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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사 도로테아-204화 (204/242)

204화

영안(靈眼)이라.

생소한 단어를 입속으로 되뇌어 보던 루크가 문득 석연치 않은 기분에 고개를 들었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귀를 가득 메운 바람 소리에도 불구하고, 그의 머리카락은 휘날리기는커녕 얌전히 가라앉아 있었다.

그제야 좀 전까지만 하더라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도로테아의 곁을 맴돌고 있는 반투명한 정령의 존재였다.

그녀의 정령이야 이미 그에게는 익숙한 존재지만 주변인들의 반응이 몹시도 기이했다.

대놓고 정령을 내놓고 있는데, 눈치를 보며 지나다니는 이들 중 누구도 도로테아가 ‘정령’을 데리고 있다는 사실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루크는 천천히 고개를 내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도로테아 와 눈을 맞췄다.

그의 앞에서는 쉬는 법이 드물던 입은 웬일인지는 몰라도 조잘조잘 헛소리를 지껄이는 대신 굳게 닫혀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소녀의 시선 또한 낯설었다.

검은 두 눈 속에 일렁이는 무언가에는 기쁨도, 슬픔도, 연민도……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이 맴돌고 있었다.

“그렇군.”

그 눈을 가만히 마주하고 있던 루크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러니까 이건, 네가 보는 세상인가?”

“일부는 그렇지.”

담담하게 답한 도로테아가 손을 뻗다, 자그마한 몸집 때문에 생각대로 닿지 않는 길이에 얼굴을 찡그렸다.

“고개 좀 숙여 봐.”

평소였더라면 무례하다든가, 내가 왜 그래야 하냐며 무시했을 테지만 이번만큼은 루크도 순순히 몸을 굽혀 도로테아의 손에 닿을 만큼 키를 낮췄다.

“눈을 감아야지.”

감긴 두 눈 위로 시원한 느낌이 스몄다.

이윽고 다시 눈을 뜨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슬리던 희끄무레한 덩어리들이 보이지 않았다.

“임시로 눈을 가려 두긴 했지만 오래가진 않을 거야. 그러니 몸을 좀 아끼도록 해. 막 영안이 트인 존재만큼 귀(鬼)에게 먹음직스런 존재는 없으니까.”

“…….”

“묻고 싶은 게 있어?”

“이런 이상한 것들이 보이는 건 네 영향인가?”

“나랑은 관계없어.”

루크의 물음에 도로테아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그녀를 곁에 둔 덕에 좀 더 쉽게 영안을 받아들인 것이라 보아야 했다.

자신이 줄곧 보고 살던 세계가 반쪽짜리에 불과했다는 것을, 온전한 세계란 이토록 추악하고 비참하며 끔찍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이들이 어찌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간혹 있기도 해. 죽음의 경계를 넘었다 돌아온 이들 중에 눈이 틔는 자들이.”

죽음의 경계라.

시체 옆에서 의식을 놓았다, 찾았다를 반복하며 흐릿하게나마 보았던 과거의 주마등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침묵하던 루크가 궁금해진 듯 물었다.

“너도 그런 경계를 넘었다 돌아왔나? 그 기이한 힘은, 그 탓에 사용하는 건가?”

“아니, 나는…….”

잠시 답을 망설이는가, 싶던 도로테아가 덧붙였다.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부터 이미 갖고 있었어.”

그러더니 이내 생긋 웃으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자, 내가 기껏 눈을 가려 주는 수고까지 했으니 너도 나에게 무언가를 해 줘야지?”

“뭘?”

“메릴린이 말이야, 나한테 책임지라고 하더라고.”

나서겠다고 손들고 자원한 건 본인인데 왜 내가 책임져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일 아침이 되기 전까지 밤새도록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데 보다시피 내가 움직임이 느려서.”

뻔뻔하게도 두 팔을 뻗어 오는 도로테아를 본 루크가 그녀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고서 대꾸했다.

“나는 이미 충분히 보상했다.”

“뭘?”

“네 사지가 멀쩡하지 않나.”

어디 한 군데 상하지 않고, 멀쩡히 둔 것으로 모든 보상을 마쳤다는 황자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던 도로테아가 고개를 빼꼼 내밀어 막사 안의 누군가를 불렀다.

