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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사 도로테아-148화 (148/242)

148화

후작가의 정원은 몹시도 아름다웠고, 볼거리로 가득했으며, 다들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뿐이었다.

실종된 파비안 벨로크는 여전히 소식이 없었으며, 도로테아 하이클레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히 여러 장소에 얼굴을 내밀었다.

색다른 일이 터지리라 내심 기대하고 있었던 귀족들은 모두 실망한 눈치였다.

흥미가 식자 그때부터는 불만이 솟아 나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파비안 파벌에 속해 있던 또래의 어린 영애들이었다.

“황도에서 귀족 영애가 실종되었는데 치안대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죠?”

“하이클레어 후작 영애가 그녀와 다툰 것을 목격한 이들이 한둘이 아닌데, 어째서 아무런 조사도 받지 않는 거죠?”

어린 영애들의 불만에서 터져 나온 ‘의문’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그녀들이 아닌 사교계를 쥐고 있는 부인들의 움직임에서 비롯됐다.

마치 누군가가 종용이라도 하는 것처럼 여론은 하루하루 악화되어 갔다.

메릴린 레어는 오랜만에 참석한 자선 살롱에서 그 서늘한 공기를 여실히 느꼈다.

“어서 와요, 영애.”

클라디아 부인이 여는 음악 살롱은 참석을 원하는 영애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모임이었다.

1황녀의 대모이자 전 황후의 측근인 그녀는, 자신의 인맥을 이용하여 제국에서도 손에 꼽는 명사들을 초대해 음악을 감상하는 자선 살롱을 1년에 단 두 차례만 열었다.

많고 많은 귀족 영애들 가운데 초대를 받아 자리를 빛낼 수 있는 인원은 소수에 불과했다.

자연스레 살롱에 초대를 받는 영애들은 그 해 가장 격조 있는 품위를 가진 인물로 손꼽히는 등 좋은 평판을 얻었다.

‘그러니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내가 초대를 받다니.’

초대장을 거머쥔 메릴린이 얼떨떨한 얼굴로 살롱 안으로 들어섰다.

황궁을 자유롭게 드나들 만큼 이름난 작곡가를 필두로 천상의 목소리를 낸다는 오페라 가수, 이름난 화가, 시인까지.

누구 한 사람 쟁쟁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수많은 명사들 가운데에 앉아 부드러운 미소를 띤 클라디아 부인이 그녀를 맞이했다.

“어서 와요, 레어 남작 영애.”

고개를 까딱여 보이는 중년의 부인에게서는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흘렀다.

“초대에 감사드립니다, 부인.”

금박을 두른 초대장은 일종의 권력이었다.

손에 든 초대장을 움켜쥔 채 하나둘 살롱 안으로 들어서는 영애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들뜬 기색을 감추고서 여유로운 척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탐색했다.

메릴린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 녹아들지 못한 채 한편에 앉아 멍하니, 쏟아져 들어오는 영애들을 바라보았다.

‘뭔가 이상한걸.’

살롱은 언제나 ‘소수’를 초대하여 그 안에서의 수준 높은 토론과 대화를 즐겼다.

그러나 오늘의 모임은 이상할 정도로 많은 영애들이 계속 몰려들고 있었다.

하나같이 금박이 박힌 초대장을 들고서.

클라디아 부인은 웃는 얼굴로 일일이 영애들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약간의 소란함과 들뜸으로 온기가 흐르던 살롱에 소리가 뚝, 그쳤다.

마지막으로 문턱을 밟은 이의 얼굴이 메릴린의 눈에 몹시 낯익었다.

“안녕하세요, 부인.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토록 격조 높은 모임에 참석할 수 있다니 몹시 영광일 따름입니다.”

물 흐르듯 흘러나오는 유려한 말과 함께 들어선 도로테아를 보는 이들이 침묵했다.

즐거움에 들떴던 공기가 가라앉은 것은 한순간이었다.

스스로가 높이 평가받았다 믿었던 영애들은 하나같이 불편한 얼굴로, 막 들어서는 은빛 머리카락의 아름다운 소녀를 응시했다.

신경 쓴 기색이 역력한 영애들의 뺨을 때리듯, 도로테아는 본인의 저택에서 열리는 연회에서보다도 더 수수한 차림의 단색 드레스를 걸치고 있었다.

“어서 와요, 영애.”

짤막한 인사에 메릴린이 눈을 굴렸다.

클라디아 부인은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으며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녀의 태도에서 묘한 이질감을 받았다.

부채를 쥔 채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던 부인이, 우아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도로테아를 보다 슬쩍 고개를 돌렸다.

‘저건.’

그녀의 곁에 있는 부인들, 특히 사교계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상류 계급 출신의 귀부인들은 모두 그린 듯한 미소를 짓고서 아무 말 없이 눈을 내리깔았다.

초대받은 기쁨에 찬물이 끼얹어진 영애들은 몰라도, 그 누구보다 상대의 의도를 기민하게 알아채는 메릴린은 알 수 있었다.

