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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사 도로테아-173화 (173/242)
  • 173화

    독대 이후 자작은 어딘가 혼이 나간 얼굴을 하고 한참 동안 성을 배회했다.

    그것만 보아도 분명 도로테아가 언급한 ‘사건’이 자작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지만, 우드는 궁금증 가득한 시선을 던지는 일행들에게 말을 아꼈다.

    가출했던 자작의 정신이 겨우 돌아올 즈음 그레함이 그를 찾았다.

    “베풀어 주신 환대와 배려에는 감사하나,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으니 이만 떠나야겠습니다.”

    확보된 탈영병들의 신변은 최대한 빠르게 해당 부대로 인도되는 편이 좋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속한 원정군이 각 소지방의 영주들에게 위세를 부린다는 잡음이 생길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하시오. 탈영병을 제외한 죄인들은 황도로 호송하여 폐하께 직접 보고를 올리리다.”

    그리하여 융숭한 대접을 받은 바로 다음 날, 일행은 지체 없이 성을 나섰다.

    얼굴이 반쪽이 된 자작이 비틀거리며 나와 성문 앞에서 그들을 배웅했다.

    “도대체 독대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참다못한 제타가 물었지만, 속 시원한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그레함은 말없이 자작가에서 내준 마차와 그 안을 꽉꽉 채운 귀물들을 바라보았다.

    제국의 근간이나 다름없는 국경 수비군이 굶고 있다는 말에도 눈 하나 깜짝 않던 이가 저토록 많은 사재(私財)를 내어 놓은 것도 놀라운데, 호송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사병까지 내주다니.

    아무리 후작가를 뒷배로 두었다지만 일개 기사로서 흔히 받을 수 있는 호의는 아니었다.

    “대장…… 진짜 어마어마하게 출세한 거구나.”

    감명받은 할린의 중얼거림을 들은 그레함이 우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마치 하급자라도 되는 양 몸을 낮춘 자작의 앞에서도 우드는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아이들을 자신의 앞에 태운 채 말을 모는 우드에게 제타가 불쑥 물었다.

    “정말 저희와 함께 가실 겁니까?”

    “그래.”

    단호한 답에 잠시 침묵하던 제타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저희 부대에는 아직도 대장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알아.”

    “아무리 사정이 있었더라도 대장이 명을 어기고 군을 이탈한 것 또한 사실이고요.”

    “그랬지.”

    “당신을 원망하던 이들의 눈에는 이제 와 돌아온 대장이 좋지 않게 보일 겁니다.”

    “그 정도는 알고 있다. 내가 저지른 일이니, 내가 감안할 문제야. 그리고.”

    우드가 제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난 이제 네 대장이 아니야.”

    “…….”

    “너나 나나 입장은 동일하다. 날 대장이라 부를 필요도, 말을 높일 필요도 없어.”

    제타에게 담담하게 건넨 말을 듣고 있던 그레함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맴돌다 사라졌다.

    버둥대는 아이들을 품에 보듬고 있는 우드는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만큼 높은 곳으로 훌쩍 뛰어올랐지만, 권력을 움켜쥐었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그때보다도 더 대단해지긴 했군.’

    군을 떠난 것은 똑같았을 텐데, 무엇이 저들과 달랐을까.

    그레함은 고개를 돌려 호송장 안에 갇힌 채 고개를 떨군 탈영병들을 바라보았다.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온갖 잔혹 무도한 짓들을 저지르고 다녔던 이들은, 이제 와서 그 손에 묻은 피의 대가가 두려운 듯 덜덜 떨고 있었다.

    당신은 어떻게 여전히 그토록 빛날 수가 있는 걸까.

    등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와 마찬가지로. 내 목숨을 맡길 수 있던 그때와 별반 다름없이.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흉으로 가득한 손을 내려다본 그레함은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가, 마찬가지로 복잡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던 제타와 눈을 마주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서로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눈치챘으므로.

    *   *   *

    안개가 자욱이 낀 산맥에 들어서자 일행들 사이에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까불거리던 할린조차도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져 있었다.

    “으, 으으으!”

    도망쳤던 탈영병 중 하나가 호송장 안에서 몸부림 쳤다.

