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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121화 (121/347)

< 제37화. 5분대기조 (5) >

제37화. 5분대기조 (5)

유독 눈에 들어오는 물건 하나.

그것은…….

'캠이잖아?'

영상이 실시간으로 녹화되고 있었다.

1075 대대의 모습을 몰래 촬영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하는데.

'수상해.'

무장공비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아니면 북한에서 보내온 스파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뭐 하러 군 시설을 몰래 촬영했겠나. 둘 중 어느 게 되더라도 이강진에게는 큰 기회다.

'이건 무조건 포상휴가다!'

설마 오대기로 포상휴가를 따낼 줄은 생각 못했다.

한편, 소식을 듣고 뒤늦게 다른 오대기 인원들도 이강진과 고 필증이 있는 쪽을 향해 달려왔다.

이미 거수자는 제압했다.

거수자의 정체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 부소대장 은 이강진과 고필중에게 자초지좋을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이 사람은 누구고?"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강진은 남자가 들고 있었던 캠을 부소대장에게 건넸다.

"수상한 자라는 건 틀림없습니다."

부소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민간인이 말도 없이 부대를 몰래 촬영한 건 곱게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부소대장은 남자를 노려보면서 물었다.

"신원 검사 좀 하겠습니다. 민증 좀 보여주시죠."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는 말에 남자의 동공은 크게 흔들렸다.

잔뜩 겁에 질린 듯한 모습이었다.

부소대장은 한숨을 쉬면서 병사들에게 손짓했다.

"일단 지휘통제실로 데려가자. 거기서 심문을 하든 뭘 하든 해 야겠어."

"예, 알겠습니다."

어떤 내막이 숨겨져 있을지. 이제부터 차근차근 살펴볼 필요 가 있다.

새벽 시간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거수자의 등장.

병사들은 거수자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양쪽에서 단단히 그의 팔을 붙잡은 채 대대 지휘통제실로 그를 끌고 갔다.

도중에 남자는 부소대장과 병사들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하, 한 번만 봐주세요. 잘못했어요!"

자신의 잘못을 씩싹 비는 남자. 하지만 아무런 조사도 없이 그 대로 남자를 풀어줄 수는 없었다.

부소대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무엇 때문에 우리 부대를 몰래 촬영했는지. 그것부터 확인한 다음에 결정짓도록 하겠습니다. 동기 여하에 따라서 경찰에 넘 길 수도 있습니다."

"그것만큼은 제발? …!"

남자의 말하는 어투를 보면서 이강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무장공비는 아닌 거 같은데.'

약간 김이 새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는데 혼자서 멋대로 결정짓진 않기로 했다.

의외의 반전이 있을 수도 있다.

'민간인인 척 연기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이강진은 이런 반전을 기다리기로 했다.

지휘통제실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당직사령인 2중대 중대장은 1중대 오대기들이 거수자를 생포 했다는 말을 듣고 그들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위풍당당하게 걸어오는 1중대 오대기 인원들.

2중대 중대장의 눈에는 그들이 치열했던 전투 속에서 수많은 공을 세우고 돌아오는 전장의 영웅들처럼 보였다.

"잘했다, 잘했어! 1중대가 아주 제법이구먼! 하하하!"

그는 1중대를 과할 정도로 칭찬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거수자를 발견했는데, 행여나 놓치기라도 했다면 일이 더 크게 번졌을 것이다.

거수자를 조기에 발견한 탄약고 초소 근무자들과 추격 대로 붙 은 이강진, 고필중의 활약으로 인해 사건은 깔끔하게 마무리되 었다.

당직사령 입장에선 천만다행이었다.

1부소대장이 대표로 당직사령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충성 고생 많았어. 뒤에 있는 저자가 우리 부대를 몰래 촬영 했다던 그 사람인가?"

"예, 그렇습니다. 이강진 일병과 고필중 상병이 잡았습니다."

이강진과 고필중은 거수경례를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어필했 다.

당직사령의 입 꼬리가 위로 향했다.

