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화
“납치된 게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상황을 이해한 소년의 밝은 목소리에 메릴린이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면 될 줄 알았는데,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길어져 버렸네. 미리 말을 해 두고 갔어야 했는데. 네가 많이 놀랐겠어.”
“괜찮아요. 아무 일도 없었으면 된 거죠.”
부드러운 대꾸에 스탠이 헤실헤실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소년은 그저 자신의 여동생과, 다정한 메릴린이 안전하다는 사실에 만족한 것 같았다.
그런 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메릴린은 자신의 몸을 굽혀 스탠과 시선을 마주한 채 진지한 얼굴로 부탁을 건넸다.
“7황자 전하께서는 여러 가지 힘든 일을 겪으셨단다. 소중한 사람을 잃기도 했고, 또 많이 다쳤어. 그런 상황에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우리를 찾는다고 애써 달리다 보니 저렇게 쓰러지신 것을 너도 보았지?”
“네, 땀도 흘리고 많이 아파 보여요.”
“혹시 네가 곁에서 지켜보다가, 그분이 깨어나게 되면 우리에게 알려 줄 수 있을까?”
“그럼요!”
성실하고 착한 소년의 믿음직스런 대답에 메릴린이 장하다는 듯 빙긋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윽고, 안타깝게도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달리는 것만으로도 픽픽 쓰러지는 연약한 7황자를 간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무장한 스탠이 자리를 비우자, 메릴린이 조용히 몸을 돌렸다.
“사라.”
메릴린의 나직한 부름에, 7황자에게 꼬리를 뽑힐 뻔한 다람쥐의 하소연을 들어 주고 있던 도로테아가 고개를 들었다.
메릴린은 그녀답지 않게 차분한 어조로 손을 내밀었다.
“잠깐 단둘이서 이야기 좀 할까?”
어딘가 침울하게 느껴지는 목소리에, 소녀는 품에서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며 버둥대는 다람쥐를 마침 제 옆에 있던 프리드에게 건네주었다.
“…….”
오랜만에 마주한 다람쥐는 낯을 가리기는커녕 가면을 쓴 프리드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 수북한 머리카락을 헤집기 시작했다.
“데리고 있으면서, 기분 좀 풀어 줘요. 피피는 오빠를 좋아하니까 아마 같이 있다 보면 화가 난 것도 잊어버릴 거예요.”
도로테아의 말에 프리드가 멈칫했다.
알 수 없는 눈으로 낯선 모습의 소녀를 쫓던 프리드는, 다람쥐가 무엇을 하든 내버려 둔 채 발레리를 찾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로테아는 메릴린과 함께 아무도 없는 작은 창고로 향했다.
* * *
좁은 창고 안에 걸터앉은 메릴린은 턱을 괸 채 한숨을 쉬었다.
도로테아는 본인이 지나칠 정도로 숨긴 것이 많았다는 사실도, 그것을 한꺼번에 받아들이기란 어려우리라는 사실도 인정하기로 했다.
“미안해요.”
“영애가 왜 사과를 해요. 사과할 거 없어요.”
“진짜 잘못했어요.”
“아니, 진심인데요.”
메릴린이 고개를 저었다.
“방금 스탠에게는 적당한 말로 속여서 둘러댔는데…… 솔직히 말해 잘했다 싶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짐을 맡기느니, 그냥 나만 알고 있는 게 낫죠.”
“…….”
“사실 영애도 그렇잖아요. 어차피 내가 눈치가 빠른 것도 아니고. 그냥 대충 둘러대기만 해도 나는 믿었을 거예요. 복잡하고 불편한 사실들을 굳이 알고 싶지 않으니까요.”
무의식 중에 그녀가 원하는 방향으로 믿고 말았을 테지.
착잡한 기색으로 말을 이어 가던 메릴린이 고개를 들어 도로테아를 바라봤다.
제 허리춤을 겨우 넘기는 조그마한 소녀를 보자 헛웃음이 나왔다.
“솔직히 너무한 거 아니에요? 그 모습을 하고 있는데 대체 어떻게 화를 내겠냐고요.”
도로테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단언컨대, 이 모습은 그녀가 의도한 바가 절대 아니었다.
