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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입대 전날-2화 (2/347)

회귀했더니 입대 전날 2화

제1화. 회귀했더니 입대 전날 (1)

‘침착하자, 침착해!’

이강진은 일단 심호흡을 크게 내쉬었다.

다시 한 번 날짜를 확인했지만, 틀림없다.

입대하기 하루 전날로 회귀하고 만 것이다!

입대까지 채 24시간이 남지 않았다.

‘아니지. 내일 입대한다고 반드시 1년 10개월 썩다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

훈련소에 입소하기 전에 3일 동안 보충대에서 피복을 지급받고 기타 추가 검사를 진행한다.

그곳에서 다시 재검사 판정을 받으면 된다!

아직 희망이 있어 보였다.

일단 그전에 이강진은 노트북을 꺼내들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돈 30만원으로 산 싸구려 노트북이었기에 인터넷 창 하나 켜는 데에만 하더라도 로딩 시간만 1분이 넘게 걸렸다.

이강진은 일단 주식 사이트에 들어갔다.

‘뭐 이딴 쓰레기 종목에 돈을 넣어뒀냐, 멍청한 녀석아.’

과거의 이강진은 주식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있었다.

깔끔하게 손절한 후에 다른 종목을 찾아보기로 했다.

‘지금 시기에 사기 딱 좋은 종목이······.’

일단 모아둔 돈을 전부 다 주식에 투자하기로 했다. 위험부담은 없다. 이강진이 사두는 것은 앞으로 반 년 동안 묵혀두면 최소 50% 이상 먹는 것들뿐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미래의 흐름이 그대로 간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부랴부랴 사두긴 했지만, 당장 내일이 걱정이다.

‘씨발, 내일 입대하게 될 줄이야.’

어떻게 하면 훈련소에서 튕겨나갈 수 있을까.

똥이라도 지려야 하나.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가서 적당히 임기응변으로 대처해보면 되겠지.’

각오를 굳히기로 했다.

어렵게 거머쥔 회귀의 기회다! 어차피 가야 할 군대라고는 하지만, 지금 당장은 싫다. 목돈 정도는 모아두고, 어머니가 경제적으로 불편함 없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준 뒤에 미련 없이 군 입대를 하고 싶다.

‘갑자기 담배가 땡기네.’

책상을 뒤져봤지만 담배는 보이지 않았다.

냉장고 안에 그 흔한 술도 없었다.

‘하긴······ 20대의 나는 술담배는 거들떠도 안 보던 녀석이었지.’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술과 담배 없이는 못 사는 인생이 되어버린 걸까.

이강진은 자조 섞인 웃음을 흘렸다.

* * *

입대 당일이 찾아오게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강진은 바로 주식 프로그램을 켠 후에 추가로 돈을 넣고 어제 샀던 종목들을 추가로 매수했다.

이것으로 일단 안심이다. 좀 더 거액의 돈을 밀어 넣고 싶었지만, 이강진이 가진 돈이 없었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모아둔 돈까지 전부 다 끌어오고 싶진 않았다. 성공이 보장된 투자이긴 하지만, 주식에 돈 전부 꼴아 박겠다는 말을 하는 순간 이강진은 어머니로부터 등짝 스매싱을 맞을 게 뻔했다.

어차피 상관은 없다. 이강진이 가지고 있는 돈을 불리면 되니까.

‘이제 이다음이 문제군.’

이강진이 입대할 곳은 706보충대다.

훗날 가면 706, 202 보충대가 없어진다. 2014년에 없어지니, 이강진은 막차 직전에 차에 오른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 거지 같은 곳에 다시 가게 되다니.’

지금도 선명한 군대의 기억.

그리고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개 같은 추억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냥 무시하고 안 가버리면 되긴 하지만, 갑자기 이강진이 입대일 당일에 안 가겠다고 폭탄 발언을 해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어머니에게 걱정을 끼치게 되는 꼴이 된다.

‘어차피 갔다가 다시 나오면 되니까.’

그러고 나서 다시 신검 받고, 당분간 계속 입대를 미루면 된다. 그러다보면 공익으로 빠질 수도 있고, 상근도 가능할지 모른다.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긍정적으로!’

이강진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사지 못하는 ‘시간’과 ‘젊음’을 손에 거머쥐게 되었다. 아직 젊은 그에게 기회는 언제든 열려 있다.

사복을 차려입은 이강진은 어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다녀올게요, 엄마."

"정말 내가 같이 안 가도 되겠니?"

"곧 식당 나가셔야 하잖아요.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몸 건강히 잘 다녀올게요."

어차피 3일 이내에 다시 돌아올 집이다.

하나 속사정을 모르는 그의 어머니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잘 다녀오렴. 몸 건강하고."

이강진은 조용히 어머니를 안아줬다.

‘갔다 와서 꼭 효도할게요.’

군 입대만 어떻게 해결하면, 이강진을 기다리는 건 이제 성공밖에 없다.

보란 듯이 성공하리라!

* * *

조국은 그대를 원한다!

‘원하긴 개뿔. 노예를 필요로 하는 거겠지.’

이강진은 보충대 입구에 쓰여 있는 문구를 보면서 비웃음을 삼켰다.

주변에는 이강진과 마찬가지로 짧은 머리를 한 장정들이 각각 가족, 친구, 애인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이강진은 혼자였다.

하나 혼자여도 딱히 상관없었다.

‘이미 익숙해졌으니까.’

학교 졸업식에서도 늘 혼자였다.

