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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사 도로테아-152화 (152/242)

152화

재판을 앞둔 어느 이른 아침, 필립은 제가 알아낸 정보들과 함께 도로테아를 찾았다.

“아무래도 말이야. 우리 친애하는 4황자님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로맨티스트인 것 같아.”

“그렇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그런 거래에 응할 리가 있나.”

어디에 감금되어 있는지도 모를 파비안을 찾아 데려오려면 본인도 꽤 위험을 감수해야 했을 터.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니, 적어도 골 아프게 견제해야 할 일은 없는 셈이잖아.”

시큰둥한 도로테아를 달래듯 부드럽게 반박한 필립이 쥐고 온 서류를 내밀었다.

“그와는 다르게 우리 케빈 남작께서는 상당히 뒤가 구린 분이고.”

도로테아의 눈이 앞에 놓인 서류를 힐끔 내려다보았다.

“두 남매가 함께 던컨 남작가에 입양된 것도 놀랍지만, 던컨 남작은 입양 전후로 제법 치밀하게 남매의 흔적을 숨겼어. 대단한 수완가로 보이지는 않던데. 뜻밖이지?”

“흠…….”

“그 뒤는 알려진 대로 가문의 사업이 승승장구했지. 뭐 아들의 재능 덕분이라는 말도 꼭 틀리지는 않지만, 전후 관계가 좀 다르지.”

그가 서류 위에 선명히 보이는 붉은 글씨를 짚었다.

영지 내에서 발견된 금광에 대한 보고였다.

도로테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 정도 규모라면 분명 폐하께 보고되었을 텐데. 어째서 주변에 알려지지 않았을까?”

“당시의 황태자 전하께서 직접 소문을 틀어막아 주셨으니까. 던컨 남작은 광산의 존재를 보고하는 동시에 황태자에게 개인적으로 금광의 수익 절반을 바치겠노라고 맹세했고. 후에 폐하께서 알게 되셨지만, 뭐…… 묵과하셨지.”

지방 귀족이 자진하여 황실에 사유 재산을 가져다 바친 것인 데다, 그 대가로 주변 영지의 개입을 막아 준 것이 전부였으니까.

이는 그리 흠으로 취급할 만한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빠르게 결단을 내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 던컨 남작이 현명했던 셈이지.

“여기서 이상한 건 금광을 발견한 기록도 있고, 황태자에게 건넨 금도 존재하는데, 막상 금광에서 금을 캔 인부들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거야.”

“지금은 어때? 계속해서 금이 나오고 있는 건가?”

“아니, 4황자와 함께 황도로 들어오기도 전에 이미 케빈 남작은 폐광을 선언했어. 실제로 감사를 나온 이도 그에 동의했고. 간간이 나오는 금 부스러기는 그 자리에서 한때 광물이 나왔다는 것을 증명할 뿐, 이제는 쓸모없는 수준이라고.”

“그래?”

정황상 누군가 던컨 남작가에 쌍둥이 남매를 입양시키는 조건으로 자금을 투자했으며, 그 출처를 추적하지 못하게끔 영지 내의 폐광산을 이용했다는 쪽이 더 유력해 보였다.

“아무튼 본격적으로 사업을 물려받은 케빈 던컨은 국경을 넘나들며 진귀한 물건들을 수집하는 데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어.”

“4황자와 접촉한 것도 그때인가?”

“응, ‘우연하게’ 사고를 당한 4황자를 플로렌스가 살렸다는군. 황자님은 목숨을 구해 준 아름다운 여인에게 마음을 뺏겼고 두 사람은 결혼까지 하게 되었지.”

“아름다운 동화네.”

그 뒤 황태자의 폐위 이후 4황자는 자신의 아름다운 비와 함께 황도로 돌아왔으며, 케빈은 그런 4황자의 가장 큰 지지자이자 조력자가 되었다.

“두 남매가 입양되기 전의 일은?”

“없어. 이미 작고한 던컨 남작은 아내와 아이를 잃은 뒤 사람들과의 교류를 끊고 꽤 오랜 시간 혼자서 지냈거든. 어느 날 갑자기 그가 아이들을 입양했을 때에도 의아해하긴 했지만 다들 그러려니 했던 모양이고. 입양한 아이들이 타국 출신인지, 내국 출신인지조차 불분명해.”

“…….”

“딱 한 가지.”

“……?”

“던컨 남작이 젊었을 적 기사 수행을 했을 때의 기록이야.”

