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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사 도로테아-159화 (159/242)

159화

부루퉁한 얼굴로 끌려온 콜린은 제 옷자락에 묻은 4황자의 눈물 콧물을 불쾌하다는 듯 털어 냈다.

궁으로 들어오는 길에 마주친 4황자가 그를 붙들고 또 한바탕 오열한 탓이었다.

엉망이 된 얼굴을 마구 문대어 축축해진 옷의 감촉에 그가 부르르 떨었다.

깔끔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에게 인간의 분비물이 가득 묻은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견디기 힘들지 알 만했다.

당장이라도 귀가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른 그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무엇 때문에 날 부른 거지?”

“이 여자의 혼. 보여?”

“아아, 보이는군. 이미 엉망으로 엉켜 들어 회생할 수 없을 만큼 망가졌어. 이건 못 쓴다. 소멸시키는 게 본인에게도 차라리 좋을 게다. 이대로라면 다음 생조차 기약할 수 없을 테니.”

이대로 육신을 빼앗기고 난 후에는 원치 않는 악행을 저지르며 점점 더 괴물이 되어 갈 터.

콜린의 간단명료한 결론에 도로테아가 장미 아래, 작게 도드라진 꽃봉오리를 가리켰다.

“여기를 봐.”

“……쌍생아였던가.”

“맞아. 그러니 이토록 오래 버틸 수 있었던 거야. 제물은 사실상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던 셈이지. 숙주가 둘이나 되니 뿌리를 내리는 과정도 더뎠을 테고.”

그만큼 오랫동안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까닭도 알 수 있었다.

파비안이 불과 인장을 새긴 지 며칠 만에 피를 쏟아 내며 몸을 가누지 못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녀의 ‘혼’은 아직 육신의 주도권을 온전히 빼앗기지 않았다.

“…….”

콜린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무리야. 오래 버티긴 했다만 ‘그것’이 깊숙이 침투되어 있다. 두 육신 모두를 숙주 삼았어.”

“글쎄.”

도로테아가 나지막이 가능성을 제시했다.

“번거롭게 굳이 숙주를 둘이나 둘 필요가 있을까? 괜스레 힘이 나뉘는 결과만 나올 텐데. 온전하게 ‘신’을 업을 육체를 내준다면 굳이 나머지 육신까지 탐내지는 않을 거야.”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이다.”

“차사로 꽤 오랜 시간을 지냈을 텐데. 한 번도 본 적 없어?”

“너처럼 미친 짓거리를 하겠다고 덤벼드는 인간이 있을 리가.”

어이없다는 듯 말한 콜린이 입을 다문 채 눈앞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희박한 확률이었다.

이미 육신까지 장악한 신을 내쫓는다 한들 살아날 가능성은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마저도 상대의 동의가 필요한 일이었다.

번거롭지만 성공 확률은 낮은, 지극히 효율성 없는 일.

“이 여자의 쌍둥이는 이미 도주한 지 오래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아.”

도로테아의 짤막한 답에 콜린이 한숨을 쉬었다.

일말의 흔들림이나 고민도 없는 얼굴을 보아하니 제 고집을 꺾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별난 계집 같으니.

“창혼(唱魂 : 인간의 혼을 불러들이는 행위. 흔히 죽은 자의 혼을 육신으로 부르는 일.)을 할까 해.”

쌍생의 육신은 같은 파장의 혼을 지닌다.

그러니 이론적으로 플로렌스의 심상 세계에 오라비의 혼을 불러들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미쳤군.”

한참을 가만히 있던 콜린이 제 이마를 쓸어 넘겼다.

“너는 정말이지 상식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건가?”

“네가 상식을 논하는 건 좀 놀라운데. 애초에 네 존재 자체가 인간의 상식을 넘어서잖아.”

이제는 본인의 정체성마저 잊어 가는 사신을 꼬집는 말에 그가 도로테아를 노려보았다.

“감히 운명의 여신께서 직접 맺은 인연에 네 멋대로 관여하겠다고?”

“태어난 이후의 삶은 여신의 손을 떠난 일이잖아. 태어날 때에 맺어졌던 연을 버리는 것 또한 인간의 뜻에 따라 결정할 일이지.”

“방자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그가 왈칵 소리를 높였다.

“너는 신들이 그리 녹록한 존재라 여기느냐? 도대체 무서운 것이 없어!”

