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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33화 (33/347)

회귀했더니 입대 전날 33화

제12화. 또 왔다 (1)

1075대대 인사과는 오늘따라 유독 바빴다.

아침에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하고 인사과로 출근한 본부중대 소속 장민철 중위.

아침부터 바쁘게 일하다가 잠시 본부중대 중대장의 호출로 자리를 비웠다.

그러다가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다시 인사과로 복귀했다.

혼자 인사과를 지키던 박임청 상병이 거수경례로 그를 맞이했다.

"충성!"

"충성. 너 혼자냐? 다른 애들은?"

"밥 먹으러 갔습니다."

"그래? 넌?"

"저는 먼저 가서 먹고 왔습니다."

근무 교대 개념이었다.

점심시간에도 쉬지도 못하고 일해야 한다. 이것이 1075대대 인사과의 고충이었다.

"너희가 참 고생이 많다."

"인사장교님도 고생이시지 않습니까?"

"나야 뭐 이게 일이니까. 그나저나 오늘, 신병들 들어온다고 하지 않았나?"

1075대대에 오랜만에 신병이 들어온다.

박임청 상병은 ‘확인해보겠습니다.’라는 말로 대답하고선 빠르게 일정표를 열람했다.

"예. 오늘 들어오기로 예정되어 있는 훈련병들이 있습니다."

"그래? 몇 명이었지?"

"열······ 넷입니다."

"열넷? 많이도 오네."

열 명이 넘는 인원이 1075대대로 전입해 오는 날은 실로 오랜만인 듯했다.

"그동안 신병들이 너무 없지 않았습니까. 하도 인원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을 치니까 이제야 좀 보내주기 시작하는 거 같습니다."

"인원 부족은 우리도 마찬가지지."

본부중대뿐만 아니라 모든 부대들이 지금 병력이 너무 부족하다고 앓는 소리를 계속 내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매번 인사과를 닦달했다.

이것 또한 스트레스였다.

"신병들은 몇 시쯤 온대?"

"오후 2시쯤 될 거 같습니다."

"그래? 그럼 그때부터 신경전이 발발하겠군."

모든 중대들이 어떻게 하면 최대한 많은 신병들을 땡겨갈 수 있을까. 이 궁리로 가득 차 있었다.

머지않아 인사과는 신병들을 데려가기 위한 전쟁터로 변할 것이다.

* * *

1075대대 1중대 행정반.

오늘 당직사병을 맡게 된 1분대 분대장, 전마등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야, 일문아. 나, 당직 로테이션에서 빼주기로 했잖아. 왜 넣은 거야."

"죄송합니다, 전마등 병장님. 요즘 당직 세울 근무자가 너무 없다보니······ 본의 아니게 전마등 병장님까지 순서가 오게 된 거 같습니다."

"그냥 나 말고 다른 애 넣어주면 안 되냐?"

"그건 힘들 거 같습니다."

"왜."

"행보관님께서 전마등 병장님 직접 로테이션에 넣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1중대에선 거역할 수 없는 존재가 두 명 있다.

한 명은 중대장.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바로 행보관이다.

중대장은 계급으로 넘버원. 행보관은 짬밥으로 넘버원이다. 계급과 짬에서 밀린다면, 군말하지 않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이 바로 군대라는 곳이다.

"하아, 돌아버리겠네."

전마등 병장은 짧은 머리를 벅벅 긁적였다.

"인원이 그렇게 없냐?"

"전마등 병장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선임급 후임급 할 것 없이 요즘 인력난······ 아니, 병력난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하긴, 그렇지."

그건 전마등도 인정한다.

그가 속해 있는 1분대도 지금 최소 인원으로 어찌 저찌 분대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 당장 인원이 필요한데, 요 몇 달 동안 신병의 신 자도 구경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러다 보니 남아 있는 병사들만 고생이었다.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이.

행정반에 소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충성!"

"어······ 응? 마등이, 오늘 네가 근무냐?"

"예, 그렇습니다."

"엊그제만 하더라도 당직근무 로테이션에서 빠졌다고 그렇게 좋아하더니만. 3일을 못 가고 다시 당직 달았네?"

