만들었는데, 어째서……."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맛있지 않았다.

마치 복잡한 퍼즐을 풀어 가는 그런 기분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이강진은 그에게 힌트를 건네주기로 결심했 다.

"바라 식당 사장님이 아까 저한테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어떤 말?"

"음식의 맛을 결정짓는 건 80퍼센트가 레시피, 나머지 20퍼센트는 자신만의 감이 라고 했습니다."

"감이라……."

그건 아마 요리사로서의 감일 것이다.

이강진은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 줬다.

"너무 레시피에 얽매이실 필요 없습니다. 오호만 상병님만의 방법을 이용해서 간을 맞추시는 건 어떻습니까? 오호만 상병님이라면 분명 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오호만은 사실 버섯 닭볶음탕에 손을 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레시피대로 만들었지만, 맛은 불만족이었다.

여기서부터는 1075대대 최고의 취사병이라 불리는 오호만 상 병의 몫이다.

"좋았어! 까짓것 한번 해 보자!"

오호만의 의욕은 가스 불에 지지 않을 만큼 활활 타올랐다.

* * *

1중대가 훈련하는 것을 잠시 지켜보던 사단장은 대대장, 연대 장과 함께 병사 식당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는 대대장과 연대장.

병사 식당 입구로 향하려던 찰나였다.

맛있는 냄새가 식당 내에서 풍겨 왔다.

사단장은 잠시 이 냄새에 몸을 맡겼다.

"음…… 예사롭지 않은 냄새군."

기대감이 샘솟았다.

과연 이 기대에 제대로 부응할 수 있을지 어떨지.

취사병들의 손끝에 1075대대의 운명이 달렸다.

< 제39화. 취사 지원 (5) >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