    손발을 결박하고 재갈을 물려 놓지 않았더라면 진작 스스로 숨을 끊었을지도 모르겠다 싶을 만큼 격한 반응이었다.

    두려움 가득한 몸짓에 제타가 고개를 돌렸다.

    우우우-

    짐승의 울음소리가 유독 불길하게 들리는 것은, 이곳의 을씨년스러운 날씨 때문만은 아니리라.

    “이곳을 넘어서면 카메르 성입니다.”

    “총사령 본부는 다른 곳에 있을 텐데.”

    “변경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 진지를 구축하고, 요새를 다시 탈환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희는 만일을 대비하여 이곳 요새를 정비하고 있는 것이고요.”

    사실상 국경의 최전선이던 ‘요새’를 빼앗겼으니 이곳을 정비하며 새로운 거점으로 삼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의미였다.

    본진이 국경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면 이곳에는…….

    “카메르 성은 본디 버림받은 지역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군사적 요충지로 쓰이던 히사르 요새와 달리, 이곳의 영주도 영주민도 군의 보호를 받기 힘들었으니까요. 험준한 산맥 탓에 상인들도 자주 들어오지 않으니 상업이 발달할 수도 없고, 자연스레 낙후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러나 히사르 요새의 함락으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영주의 텃세가 심한가?”

    “일단 요새 자체가 너무 열악합니다. 제대로 된 병장기들도 갖춰져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병사들도 훈련을 받지 못한 오합지졸들이 대부분입니다.”

    숙련된 이들은 모두 본진에 속해 있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낙후된 지역이니, 중앙에서 온 귀족들에게 반감도 심할 테고.

    적어도 군이라면 어느 정도 꿰고 있는 우드가 훤히 들여다보듯 말했다.

    “굴러온 돌들에게 좋게 대할 수가 없었겠군.”

    애초에도 감정이 좋을 수가 없는데, 저들은 전투에서 패배한 패잔병들이었다. 영주로서는 당연히 책임져야 할 일과 먹일 입이 늘어난 것이 달가울 리 없었다.

    “한 가지 더.”

    제타가 덧붙였다.

    “허드슨 블랑이 그곳 성주와 가까이 지냅니다.”

    낯익은 이름에 우드의 몸이 움찔했다.

    그의 반응을 확인한 제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 카메르 성으로 가시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 말씀드린 겁니다. 그자는 다른 그 누구보다 대장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나 있던 인물이 아닙니까.”

    “…….”

    “게다가 아이들까지 데리고서요.”

    그의 말에 자연스레 스탠이 몸을 움츠렸지만, 도로테아는 말똥말똥한 눈으로 우드를 올려다보며 되레 그를 안심시키듯 말했다.

    “걱정하지 마. 아빠를 괴롭히는 인간이 있으면 내가 혼내 줄게.”

    어린 소녀의 치기 어린 말에 할린이 뒤를 돌아보며 귀엽다는 듯 웃었다.

    “꽤 귀엽잖아, 저 아이. 아빠를 몹시 좋아하나 본데?”

    훈훈한 시선을 한눈에 받게 된 우드가 짜증스레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도대체 왜 그런 쓸데없는 말 따위를.

    ‘네가 언제 나를 그렇게 지켜 주고 위해 줬다고.’

    허구한 날 인간도 아닌 존재들과 싸우라며 내몰기 바빴으면서.

    가증스럽기까지 한 도로테아를 노려다 보던 우드가,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는 ‘새로 생긴 아들’과 눈을 마주하고는 움찔했다.

    스탠이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저도. 사라처럼…… “

    “아서라. 넌 그러지 마.”

    쟤처럼 나대다가는 골로 간다.

    우드의 배려 섞인 말에 소년이 쩡, 하고 굳었다.

    ‘왜지? 사라는 괜찮지만 나는 안 된다는 건가? 아직 가족으로서 인정하기에는 내가 너무 부족해서?’

    안절부절못하던 소년이 말갈기를 쥔 손에 꾸욱 힘을 주었다.

    아무래도 최선을 다해서 사라의 오빠이자, 다들 대단하다고 말하는 기사님의 아들이 될 수 있게끔 노력해야지.

    별안간 소년의 눈이 더욱 의욕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 눈을 본 우드는 한숨을 삼켰다.

