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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109화 (109/347)

< 제34화. 스타가 된 남자 (1) >

제34화. 스타가 된 남자 (1)

진지공사 우린 한 주 더 한다!

행보관의 이와 같은 폭탄 발언에 병사들은 경악했다.

아무리 작업에 미친 행보관이라 하더라도 설마 진지공사를 1 주 더 연장해서 진행할까 싶었다.

하지만 행보관은 병사들이 상상했던 것 이상의 존재였다.

괜히 뛰는 병사들 위에 나는 행보관이라는 말이 나온 게 아니다.

진지공사 1주 더 연장한다는데, 어찌하랴. 병사들 입장에선 뭐 어쩌고 자시고 할 만한 게 없었다.

그냥 하라면 하는 거 다.

월요일 오전부터 배수로와 열띤 씨름을 펼치는 병사들.

그렇게 진지공사 지옥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을 무렵.

안준렬과 백우호가 나란히 부대로 복귀했다.

두 사람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당장 받아들이지 못했다.

"뭔데 이렇게 열심히 작업하고 있냐."

안준렬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후임들이 차례로 거수경례를 펼 쳤다.

"충성!"

"휴가 복귀하셨습니까, 안준렬 병장님."

"어. 근데 너희들, 뭐하고 있는 거냐. 배수로 작업은 진지공사 시기에 다 끝낼 거라고 행보관님께서 그러셨던 거 같은데. 왜 아 직도 이걸 하고 있어."

"실은 말입니다."

황지웅이 대표로 안준렬과 백우호에게 그간의 사정을 들려줬 다.

진지공사 1주 연장 소식을 들은 순간, 안준렬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휴가 타이밍, 기가 막히게 잘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말짱 도 루묵이 되어버렸네."

안 나간 것만도 못하게 되었다.

한편. 들고 있던 곡괭이를 잠시 내려놓은 이강진은 백우호에게 다가갔다.

"휴가 잘 갔다 왔냐?"

"어. 고맙다, 강진아. 네 덕분에 어머니 퇴원하는 것까지 다 확 인하고 올 수 있었어."

"빨리 퇴원하셨네?"

"말했잖아? 크게 다치진 않으셨다고. 원래 우리 아버지가 일을 엄청 부풀려서 말하는 습관이 있거든. 그래서 나도 처음에 전 화 받았을 때 온갖 걱정을 다 했는데, 막상 병원에 가보니까 큰 부상은 아니더라고."

"그렇다면 다행이네."

부모님이 건강해야 자식이 안심할 수 있다.

특히나 어머니를 향한 백우호의 효심은 지극하다.

처음에 음악 한다고 했을 때, 그의 아버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격렬하게 반대했다. 아버지뿐이랴. 가족 모두가 다 반 대하고 나섰다.

그때 유일하게 백우호의 편을 들어준 사람이 바로 그의 어머니 였다.

나는 아들을 믿는다. 아들은 어떤 길을 가든 자신만의 길을 찾아낼 것이다. 이런 태도로 줄곧 백우호의 가수로서의 길을 응원 했다.

그러니 처음에 백우호가 어머니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 었을 때 얼마나 놀랐을까.

잘 해결된 거 같아 보이니 이강진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기와 재회의 기쁨도 잠시.

멀리서 걸어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휴가 복귀자들이냐."

행보관의 목소리였다.

"충성 병장 안준렬 외 1 명, 휴가 복귀했습니다."

"우호는 부모님 얼굴 잘 보고 왔고?"

"예, 그렇습니다."

"그래? 다행이군. 그렇다면……."

행보관의 미소가 짙어졌다.

"가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나와라. 안 그래도 지금 인력이 부족하던 찰나였거든."

지금의 행보관은 국방부 장관이 와도 말릴 수 없을 것이다.

1주간의 작업 지옥에서 겨우 빠져나온 병사들은 다시 평화로 운 주말을 되찾게 되었다.

이제 작업의 '= 소리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것 같았다.

트라우마로 남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배수로 작업을 마무리 지은 1중대.

고생한 만큼 행보관은 병사들에게 확실하게 휴식을 보장해주 기로 했다.

토요일 오전에 병력들을 집합시킨 행보관은 병사들에게 자신의 같은 뜻을 전달했다.