헛기침을 한 메릴린이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거짓말이 생각하는 것보다 쉽고, 편하다는 거예요. 상황을 넘기기에도 그렇고, 사람들에게 곤란한 시선이나 말들을 듣고 싶지 않잖아요.”
“…….”
“오히려 솔직해지는 쪽이 훨씬 더 힘들고 복잡해요. 누군가를 납득시키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또 미움받을 용기도 있어야 하니까요.”
“메릴린.”
“내가 짜증 나는 건, 영애가 내게 솔직해질수록. 내가 하나씩 하나씩 사실을 알게 될수록 영애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는 거예요.”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도로테아가 어째서 그렇게 늘 의뭉스럽게 굴기만 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소중하고 지키고 싶은 존재이기 때문에 숨기게 되는 것이다.
미움받고 싶지 않으니까, 솔직해질 수가 없는 걸 테고.
“죽음의 술사가 뭔지 분기에 차 부르짖는 그리엄의 태도를 보고 알았어요. 신전 또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입장일 거예요. 그렇죠?”
이상하리만치 도로테아를 망가뜨리고 싶어 하던, 성국에서 온 사도의 일렁이던 눈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실제로도 도로테아가 한발 앞서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하이클레어 후작가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을 만한 공격을 받았고.
드물게 진지한 태도로 문제를 마주하려는 메릴린을 본 도로테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냥 모른 척 넘겨 버려도 어쩔 수 없다고.
그러나 메릴린은 그녀의 예상보다 훨씬 담담하게 ‘믿기 힘든 사실’을 받아들였다.
예전의 그녀였더라면 눈과 귀를 틀어막고 ‘난 모르는 일이에요! 아무것도 못 들었어요!’라며 외면하기 급급했을 텐데.
메릴린은 자신을 바라보며 눈을 끔뻑이는 도로테아에게 옅게 웃어 보였다.
“어쩌겠어요. 레이몬드 백작 ‘영식이었던 것’을 마주했던 그때, 나는 이미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니.”
생각해 보면 도로테아는 이미 여러 차례 그녀를 구했다.
이용한 적도 없지 않았지만, 반드시 그 이유를 알려 주었을 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메릴린 본인의 선택에 맡기지 않았던가.
그 과정에서 메릴린은 목숨의 위협을 받았을지언정, 정말로 다친 적은 없었다. 그러니 한 번 더 믿어 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녀를 ‘구해 주었던’ 인물을.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 메릴린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영애는 그러니까, 죽음의 술사인 건가요?”
무어라 답해야 할까.
도로테아는 가만히 눈을 내리깐 채 말을 하지 못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이 땅에 서린 모든 혼을 다뤄요.”
“혼, 이라고요?”
“생명이 삶을 부여받을 때에 가지는 가장 맑은 태초의 기운이죠. 그것은 자연에도 머무르고, 동물에게도 머무르며, 인간에게도 머물러요.”
“…….”
“내가 인간의 혼을 유독 많이 다루는 까닭은, 그들이 가장 강력한 감정과 생각들을 가졌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뿜어내는 에너지도 짙고 깊기 때문이다.
남겨진 것이 미련이든, 분노든, 사랑이든 무엇이든 간에 도로테아는 인간이 남기는 한(恨)을 풀어줌으로써, 그러니까 일종의 거래를 통해 힘을 빌려 오고 행사(行使)한다.
“죽음의 술사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죽은 자의 혼에도 예의를 표한다는 거예요. 정당한 거래를 통해 대가를 주고 힘을 갖죠.”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 차이를 모를 테고요.”
메릴린의 말에 도로테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몰라요. 알고 싶어 하지도 않을 거예요.”
자신이 다루어 보지 못한 미지의 힘.
다룰 수 없을 영역의 힘을 다루는 이에게 가진 본능적인 경계심은, 설령 죽음의 술사가 아니라고 해도 도로테아를 공격할 터였다.
도로테아는 분주하게 제 앞을 왔다갔다, 맴도는 메릴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예상했던 반응과는 조금 다른데.’
