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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11화 (11/347)

회귀했더니 입대 전날 11화

제3화. 종교행사 (1)

전화를 마친 이강진은 서기준 조교와 함께 다시 막사로 돌아갔다.

이미 일광건조를 마친 훈련병들은 막사 안으로 들어가서 쉬고 있는 중이었다.

입구로 들어가려고 하던 순간.

갑자기 한 남자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그걸 전부 주식에 꼬라박으면 어떻게 하냐!"

"······?"

이강진과 서기준 조교의 시선이 한창 화를 내고 있는 남자에게 고정되었다.

중사 계급장을 달고 있는 남자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통화 중인 상대방에게 소리쳤다.

"어휴, 이 녀석아! 언제쯤 정신 차릴래! 내가 진짜 돌아버리겠다, 돌아버리겠어!"

거칠게 통화를 끊어버린 중사의 입에서 무거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서기준 조교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탄약반장님.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어? 뭐······ 그냥 좀 그런 일이 있었어."

신병교육대에서 탄약반장으로 일하고 있는 남자, 이문청 중사.

그는 서기준 조교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담배나 한 대 필까? 거기 뒤에 있는 애는 훈련병이냐?"

"125번 훈련병 이강진. 예, 그렇습니다."

"이강진? 아, 네가 그 소문의 이강진이구나."

이강진에 관한 소문은 훈련병들뿐만 아니라 조교, 그리고 간부들 사이에서도 자자하다.

까다롭기 그지없는 대대장의 기분을 맞춰준 훈련병. 이것 하나만으로도 화제의 인물이 되기에 충분했다.

"혹시 너, 담배 펴? 내가 하나 줄 테니까 필래?"

"아닙니다. 훈련병 신분에서 흡연은 금지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 괜찮습니다."

"오호, 안 넘어오네. 역시 현무중대 에이스야."

이문청 중사는 피식 웃었다.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이강진은 이문청 중사와 서기준 조교를 빠르게 번갈아 살폈다.

‘보아하니 3소대 조교들하고 친한 간부인 거 같은데.’

순간 이강진의 머릿속에 아이디어 하나가 번뜩였다.

"혹시······ 주식 하시는 겁니까?"

조심스럽게 이문청 중사에게 물었다.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나는 예전에 손 뗐어. 동생 녀석이 하고 있는데, 등록금 하라고 준 돈을 주식에 꼴아 박았다고 그러잖아. 이러니 내가 화가 안 나겠어? 그 새끼, 언제쯤 정신 차릴지······ 어휴!"

이문청 중사가 한때 직접 주식을 직접 해봤기에 주식의 무서움 또한 잘 안다. 그래서 더욱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원금도 회수 못하고 손절해야 할 판이다. 이러니 얼마나 짜증이 날까.

"어디에 투자한 겁니까?"

"궁금해?"

"제가 입대하기 전에 금융권에 종사한 적이 있지 말입니다. 그래서 혹여나 탄약반장님께 도움이 될 만한 말을 드릴 수 있을까 해서 여쭤봤습니다.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

이문청 중사의 눈빛이 달라졌다.

"아니, 괜찮아. 그보다 정말로 금융권에서 일했어?"

"예, 그렇습니다."

실제로 금융 관련 회사에서 일해본 적이 있었다. 단, 계단 청소 아르바이트였을 뿐.

"신웅제지라고 하는 곳인데······."

"아, 거기였습니까?"

이강진은 듣자마자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저번 주에 대폭락을 한 종목 중 하나였다. 그러니까 이문청 중사가 이렇게 화를 내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그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답도 없지. 장 열리자마자 그냥 바로 손절하라고 했어."

"안 됩니다, 탄약반장님. 그거, 계속 존버해야 합니다."

"응? 존버하라고? 그게 뭔 뜻인데?"

"무작정 버티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걸 계속 가지고 있으라고?"

