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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사 도로테아-211화 (211/242)

211화

한 사람의 희생자만을 남기고 전원 무사 생존이라는 놀라운 업적에도 불구하고, 상황 보고를 받는 사령부의 분위기는 삭막하기 짝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훌륭한 성과를 바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며 눈치 싸움을 하던 사람들 사이로, 누군가 용기 내어 목소리를 높였다.

“도대체 어찌 된 겁니까. 데인 경이 어찌 숲에 들어가 있냔 말입니다!”

“본인 말에 따르자면, 숲 부근에서 대기하다 문제가 생기면 진입할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하게도 기괴한 소리를 들었고 그 탓에 숲으로 들어갔다고요.”

벤의 차분한 답에 기다렸다는 듯 반박이 터져 나왔다.

“그런 변명이야 누군들 할 수 없겠습니까!”

“진작부터 숲에 들어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숲에 들어갔다는 자체가 이미 ‘메릴린 영애’에게 허락되었던 정찰 조건을 어긴 셈이 아닙니까!”

살아 돌아온 이들이 앞다퉈 메릴린의 활약상을 늘어놓는 바람에, 최소한 능력만큼은 더 문제 삼을 구석이 없었다.

그러니 데인 하이클레어를 물고 늘어진 것이다.

가만히 듣고 있던 키엘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군요. 에이든 경조차 합의된 바를 지키기 위해 숲 바깥을 서성였건만, 데인 경은 안쪽 깊숙한 곳까지 진입했으니까요.”

에이든이 자존심 상한 얼굴로 입을 꾹 닫았다.

사실 여차 하면 뛰어들려고 숲 부근을 서성이고 있었지만, 도로테아의 결계에 막혀 숲 초입에도 진입 못 한 채 튕겨져 나왔던 것이다.

뜬금없이 데인을 저격하는 키엘의 말에 찜찜하게 그를 바라본 블랑셋 남작은 이내 맹렬한 공격을 이어 나갔다.

“군에서 돌발성 단독 행동은 즉결처분 감이오!”

“아무리 하이클레어의 영식이라고는 하나, 책임을 지지 않을 수는 없을 겁니다.”

후작은 데인을 향해 쏟아지는 힐난의 말들을 묵묵히 듣고 있다 손을 들었다.

“다들 그에게 쌓인 것이 있어 보이니, 일단 본인에게 소명을 요구해 보지.”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데인이 담담한 얼굴로 막사를 걷고 모습을 드러냈다.

회의에 참석해 있던 이들의 눈이 흉흉하게 빛났다.

첩자의 존재가 밝혀져 발칵 뒤집어진 것이 불과 몇 시간 전의 일이었다.

요새 탈환 작전이 번번이 실패한 것이나, 앞서 숲에 들어갔던 인원의 참담한 희생 따위는 물어뜯을 것이 생긴 이들의 앞에서 의미조차 없어 보였다.

입으로는 온갖 사탕발림을 늘어놓으면서도, 조금의 틈만 보일랑 치면 어떻게든 그 틈을 잡아 벌리려는 아귀들…… 그들을 응시하는 노후작의 눈이 어느새 서늘해졌다.

꼴사납고 역겨워 봐주기가 힘겨울 지경이었다.

“네게 묻겠다.”

차분한 목소리가 시끌시끌하던 이들 사이로 던져졌다.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힌 이들이 입을 다물자, 데인이 고개를 들었다.

“어째서 합의된 바를 어기고 숲으로 들어갔지?”

그렇게 물어 오는 후작에게서는 분노한 기색도, 그렇다고 해서 대견하다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뚱한 얼굴로 침묵을 지키던 데인이 이윽고 입을 뗐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합의가 무엇인지.”

나직한 말에 다시 한번 막사가 술렁였다.

“무슨!”

“우리의 의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오?”

“이것이 총사령관 산하에 있는 이들의 입장인가!”

대개는 후작을 등에 업고 날뛰는 어린 영식의 오만함에 분노하는 기색들이 대부분이었다.

얼굴이 터질 듯 붉어진 채 저를 향해 힐난의 말과 매서운 비난들을 던져 대는 이들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데인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앞서 시행된 작전으로 이미 수많은 이들이 희생된 상황이었습니다.”

“그게 지금의 사안과 무슨 상관이오!”