툭, 하고 던진 기록첩이 촤르르 펼쳐졌다.

필립의 손가락이 각지의 국경 통행 기록이 찍혀 있는 기록첩 가운데에서 한 문양을 짚어 냈다.

“여기.”

눈에 들어오는 문양의 형태가 익숙했다.

도로테아는 이 문양을 이미 본 적 있다.

대정령사의 방문 당시, 그가 가지고 왔던 로헨 국왕의 친서에 찍혀 있던 인장에서.

“제국의 다른 영지들을 다 확인해 봤지만 두 남매의 기록은 찾아보기 어려웠어. 어엿한 귀족이 관계도 없는 평민을 입양한 것이니 꽤나 잡음이 있었을 텐데도 말이야. 남매가 어디 출신이든, 그곳의 영주가 자신에게 속한 ‘재산’을 멋대로 데려가는 것을 좋아했을 리 없으니 항의했을 만한데.”

“…….”

“단 한 곳. 로헨 왕국만은 확인할 수가 없었어. 그쪽 소식은 지금 아예 먹통이거든.”

톡톡.

가볍게 두드리는 손끝에 낡은 종이가 뭉개졌다.

“참 인연이 많은 곳이네.”

그렇게 말한 도로테아가 기록첩을 덮었다.

“다만 좀 이상하지. 정말 그 남매가 로헨 왕국 쪽 인물이라면, 성국을 끌어들이는 것이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니라고 보이거든. 로헨 왕국의 상황이 지금 우리가 추측하는 대로라면 더더욱.”

필립이 의아한 기색을 띠자 도로테아가 나직이 말했다.

“파비안이 성국을 끌어들인 건 케빈 던컨이 원했던 게 아냐.”

“그렇다면 파비안 측에서 일방적으로 성국을 끌어들인 건가?”

“나름 제국의 기둥이라는 작자들이 이렇게까지 무식하고 멍청할 줄은 케빈도 몰랐겠지.”

백작은 어떻게든 하이클레어 후작가를 공격할 명분을 찾아내 공작의 비위를 맞춰야만 했고, 파비안은 날 지옥으로 끌어내리고 싶은 마음 하나로 그리한 거겠지.

설령 죽어서도 평온하게 영면할 수 없을 만큼 신의 노여움을 사는 것을 감수하고서.

“참 대단한 어리석음이야.”

도로테아가 눈을 내리깔았다.

“어느 쪽이든 케빈 던컨이 손해 보는 일은 없어. 오히려 참으로 기쁠 거야. 손 안 대고 코를 풀게 생겼으니. 제국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으니 참으로 즐거울 테지.”

케빈이 굳이 손을 쓰지 않아도, 파비안 벨로크는 제 혼을 파괴해 가며 도로테아 하이클레어와 함께 지옥으로 떨어지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다른 귀족가들은 그 흐름에 몸을 맡겨 하이클레어 후작가를 노리고 있는 것이고.

“걱정 마.”

“걱정 안 해.”

진심이라는 듯 대꾸하는 도로테아의 맑은 눈을 본 필립이 빙긋 웃었다.

“이래야 도로테아 하이클레어지.”

도도하게 차를 마시는 사촌을 보는 그의 눈빛이 따스하게 빛났다.

제 딸을 향해 죽음을 종용하는 벨로크 백작의 번들거리는 눈과는 다르게.

*   *   *

“걱정하지 마라, 테아야.”

에이든이 제 가슴을 탕탕 쳤다.

“그깟 사도 따위 내가 이 검으로 단번에…….”

“식사 자리에서 검 휘두르지 마라.”

펠릭스의 말에 불만 어린 눈을 한 에이든이 뺨을 실룩거렸다.

“형은 다 좋은데 그게 문제요. 일의 경중을 도통 몰라.”

“…….”

다른 사람도 아니고, 머리가 돌로 차 있다 해도 믿을 수 있을 막냇동생에게 힐난을 들은 펠릭스가 포크를 내려놓았다.

저를 향한 큰형의 고요한 눈빛에 에이든이 헛기침했다.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사도라는 자가 공개 재판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 영 마음에 걸린단 말이오.”

“신의 사도로서 재판을 통해 신의 권위를 드높이려는 거다. 공개 재판을 택하는 것이 당연하지.”