"근무자가 없다고 해서 말입니다. 소대장님, 저희 신병은 언제 들어옵니까? 이러다가 부대 없어지는 거 아닙니까?"

소대장은 피식 웃었다.

"오버하지 마라. 아무리 인원이 없어도 설마 중대 단위가 없어지겠냐. 걱정하지 마라. 안 그래도 오늘, 신병 들어온다고 하더라."

"그게 정말입니까?!"

전마등 병장뿐만 아니라 행정병들조차도 귀를 쫑긋 세웠다.

대박 사건이다. 며칠 동안 신병 가뭄 현상을 앓고 있던 1중대에 마침내 신병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소대장님!"

전마등 병장이 간절함을 담아 소대장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최대한 많은 신병들을 끌어오셔야 합니다! 무조건!"

"알고 있어. 걱정하지 마라. 내가 직접 갈 테니까. 그리고 내가 인사장교님하고 좀 친하냐? 사석에서 아마 우리만큼 친한 관계도 없을 거니까 내가 직접 가면 우리 쪽에 신병들 많이 넘겨줄 거다."

소대장은 안심하라고 하지만, 전마등 병장은 내심 불안함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대장의 계급은 소위다.

심지어 1075대대 소대장 라인 중에서 가장 짬이 안 되는 사람이기도 했다.

소대장이 아무리 인사장교와 친하다고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이랴.

군대에선 계급과 짬이 전부인데.

때마침 한 남자가 행정반에 들어섰다.

당당하게 원사 계급장을 달고 있는 풍채 좋은 남자, 1중대 행정보급관이었다.

행보관은 행정반에서 이루어진 대화를 들은 모양인지 먼저 입을 열었다.

"신병들 데리러 가신다면서요?"

"아, 네. 그렇습니다."

"마등이 말처럼 이번에 우리가 신병들 많이 데려와야 하는데······ 제가 직접 인사과로 내려갈까요?"

"행보관님께서 직접 가신단 말씀이십니까?"

"허허, 예. 마침 작업 다 끝나고 할 것도 없었거든요. 그리고 마침 인사과에 볼 일도 있고 하고요."

전마등 병장과 행정병들은 차라리 소대장보다 행보관이 직접 인사과로 내려가는 걸 원했다.

1075대대 주임원사 다음으로 1075대대에서 짬이 높은 사람이 바로 1중대 행보관이다.

원사 계급장이 행보관의 짬밥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나 소대장은 고집을 부렸다.

"아닙니다. 제가 내려가겠습니다. 괜히 행보관님까지 나설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흠······ 그렇습니까?"

행보관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일이 의도대로 잘 풀리지 않아서였다.

행보관은 알고 있었다. 소대장을 내려 보내면 분명 이들이 원하는 신병 숫자를 확보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하나 그렇다고 소대장의 의견을 묵살할 수는 없었다. 계급상으로는 소대장이 행보관보다 위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행보관은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소대장님,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저만 믿으시기 바랍니다! 열네 명 온다고 했으니, 제가 최소 일곱 명은 데려오겠습니다!"

호기롭게 웃으면서 행정반을 떠나는 소대장.

전마등 병장의 인상이 구겨졌다.

"행보관님이 내려가시는 게 좋지 않습니까?"

"아서라. 소대장님께서 저렇게 자신만만해 하시는데 어쩌냐."

"그래도······ 느낌이 영 좋지 않습니다."

그건 행보관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가 직접 나서겠다고 했거늘.

하나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법.

지금이 딱 그러한 경우였다.

* * *

1075대대에 도착했다.

신병들은 더블백을 가지고 바로 인사과로 향했다.

열네 명이나 되는 장정들이, 그것도 짐 한 가득 품은 통통한 더블백들을 하나씩 짊어지고 들어오니 그 넓던 인사과가 금세 꽉 찼다.

인사계 병사들이 의자들을 하나씩 펼쳤다.

인사장교인 장민철 중위가 신병들에게 말했다.

"앉아. 불편하게 계속 서 있지 말고."

"예, 알겠습니다."

등받이조차 없는 의자였지만, 그래도 군용 트럭 뒤에 실려서 온 것보다 엉덩이, 허리가 훨씬 덜 아팠다.