“처음 매복에 당해 겨우 서넛의 기사들이 돌아왔을 때, 동선이 모두 읽힌 것으로 보아 분명히 내부의 소식을 낱낱이 알리는 첩자가 있음을 의심하고 수색을 권하자 다들 난감하다 하셨지요. 만일 대대적인 수사 이후에도 성과가 없으면 서로에게 불신만 커질 뿐이라고.”

“…….”

“그리하여 몇 번의 작전이 더 수행되고, 실패로 끝이 나 숲을 가로지르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수십의 정찰대가 죽음에 이르렀습니다.”

누군가가 불편한 듯 헛기침했다.

“묻겠는데, 제가 짊어져야 하는 책임이 ‘이번에 살아나온 이들과 규합하려 했다.’라는 부분이라면, 앞서 허무하게 스러져 간 희생자들에 대한 책임은 도대체 누가 지는 겁니까?”

조용해진 이들이 불편한 기색으로 눈을 굴렸다.

데인은 망설임 없이 말을 이었다.

그답지 않게 꾹꾹 눌러 참고 스스로를 달래 왔던 것은 저들을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담담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후작과 벤, 에이든과 같은 소중한 이들을 곤란케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단지 그 이유뿐이었다.

‘처음부터 들이받았어야 했던 것을.’

가족의 안위를 챙기는 것에 급급해 그간 입 다물고서 모른 척했던 것이 후회로 밀려들었다.

적군은 아무런 생각 없이 검을 휘둘러 제압하면 그만이라지만, 때때로 등 뒤에서 자신을 겨누고 있는 날카로운 아군의 검이 등골을 송연하게 만들었다.

그 검이, 소중한 이들을 겨누고 있을 때는 더더욱.

‘기껏 이 위험한 곳까지 내려온 여동생 앞에서마저 꼴사납게 굴 수는 없지.’

데인은 도로테아를 안아 들고 회의장으로 들어선 루크를 바라보다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제 잘못이 아니라 변명하지 않을 겁니다. 합의된 사안을 어긴 것은 사실이니까요. 또한 저로 인해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비난과, 그에 따른 처벌 또한 달게 받을 겁니다.”

웬일로 순순히 고개를 굽히는 데인을 보며 후작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설마하니, 마냥 철없이 굴던 손주 놈도 드디어 큰 그림을 그릴 줄 알게 된 것일까.

데인의 발언에 놀란 것은 후작뿐만이 아니었다.

성질을 못 이기고 깽판을 치리라 확신하며 데인을 물고 늘어졌던 이들의 얼굴에 낭패한 기색이 서렸다.

데인은 제법 진지한 얼굴을 하고서, 아직 자신의 말이 끝나지 않았다는 듯 누군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만, 저와 마찬가지로 숲으로 들어가 단독 행동을 병행한 7황자 전하에게도 ‘동일하게’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금방이라도 손가락을 쥐고 부러뜨릴 것처럼 흉흉한 7황자의 눈을 본 이들이 모두 경악했다.

‘저게 미쳤나!’

‘상대는 7황자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데인은 꿋꿋하게 손가락을 내리지 않았다.

루크의 시선이 좌중을 쭉 훑었다.

“처벌이라고?”

나직한 한마디에 곳곳에서 침을 삼키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좀 전까지만 하더라도 목에 핏대를 세우고서 처벌을 요구하던 이들은, 저마다 눈을 마주하고 서로에게 그 책임을 미루기 시작했다.

‘뭘 하는 거요? 얼른 발언하지 않고.’

‘그쪽이 하시오.’

‘허어, 다들 그토록 담이 작아서야.’

‘그럼 그쪽이 하시오.’

이런 상황, 그러니까 서로를 견제하느라 발목을 붙들고 늘어지는 아군에게 그간 루크가 내린 대처법은 명확했다.

발목이 붙잡힌 이와 발목을 붙들리고 늘어진 이 둘 다 즉결처분하는 것.

심지어 그는 전장으로 오기 직전 황제에게 ‘전권’을 이양받은 상황이었다.

중간에 실종되었던 탓에 잊고 있었지만, 그의 명이 총사령관인 후작의 명보다도 앞섰다.

설령 약속된 바를 어기고 깽판을 친다 한들, 도대체 누가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어엿한 제국의 황자를.

데인이 우렁차게 외쳤다.

“처벌하시지요! 우리 두 사람 모두!”