예상치 못한 대답에 이문청 중사는 당혹감을 드러냈다.

"화요일부터 다시 회복세에 들어갈 겁니다. 그리고 금요일 때까지 계속 폭등하다가 장 마감되기 1시간 전에 갑자기 또 뚝 떨어질 겁니다. 매도하려면 그전에 해야 합니다."

"그, 그래?"

이문청 중사는 언제부턴가 이강진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번 주 금요일 넘어가면 더 이상 빠져나올 기회 없을 겁니다. 동생 분한테 꼭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 욕심 부리지 말고 이번 주 내로 미련 없이 손절하라고. 그리고 앞으로 신웅제지 쪽은 쳐다보지도 말라고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다음 주 이후로 신웅제지는 당분간 쭉 하향세를 기록할 것이다. 언젠간 올라오긴 하겠지만, 너무 오래 걸린다. 등록금으로 사용하라고 준 돈이라는데, 그때까지 계속 묵혀둘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오랜 고민 끝에 이문청 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차피 바닥 친 주식은 다시 올라오는 법이니까. 지금 팔아봤자 원금 회수도 못하고. 일단 네 말대로 해보마."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문청 중사가 금액적인 이득을 본다고 한들, 이강진에게 수익이 떨어지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득을 볼 수는 있겠지.’

보인다, 보여!

훈련소 생활 편해지는 미래가!

* * *

토요일이 지나고 일요일 아침이 찾아왔다.

훈련병들은 입대 이후 처음으로 일요일을 맞이했다.

물론 이강진은 예외다.

‘주말에 아침 구보가 웬 말이냐, 씨발!’

새벽부터 구보로 땀을 뺀 이강진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식사집합을 한 후에 156기 훈련병들은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을 다시 찾았다.

어제는 군대리아였다.

오늘은 과연?

"······이게 뭐야."

훈련병들의 얼굴에 실망감이 번졌다.

배추김치, 콩나물국, 밥, 김, 그리고 멸치조림까지.

이번에도 부식은 우유가 나왔다.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아침 메뉴였다. 이럴 때 이강진은 매번 해먹던 게 있었다.

대충 식사를 한 후에 이강진은 막사로 복귀하자마자 쟁여뒀던 두 가지를 몰래 꺼냈다.

하나는 우유.

그리고 다른 하나는 건빵이었다.

"철아. 가서 조교 오는지 망보고 있어봐."

"또 뭐 하려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천국을 맛보게 해줄게."

천국을 어떻게 맛본단 말인가. 이강진의 말에 태클을 걸려고 했던 김철이었지만, 일단 궁금하니 시키는 대로 하기로 했다.

잠시 후.

이강진은 방탄모를 꺼냈다.

그러더니 갑자기 방탄모를 들더니······.

콰직!

건빵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백우호가 기겁을 했다.

"이강진!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보고만 있어."

퉁! 퉁! 퉁!

건빵을 잘게 쪼갰다. 미리 꺼내둔 별사탕도 건빵들처럼 방탄모를 이용해 으깨버렸다.

으드득! 으드득!

별사탕이 아니라 별가루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게 으깨버린 이강진.

별사탕 가루를 건빵 봉지 안에 털어 넣은 후.

마무리로 우유를 뜯었다.

어제 챙겼던 바로 그 우유다.

콸콸콸!

과감하게 우유를 투하했다. 어느새 훈련병들은 이강진의 행동에 눈과 귀를 빼앗겨버리고 말았다.

처음에는 이강진이 무엇을 하려고 저러는 것인지 몰랐다.

안에 담긴 내용물을 맛본 이강진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음! 내가 만들었지만, 맛이 참 괜찮네."

"그게 뭔데?"

백우호의 물음에 이강진은 이렇게 답했다.

"건플레이크."

건빵과 콘플레이크의 합성어라고 할 수 있다. 원래는 콘플레이크를 우유에 타먹는 형식이지만, 군대에서는 콘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건방을 잘게 쪼개서 콘플레이크처럼 우유를 타 먹곤 한다.