인사장교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빠르게 만졌다.

"어디 보자······ 오! 우리 대대에 처음으로 최우수 훈련병이 배치됐네. 누구지?"

"이병 이강진!"

이강진이 관등성명을 외치면서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실사격 만발, 화생방 최우수 분대, 주간행군과 야간행군 전부 완주. 각개전투에서 연대장님의 기습 훈련 명령에도 불구하고 착실하게 대응해 포상까지 받았다라······."

이강진이 훈련소에서 기록한 업적들을 그대로 쭉 읊어보는 인사장교.

어느새 인사계 병사들도 인사장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완전 A급이잖아?"

"여러 중대에서 엄청 탐낼 신병이지 말입니다."

"인사장교님. 저희 본부중대가 먼저 채가면 안 됩니까?"

"아니면 인사과로 데려오심이······."

인사과의 특권 중 하나가 바로 1075대대에서 누구보다도 빠르게 신병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강진은 인사과에서조차 탐을 낼 정도로 우수한 인재였다.

인사장교조차도 욕심을 내고 싶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우리 인사과 T.O. 벌써 차 있다는 거 모르냐?"

"에이. 한 명 더 받으셔도 상관없지 않습니까?"

"요즘 일 너무 빡셉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병사들은 애원했다.

신병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래야 고참급이 편해지니까.

하나 인사장교의 태도는 완고했다.

"애원해도 안 된다. 저번에 T.O. 늘린 것도 대대장님한테 겨우 부탁해서 얻어낸 건데, 여기에 한 명 또 추가로 우리가 빼돌리면 분명 나, 대대장님한테 불려가서 한 소리 들을 거다. 니들은 편해질지 모르지만, 나는 몇 달 동안 가시방석에 앉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결국 인사장교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본부중대로 끌려갈 뻔했다가 겨우 FA 시장으로 다시 풀려나게 된 이강진.

그는 속으로 쓴웃음을 삼켰다.

‘너무 인기 있어도 문제군.’

어서 1중대 인원이 와서 자신을 데려가기를. 이강진은 그렇게 희망했다.

그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까.

인사과의 문이 열렸다.

동시에 이강진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한 남자가 모습을 보였다.

"충성! 신병 데리러 왔습니다."

1중대 소대장, 성태원 소위다.

이강진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성태원 소위에게 아는 척을 할 뻔했다.

그리웠던 얼굴 중 하나였다.

무슨 일이든 간에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남자. 그러나 꼭 중간에 하나씩 의도치 않은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동정심을 절로 불러일으키는 타입이기도 했다.

그래도 사람은 참 좋다.

이강진 대신 인사장교가 성태원 소위에게 친근감을 표했다.

"어, 성 소위. 왔어?"

"신병들 왔다는 소식 듣고 찾아왔습니다."

"그래? 아직 몇 명 보낼지 분배 못 했는데, 너무 일찍 왔네."

"그렇습니까? 하하하. 죄송합니다. 제 실수네요."

실수가 아니다. 일부러였다.

신병들을 미리 분배하기 전에 성태원 소위는 1중대 쪽으로 인원을 많이 분배시키게끔 하기 위해 일부러 일찍 인사과를 방문했다.

슬슬 작전에 돌입해야 할 때다.

"인사장교님. 저번에 제가 술 한 번 거하게 쏘지 않았습니까?"

"음? 아아, 저번 주였지."

"그때 인사장교님이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으면 언제든 불러달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랬······ 었나?"

"분명히 그러셨습니다."

성태원 소위의 입 꼬리가 위로 향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저희 쪽으로 인원 좀 많이 분배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음, 1중대라······ 하긴, 1중대에 신병을 너무 안 줬었지. 몇 명 필요해?"

"적어도······."

필요한 인원수를 말하려는 순간.

갑자기 인사과의 문이 열렸다.

한 남자가 들어오면서 인사장교의 이름을 불렀다.

"장민철 중위! 신병 왔다며? 우리한테 많이 좀 줘라!"

"충성!"

인사장교가 바로 일어나 거수경례를 했다.

2중대 소대장, 박우원 중위의 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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