    ‘이래서 육아가 힘든 건가.’

    하지 말라 했더니 더욱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보니, 이래저래 피곤해질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그를 스쳤다.

    도무지 소통이라고는 되지 않는 이들을 바라보던 도로테아는 저 멀리로 시선을 옮겼다.

    숲 어귀에서는 벌써부터 사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흘러드는 울음소리와 한 맺힌 비명 소리, 자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분간하지 못하는 가여운 혼들의 상념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제아무리 사람들이 죽어 나가기 일쑤인 전쟁터라 하나, 가진 한이 무거워 저승으로 건너가지 못한 혼들이 너무나도 많구나.’

    필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들이 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뜻일 테지.

    착 가라앉은 검은 눈이 숲을 응시했다.

    어떤 인간들이 도사리고 있을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녀의 일행이 손쉽게 숲을 넘어갈 수는 없으리라는 것.

    *   *   *

    짐승의 울음소리와 어둑해지는 주변에 겁을 먹은 스탠이 고개를 숙였다.

    도로테아의 손을 꼭 쥔 그가 속삭였다.

    “차라리 멀리 돌아가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

    “아니, 그렇게 가면 너무 늦거든.”

    귀가 밝은 할린이 소년의 말을 듣고 답해 주었다.

    “군에서는 그 무엇보다 속도가 생명이야. 빠른 합류와 보고가 있어야만 상부도 명확한 판단을 내리니까.”

    “…….”

    “너무 겁먹을 것 없어. 이 정도 숲에서 방향을 잃을 만큼 능력이 부족하진 않거든.”

    눈을 찡긋 하는 그의 눈이 재빠르게 주변의 지형을 살폈다.

    실제로도 그는 머리 위에 떠 있는 별들의 위치와, 주변의 오래된 나무에서 얻어 낸 정보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동 중이었다.

    도로테아는 가까워질수록 점차 커지는 망자들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잡고 있는 손을 통해 소년에게 양기를 나눠 주었다.

    “마지막 휴식입니다. 숲에서 벗어나면 곧바로 카메르 성이 보일 겁니다.”

    무뚝뚝한 그레함의 말에 따라 호송하던 이들이 멈춰 서 한숨을 돌렸다.

    제타가 엘포드 자작의 병사들에게 물을 건네는 사이 그레함과 우드가 주변을 정찰하기 위해 떠났다.

    아이들을 돌본다는 구실로 남은 할린은, 좀 전부터 안절부절못하는 스탠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아.”

    쭈뼛대는 아이가 자꾸만 허벅지를 꼬집어 대는 것을 본 할린이 알았다는 듯 손뼉을 쳤다.

    “볼일이 보고 싶은 거지?”

    소년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도로테아는 부끄럼 한 점 없는 태연한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스탠의 등을 떠밀어 주었다.

    “다녀와.”

    손을 살랑살랑 흔들어 주는 그녀의 배웅을 받은 소년이 어기적거리는 걸음으로 수풀 너머로 사라지고 나자, 제타가 다가와 상냥하게 말을 붙였다.

    “목이 마르진 않니?”

    “괜찮아요. 좀 전까지 충분히 마셨으니까요.”

    “그래도 마셔 두는 것이 좋겠다. 아무래도 움직이기 시작하면 수분을 보충하기 힘들 거야.”

    내밀어지는 투명한 물을 내려다보던 도로테아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호송 마차 앞에 기대어 잠이 든 병사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물을 마시면 저도 저 아저씨들처럼 잠이 드나요?”

    상냥한 웃음을 띠고 있던 제타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옅은 곤란함이 스쳐 지나갔다.

    아니라고도, 맞다고도 할 수 없는 그의 입술이 달싹이는 것을 본 도로테아가 손에 든 물 잔을 천천히 입으로 가져갔다.

    꿀꺽, 꿀꺽.

    목으로 물이 넘어가는 것은 지켜보던 제타는 천천히 쓰러지는 아이 위로 담요를 덮어 주었다.

    그러고는 제갈을 문 채 눈물을 줄줄 흘리는 죄인들이 있는 호송 마차 안으로 들어가, 준비해 두었던 것을 꺼냈다.

    “고통이 길지는 않을 겁니다.”