그들의 등을 몇 번 토닥여준 뒤.

당직사령은 거수자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도대체 어떤 놈이 우리 부대를 도찰하…… 으음???"

순간 중대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니, 굳어지다 못해 새파랗게 질리기까지 했다.

"너, 너! 설마!"

말을 더듬는 2중대 중대장.

붙잡힌 남자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중대장에게 인사했다.

"아, 안녕…… 삼촌."

새벽에 거수자가 출연했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 거수자의 정 체가 알고 보니 2중대 중대장의 조카일 줄이야.

누구도 예상 못한 결말이었다.

이 황당한 사건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던 이강진도 어이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내가 바랐던 반전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이야기가 점점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는 게 느껴졌다.

거수자가 일시적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위해 중대장과 아는 사 이인 것처럼 연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중대장의 반응을 보고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대장의 조카가 맞다.

21살, 권형민. 아직 미필이다.

중대장의 조카가 범인이라는 것도 놀랍지만, 가장 궁금한 건 따로 있었다.

대체 왜 부대를 몰래 촬영했는지. 모두가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이 바로 이거였다.

고개를 떨어뜨린 채 침묵을 지키는 권형민.

중대장은 난데없이 주먹 쥔 손으로 책상을 내려쳤다.

콰앙

"망할 녀석! 후딱 말 안 하냐!"

중대장은 화가 잔뜩 난 상태였다. 비록 이강진은 2중대 소속 이 아니지만, 중대장이 저렇게까지 화를 내는 모습은 생전 처음 봤다.

오대기 평가를 받을 때에도 저렇게까지 화를 낸 적은 없었다. 크게 어깨를 움찔한 권형 민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 영상 투고하고 싶어서……."

"영상을 투고한다고?"

"그러니까……."

요즘은 인터넷 시대다.

아카튜브를 비롯해서 아메리카 TV 등등. 영상 플랫폼이 유행하는 시기다.

인터넷 방송, 혹은 개인이 만든 영상을 플랫폼에 올려 인기와 더불어 거액의 소득을 취할 수 있는 그런 시대라 할 수 있다.

권형민도 그런 쪽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생방송은 아니고, 아카튜브에 영상 같은 것을 업로드해서 조 회수를 올리는 그런 방식으로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다.

구독자 숫자는 5만여 명.

적은 숫자는 아니었다.

계속 영상을 만들면서 꾸준히 구독자 숫자를 늘려가던 권형 민이었지만, 요즘 들어서 구독자들이 늘어나는 속도가 정체되 었음을 깨달았다.

어떻게 하면 구독자 수를 늘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어그로를 끌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까.

중대장은 이야기를 듣던 도중에 권형민의 말을 끊으면서 물 었다.

"그래서 여 기를 몰래 촬영한 거 냐? 그딴 구독자 수 늘리 려고?"

"정확히 말하면…… 미 녀 8총사에 영상 투고해서 방송 한 번 탄 다음에 구독자 늘리려고 했지."

"어휴, 이런 미친 녀석!"

주먹을 쥐고서 권형 민에게 달려들려는 중대장을 간부들이 간 신히 말렸다.

"차, 참으셔야 합니다!"

"폭력은 좋지 않습니다! 일단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본 다음에 결정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간부들이 말한 대로 폭력은 좋은 대화 수단이 아니다.

미녀 8총사가 시청자들이 뽑은 영상을 투고 받는다는 이야기 를 듣고서 권형 민은 때마침 자신의 삼촌이 있는 부대를 떠올렸다.

그의 계획은 간단했다.

탄약고 초소에서 근무를 서는 병사들을 상대로 귀신 분장을 해서 놀래키는 영상을 찍는 것.

실제로 권형민이 등에 매고 있던 가방에는 각종 귀신 분장용 소품들이 들어 있었다.

그것들을 보던 고필중은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 로 작게 말을 했다.

"시발, 누구 심장마비 걸리게 할 일 있나."

