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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8화 (8/347)

회귀했더니 입대 전날 8화

제2화. 신병교육대, 입소! (3)

최만보 조교가 들어와서 훈련병들에게 수통, 판쵸우의, 탄띠 결합 방법 등등에 대해 설명했다.

하나 이강진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어차피 다 아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백우호가 김철이 해맬 때, 이강진은 그저 옆에서 도와주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잠시 뒤.

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아. 행정반에서 알립니다. 5분 뒤, 저녁 식사가 예정되어 있으니 전 병력은 막사 아래로 집합하시기 바랍니다.

훈련소에서 맞이하는 첫 식사 시간!

훈련병들은 나갈 준비를 서두르면서 기대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훈련소 밥은 그래도 보충대보단 맛있지 않을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러나 이강진은 백우호, 김철의 추측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 맛없다. 똑같아. 군대 밥은 거기서 거기라고."

그나마 자대 쪽이 훈련소, 보충대보다 맛있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비교에 불과하다. 맛없는 건 다 같다.

막사 아래로 내려간 뒤에 조교의 통제에 따라 훈련소 식당으로 이동했다.

그래도 보충대 식당보다는 깔끔해 보였다.

‘하아. 이 버러지 같은 곳에 또 오게 되다니.’

이강진은 남몰래 한숨을 삼켰다.

2생활관 인원들은 처음도, 마지막도 아닌 어중간한 입장 순서를 배치 받게 되었다.

식판을 들고 배식을 받았다.

오늘의 부식은 떠먹는 요구르트.

백우호의 눈이 반짝였다.

"아싸!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데! 운 좋네!"

먹을 것 하나에 이렇게 행복해질 수가 있다. 이것이 군대의 위력이다.

백우호가 떠먹는 요구르트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철이 자기 것을 내밀었다.

"내 것도 먹을래?"

"응? 그래도 돼?"

"어. 사실 나, 이거 먹으면 바로 신호가 오거든."

"신호가 뭔데?"

"밥 먹을 때 하기엔 좀 비위 상할 이야기인데······."

그제야 백우호는 김철이 말한 ‘신호가 온다.’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강진아. 너도 철이처럼 그거 먹으면 막 배가 아프다거나 그러진 않아?"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으로 묻는 백우호였다. 떠먹는 요구르트를 상당히 좋아하는 듯했다.

이강진은 피식 웃었다.

"내 장은 튼튼하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아침에 나오는 우유도 매번 마실 정도다.

하나 이런 이강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군대리아’다.

자신의 입맛대로 햄버거를 만들어서 먹을 수 있도록 나오는 식단을 가리켜 군대리아라고 한다.

희한하게 아침에 군대리아를 먹으면 꼭 화장실을 방문하게 된다.

맛은 있다. 하지만 장 트러블을 동반하는 맛이다.

이미 병장 만기 제대까지 한 이강진이지만, 군대리아와 엮인 이 미스테리는 아직도 풀지 못했다.

* * *

식사를 마치고 난 후에 3소대 조교가 들어와 훈련소 내무 생활에 대한 기초 사항들을 알려줬다.

"슬리퍼 신고 막사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는다. 그리고 행정반에 방문할 일 있으면 자신의 관등성명을 대면서 들어온다. ‘충성! XXX번 훈련병 XXX! 행정반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라고 짧게 신고를 하고 들어오면 된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취침시간 이후에는 절대로 돌아다니지 않는다. 화장실 같은 급한 용무가 있으면 혼자 가지 말고 항상 불침번과 함께 갈 수 있도록 한다. 꼭 명심해라. 만약 이것을 어길 경우, 벌점을 부여하겠다."

"네!"

훈련소에는 상벌점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상점을 많이 받은 훈련병에게는 두 가지 특권이 주어진다. 이강진이 입소식 때 받았던 전화 통화의 기회, 그리고 PX 이용권. 이렇게 두 가지 기회를 거머쥘 수 있게 된다.

벌점은 이와 반대다.

벌점이 많이 누적된 훈련병들은 주말에 군기교육대에 끌려가게 된다. 남들 다 쉴 때, 벌점을 많이 받은 훈련병들은 완전군장을 한 채 땡볕 아래에서 연병장을 빙글빙글 돌아야 한다.

물론 얼차려는 기본 옵션이다.

"2주차부터는 외곽근무에 투입될 예정이니 그리 알도록. 자세한 건 개인화기 불출한 다음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개인화기라는 말에 백우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야, 강진아. 개인화기가 뭐야?"

"총 말하는 거야."

"아······!"

19사단 신병교육대에선 기본적으로 K-2를 사용한다.

자대에 가게 될 경우에는 특수보직에 종사하는 병사에 따라서 K-1을 사용하는 사람도 볼 수 있다.

하지만 19사단 훈련병들은 예외 없이 전부 K-2다.

‘오랜만에 K-2 만져보겠네.’

판쵸우의와 방탄모, 탄띠, 수통, 그리고 K-2까지.

그야말로 종합 선물 세트다.

하지만 받아도 기쁘지 않은 선물들이기도 하다.

* * *

훈련소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

기상나팔 소리와 함께 훈련병들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새벽 6시가 되자마자 칼 같이 눈이 떠진 이강진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모포와 매트리스를 접었다.

발을 이용해 그것들을 안쪽으로 쭉 밀어 넣은 후에 바로 전투화를 신었다.

이강진이 전투화를 신을 때즈음, 훈련병들은 그제야 전투복을 꺼내 입기 시작했다.

‘느리네, 느려.’

하나 이강진이 착각하는 게 있었다.

남들이 느린 게 아니다.

이강진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것이다.

다른 훈련병들이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을 때, 이강진은 전투화를 신은 채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원래 이대로 누우면 안 된다. 하지만 이강진이 누군가. 전(前) 말년병장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행동이 나왔다.