마무리로 별사탕 가루까지 뿌려주면, 단맛까지 살려줄 수 있다.

이강진이 자대에 있을 때, 오늘처럼 아침 식단이 완전 별로일 때 주로 해먹던 먹거리가 바로 이 건플레이크였다.

오랜만에 만들어본 건플레이크. 그 맛은 여전히 일품이었다.

이강진은 망보느라 고생한 김철부터 먼저 불렀다.

"자, 와서 이거 한 번씩 맛 봐."

김철을 시작으로 백우호, 그리고 주변에 모여든 훈련병들에게 전부 다 한 모금씩 양도를 했다.

이들은 마치 신문물을 접한 원시인 같은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이게 대체 뭔 맛이래?!"

"와, 씨발! 이거 대박인데?"

"건빵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을 줄이야!"

이들의 솔직한 반응에 이강진마저 웃었다.

"대신에 니들, 맛있다고 자대 가자마자 이거 해먹고 그러면 안 돼. 이건 선임이랑 같이 있을 때나 혹은 너희가 짬을 어느 정도 먹었을 때나 만들어 먹어. 몇몇 자대는 이거 못 만들어먹게 통제하는 곳도 있거든. 그러니까 눈치껏 잘 행동해."

자대는 눈치 보기가 생명이다.

해도 될까? 아니면 하면 안 될까? 이런 생각이 들 때에는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군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 * *

이강진 덕분에 2생활관은 건플레이크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오전 10시 반.

이들은 연병장으로 집합했다.

집합이긴 했으나, 평소와 다른 집합이었다.

"자, 모두 주목!"

"주목!"

당직사관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킨 훈련병들.

"지금부터 종교행사를 시행한다. 왼쪽부터 기독교, 불교, 천주교. 이렇게 셋으로 나뉘어서 종교행사 시행할 예정이니 각 종교에 맞춰서 모이도록. 실시!"

"실시!"

입대하기 전에 교회나 절, 성당을 다녔던 훈련병들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바로 줄을 섰다. 그러나 그 외의 훈련병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김철은 일찌감치 기독교에 섰다. 어렸을 때부터 기독교 집안이었다고 했기에 그는 교회 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남은 건 이강진과 백우호뿐.

"강진아. 넌 어디 갈 거야?"

"그걸 왜 물어."

"너 가는대로 가게. 아는 사람 없이 혼자 가면 심심하잖아."

"종교 없어?"

"어. 난 신보다 나 자신을 믿는 그런 남자거든."

말은 참 그럴싸하게 잘 한다.

이강진은 가장 오른쪽을 가리켰다.

"천주교 갈 거다."

"여기 오기 전에 성당 다녔어?"

"아니. 한 번도 안 가봤어."

"근데 왜?"

이강진이 괜히 아무런 생각 없이 천주교를 골랐을 리가 없다. 적어도 백우호는 그렇게 생각했다.

백우호의 예상은 정확했다.

다 생각이 있는 선택이었다.

"여기 대대장이 천주교 신자거든."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

"상관 있지. 너, 콜라 좋아하냐?"

"당연히 좋아하지!"

군에 입대하고 나서 특히나 더 좋아졌다.

콜라든 뭐든 좋으니까 시원한 탄산음료 하나 꿀꺽 마셔보는 게 백우호의 작은 소원이었다.

이강진은 백우호의 소원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다른 곳은 초코파이 하나 주고 끝이거든. 근데 여긴 대대장이 천주교라서 그런지 지원이 엄청 빠방해. 기독교, 불교에서 안 주는 콜라도 천주교에서는 주거든. 게다가 초코파이도 원 플러스 원으로 하나 더 준다."

"헉! 지, 진짜?!"

"진짜지."

먹을 것으로 훈련병을 개종까지 시킬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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