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술사 도로테아-218화 (218/242)

218화

생애 첫 심부름을 하고 돌아온 루크를 보는 남자의 얼굴이 굳었다.

영문을 알 수 없던 황자가 말없이 그를 응시하자, 이윽고 굳게 닫혀 있던 입술이 열렸다.

“설마하니, 정말 찬물만 가져오셨습니까?”

“……?”

“더운물도 가져오셨어야지요. 아이가 이토록 아픈데 어찌 가져오란다고 찬물만 가져오실 수가 있습니까. 물주머니에 얼음을 좀 채워 오시고, 더운물도 따로 준비해 주십시오.”

처음 그의 부름을 받고 막사로 따라나설 때만 하더라도 조심스럽기 짝이 없던 벤의 태도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소녀를 향한 눈길은 여전히 다정하고 애틋했으나, 기껏 심부름씩이나 하고 돌아온 황자를 대하는 태도는 퍽 냉정하고 불손했다.

루크의 눈이 굳게 닫혀 있는 막사의 문을 흘끗, 바라봤다.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막사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태도가 이토록 변했단 말인가.

끙끙 앓아누워 있던 도로테아가 별안간 벌떡 일어나 그의 욕을 한바가지 퍼붓지 않은 이상, 단시간에 이토록 사람이 바뀐 것처럼 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황당함에 멀거니 서 있는 사이, 루크의 품에서 물건들을 낚아채 온 벤이 자연스레 덧붙였다.

“추가로 실크처럼 부드러운 천도 가져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얼결에 본인의 막사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그 앞에서 다시 내쫓긴 루크가 눈을 부릅뜨고 막사 안을 노려보았다.

그 아비에 그 딸이라더니. 저 부은 간덩이는 유전이라도 된다던가.

루크가 심기 불편한 얼굴로 다시 창고를 찾자, 겨우 숨을 돌리던 보초가 다시 뻣뻣하게 굳었다.

본디 황자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나눠 받은 물자 내에서 견뎌 내는 편이었던 지라, 직접 창고를 찾아 요구하는 일이 드물었다.

그런 그가,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창고를 찾은 것이 오늘 밤만 벌써 두 번째였다.

‘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창고지기가 긴장으로 손발이 덜덜 떨리거나 말거나, 그의 사정은 안중에도 없는 루크는 묵묵히 벤이 요구한 것들을 찾아 막사로 가져갔다.

그렇게 정성 어린 돌봄 끝에, 소녀는 동이 틀 무렵 즈음 사나운 악몽에서 벗어났다.

줄곧 그녀의 곁을 지키던 벤은 한결 안정된 얼굴과 고른 숨소리를 확인하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황자 전하.”

막사 바깥에 기대어 서 있던 루크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어딘가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벤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해.”

“아이가 잠을 설치는 것이 걱정되는 마음이야 이해합니다만, 어찌하여 저를 부르셨는지 그 까닭을 알고 싶습니다. 평소 아이와 가까이 지내던 다른 이들도 많았을 텐데요.”

“…….”

루크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담담한 벤의 얼굴을 훑었다.

무언가 눈치를 챘기 때문에 건네는 질문인지, 순수한 궁금증인지 구분이 가질 않았다.

‘뭐 어느 쪽이든 나와는 크게 상관없지만.’

필사적으로 정체를 숨기고 있는 것은 도로테아지, 그가 아니었다.

설령 소녀가 누구인지 들통이 난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저 조그마한 몸뚱이에 도로테아의 혼을 집어넣은 것은 자신이 아닌데.

그렇지만……

밤새도록 식은땀에 절어 입을 벙긋거리던 소녀의 파리한 안색을 떠올린 루크가 고개를 돌렸다.

“그저.”

툭, 하고 말을 내뱉고는 잠시 뜸을 들인 그가 이내 답을 이었다.

“쓸 만한 인간이라고 생각했기에 데려온 것뿐이다.”

“그렇습니까.”

루크를 지그시 바라보던 벤이 고개를 돌렸다.

소녀만큼은 아니지만, 곁에서 밤을 샌 그의 얼굴에도 피로감이 묻어났다.

“열은 대강 내린 것 같으니, 목이 마르다고 할 때마다 목을 축이게끔 물만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깨고 나면 적당히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좀 챙겨 주시지요.”