“무서워서 웅크리고 지낸 시간이 너무 길어.”

“…….”

“차라리 발버둥 치다 신의 발에 짓밟혀 죽고 말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갇힌 채로 가진 것들을 차례로 잃어 가느니.”

도대체 이 계집은 뭐가 그리 불만인가.

그저 지닌 것에 만족하고서 곁에 있는 자잘한 일 따위 눈감으면 그만인 것을.

굳이 일을 들쑤셔 신들을 자극할 것은 무에 있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한 콜린을 본 도로테아가 활짝 웃었다.

“하긴 넌 이제 엿 되긴 했겠다. 인간과 연을 맺고 생을 살고 있는 데다 너무 잘 적응해 버렸잖아. 말도 없이 퇴사하고 이직해서 잘 먹고 잘 사는 걸 보게 되면 네 상사의 배알이 꼴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콜린의 눈에 형형한 살기가 들어찼다.

누구 때문에 이 모양 이 꼴이 됐는데.

흥얼흥얼 알 수 없는 말들을 읊어 가며 ‘준비’를 하던 도로테아가 나직하게 말했다.

“정 싫으면 네 아리따운 아내에게로 돌아가. 사신이고, 이계의 일이고 간에 아무것도 관여하지 말고 오롯하게 인간으로만 살고 싶다면 그렇게 해.”

“…….”

“그럼 적어도 이번 생만큼은 행복할 수 있겠네.”

은은한 미소를 띤 도로테아가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켰다.

인간의 육신을 뒤집어쓰고 있는 그에게 이곳을 빠져나가는 일은 아주 간단했다.

손을 뻗어 문을 열고, 뚜벅뚜벅 걸어서 마차를 타고 저택으로 돌아가면 그만인 것을.

콜린은 입을 꾹 다문 채 도로테아 곁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소녀의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윽고 플로렌스의 육신 위로 그녀의 새하얀 손이 얹어졌다.

“양일간- 음시. 같은 영명을 지닌 영가, 이곳으로 오라.”

나지막한 주문(呪文)에 육신 위로 푸른빛이 서렸다.

괴로운 듯 눈을 찡그리고 있던 플로렌스가 눈을 부릅떴다.

동시에 그녀의 심장에서 확장된 임시 결계가 이들을 감쌌다.

이윽고 부름을 받은 혼이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몹시 창백하고 신경질적인 낯빛을 한 케빈이 플로렌스를 보며 힐난을 퍼부었다.

- 어리석은 동생아, 네가 모든 것을 망쳤다.

흐릿한 영체로 모습을 드러낸 플로렌스는 몹시 서글픈 얼굴로 제 오라비를 바라보다 말없이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를 향해 쏟아지는 변명에 단 한 차례의 변명도 하지 않은 채로.

- 고작해야 남자에 휘둘려 우리의 신성한 임무를 잊어버리다니. 우리의 신을 뵐 명목이 없구나.

상대를 몰아세우는 케빈의 날카로운 목소리에도 그녀는 묵묵부답이었다.

마치 쓰레기통에 버리듯, 하나뿐인 누이를 향해 아낌없이 제 감정을 쏟아 낸 케빈이 홱 고개를 돌려 도로테아를 응시했다.

영체의 상태는 몹시도 불안정했다.

“케빈.”

- 당신은 대단한 기회를 놓쳐 버린 겁니다. 우리는 신의 계시를 받아 이 땅에 자리 잡을 예정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고통받지 않는 신의 세계를 건설할 예정이었단 말입니다!

“그런가요?”

- 무지한 인간들은 악신을 신이라 믿고 따르며 본인이 지배당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께서는 그런 가여운 인간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부여하기 위해, 모든 것을 재창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십니다!

그는 황홀한 얼굴로 자신의 ‘신’에 대해 설파했다.

그것이 진실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얼굴이었다.

‘사도가 이곳에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겠네.’

그가 케빈의 말을 들었더라면 이곳이 황자궁이라는 사실도 아랑곳 않고 날뛰어 댔을 터이니.

고개를 주억거린 도로테아가 그의 말에 적당히 동조해 주었다.

“안타깝게도 당신의 여동생은 신의 계시를 놓쳐 버렸군요.”

- 모자란 것. 어리석은 것. 더러운 것! 악신의 종 따위와 사랑에 빠지다니!