"야, 강진아."

백우호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 있다가 들키면 벌점 먹어."

"······어차피 조교들 안 와."

3소대 조교들은 다른 조교들에 비해서 약간 느슨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 이강진은 일부러 3소대를 택했다.

훈련병들이 한두 명씩 나가기 시작할 때가 되어서야 이강진도 슬슬 나갈 준비를 했다.

넓은 연병장이 훈련병들로 가득 채워졌다.

당직사관을 맡았던 소대장이 단상에 올라섰다.

"부대 차렷!"

조교의 말에 따라 훈련병들은 일동 차렷 자세가 되었다.

거수경례가 끝난 뒤, 소대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금일 아침 점호는 본 당직사관이 직접 실시한다. 간밤에 다들 잠은 잘 잤나!"

"예!"

"좋아. 전체 뒤로 돌앗!"

당직사관의 명령에 따라 동시에 뒤로 돌았다.

아직 제식 동작이 익숙하지 않다보니 도는 타이밍이 제각각이었다.

"전방에 힘찬 함성, 5초간 발사!"

"아아아아아아아아!!!"

잠에 취한 목소리, 가라앉은 목소리, 쉰 목소리 등. 다양한 형태의 목소리가 아우러져 처절한 하모니를 자아냈다.

이후에 당직사관은 훈련병들에게 새로운 것을 교육시켜줬다.

"앞으로 너희가 알아야 할 게 있다. 우리의 결의, 그리고 국군도수체조. 이 두 가지를 교육하겠다. 조교 앞으로."

조교가 단상 위로 올라왔다.

"우리의 결의부터 먼저 읊어보도록."

"우리의 결의! 우리는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하는 대한민국 육군이다! 하나!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조국통일의 역군이 된다! 둘! 우리는 실전과 같은 훈련으로 지상전의 승리자가 된다! 셋······."

조교는 막힘없이 우리의 결의를 쭉 읊었다. 반면, 훈련병들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저게 뭐여?’ 하는 그런 표정들이었다.

하나 이강진은 알고 있었다.

심지어 조교가 우리의 결의를 읊을 때, 이강진은 같이 따라하는 자신의 모습을 뒤늦게 발견했다.

‘이강진, 이 미친놈아! 이걸 왜 기억하고 있냐!’

자기 자신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몇 십 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의 결의가 머리에 남아 있다니. 자신의 기억력을 저주하고 싶을 정도였다.

당직사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방금 알려준 우리의 결의는 너희가 군생활을 끝마칠 때까지 계속 하게 될 것이니 잘 기억해두도록 해라. 그러면 다음, 도수체조 교육에 들어간다."

오늘의 아침 점호는 꽤 길어질 것으로 보였다.

* * *

우리의 결의와 육군도수체조까지 모두 마쳤다.

아직 기초군사훈련은 시작도 안 했는데, 훈련병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 정말로 끝났나? 하는 생각이 들 때였다.

"자, 이제 마지막이다."

당직사관의 한 마디에 훈련병들은 경악했다.

하나 놀라기엔 아직 일렀다.

"전원 상의 탈의한다, 실시!"

"······?!"

"오, 옷 벗으라니······."

"이 날씨에?"

훈련병들은 적지 않게 당황했다.

아직 1월이다. 칼바람이 훈련병들의 맨살을 찢을 기세로 불어 닥치고 있는 와중에 상의를 탈의하라니.

정말로 옷을 벗어야 하나 망설이는 훈련병들에게 당직사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당직사관의 말이 안 들리나! 지금 당장 상의 탈의한다! 실시!"

"시, 실시!"

상관의 명령에 복종한다.

우리의 결의에도 나와 있는 말이다.

마지못해 옷을 벗은 병력들.

놀랍게도 당직사관 또한 상의를 탈의하고 스스로 인솔자를 자처했다.

이강진은 그런 소대장을 보면서 속으로 쓴웃음을 삼켰다.

‘열정이 아주 넘치는 소대장이네.’

조교들과 다르게 3소대 소대장은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어쩌면 장교 중에서 가장 막내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전체 뛰어!"

"엇!"

앞으로 달려 나갈 자세를 취하는 훈련병들.

"하나! 둘! 셋! 넷! 하나둘셋넷, 하나둘셋넷! 왼발! 왼발! 왼발! 왼발!"

구령에 맞춰서 내뻗는 발도 맞춰야 한다.

여기에 소대장은 또 하나의 시련을 내려줬다.

"이동 중에 군가 한다! 군가는 멋진 사나이! 군가 시작, 하나, 둘, 셋, 넷!"

706보충대에서 유일하게 알려준 군가, 멋있는 사나이.

아침 구보를 하는 와중에도 훈련병은 목이 터져라 군가를 불러야만 했다.

"멋있는! 사나이! 많고 많지만!"

"바로 내가! 사나이! 멋진 사나이!"

"싸움에는 천하무적! 사랑은 뜨겁게! 사랑은 뜨겁게!"

"바로 내가 사나이다! 멋진! 사나이!"

군가가 거듭될수록 훈련병들의 목소리가 점차 잦아들고 있었다.

소대장이 이걸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목소리가 작다! 더 크게 안 하나!"

이제는 더 이상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다.

악을 쓰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부스스한 모습으로 컴퓨터 앞에 앉거나 아니면 티비를 보면서 늦장을 부리던 게 일상이었건만. 새벽 6시에 칼 같이 기상해서 군가를 부르며 아침 구보를 뛰는 자신의 모습을 과연 상상이나 했을까.

천만에.

군대는 늘 그렇듯 상상 이상의 것을 선사한다.

재입대를 한 이강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좆같은 건 여전하네! 이 개 같은 군대!’

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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