응당 그래야 한다는 듯, 살뜰하게 보살펴 줄 것을 당부한 벤의 말에 루크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러나 그가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벤은 이미 몸을 돌려 멀어져 가고 있었다.

잠시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던 루크가 천천히 막사 안으로 들어섰다.

지난밤과는 달리 평온한 얼굴로, 보송보송한 새 이부자리에 누워 잠든 도로테아가 보였다.

‘상전이 따로 없군.’

정작 본인의 막사에서 한숨도 눈을 붙이지 못했던 루크는 멀찍하게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눈을 붙였다.

어떤 의미로는 평온하고 고요한 아침을 맞고 있는 전장의 새벽.

하지만 각국에서는 예의 연극에서 일컫던 ‘첫 번째 재앙’의 막이 서서히 오르고 있었다.

*   *   *

물먹은 솜처럼 무겁던 눈꺼풀을 밀어내자, 흐릿했던 앞이 차츰 선명해졌다.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몸 곳곳이 저리고 아팠다.

지난밤 그녀를 찾아왔던 사나운 꿈자리를 어렴풋이 떠올리며 몸을 일으키자, 덮여 있던 이불이 스르르 내려갔다.

이곳에서는 보기 힘든 부드러운 모피로 짜인 이불이었다.

도로테아는 고개를 들어 형체도 갖추지 못한 채 이곳저곳을 떠도는 희끄무레한 영체의 조각들을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누군가의 헛짓으로 잠시나마 가질 수 있었던 고요는, 마치 물거품처럼 허무하게 사라졌다.

스스로의 선택이었으니 누구를 원망하겠냐마는.

고개를 들자, 막사 한구석에 기대어 잠이 든 황자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 보송보송한 이불과, 밤새 곁을 지키던 인기척은 그의 것이었던 모양이다.

“꽤 기특한 짓을 하잖아.”

그럼 상을 줘야지.

좀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 몸에 덮여 있던 모피를 질질 끌어 그의 위에 덮어 준 도로테아는, 손을 뻗어 그의 주변을 맴돌던 쓸데없는 잡귀들까지 쫓아내 줬다.

그러고는 몸을 일으켜 조용히 막사를 벗어났다.

평화롭고 조용하던 막사 안과는 달리 바깥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무거운 자재들을 잔뜩 짊어진 채 잰걸음으로 향하던 남자가 멍하니 선 도로테아를 보고서 짜증스레 쏘아붙였다.

“비켜! 예서 괜히 가는 길 막지 말고!”

신경이 잔뜩 곤두선 이가 그 말과 함께 소녀를 밀치듯 툭, 밀어냈다. 도로테아의 기억에는 없는 이였다. 이곳에 최근 합류했거나, 이제껏 다른 부대에 있어 얼굴을 마주할 일이 없었던 인물인 듯했다.

불의의 일격에 도로테아가 비틀거리자, 누군가가 뒤에서 자연스레 그녀의 몸을 잡아 주었다.

“이런, 괜찮니?”

도로테아를 내려다보며 부드럽게 물어본 기사는 이내 밀쳐 낸 장정을 향해 근엄하게 나무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무슨 짓인가.”

“……송구합니다.”

땀으로 범벅이 된 남자가 일그러진 얼굴로 고개를 굽혔다.

짊어진 흙의 무게가 너무 많아, 허리를 굽히는 것조차 벅차 보이건만 기사는 장정의 그런 사과가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네가 이해하거라. 원체 성질머리가 더러운 이들이라, 도무지 갱생의 여지가 없구나.”

혀를 쯧, 하고 차는 기사의 얼굴은 꽤 젊어 보였다.

“급조되어 군에 합류한 이들에게 기사도를 바랄 수 없다고는 하나, 그래도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할 텐데.”

고개를 흔드는 얼굴에는 도로테아를 향해 신경질을 부려 댄 장정이 한심하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도로테아는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되어 비틀대며 걸어가는 남자에게서 고개를 돌려, 깨끗한 기사복을 입고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멀끔한 얼굴로 본인보다 나이가 서넛은 더 먹었을 남자를 가르치려 드는 젊은 기사를 올려다보았다.

“저분들은 뭘 하고 계시는 거예요?”