왜 발레리에게 헤일런의 이름을 건네 따로 밀명 비슷한 걸 내렸는지, 그런 것들을 따져 물을 줄 알았다. 정령과 관련된 것도 제대로 말해 주지 않았으니 이번 건과 합쳐져 분노할 것이라 생각했고.
눈을 끔뻑이는 도로테아를 바라보던 메릴린이 팔짱을 꼈다.
“영애가 정령사가 아니라는 사실은 끝까지 숨겨야 해요. 그게 드러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다치게 될 테니까요.”
“…….”
“그런데 어째서 영애는, 이곳에 와 있는 거죠?”
신과의 거래를 발설할 수는 없었다.
딱히 신을 존경해서는 아니었지만, 어찌 되었건 간에 한 세계를 유지하는 규율을 정한 ‘조정자’를 대놓고 들먹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니까.
그리고 신과의 거래가 없었다 하더라도 움직였을 테고.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이던 도로테아가 입을 열었다.
“소위 ‘죽음의 술사’라 불리는 이들이 내 영역을 계속 침범하고 있으니까요. 소중한 이들을 다치게 만들고, 이 세계의 질서를 망가뜨리려 하니까.”
“…….”
“나는 이 세계가 꽤 마음에 들거든요.”
겨우 찾은 ‘내가 있을 곳’이.
도로테아의 말에 이번에는 메릴린이 복잡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 * *
침묵이 내려앉은 그때였다.
누군가 창고의 문을 활짝 열고 들어섰다.
은색의 가면을 쓴 발레리는 짝, 하고 손뼉을 치며 들어서서는 발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충 상황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된 것 같네요. 우리의 7황자님께서는 아직 깨어나지 않으셨지만, 슬슬 스펜서 백작 측과 연락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키엘 스펜서.”
메릴린이 한숨처럼 이름을 뱉어 냈다.
발레리가 그녀의 생각을 읽어 낸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불편한 인물이죠. 본인의 이득과 욕망을 좇아 움직이는 인물이라, 우리가 의도하는 방향대로 움직여 줄지도 애매하고요.”
도로테아는 가면을 쓰고 있는 발레리를 향해 물었다.
“로헨 왕국의 생존자로서 세상에 목소리를 내려면 최소한의 힘은 있어야 할 테니 이곳에 요새를 짓고 병력을 육성한 것일 테고. 최종 목적지는 총사령부. 목적은 연합군에 합류하는 거죠?
발레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은 그리엄만큼 죽음의 술사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이 없어요. 게다가 그는 ‘진짜 정령’을 다룰 줄 알아서, 죽음의 술사들이 다루는 ‘인공 정령’을 구분할 수 있죠. 그 탓에 생기는 현상들까지도.”
꽤 유용한 능력이긴 했다.
발레리 또한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그리엄을 곁에 둔 것일 테지.
“지금도 계속해서 로헨 왕국의 생존자들을 모으고 있어요. 조금씩, 각 나라나 다른 곳으로 도망갔던 이들과도 연락이 닿고 있죠.”
이곳 산채가 빠르게 ‘요새화’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 아닐까.
반쯤은 로헨 출신 기사나 행정관 등으로 채워져 있으니 그럭저럭 도시 비슷한 형태를 갖출 수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정보를 캐고자 모은 이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왕녀의 이름을 빌려 썼으니 어느 정도 값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들에게 부빌 언덕을 제공해 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보답은 없겠죠.”
“폐하께서는 로헨의 생존자들까지 굽어살필 만큼 너그러운 분이 아니실 텐데요.”
“그러니 공을 세워야죠. 그 정도는 그리엄도 알아요.”
빙긋 웃는 발레리의 말에 도로테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발레리가 제 탐스런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을 이었다.
“키엘처럼 탐욕스러운 인간이라면, 틀림없이 저들을 꿀꺽 삼켜 제 세력으로 만들어 버릴 것 같단 말이죠. 그게 아니더라도 로헨의 생존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데에 ‘키엘 스펜서’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 전제되면 훗날에 빚으로 남게 될 거예요.”
키엘은 그 빚을 절대 그냥 두지 않을 인간이고.
고개를 끄덕인 메릴린이 말을 하려다 멈칫했다.
아니, 잠깐만.