"오늘은 웬만하면 집합 안 시킬 테니까 쉬고 싶은 만큼 쉬어 라."

"예, 알겠습니다!"

채찍만 너무 휘두르면 지쳐버린다. 가끔은 당근도 줘야 한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배합해야 효율이 올라가는 법.

배수로 작업 한 번 하고 평생 작업 안 시킬 것도 아니지 않은 가. 나중에 추가로 있을 작업들을 위해서라도 행보관은 쉬게 할 수 있을 때 병력들을 푹 쉬게끔 만들 계획이었다.

이번 주 주말이 바로 그런 경우다.

행보관의 말이 끝나자마자 병력들은 빠르게 흩어졌다.

라인혁과 고필중이 백우호와 성태강을 불렀다.

"FIFA나 하러 가자. 2대 2 PX 내기, 콜?"

"좋습니 다!"

"팀은 어떻게 섞습니까?"

"동전 던지기나 아니면 가위 바위 보로 정하면 되겠지. 그러 다가 밸런스가 안 맞는다 싶으면 다시 섞으면 될 테고."

이들은 하루 종일 휴게실에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다.

황지웅은 여자 친구와의 통화를 위해 전화박스로 향했다. 서일주와 기운상은 노래방에 가려고 했다.

"강진아. 같이 노래방 갈래?"

"죄송합니다. 할 일이 있어서……."

정중하게 서일주의 제안을 거절하는 이강진이었다.

생활관에 가서 이 번에 받은 5박 6일 포상휴가로 휴가 계획을 짤 생각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거절을 해야만 했다.

군대에서 휴가보다 중요한 건 없기 때문이다.

남들은 대충 친구들, 혹은 애인과 약속을 잡고 그날을 휴가로 정하겠지만, 이강진은 그렇게 단순하게 휴가 계획을 짤 수가 없었다.

'이때쯤이면 무역제재 걸려서 단타를 하는 의미가 없겠지.' 단타하기 좋은 기간에 나가야 한다.

물론 장기적으로 묵혀주는 종목도 있긴 하지만, 돈 벌 수 있 는 찬스가 있으면 당연히 기회가 올 때마다 쥐어 잡아야 하지 않겠나.

이런 시기를 고려하다 보니 남들에 비해 휴가 나가는 날짜를 정교하게 컨트롤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원하는 수익을 얻 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이버 지식 정보방이 오픈한 덕분에 이강진은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주식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더 이상 행보관이 주는 정보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좋아, 이때쯤이 좋겠어.'

10월 첫째 주나 둘째 주가 좋아 보였다.

날짜를 정한 이강진은 생활관에서 홀로 얌전히 독서 삼매경 에 빠져 있는 안준렬에게 다가갔다.

"안준렬 병장님."

"어. 왜?"

"저, 10월 초에 휴가 나갈까 합니다만."

"포상휴가 쓰는 거지? 저 번에 육군본부에 가서 받은 그 5박 6 일 짜리?"

"예, 그렇습니다."

이강진이 육군본부에 가서 참모총장한테 표창장을 수여받는 장면을 안준렬은 티비를 통해서 지켜봤었다.

자기가 휴가를 나간 사이에 부대에 그런 일이 벌어졌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래, 알았다. 혹시 모르니까 진우한테 바로 알릴게."

"감사합니다."

행정분과 소속인 홍진우 상병이 병사들의 휴가 일정을 담당 하고 있다.

안준렬이 자리를 비운 동안, 이강진은 티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거, 아직도 나오네.'

시민들을 구한 영웅, 이강진의 활약이 여전히 티비를 통해 계 속 송줄되고 있었다.

슬슬 약빨이 떨어져갈 때도 되었건만.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 록 이강진의 영웅담은 점점 더 전국으로 퍼져가고 있었다.

얼마 전, 잔반통을 수거하기 위해 왔던 아저씨들도 이강진을 바로 알아봤다.

심지어 사인까지 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골 때리네.'

이걸 좋게 받아들여야 할지, 말지. 굉장히 고민되고 있었다.

이강진은 딱히 연예계 쪽으로 진출할 생각이 없었다. 그쪽에 발을 들였다가 괜히 스트레스만 받고 결국 시간만 날리는 꼴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강진은 방송에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주식으로 돈이나 만지는 게 낫지.'