그렇다고 바쁜 어머니에게 졸업식까지 와 달라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고독한 늑대와도 같은 삶을 살아왔던 이강진. 하지만 군대는 그런 이강진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진짜 별의별 미친 인간들이 다 있었지.’

아직도 떠오르는 선임들의 이름.

만약 이대로 입대한다면, 이강진은 그들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착한 선임도 있었지만, 상 또라이 같은 자들도 많았다.

‘어차피 만날 일도 없어.’

이강진은 장정들 중에서 유일하게 여유 넘치는 미소를 띄고 있었다.

오후 2시가 되자, 장정들이 연병장에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는 장정들. 이들과 다르게 이강진은 미련 없이 연병장으로 향했다.

‘맨 앞은 싫어.’

그렇다고 맨 끝도 안 좋다.

경력직(?)인 이강진은 군대생활을 슬기롭게 잘 해쳐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중간이 딱 좋다.

어중간한 내 자신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너무 잘해도, 너무 못해도 안 좋다. 잘하면 행보관의 1픽이 되는 거고, 못하면 관심병사 낙인이 찍힌다.

줄도 마찬가지다.

이강진은 딱 중간 즈음에 줄을 섰다.

단상에 군 간부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입소식이 시작된 것이다.

입소식은 거창하지 않다. 식순 몇 개 진행하고, 마지막으로 부모님을 항해 작별인사의 의미를 담은 거수경례를 하면 된다.

"부대 차렷!"

장정들의 차렷 자세는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그 와중에 이강진만 각이 잡혀 있었다.

몸이 알아서 반응한 것이다.

"부모님께 대하여 경롓!"

"충! 성!"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아들들이 부모님께 마지막 작별인사를 건넸다. 가족들은 오열했다. 그들 중에 이강진의 가족은 없었다. 그래도 이강진의 작별인사는 저들 중 누군가가 받아줬으리라.

입소식이 끝나고 난 후에 장정들은 오와 열을 맞춰 훈련소로 향했다.

강당으로 들어가는 순간, 상냥한 미소를 짓던 조교들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오와 열 안 맞춥니까!"

"고개 똑바로 들고 걷습니다!"

"지금 수련회 왔습니까!"

갑자기 언성을 높이는 조교들의 모습에 장정들은 당황스러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강진은 이걸 미리 알고 있었다.

‘입소식 다 끝났다, 이거지.’

입소식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천사 같은 모습을 보여주던 그들이지만, 사실 조교들의 정체는 천사의 탈을 쓴 악마 그 자체였다.

"앞으로 밀착!"

"복명복창 안 합니까! 앞으로 밀착!"

장정들은 말을 더듬으면서 앞 사람과의 간격을 최대한 좁혔다.

이후에 이들은 대중목욕탕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작은 간이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단상에 중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올라섰다.

"오늘의 일정에 대해 알려주겠다. 우선 제식 교육을 받을 거다. 제식 이후에 각종 검사를 실시하면서 보급품 나눠줄 테니 조교들 통제에 잘 따르도록. 알겠나."

"알겠습니다."

"목소리가 작다. 알겠나!"

"아, 알겠습니다아아!!!"

군대에선 목소리가 생명이다. 이강진은 그걸 잘 알지만, 일부러 목소리를 내진 않았다.

‘귀찮게 하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잠시 후. 이들은 보급품을 받기 위해 장소를 이동했다.

일렬로 나란히 서 보급품을 받기 시작했다.

사이즈를 말하면, 보급병이 알아서 피복과 생활복 등을 준다.

"105입니다."

"105······ 자, 여기."

"감사합니다."

이강진의 손에 전투복이 놓였다.

순간 이강진은 무의식적으로 욕을 내뱉을 뻔했다. 군복과 전투화를 손에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이후에 이들은 생활관으로 향했다.

한 생활관에 30명씩. 장정들은 생활관을 보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티비 없어?"

"티비가 문제냐. 진짜 이런 마룻바닥에서 자라는 거야?"

"우리가 다 누울 수는 있나?"

이강진은 장정들의 불평불만에 헛웃음을 삼켰다.

군대에 불가능이란 없다. 나중에는 알아서 다 적응할 것이다.

생활관으로 들어온 조교가 전투복, 전투화 착용 요령과 번호표를 다는 방법 등을 설명해줬다.

분명 설명을 해줬건만. 해매는 장정들은 꼭 있다.

하지만 이강진은 능숙하게 잘 해냈다.

장정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고무링에 전투복 바지 끝단 접어서 넣기도 완벽하게 해냈다.

조교는 이강진을 보자마자 그를 불렀다.

"125번. 이쪽으로 와 보도록."

"125번 훈련병, 이강진! 네!"

"······음?"

조교는 순간 의아해 했다. 아직 관등성명 말하는 법조차 안 알려줬다. 그런데 이강진은 알아서 관등성명을 외쳤다.

순간 이강진은 속으로 ‘앗차!’ 싶었다.

"내가 관등성명 말하는 법도 알려줬었나?"

"그, 그냥 군대 미리 가 있는 친구 흉내내본 겁니다!"

"그래?"

조교는 일단 넘어가기로 한 모양인지 이강진을 생활관 복도 가운데에 세웠다.

"지금 125번 바짓단을 보도록. 아주 모범적인 케이스다. 다들 125번만 보고 이대로 따라만 하면 된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 군 생활 너무 잘 하면 안 되는데.’

일부러 폐급인 척 연기하려고 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너무 척척 해내버리고 만 것이다.

이러면 이강진의 퇴소 작전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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