*   *   *

도로테아는 루크의 품에 가만히 안긴 채 의기양양한 데인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뜻밖에도 귀족들의 허를 찌른 셈이지만, 저 단순한 머리통에서 나온 진짜 속셈이야 뻔했다.

‘어떻게든 나도 처벌받는 꼴을 보고 싶다는 거지.’

소중하지만 가끔씩 쥐어박고 싶어지는 사촌 여동생과 함께라면 처벌도 두렵지 않다는, 이른바 물귀신 작전이 틀림없었다.

이번만큼은 홀로 벌을 받지 않겠다는 데인의 결연한 의지가 담긴 시선이 루크를 향했다.

아무래도 처음 만난 순간의 엉뚱한 착각을 여전히 이어 나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상상력이 풍부하다니까.’

딱히 정정해 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가만히 데인을 바라보던 도로테아가 생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단독 행동 아닌데!”

소녀의 천진난만한 목소리에 그 자리에 있던 이들 모두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수십의 기대 어린 눈초리를 받은 도로테아가 루크의 품에 안긴 채 조잘거렸다.

“황자님은 저랑 같이 숲에 들어갔어요! 단독이 아니라, 2인 1조예요.”

헤헤 웃는 도로테아의 말에 루크가 침묵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군가가 벼락처럼 외쳤다.

“맞소! 2인 1조요!”

“2인 1조가 틀림없소!”

“나도 그렇게 생각했소!”

벌 떼처럼 달려드는 군상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후작의 시선이, 루크 품에 안긴 도로테아에게 지그시 머무르다 떨어졌다.

이윽고 그의 손이 매섭게 테이블을 내리쳤다.

굉음에 앞다퉈 소리치던 이들이 잠시 멈칫했다.

“경들이 직접 보시오. 저 어린아이를. 저 아이가, 작전에 투입될 수 있는 병사요?”

“…….”

“처벌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어도, 최소한의 체면은 차려야지. 열 살짜리 어린아이와 같은 사고방식을 고수할 생각이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몇몇이 얼굴을 붉혔다.

고개를 돌린 후작이 넋 나간 데인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설마하니 도로테아의 존재를 생각하지 못하고 ‘같은 단독 행동’이라며 처벌해 달라던 데인은 스스로가 꺼낸 말의 맹점에 걸려 입을 벌리고 있었다.

“데인 하이클레어. 이유를 막론하고 합의된 사안을 어기고 단독으로 행동한 죄를 물어 당분간 근신에 처한다. 전하 또한 동일한 2주간의 근신형에 처하겠습니다.”

후작의 담담한 결정에 몇몇의 얼굴에서 불만 어린 기색이 엿보였다.

애초에 데인은 숲에서 맞닥뜨린 괴수에게 부상을 입은 상황이었다. 2주간의 근신이 끝날 무렵이면 부상 또한 그럭저럭 회복될 터.

이번 기회에 데인의 ‘권한’을 줄이고자 했던 의도와는 달리, 푹 쉴 수 있는 휴식을 수여한 셈이 되었으니.

그러나 불만이 있더라도, 황자와 엮인 상황에서 더 큰 처벌을 요구하는 이들은 없었다.

눈엣가시 같은 하이클레어를 욕보이려다 황자와 척을 지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테니까.

도로테아는 고개를 들어 흘끗 루크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안아 들고 있는 황자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 없이 그저 시종일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서 있을 뿐이었다.

여느 때라면 그 더러운 성질머리를 있는 대로 드러내며 좌중을 협박해서라도 제 발목에 채워진 근신형을 지우려 들었을 텐데.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공허한 눈을 보던 도로테아가 눈을 내리깔았다.

그는 여전히, 죽은 자가 건 주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이제야 메릴린 레어 영애 이야기를 해 볼 차례로군요.”

키엘의 말에 좀 전까지만 해도 활발히 떠들어 대던 이들의 입이 조개처럼 닫혔다.

인정할 수도, 그렇다고 해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데인 하이클레어마저도 상대하다 부상을 입을 만큼 녹록치 않은 괴수를 상대로 정찰대 전원을 살려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곧바로 다시 진입하여 그 괴수를 때려잡고 부상당한 데인까지 구해 돌아왔으니.

“그, 메릴린 영애가 잡아 온 것이 맞소? 황자 전하의 손에 들려 있었던 것 같은데.”