주식뿐만이 아니라 가상화폐, 부동산에도 손을 델 수 있다.

이강진이 아는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기만 하면, 부자가 되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연예계 데뷔로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다.

'하아. 모르겠다, 모르겠어.'

매트리스 위에 벌러덩 누웠다. 이럴 때에는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누워 있는 게 최고다.

계속 누워 있다 보니 슬슬 잠의 요정이 찾아왔다.

요정들의 달콤한 속삭임에 빠져들려고 할 때였다.

"강진아."

"……일병 이강진!"

다시 현실로 돌아온 이강진은 반사적으로 관등성명을 읊었다.

행정반에 들렸다가 다시 생활관으로 돌아온 안준렬이 그에게 말했다.

"행정반에 가 보느 행보관님이 너 찾으신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휴가 때문에 할 이야기가 있으신 거 같아."

"……?"

휴가를 쓴다는데 문제라도 있는 걸까.

일단 가보기로 했다.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충성. 일병 이강진, 행정반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어, 강진아. 행보관실로 들어가 봐 행보관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예, 알겠습니다."

홍진우 상병의 말에 따라 이강진은 행보관실 문 앞에 섰다.

또또또.

"충성. 일병 이강진입니다."

"들어와라."

의자에 앉은 이강진은 행보관이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행보관은 펜대를 굴리 면서 물었다.

"10월 첫째 주에 휴가 나갈 거라고?"

"예, 그렇습니다."

"그거, 1주일만 마루면 안 될까? 둘째 주에 나갔으면 좋겠는 데."

휴가를 미뤄라. 행보관은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유는?

이제부터 그걸 들어봐야 한다.

"상관없습니다만…… 근데 휴가를 1주 미뤄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갑자기 훈련 일정이 잡히기라도 한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네가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거든."

들고 있던 볼펜으로 벽에 붙어 있는 육군 홍보 포스터를 가리 켰다.

"육군 본부에서 이런 요청이 왔더구나. 이번에 너를 홍보 모 델로 삼고 싶다고."

육군 홍보 모델 제안.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이강진은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혹시 생활관에 그대로 누운 채 잠에 들었나?

안준렬이 이강진에게 말을 건 시점부터 이미 꿈속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혹시 몰라서 이강진은 스스로 허벅지를 꼬집었다.

"아얏!"

통증이 밀려왔다.

꿈은 아닌 듯했다.

이강진의 난데없는 자해 행동이 펼쳐지자 행보관은 당황했다.

"뭐냐, 갑자기. 홍보 모델이 그렇게 하기 싫다면 차라리 말을 해, 말을. 이상한 행동 하지 말고. 괜히 사람 불안하게."

"순간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어서 해본 겁니다. 하하하……."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무튼 할 생각이 있다면 나한테 말하면 된다."

왜 홍보 모델 제안이 들어왔나.

이건 안 물어봐도 알 수 있었다.

이강진은 버스 전복 사건으로 인해서 국민적 지지를 얻게 되 었다. 같은 부대에 성태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강진에게 먼저 이런 제의가 들어왔다는 건, 그만큼 이강진이 요즘 핫하다는 것을 뜻했다.

젊은 영웅, 이강진!

육군본부는 주가가 급상승한 이강진이라는 카드를 적극 사용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를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다.

'이걸 받아들일 이유는 없지.'

가서 사진 몇 장 찍고 오면 된다곤 하지만, 그래도 이강진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귀찮기도 하고, 가서 간부들 눈칫밥 먹는 것도 싫었기 때문이다.

만약 진지공사 도중에 불려갔더라면 오히려 했을지도 모른다.

하루만이라도 진지공사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테니까.

하지 만 그것도 아니다.

'이건 거절하자.'

안 하겠다고 뜻을 밝히려 던 순간.

행보관이 '미안하구나. 말한다는 걸 깜박했네.'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만약 하겠다고 한다면, 대대장님이 너한테 2박 3일 포상휴가 를 따로 챙겨주겠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자마자 이강진은 바로 대답했다.

"홍보 모델, 꼭 하고 싶습니다!"

사람이란 원래 욕망에 충실한 존재다.

< 제34화. 스타가 된 남자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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