자신의 혼잣말에 반응하는 대신, 궁금한 것을 묻는 도로테아의 말에 일순간 얼굴을 흐렸던 기사가 다시금 다정하게 답해 주었다.

“임시 방호벽을 쌓고 있지. 어젯밤 숲에서 연이어 굉음이 들렸으니, 혹시 모르는 일이잖니.”

굉음이라.

아마도 연이어 명계의 문을 여닫느라 그 기운을 견디지 못한 지축이 흔들린 모양이었다.

“너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어젯밤부터 내리 쌓아 올렸으니 금방 완성될 게야. 그럼 훨씬 안전해질 테지.”

안전이라는 단어만큼 전장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또 있을까.

혹여 전투가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밤새도록 병사들을 부려 고작해야 산짐승 정도나 막을 수 있는 진지를 구축했다는 사실이 우습기만 했다.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그 여유 없는 얼굴들이야말로 가장 최전선에 서야 할 이들인데.

그들의 체력을 이토록 빼놓고서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젊은 기사는 도로테아의 침묵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어리둥절함에서 나왔다고 여기는 건지, 품을 뒤적여 무언가를 꺼냈다.

새빨갛게 잘 익은 사과였다.

“자아, 먹고 싶지 않니?”

내밀어진 사과를 향해 손을 뻗은 순간, 사과를 쥔 남자의 손이 멀어졌다.

남자는 생글거리며 그녀를 꾀듯 은근한 목소리를 냈다.

“나는 너와 내가 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니?”

눈을 끔뻑이자, 그의 품에서 반짝이는 작은 단추가 튀어나왔다.

고급스런 세공으로 보건대, 어느 호화로운 의복에 달려 있던 장식으로 보였다.

어린아이들이라면 확실히 혹할 만한 물건이겠지.

“저랑 친구가 되고 싶으세요?”

반짝이는 금붙이를 지그시 바라보다 묻는 도로테아를 향한 남자의 웃음이 짙어졌다.

말쑥한 외모에 적당히 세련된 차림새와 더불어 작위가 있는 기사라면 황도에서도 적당히 인기를 끌었을 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있다는 것은 누군가의 미움을 샀거나, 혹은 스스로가 가진 욕심에 비해 손에 쥔 것이 너무 적기 때문이겠지.

어느 쪽이든 간에 도로테아에게 접근한 까닭은 명확했다.

“메릴린 언니와 친해지고 싶으세요?”

“하핫.”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운 표정을 짓긴 했지만, 한순간 기사의 눈에 번뜩임이 스쳤다.

기다렸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녀는 꽤 매력적인 사람이잖니.”

키엘이 생각보다 훨씬 잘 움직여 준 모양이었다.

그 콧대 높은 귀족가 자제들이 메릴린에게 혹하게끔 만든 셈이니까.

“기사님이 원하신다면 그렇게 될 수 있어요.”

도로테아가 사과와 금붙이를 받아 든 채 생긋 웃었다.

“저는 이런 것들을 몹시 좋아하거든요.”

한 번도 마다한 적 없을 만큼.

도로테아의 눈이, 기사의 등에 업힌 채 금붙이를 노려보고 있는 희끄무레한 여인의 형체를 바라보았다.

이미 반쯤은 원귀가 된 여인의 울음소리는 처연하고도 날이 서 있었다.

“저는 언니들을 좋아하니까요. 아마 원하시는 대로 우리는 아주 가까워질 수 있을 거예요.”

언니들이라니.

다소 어리둥절한 말에 눈을 데굴데굴 굴리던 기사는 이내 웃으며 소녀의 말을 대충 넘겼다.

어린아이의 말이야 늘 엉뚱한 구석이 하나씩은 있는 법이니까.

‘제대로 배워 먹지도 못한 아이가 어찌 문법을 제대로 지키겠어.’

주워 담아 배운 말들로 대화를 하다 보니 그런 것일 테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서던 그가 별안간 쭈뼛 돋은 소름에 흠칫했다.

뒤를 돌아봤지만, 이미 소녀는 그 자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   *   *

그 무렵, 요새의 일을 처리하는 동시에 리안에게 일을 가르치느라 하루가 다르게 늙어 가고 있던 우드는 뜻밖의 소식에 고개를 들었다.