누군가가 헛기침과 함께 조심스럽게 물음을 던졌다.

도로테아가 다리를 달랑거리며 발랄하게 답했다.

“그럼요. 메릴린 언니가 사람 목소리를 내면서 달려드는 괴물의 입을 두 손으로 깔끔하게 찢어 버렸어요.”

실제로도 루크가 질질 끌고 온 너덜너덜해진 사체는, 무언가에 갈가리 찢겨나간 듯한 흔적으로 가득했다.

‘그걸, 손으로?’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던 이들이 창백한 얼굴로 침묵했다.

“그리고 번쩍 들어서 바닥에다 메다꽂아 버렸어요.”

실제로는 ‘부정한 피’가 폭사되면서 허공에 떠올랐던 몸체가 바닥으로 추락한 것이지만.

비록 거짓을 말하기는 했지만, 도로테아도 아주 양심이 땅에 처박힌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는 양심을 지키려고 메릴린이 할 수 있는 일만을 늘어놓았으니까.

‘사신의 낫을 다루었다거나, 술법을 사용해 그것의 발을 묶고 입을 봉했다는 소리를 할 수는 없으니까.’

그건 메릴린이 할 수 있는 영역과는 거리가 멀었다.

도로테아의 ‘양심적인 발언’이 이어질수록 사람들의 얼굴은 더욱 파리해졌다.

듣고 있던 후작마저도, 아들인 에이든이 자랑스럽게 가슴을 내미는 것을 보고 묘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황을 모두 지켜봐 왔던 루크는 비로소 깨달았다.

이 계집의 가당찮은 주둥이는 누구 한 사람에게만 재앙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었다.

모두에게, 공평할 정도로 골고루 재앙을 뿌려 대고 있었다.

“그게 정말, 사실입니까, 황자님?”

그는 잠시 메릴린 레어를 떠올려 보았다.

눈만 마주쳐도 벌벌 떠는 척해 놓고서는, 절체절명의 순간 자기를 기절시켜 무려 프리드의 품에 안긴 채 귀환하게 만들었던 여자를.

생각해 보면 딱히 편을 들어 줄 까닭도 없지만, 적극적으로 해명해 가며 사실을 설명해 줄 만큼 대단히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

그러니 그가 가장 덜 귀찮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언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 사체는 내가 처리한 것이 아니다.”

루크의 진실 아닌 진실한 답에 여기저기서 놀란 듯 숨 들이켜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도대체 에이든 하이클레어는 무엇을 길러 낸 것인가.

충격을 먹은 듯 조용해진 이들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 전에, 후작이 재빠르게 정리했다.

“우선 메릴린에게 100명 이상의 보병을 통솔할 수 있는 백인장의 권한을 주겠소. 적어도 그 정도의 증명은 충분히 해냈다고 보고 있소만.”

가장 격렬히 반대했던 블루밍 백작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병대와 같은 즉시 전력이 아니라면 앞장서서 핏대 높여 반대할 까닭은 없었다.

*   *   *

발레리의 막사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메릴린은 별안간 느껴지는 소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런, 날이 쌀쌀한 탓인가? 차 한 잔 더 들래요?”

“괜찮아요. 아마도 그런 의미의 추위는 아닐 거예요.”

“음?”

“내 인생의 앞길에 누군가가 미끄러지라고 물을 붓고 있는 거겠죠. 얼어붙은 길 위를 헤매다, 끝내 나자빠져서 코가 깨지게끔.”

메릴린이 음울하게 자신의 미래를 읊조리자, 발레리가 작게 키득거렸다.

복잡한 기색으로 그녀들을 바라보던 그리엄이 프리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눈부신 외모의 기사는 쭈그려 앉아 다람쥐의 양 볼에 빵빵하게 채울 곡식의 껍질을 한 톨 한 톨 공들여 깎아내고 있었다.

겉으로만 보면 이 무슨 시답잖은 모임인가 싶을 텐데.

이들 하나하나가 가진 면면을 떠올려 보던 그리엄은, 새삼스럽게도 이런 사람들을 끌어 모은 도로테아 하이클레어란 인물을 파악하는 일이 녹록치 않음을 깨달았다.

‘눈앞에 쉬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나 또한 저들처럼 쓸모를 증명하라는 의미인가.’

찻잔을 쥔 그리엄의 손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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