“오- 빠.”

그 순간, 루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황자님이 아직 아프시대. 오빠가 옆에서 꼭 붙어서 이전처럼 깨끗하게 뽀독뽀독 씻어 주고, 굳어 있는 근육도 주물러 주고, 곁에서 재밌는 이야기도 해 주면…….”

도로테아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를 덥석 집어 올린 루크가 흘끗, 막사 안쪽을 들여다봤다.

무슨 수를 쓴 건지 몰라도 소년은 천진한 얼굴로 깊이 잠들어 있었다.

소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생글거리며 루크를 향해 종용했다.

“얼른 다녀오면, 날이 밝기 전에 일을 끝낼 수 있을 거야.”

빨리 끝내지 않으면 메릴린이 화낼걸.

*   *   *

뜬눈으로 밤을 샌 메릴린 레어는 턱까지 내려앉은 새까만 그늘을 숨기려 눈가를 문질렀다.

호기롭게 나선 용기는 고작해야 한 시간을 채 가지 못했다.

걸어 다니는 시체가 그녀를 쫓아올 때도, 여유롭던 도로테아였다.

그런 도로테아가 위험하다고 할 정도의 일이라니.

“내가 미쳤지. 진짜 미친 거야.”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리 당당하게 나설 수가 있냐고.

심지어 50인? 천 명의 병사를 내준다고 해도 미덥지 않을 마당에 고작 해야, 50?

머리를 쥐어뜯으며 어제의 일을 후회하고 있던 그때였다.

제법 두툼해 보이는 자루 하나를 쥔 도로테아가 막사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 그게 뭐예요?”

“숲에 갈 때 챙겨야 하는 물건 몇 가지를 가져왔어요. 메릴린이 저더러 ‘처리’하라면서요. 덕분에 밤새도록 잠도 못 자고 이래저래 준비하느라 바빴다고요.”

밤새도록 일했다니, 그나마 본인도 양심이라는 게 있긴 있었구나.

도로테아의 말에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이던 메릴린이 미심쩍은 눈으로 소녀를 훑었다.

분주하게 밤을 샜다는 소녀는 지나치게 혈색이 좋은 데다 차림새도 지나치게 멀끔했다.

“숲에 다녀오긴 한 거죠?”

“그럼요.”

빙긋 웃어 보인 도로테아가 자루의 물건들을 꺼내어 보이며 생소한 외관에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궁금해하는 메릴린을 향해 말했다.

“비록 1차로 향했던 정찰대가 몰살당하긴 했지만, 메릴린이 당당하게 가겠다고 자원했으니 믿을 구석이 있겠거니 하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거예요. 그러니 메릴린이 공을 세우는 것을 원치 않아 견제차 자원하는 이들도 있겠죠.”

“…….”

“그리엄도, 아마 자원할 생각일 거예요.”

“그리엄이요?”

“어제 보니 몸이 아주 달아 있더라고요. 어떻게든 본인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인물이거든요.”

아주 영민하지는 않지만, 현실적이고 신념에 앞서 타협할 줄 아는 유연성은 가진 인물이다.

정령사라 하여 마냥 꼿꼿한 인물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마주하고 난 인상은 조금 달랐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메릴린이 뒤늦게 생각난 듯 물었다.

“그렇지만, 분명 정령사는 제외하고 정찰대를 꾸려야 한다고…….”

“그 정도는 할아버님이 알아서 해 주실 거예요. 애초에 본인들도 지나친 요구라는 사실 정도는 알 테니까, 적당히 양보하겠죠.”

도로테아는 눈을 끔뻑이는 메릴린을 향해 말을 이었다.

“다만 하이클레어 가문 사람들은 사전에 제외될 거예요. 자원하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은 메릴린을 견제하는 쪽일 거고요.”

“…….”

“저들을 잠재우려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사람들의 발을 묶고 이견조차 없게 만들어야겠죠.”

“어, 어떻게요?”

도로테아가 빙긋 웃으며 메릴린에게 기생목(寄生木)으로 얽어 만든 장식을 걸쳐 주었다.