비난의 목소리가 플로렌스를 향해 파고들 때마다 그녀의 혼은 한층 더 흐릿해졌다.

바람 위 촛불처럼 흔들리는 영체를 바라보던 도로테아가 평온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미 황자와 마음을 통했으니, 플로렌스처럼 더러운 마음을 가진 자가 신께 연결되어 있어서는 안 될 테지요. 신과의 연결을 끊어 버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플로렌스를 맹렬히 노려보던 케빈의 눈이 가늘어졌다.

도로테아의 목소리가 고요한 공간 안에 조곤조곤하게 울렸다.

“신께 바치기에는 지나치게 더럽고 모자란 육신일 텐데요.”

- …….

“케빈, 신께서 과연 그녀를 원하실까요?”

동공 한 점 보이지 않는 새까만 그의 눈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로테아의 말에 감응된 듯 입을 연 그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 그래, 너 따위야 내 생에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지.

내게는 신이 계시니까.

가만히 웅크리고 있던 플로렌스의 영체가 그 순간 움찔했다.

도로테아는 쌍둥이 사이의 결속이 옅어진 것을 보자마자 지체 없이 뒤로 물러섰다.

“콜린.”

그녀의 부름에 어느새 인간의 육신에서 해방된 사신이 거대한 낫을 치켜들었다.

“끊어 내.”

끼에에에에-!

내려친 낫에 결속이 끊어지기가 무섭게 끔찍한 비명 소리가 결계 안을 가득 메웠다.

케빈의 혼이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듯 사라진 뒤 육신에 스며 있던 새까만 탁기가 뭉게뭉게 솟아나 뿌옇게 앞을 가렸다.

잡신은 케빈의 혼과 함께 그의 육신으로 넘어갔지만, 오랜 시간 플로렌스의 육신에 기생해 오며 남긴 흔적들을 보고 꾸역꾸역 잡귀 무리들이 모여들었다.

이윽고 하나로 뭉친 거대한 덩어리가 육신을 강탈하려 플로렌스를 향해 쇄도했다.

그 순간, 도로테아 뒤에서 튀어나온 정령이 그것들을 꽁꽁 묶었다.

이윽고 삿된 것들을 향해 눈길을 주던 소녀의 입이 열렸다.

영정 가망에 부정 가망 시위들 하소사.

처사(處事)로 수많은 인간들이 넘나들제

따라든 부정에 묻어 든 영정이오

마루 넘어온 부정 재 넘어온 부정

신실이 전전이 물리쳐 줍소사

묶여 있던 시커먼 연기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눈 하나 깜짝 않는 도로테아에게 쇄도하려던 기운을 베어 낸 것은 사신의 낫이었다.

예리한 날이 번쩍이던 낫은 탁기를 모조리 멸하고서야 천천히 줄어들더니, 종내에는 손바닥만 한 다람쥐가 되어 도로테아의 어깨 위에 올라탔다.

주변을 싸고 있던 결계가 사라지자 콜린은 망설임도 없이 저벅저벅 방을 걸어 나갔다.

플로렌스의 낯빛은 미약하게나마 숨이 붙어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창백했지만, 육신을 갉아먹던 기생충이 사라진 덕인지 어딘가 평온해 보였다.

문이 벌컥 열리자 4황자가 달려들었다.

“어, 어찌. 어찌 되었습니까?”

벌벌 떨며 묻는 4황자를 지그시 바라보던 도로테아가 입을 뗐다.

“안타깝지만 4황자비 전하께오서는…….”

느릿느릿 흘러나오는 그녀의 말꼬리를 잡아챈 것은 앞서가던 콜린이었다.

“고비는 넘기신 듯합니다. 무사하시니 가서 인사를 나누시지요.”

진저리 난다는 듯 쏘아붙인 그가 몸을 돌려 마차로 향했다.

4황자가 그녀를 지나쳐 헐레벌떡 방으로 들어가자 도로테아는 조그맣게 칫, 하고 혀를 찼다.

고개를 돌린 그녀를 착잡하게 내려다본 우드가 한마디 던졌다.

“악마도 울고 갈 계집 같으니.”

“어머, 과찬이세요.”

“…….”

우아하게 웃으며 드레스 자락을 들어 올려 화답하는 도로테아를 본 그가 말을 잃었다.

“네게 결여된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바로 인성일 게다.”