    차분한 목소리에 재갈이 풀린 이 중 하나가 흐리멍텅한 눈을 들어 더듬더듬 말했다.

    “고, 고맙…….”

    그 순간이었다.

    멀리서 말 울음소리와 함께 이쪽을 향해 다급히 진격하는 여러 발소리들이 들려왔다.

    쐐애액!

    탁.

    마차로 화살 한 대가 날아들었다.

    정확히 마차 문에 꽂힌 화살을 노려보던 제타가 문을 열고 나가자 낯익은 인물이 병사들과 함께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것이 보였다.

    “허드슨 경.”

    “아아, 누가 성 앞쪽에서 들쑤시고 다니나 했더니 다름 아닌 너희였군. 탈영병들을 잡아 오는 길인가?”

    “예.”

    “대단한걸. 이번에야말로 생포한 모양이야. 이제까지는 희한할 정도로 ‘죽은 시신’만을 회수해 왔잖은가.”

    마차를 흘끔거린 남자가 빈정대는 말과 함께 히죽 웃었다.

    “다음부터는 조심해 주십시오. 아군인지, 적군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면서 다짜고짜 화살을 날리시다니요.”

    “글쎄.”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허드슨이 여유롭게 웃었다.

    그는 손에 쥔 검을 검집에 집어넣는 대신, 제타 앞으로 바짝 다가와 제 입술을 핥았다.

    “아군이라? 아군의 기강이 아주 엉망인걸? 성을 바로 코앞에 두고 죄인을 지키는 이들이 모두 잠들다니 말이야. 누가 보면 군내의 밀정이 이들에게 수면제를 타고 죄인들을 멋대로 빼돌리는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르려 드는 줄 알겠어.”

    날카롭게 벼려진 검날이 제타의 목을 스쳤다.

    옆으로 길게 난 상흔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도는 순간,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모두 잠들지 않았어요. 저도 여기 있는걸요.”

    제타의 몸이 움찔하는 것을 놓치지 않은 허드슨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새까만 눈을 가진 조그마한 소녀를 보고 놀랍다는 듯 눈썹을 들어 올렸다.

    “어째서 어린 계집 따위가 이곳에 있지?”

    느릿하게 걸어와 제타의 옆에 선 도로테아는 태연한 얼굴로 종알거렸다.

    “아저씨의 말은 틀렸어요. 제가 여기 이렇게 깨어 있다구요.”

    가만히 듣고 있던 제타가 도로테아의 손을 꼭 잡았다.

    좀 전까지만 하더라도 체념에 가까운 기색이 서렸던 눈에 솟은 ‘묘한 경계심’을 잡아 낸 허드슨이 눈을 가늘게 떴다.

    어디서 튀어나온 아이일까.

    길을 잃은 아이를 데려다주려 한 것이라면, 애초에 이 숲으로는 들어오지 않았을 터.

    이 숲을 지나면 살벌한 요새 외에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흐음.”

    제타가 다급하게 도로테아의 등을 떠밀었다.

    “사라, 마차 안으로…….”

    “너는 뭐 하는 계집애지?”

    자꾸만 밀어내는 힘에도 꿋꿋이 그 자리에 서서 버티고 있던 도로테아는 허드슨의 물음에 또박또박,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사라 데버예요.”

    “오오.”

    허드슨이 느릿하게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기울였다.

    “내가 그 성을, 어디서 많이 들어 봤는데 말이지.”

    어디서 무엇을 하다 왔는지 갑옷에 온통 검붉은 자국들이 가득한 남자에게서 비릿한 냄새가 훅 끼쳤다.

    어딘가 교활한 빛을 띤 가늘어진 그의 눈이 도로테아를 향한 그때였다.

    누군가가 뒤에서 그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로군, 허드슨.”

    담담한 목소리에서 느껴진 익숙한 느낌에 허드슨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멀리서 이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는 우드를 가만히 바라보던 그가 이내 환히 웃었다.

    “아니, 이게 누구야.”

    우드 데버.

    내 친애하는 전우가 아닌가.

    귀를 뚫을 듯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 소리를 매단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우드를 맞이했다.

    허드슨 블랑의 뒤로 덕지덕지 달라붙은 사기가 불길함을 머금고 넘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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