머리를 긁적인 에이든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아니, 그자는 제정신이오? 우리 테아처럼 천사 같은 아이를 사람들 앞에 공개적으로 내세우면 누가 이 아이의 속에 악마가 깃들었다고 믿겠소?”

“…….”

에이든의 말에 콜린이 힐끗, 도로테아를 향해 눈길을 주었다.

그녀는 겉만 익혀 거의 생것이나 다름없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슴 고기를 벌써 세 덩이째 먹어 치우고 있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은 시신을 건드리고, 사신을 인간의 몸에 집어넣고, 황실의 보고를 털고, 황자를 등쳐 먹고…….

‘악마보다 더하지.’

생긴 것도 요사스러웠다.

남들은 모두 사랑스럽다며 칭송에 마지않는, 요요히 빛나는 은빛 머리카락을 보던 콜린이 고개를 홱 돌렸다.

“아, 그러고 보니 말씀을 드리지 않았네요.”

나이프로 사슴 고기를 썰고 있던 도로테아가 부드럽게 운을 뗐다.

“친애하는 프란체스코 사도님께서 제게 재판이 이루어질 장소를 섭외해 달라 부탁하셨어요. 본인이 장소를 구할 수도 있지만, 재판만큼은 제가 원하는 곳에서 받게 해 주고 싶다나요?”

“그 미친놈이.”

후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먹던 접시를 밀어낸 데인이 으르렁대며 물었다.

“그래서? 거절했어?”

“아니, 그러겠다고 했는걸?”

“어디로?”

줄곧 침묵하고 있던 펠릭스의 물음에 도로테아가 빙긋 웃었다.

“극장으로요. 수백 명의 군중들이 그 누구 하나 시야를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무대’를 즐길 수 있는 곳이어야 할 것 같기에.”

“…….”

극장? 그녀가 직접 후원하는 사업장인 바로 그곳?

그곳에서 공개적으로 ‘종교 재판’을 받겠다고?

천천히 나이프를 내려놓은 펠릭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테아, 종교 재판은 단순히 연극 같은 것이 아니다. 심지어 제국민들 가운데에는 재판에 휘말렸다는 이유만으로도 너를 좋지 않게 보는 신실한 신자들도 많아.”

“그러니 적어도 마음만큼은 편하도록 익숙한 곳에서 받고 싶어요. 아무리 저라도 많은 이들 앞에서 존재 자체가 불길하다거나 신께 죄를 지었다는 힐난을 받는 건 불편해서요.”

딸아이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벤이 말없이 어깨를 다독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픈 듯 애절한 시선을 보내는 벤을 필두로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다들 얼굴에 다시없을 결연함이 서리는 사이, 도로테아가 고개를 살며시 기울이며 입을 뗐다.

“그런데…….”

“응?”

“저는 사도님을 처음 뵈었잖아요. 그분을 보니 궁금한 것이 생겨서요.”

느릿하게 운을 떼자 모처럼 함께 식사 중이던 가족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모였다.

인형처럼 곱고 예쁜 소녀가 눈을 깜빡이며 여리고 고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분은 제11대 프란체스코라면서요. 그렇다면 그 전대의 사도님들이 계셨다는 이야기지요?”

“그렇단다. 사도님의 숨이 끊어지고 나면 그다음 대의 사도가 힘을 부여받게 되지.”

벤은 모처럼 흥미로운 듯 눈을 반짝이는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비록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긴 하지만 성국과 사도의 존재를 굳이 적대할 필요는 없었다.

‘고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만 증명된다면 성국과도 척을 질 필요가 없을 테고.’

대신관에게는 개인적으로도 많은 신세를 졌으니, 오히려 이 기회에 신전과 가까이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사도님은 어떻게 임명되나요?”

“기존의 사도님께서 숨을 거두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신께서는 새로운 사도가 탄생했음을 다양한 방법으로 계시하신단다.”

“그렇구나아.”

말꼬리를 느릿하게 잡아 끈 도로테아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렸을 때야 몸이 약한 탓이라고 하지만, 건강해진 후에도 그녀가 신전을 찾는 일은 드물었다.

가끔 기도 비스무리한 의식(?)을 저택에서 행하고는 했지만, 신심이라는 것이 없는 건 아닐까 내심 걱정했던 후작의 얼굴에 안도감이 맴돌았다.

역시 제 손녀는 조금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을 뿐, 몹시 평범한 소녀에 불과…….

“사도도 죽는구나. 모든 사도님들은 자연사하는 건가요?”