고필중은 공포, 호러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 영화관 에서 공포영화를 봤던 게 트라우마가 되어서 귀신이라면 질색 이 되어버렸다. 만약 고필중이 오대기가 아니라 탄약고 초소 근무자였더라면, 그리고 권형민의 작전대로 귀신 몰카가 그대로 진행되었더라면, 고필중은 다시 병원으로 실려 갔을지도 모른 다.

미수로 끝나긴 했지만, 그래도 권형민의 행각이 부대를 발칵 뒤집어놓은 건 사실이다.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중대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경찰 불러. 헌병대 쪽에도 연락 돌리고."

"자, 잘못 들었습니다?"

"중대장님, 조카분이시지 않습니까!"

간부들은 중대장의 결정을 의심했다.

굳이 일을 크게 키울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중대장은 물러섬이 없었다.

"이렇게 해야 이 녀석이 정신을 차리지. 그리고 공과 사는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 아무리 내 조카라 하더라도 불법으로 영내 를 침입했으니, 그에 따른 처벌은 합당하게 받아야지. 물론 나 또한 책임을 질 것이고."

간부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 여기서 중대장보다 높은 계급을 지닌 사람은 없었다. 당 직사령을 맡은 중대장이 결정권자다.

하지만 중대장의 뜻은 중간에 난입한 대대장에 의해 가로막 히게 되었다.

"부를 필요 없다."

"추, 충성!"

대대장의 등장에 간부들은 다급하게 거수경례를 했다.

그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중대장보다는 나았다.

"원래 사내는 젊었을 때 실수하기도 하고 그런 법이다. 결과적으로는 미수에 그쳤으니까 일 크게 키우지 말고 우리 선에서 대충 쉬쉬 넘어가자."

만약 이번 일이 외부에 새어나가게 되면, 분명 매스컴을 타게 될 것이다. 대대장은 그걸 원치 않았다. 버스 전복 사건으로 인 해 1075 대대의 이미지가 급격히 좋아졌는데, 이런 사건으로 공 든 탑을 스스로 무너뜨린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은가.

대대장이 원하는 건 짬처리다.

자신과 2중대 중대장의 커리어를 생각해서라도 이게 최선이다.

중대장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뒤에 자신의 조카에게 살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넌 집에 가서 보자."

권형민의 몸이 사시나무 떨 듯 떨렸다.

병사들조차 두려워하는 2중대 중대장의 갈굼을 권형민은 풀 타임으로 받게 생겼다.

* * *

일이 대충 마무리 되어갈 때쯤.

대대장은 이강진과 고필증을 따로 불렀다.

"너희가 거수자를 잡았다고 했었나?"

"상병 고필증! 예! 하지만 처음으로 붙잡은 건 이강진 일병입 니다."

고필중은 모든 공을 이강진에게 돌렸다.

대대장은 이강진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역시 자네는 우리 부대의 보물이야. 정말 잘했어!"

"일병 이강진! 감사합니다!"

"오대기로서 대활약을 해줬으니, 내가 상을 안 줄 수가 없군.

1중대 중대장한테 따로 자네에게 포상휴가를 챙겨주라고 할 테 니 그리 알고 있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무장공비 일 줄 알았던 거수자가 알고 보니 2중대 중대장의 조 카였다는 건 이강진도 예상 못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원했던 포 상휴가를 받게 되었으니 상관없었다.

이강진뿐만 아니라 고필중에게도 포상휴가가 주어졌다.

막사로 다시 돌아가는 사이에 고필중은 이강진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네 덕분에 포상휴가도 다 따고. 고맙다, 강진아."

"아닙니다. 고필중 상병님이 옆에서 도와주시지 않았더라면 거수자를 완벽하게 제압할 수 없었을 겁니다. 고필중 상병님도 포상휴가를 받아 마땅합니다."

"그래도 네가 처음에 붙잡지 않았더라면 다 말짱 도루묵이었 겠지."

이번에도 포상휴가 사냥꾼, 이강진이 해냈다.

< 제37화. 5분대기조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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