“적당히, 아주 잘. 지금부터 계획을 말해 줄 테니 내가 일러준 대로만 열심히 따라가면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다정한 목소리에 자루에서 나온 부적을 만지작거리던 메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녀가 ‘계획’을 숙지하고 막사에서 나왔을 때, 그 앞에는 도로테아의 말처럼 각자의 속셈을 갖고서 숲으로 가기를 자원한 이들이 득시글하니 모여 있었다.

숨을 고른 메릴린이 허리를 곧게 세우고 사람들을 훑었다.

“자원한 이들 중 50분을 발탁하는 즉시, 곧바로 숲으로 출발합니다. 다들 미리 준비해 주세요.”

담담한 메릴린의 태도에 아닌 척해도 다들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담력 좋은 사내조차도 어제의 그 참상을 보고서 곧바로 숲에 뛰어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곱게 자랐을 황도의 귀족 영애가 죽은 자의 피로 물든 땅의 물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숲으로 뛰어들겠다며 먼저 나서다니.

그중에는 도로테아의 예상처럼 자신을 증명하고자하는 그리엄도, 어제 친우를 끌어안고 오열하던 라제프도 포함되어 있었다.

*   *   *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며 눈물로 만류하는 동생까지 뿌리치고서 자원한 라제프는, 거침없이 숲 안쪽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메릴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남녀 모두가 ‘전사’로서 훈련받는 그의 부족과는 달리 메릴린은 누가 보아도 곱게 자란 제국의 귀족 영애였다.

호리호리한 몸에, 가늘고 기다란 팔다리, 쿠이란이 부러워하던 새벽달처럼 창백한 피부까지.

그가 여태껏 보았던 귀족이라는 족속들은 지나가는 벌레 한 마리에도 기겁하고 도망 다니기 급급하면서 사람 앞에서만 목의 핏대를 내세우며, 스스로는 검을 들 용기조차 지니지 못하는 주제에 곁에 있는 기사에게 다른 이의 목숨을 앗으라는 명은 밥 먹듯 내릴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그런 귀족 중에서도, 가정도 이루지 못한 어린 영애 따위가 수십이 몰살된 숲을 가장 앞장서서 헤쳐 나가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대열을 흐트러뜨리지 않게끔 신경 써 주세요. 혹여 낙오될 기미가 보이는 이가 있다면 앞으로 보내 주시고요.”

“아직은 괜찮습니다.”

“흙이 젖어 진득해 후방에 배치된 분들일수록 걷기 어려울 거예요. 발이 너무 무거워지지 않게끔 속도를 높이겠습니다.”

신기한 일이었다.

앞서 가던 메릴린이 걸음을 멈추고 말하면, 정확히 그녀가 말한 대로 상황이 흘러갔다.

마치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손에 쥔, 알 수 없는 붉은 글자로 가득 채워진 노란 종이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강렬한 문양의 종이를 쥐고 걷던 메릴린이 허공을 노려보다 입을 열었다.

“그리엄.”

옆에서 걷고 있던 정령사가 그녀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그제야 라제프는 안개가 자욱이 낀 앞쪽에서 묘한 흐느낌 비슷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주 희미해서, 집중해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저 착각이라고 치부할 만한.

“바람의 정령을 보내어 주변에 계곡이 있는 위치를 확인해 주세요.”

“……계곡이, 있습니까?”

“물소리가 들리잖아요. 그리고 비가 온 것도 아닌데 흙이 이렇게까지 젖어 있다는 건 이상한 일이죠. 물기가 묻어나는 정도라면 모를까, 거의 늪에 가까울 정도로 발이 빠지고 있으니까요.”

그녀의 말대로였다.

그럴듯한 추론이긴 하지만, 여전히 지나칠 정도로 강한 확신이 마음에 걸렸다.

“영애.”

라제프가 그녀에게로 한발 다가서며 입을 떼던 그 순간이었다.

“미안하지만.”

굳은 얼굴의 메릴린이 손을 뻗어 그를 밀어냈다.

그녀는 놀랄 정도로 강한 뿌리침에 잠시 굳어 있는 라제프를 향해 이글거리는 눈으로 말했다.

“뒤에서 말씀해 주세요. 대열을 흐트러뜨리는 것은 곤란합니다.”

“……어째서입니까?”