“누가 왔다고?”

“하이클레어 가문의 콜린 경이요. 지금 성문 앞에 와 계시다는군요.”

“그가 왜…….”

이처럼 먼 거리를 홀로 달려올 만큼 황도에 큰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좀처럼 직접 움직이는 법이 없는 콜린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우드의 얼굴에 의아함이 감돌았다.

“우선은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워낙에 완강하게 뵙기를 청하고 계셔서요.”

부관의 조심스런 권유에 성문 앞까지 나간 우드가 창백하기 짝이 없는 콜린의 얼굴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말의 상태를 보아하니 출발 이후 제대로 쉬지도 않고 달려온 모양이었다.

원체 약한 몸으로, 이 먼 곳까지 무리해서 와야 할 만큼 황도에 사달이라도……?

“도대체 무슨…….”

“사람들의 시선이 없는 곳으로 갔으면 하는데. 되도록이면 누구도 드나들지 않는 밀실이면 더 좋고.”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잘라 내고 제 할 말만 건네는 콜린의 태도에 옆에 있던 할린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원체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법이 없는 콜린은 그저 형형한 눈으로 우드를 바라보며 답을 기다리기 바빴다.

“잠시.”

콜린을 지그시 바라보던 우드가 앞장서서 지하 감옥 안으로 들어섰다.

켜켜이 잠긴 문을 열고 관에 이름을 새기느라 시간조차 잊고 지내는 초췌한 죄수들이 머무르는 곳까지 다다른 그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여기라면 사람들이 드나들지도 않고, 밖에서 먼저 문을 열지 않는 한 나가기도 힘든 구조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이곳까지 온 이유를 말해 줄 수 있는 겁니까?”

담담하게 묻는 우드를 흘끗, 바라본 콜린이 별안간 품에서 단검을 꺼내, 감옥을 돌아다니던 회색 쥐를 향해 날렸다.

“헙!”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모르고서 지켜보던 죄수가 놀라 파드득 뛰어 올랐다.

평소 피를 보는 것도, 묻히는 것도 혐오하는 콜린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우드가 미간을 좁혔다.

서늘한 얼굴의 콜린이 쥐에게 박힌 단검을 빼며 가리켰다.

“자세히 봐.”

꿀렁꿀렁, 단검이 관통한 자리에서 새어 나오는 검붉은 피가 바닥을 적셨다.

그 광경을 말없이 지켜보던 우드의 눈빛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를 마셔도 몇 잔을 마실 만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쥐는 여전히 꿈틀대고 있었다.

그 조그만 덩치에서 쏟아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바닥을 흥건히 적실 정도로 피를 흘리고도.

“말도 안 돼……!”

곁에 서 있던 이들이 하나같이 경악스러운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콜린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는 듯 여전히 쥐를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이윽고 꿈틀거리던 쥐의 눈이 새빨갛게 물드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그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나왔다.

“키히, 키이이-. 히히히-.”

바람 소리 같기도, 누군가의 높은 웃음소리 같기도 한 그것은 쥐의 울음소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우드가 무거운 목소리로 짐작한 바를 내뱉었다.

비록 자신에게 혼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고, 보이는 눈도 없었지만, 주워들은 것이나 경험한 것이 있으니 지레 짐작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빙의체입니까?”

“그래, 이미 타고난 명이 끝났으니, 육신과 혼의 연결 고리는 희미해졌다. 그러니 자연스레 주변의 잡귀 따위가 육신을 탐하려 드는 게지.”

“…….”

“죽음을 맞이해야 할 존재들이 명운이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건너지 못하는군.”

침음이 흘렀다.

멍하니 꿈틀대며 괴상한 울음소리를 연이어 내는 쥐를 내려다보는 우드에게, 콜린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그 계집은 뭘 하려는 게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길래 이따위 미친 짓을 벌이는 게야?”

어두운 얼굴로 가만히 말을 내려다보던 우드가 무언가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꾹 다물었다.

왜 꼭 그녀가 무언가 했으리라고 생각하느냐, 따져 물을까 싶다가도…… 우리 애가 아니면 대체 누가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겠냐는 묘한 믿음이 그의 속에 새록새록 솟았기 때문이다.

그래, 도로테아 하이클레어가 아니면 대체 누가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