지금 굉장히 자연스럽게 끼어들어, 앞의 이야기와 연결되게 대화를 이어 나가고 있지 않나?
메릴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발레리가 빙긋 웃었다.
이윽고 배신감에 찬 눈을 한 메릴린이 거친 목소리로 상대를 추궁했다.
“알았어요?”
“뭘요?”
“언제부터?”
“음?”
“알았냐고오! 얘 누군지 알았냐고오!”
메릴린의 목소리가 커졌다.
‘얘’로 손가락질당한 도로테아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발레리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메릴린을 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모른 척해 볼까도 했는데, 너무 많은 것들을 보여 줬잖아요. 7황자 전하께서 눈에 불을 켜고 쫓아온 것만으로도 놀랄 일인데, ‘그’ 메릴린이 앞뒤 가리지 않고 황자를 때려눕혀 가며 입을 틀어막아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답은 나온 셈이죠.”
“그, 그치만 누가 봐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잖아요! 생긴 것뿐만 아니라, 연기도 더럽게 잘하는데요?!”
“메릴린.”
발레리가 나지막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는 도로테아의 통통한 볼을 살짝 꼬집었다 내려놓았다.
“테아의 연기력이 훌륭하다는 건 나도 인정하지만, 눈빛은 숨길 수 없는 법이에요.”
“…….”
“어느 꼬마 여자아이가 이토록 탐욕스러운 눈을 하고 있어요?”
멈칫했던 메릴린이 도로테아의 새까만 눈을 마주하다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로테아는 자신을 두고 의기투합해 버린 두 친구들을 보다 눈을 끔뻑였다.
탐욕스럽다니.
요즘은 음식도 적게 먹는데.
어딘가 억울한 마음이 불쑥, 올라오긴 했지만 대화는 마무리해야 했다.
손을 든 도로테아가 말을 이었다.
“아무튼 키엘에게 ‘여지’를 주고 싶지 않다면 이들을 이끌고 연합군에 합류하는 것은 한 가지 방법뿐이겠네요.”
“무슨 방법이요?”
메릴린이 의아한 듯 물음을 던지자, 도로테아가 싱긋 웃었다.
“키엘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의탁하면 그만이잖아요.”
“그게 가능해요? 지금 일행을 이끄는 총책임자가 키엘인데요.”
“가능할지도요.”
발레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이 산채로 들어오면서 썼던 방법을 그대로 쓰면 되겠네요.”
“……어떤 방법을…….”
메릴린은 어쩐지, 자기를 바라보는 도로테아의 새까만 눈동자가 유독 반짝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점차 크게 뛰는 심장이 그녀를 불안케 만들었다.
도로테아의 눈이 곱게 휘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맥이 메릴린에게 했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잖아요.”
“부탁이라니…….”
“산채에 있는 마녀를 물리치고, 이곳의 두목이 되어 달라고 했던 부탁이요.”
도로테아의 말에 메릴린은 제 귀를 의심하듯 다시 물었다.
“두목? 두목이요?”
“메릴린이 발레리를 꺾어 버린 것으로 하면,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메릴린 휘하가 될 거예요. 연합군에 가게 되면 정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메릴린이 되는 거죠.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되는 것도 메릴린이고요.”
“아니, 기다려 봐요.”
메릴린이 경기를 일으키건 말건 도로테아가 손뼉을 짝, 하고 쳤다.
“뭣하면 사람들 앞에서 맥에게 했던 것처럼 커다란 나무를 쓰러뜨리는 것만 보여 줘도 충분히 믿을 것 같지 않아요?”
“당신들 날더러 지금 산적 두목 노릇을 하라는 거잖아! 산적 두목이라니!”
메릴린의 비명 같은 외침에 발레리가 안타깝다는 듯 눈을 내리깔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산적이라니요. 말이 심하시네요, 메릴린. 이 사람들은 죽음을 피해 겨우겨우 여기까지 온 생존자들이에요. 국가도, 가족도, 삶의 터전도 없는…….”
메릴린이 정색했다.
“입 가리고 있는 손 좀 떼 봐요.”
그렇게 슬픈 이야기임에도 당신은 왜 웃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