메릴린은 몹시도 굳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라제프란 남자를 향해 대꾸하는 대신 앞을 살폈다.

뭐가 어쩌긴 어째서야.

도로테아 하이클레어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기 때문이지.

저들이 어찌 되든 간에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긴 했지만, 누군가에게 일이 생길 것을 알면서 굳이 방관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이 숲에는, 수십의 사람들을 몰살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하니까요. 대열이 무너지고 우왕좌왕 흩어지면 살 수 있는 방법은 더욱 적어질 테지요.”

메릴린의 딱딱한 대꾸에 라제프가 입을 다물었다.

긴장 탓에 말에 여유를 담을 틈이 없었기 때문이지만, 듣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입장할 때만 하더라도 그저 평범한 아가씨처럼 보였건만…….’

거침없이 들어서는 발걸음에, 확신에 찬 목소리 등등.

몇 가지의 요소가 더해져 메릴린이 본디 보일 수 있는 모습보다 더 강렬한 인상이 박혔다.

그 순간이었다.

주변을 돌아보고 온 정령에게서 무언가를 알아낸 듯, 그리엄이 놀란 눈으로 메릴린을 보며 나직이 입을 뗐다.

“계곡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로 가죠. 어느 정도 시야가 확보될 테고, 상류로 향할수록 길을 찾는 것도 수월할 테니까요.”

걸음을 옮길수록, 묘한 서늘함이 그녀의 뒷목을 스쳤다.

이제는 제법 익숙하지만 결코 적응할 수는 없는 감각에 메릴린이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온몸에 두른 것이 부적이니 메릴린이 위험할 일은 없어요.”

“대체 숲에 뭐가 있는 거예요?”

“글쎄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그곳에 머무르다 자신이 무엇인지도 잊은 존재 같은 것들이겠죠.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존재.”

“그러니까, 죽은 거란 말이에요?”

“살아 있어요. 다만 모르겠네요. 한때 이지를 가졌던 영수(靈獸)이나, 현재는 자신의 존재가 무엇인지조차 잊어버린 채 그저 살고자 하는 본능만이 지배하고 있다면 그것이 살아 있는 것인지.”

도로테아의 찜찜한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기야, 이제 와서 그것이 살아 있는지 아닌지가 무슨 소용일까.

멀리서 조금씩 물비린내가 코끝을 스미기 시작했다.

콰콰콰-!

거센 물소리에 너도 나도 고개를 빼 들고서 계곡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때였다.

“제 뒤에서, 나오지 말아요.”

걸음을 멈춰 선 메릴린이 나직하게 말하고서는 굳은 얼굴로 바닥을 살폈다.

“진을 그려 뒀어요. 순서만 외운다면 간단하게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그곳에 묶어 주었으니 메릴린이 할 일이라고는 그저 이미 묶여 있는 ‘그것’을 처리하는 것뿐이죠.”

“…….”

“현혹되지만 않는다면 가능할 거예요.”

“현혹된다고요?”

“그건 입으로 사람의 목소리를 내거든요. 자신이 잡아먹은 인간의 목소리를.”

질겁한 메릴린의 얼굴을 보며 도로테아는 태연히 웃었다.

“괜찮아요. 입을 틀어막아 두었으니.”

분명 그렇게 들었건만.

도로테아가 알려 준 생문(生門)의 형태가 일그러져 있었다.

멀리, 새하얀 털을 휘날리는 거대한 크기의 괴생명체를 확인한 이들은 모두 입을 꾹 다물었다.

왔다, 갔다 제자리를 맴도는 것을 보면 ‘묶어 두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닐 터.

숨을 고르고 발끝을 내려다본 메릴린이 무언가를 발견하고 눈을 끔뻑였다.

그녀 앞으로 나 있는 사람의 발자국이, 계곡의 깊은 동굴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도로테아 영애의 것보다는 큰데?’

루크의 족적이라기에는 지나치게 날렵해 보이고.

의아함에 고개를 든 그 순간이었다.

틀어막았다던 ‘그것’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라제프, 도와줘! 나 여기 있어!”

사람의 목소리가, 그것도 누군가의 절박한 목소리가 계곡을 향해 다가서던 이들의 귀를 파고들었다.

메릴린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챈 바로 그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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