“응?”

“그러니까, 사도님이 독을 먹으면 어떻게 되나요?”

“……아프시겠지?”

“사도님이 검을 맞으면 어떻게 되나요?”

“많이 아프시겠지…….”

“그럼 꼭 자연사하지 않아도 죽을 수 있는 거네요.”

“그, 신의 선택을 받아 성력을 쓰기는 하지만, 그분들도 결국은 인간이니까.”

죽기야 하겠지.

근데 그걸 왜 자꾸 물어보는 건데?

“그렇구나아.”

홀로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도로테아를 본 순간 다들 불안함에 휩싸였다.

“테아.”

미간을 좁힌 펠릭스가 조카를 향해 말을 꺼내려던 순간이었다.

에이든이 껄껄 웃으며 입을 열었다.

“걱정 말거라. 내가 전장에서 딴 목의 수가 무수하단다. 그가 네게 무언가 하려 치면 내가 지체 없이 나서서 바로…….”

“에이든.”

후작이 철없는 막내아들놈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아버지의 꾸중을 들은 에이든은 기가 죽기는커녕 곧바로 식사 자리를 박차고 연무장으로 향했다.

사랑하는 조카에게 연신 눈을 찡긋하면서.

“연습해 놓으마.”

모두의 심란한 시선이 그녀에게 머무를 즈음, 도로테아는 빈 접시를 밀어내고 입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었습니다.”

사뿐사뿐 걸어가는 도로테아의 뒤를 쫓던 우드가 찜찜한 얼굴로 물었다.

“진심으로 사도를 죽일 생각이냐?”

“어머, 난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

너 방금 전까지 독을 쓰면 어찌 되느냐, 검에 맞으면 어찌 되느냐 주절주절 나불거렸잖냐.

우드가 기가 막힌 듯 제 주인을 내려다보았다.

얼굴에 의뭉스러운 웃음을 매단 도로테아가 도리어 물었다.

“만일 내가 정말 사도의 숨통을 끊어 놓는다면 나도 신벌을 받게 되려나?”

“글쎄,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은 일이라 잘 모르겠는데. 신의 사도를 죽였다가 대를 이어 불행해지고 싶어 할 사람은 없었을 테니까.”

“신의 사도라 해서 늘 옳은 일만 하는 건 아니잖아.”

“그야 그럴 테지. 그렇지만 신께서 아끼는 인간이잖냐.”

“무엇을 보고? 신의 힘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도로테아가 웃으며 살래살래 고개를 저었다.

“그게 꼭 신의 축복이기만 한 것은 아니야. 때로는 저주이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무거운 짐일 수도 있지.”

그것이 신의 아낌을 받는 증거인지도 모호했다.

정작 그녀는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단 한 번도 신의 아낌을 받고 있다고 느껴 본 적 없으니까.

채 옹알이도 하기 전의 갓난아기에게 내려온 그녀의 신은, 재신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에게 착취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나서 준 적 없었다.

어딘가 말속에 스며든 묘한 냉랭함을 느낀 우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무튼 뭘 꾸미고 있든 간에 직접 나서지 마라. 차라리 내게 말을 해.”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제 권속을 향해 나긋하게 물었다.

“어머, 정말?”

“…….”

위로 치솟은 입꼬리가 새삼 얄미웠다.

놀림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이 성질 나쁜 계집애는 모처럼 보이는 사람의 진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커녕 제 손에 쥐고 흔들어 댄다.

‘그렇지만…….’

그 마음을 가벼이 여기진 않았다.

우드는 이 종잡을 수 없는 여자아이를 무뚝뚝하게 내려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차라리 내가 하마.”

사도를 죽여 지옥에 떨어지든, 대대손손 저주를 받든.

물끄러미 우드를 바라보던 도로테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의뭉스럽기만 했던 좀 전의 웃음과는 조금 다른, 어딘가 다정하고 상냥함이 묻어나는 미소였다.

“괜찮아.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어차피 그녀를 향해 적의를 보내는 건 인간이다.

저주를 받는다 하더라도 신이 아닌 인간의 의지였다.

그리고 도로테아는 자신을 향한 인간의 적의를 받아치는 일에는 익숙했다.

“아무렴 어때.”

저들이 부여받은 힘이 신이 보낸 ‘사랑’의 증거라면, 나도 그 못지않게 신의 사랑을 받고 있는걸.

어차피 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그 어떤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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