“그렇게 말해 봤자, 그런 나를 섬기는 것이 너인데?”

그러니 문제지.

한숨을 푹푹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우드가 멈칫했다.

“너.”

“응?”

한순간 도로테아의 눈이 흑요석처럼 새까만 검은색이었던 것 같았는데.

그를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의 눈은 여전히 푸른빛이 뒤섞인 남색을 띠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찜찜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는 우드를 모른 척한 도로테아가, 멀리 윌리엄과 함께 과자를 먹고 있는 힐데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린 성녀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궁의 달콤한 간식을 즐기고 있었다.

*   *   *

도로테아가 다녀간 뒤, 다 죽어 가던 4황자비가 단번에 건강해지는 기적은 없었지만 금방이라도 죽을 듯 날뛰던 발작에서는 해방되었다.

그것만으로 한결 여유를 되찾은 4황자는 며칠이 지난 뒤 다시 그녀를 마주했다.

“영애에게 감사 인사를 하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야.”

“괜찮습니다. 4황자비께서 회복되시는 것이 중요한 일이지요.”

“나와 비…… 아니, 아내는 조만간 제국을 떠날 예정이오.”

“한곳에 머무르시는 것이 요양에는 더 좋을 텐데요.”

“제국에 머무를 수는 없지. 계속해서 형님께 손을 내밀 수도 없는 노릇이고. 던컨 남작이 사라졌다고 한들 나도 명색이 황실의 핏줄이오. 먹고살 기반 정도는 남아 있지. 그걸 밑천 삼아 공기 좋은 곳에서 단둘이 살아 보려 하오.”

“그렇군요.”

“아마 이렇게 떠나고 나면 다시 만나게 되긴 어렵겠구려.”

“아쉽네요.”

진심이었다.

4황자의 개인 재산이라고 해 봤자 단둘이서 알콩달콩 살 수준일 테니, 탐해 봤자 무엇하리.

케빈 던컨이 철수하기 전에 상단을 털었어야 했건만.

하다못해 밀수선이라도 꿀꺽했으면 얼마나 좋아.

계산을 할 줄 몰라 멀뚱멀뚱 눈만 뜨고 있던 에이든과 데인은 그렇다 치고, 장부를 만든 벤은 압수한 물건들 전부를 고스란히 황실에 갖다 바쳤다.

‘이럴 줄 알았으면 레빈을 몰래 딸려 보낼걸…….’

걔는 이중장부 만들 줄 아는데.

뒷골목에서 굴러먹은 경력이 있어서 물건을 뒤로 빼돌리는 것도 아마 잘했을 텐데.

도로테아가 안타깝다는 듯 눈을 내리깔자 4황자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잊지 않을 거요. 후작 영애가 아내의 목숨을 구해 주었던 은혜만큼은.”

“네.”

그러든가 말든가.

심드렁한 답에 4황자가 진정한 용건을 끄집어냈다.

“그녀가 영애와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더군.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요.”

“내가 안내해 줄게.”

때마침 응접실로 들어온 윌리엄이 안내를 자처했다.

그 순간 4황자의 얼굴이 미묘한 빛을 띠는 것을 놓치지 않은 도로테아가 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글쎄, 누구누구 때문에 본의 아니게도.”

눈을 뜬 플로렌스는 몹시 쇠약해져 있었다.

적어도 궁을 떠나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좋겠다 여긴 윌리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동생 부부를 배려해 주었다.

문제는 그 배려가 헨드리에게 묘한 생각의 여지를 남겼다는 거겠지.

“형님께 제가 언제 제 아내가 잎차보다 가루차를 좋아한다 말한 적 있었습니까?”

“어두운 방을 좋아하지 않아 반드시 촛불을 켜 둔다는 것도 아시는군요?”

“그녀가 아침에는 식사를 생략한다는 사실은 어찌 아셨습니까?!”

네 아내가 납치되어 있을 때 머무른 곳이 내 궁이란다.

차마 그렇게 말하지 못한 윌리엄은 요즘 시시때때로 동생의 불안한 눈빛에 시달려야 했다.

“저런, 힘내.”

도로테아가 진정성 없는 얼굴로 응원하자 헛웃음을 삼킨 윌리엄이 문을 열어 주었다.

그곳에는 두꺼운 담요를 걸친 창백한 안색의 플로렌스가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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