도로테아를 향한 초대가 결코 호의가 아님을.

“어디 보자. 영애의 자리가…… 이곳이면 되겠군요.”

모임을 연 주최자나, 혹은 모임에서 가장 돋보일 수 있을 만한 상석에 안내받은 도로테아는 기꺼운 미소를 띤 채 자리에 앉았다.

투명한 와인 잔을 건넨 클라디아 부인이 다정히 말을 붙였다.

“요즘 이런저런 일들로 바쁠 텐데, 참석해 주어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제가 어찌 부인의 초대에 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토록 많은 구경꾼들을 늘어놓고, 나를 불러들여 한바탕 연극을 하려는데. 주인공으로서 당연히 가장 돋보이는 자리에 앉아 정성껏 마련해 준 극을 감상해 주어야지.

멀리 그늘진 곳에 창백한 안색의 메릴린이 보였다.

생긋 웃어 보이자 입술을 파르르 떠는 것이 아무래도…….

‘여름 감기에 걸렸구나.’

그러게 밤에는 창문을 잘 닫고 잤어야지.

단짝을 향해 마음 깊이 진심 어린 걱정을 보내는 도로테아에게 누군가 불쑥 말을 꺼냈다.

“후작 영애께서는 당분간 조금이라도 활동을 자제하실 줄 알았는데요.”

날카로운 목소리에 클라디아 부인이 부드럽게 물었다.

“어머나,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죠?”

말을 꺼내고도 혹여 부인에게 안 좋은 인상이라도 남길까 주저하는 영애를 대신해 옆에 있던 다른 영애가 입을 열었다.

“파비안 영애가 실종된 지 아직 며칠도 채 되지 않았고, 그녀가 돌아오지도 않았으니까요.”

“그게 하이클레어 후작 영애와 무슨 상관이라도 있나요?”

마치 처음 듣는 이야기인 것처럼 아주 자연스레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부인의 솜씨는 과연 노련했다.

‘그래도 연기력은 훌륭한 편이네.’

한 음절, 음절 끊어 가며, 외운 대사조차 다 치지 못하고 도망가 버렸던 메릴린과 비교하자면.

때마침 떠올린 장면에 도로테아의 입가에 맺힌 실소가 영애들의 분노를 키웠다.

“아무리 그래도 어찌 웃을 수가 있나요! 영애와 같은 자리, 같은 시각에 실종된 파비안 영애가 지금 어디서 어떤 고초를 겪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지요?”

기가 막힌 듯 눈을 부릅뜬 영애를 향해 도로테아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이들이 한둘이 아닐 텐데. 심지어 저는 파비안 영애와 그리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답니다.”

도로테아가 고개를 돌려 슬쩍, 좌중을 바라보다 오색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쓰고 온 영애에게서 시선을 멈췄다.

“저기 있는 레이첼 영애야말로 파비안 영애와 한 몸처럼 붙어 다니지 않았던가요?”

“…….”

뜻밖에도 원치 않는 역풍을 맞은 레이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를 저격할 생각이 없었으나, 그녀를 향해 포탄을 던진 셈이 된 영애 또한 비틀거렸다.

곁에 있던 누군가가 대신 레이첼을 변호해 주었다.

“레이첼은 파비안을 몹시 걱정한 나머지 저택에 들러 백작 부인을 위로하기까지 했어요. 친구가 실종되었다 해서 그녀가 모든 사교 활동을 끊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한답니다.”

부드럽게 공격을 넘긴 도로테아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형형한 빛을 내뿜고 있는 영애들의 시선 탓일까. 온몸이 따끔거렸다.

내가 그렇게 잘못 살아온 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어째서 다들 나만 못 잡아먹어 안달이지?

“문제는, 영애께 파비안 영애의 실종에 관련되어 있다는 충분한 혐의가 있다는 데에 있지요!”

“마, 맞아요.”

누군가가 용기 내어 다시금 문제를 지적했다.

“제 혐의요?”

도로테아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갸우뚱, 하고는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제 혐의라는 것이 뭘까요?”

“그러니까, 파비안 영애의 실종에 영애가 손을 썼다는…….”

“제가 그럴 까닭이 있나요. 분명 그 자리에서 손해를 본 건 파비안 영애였는데요.”

그날 파비안은 그녀에게 일방적으로 시비를 걸었지만 도로테아의 말 몇 마디에 밀려나 부들부들 떨지 않았던가.

그녀가 박람회장을 빠져나간 이유도 반지가 망가졌기 때문이었지, 도로테아가 억지로 끌어낸 것이 아니었다.

“만일 억울하고 분해서 보복을 하려 했다면 파비안 영애가 제게 했어야지요.”

저는 손해를 본 게 하나도 없었는데.

도로테아의 말에 영애들의 얼굴에 묘한 빛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니 그도 그랬다.

파비안 벨로크는 기껏 목을 빳빳이 세우고 시비를 건 보람도 없이 말 몇 마디에 보란 듯이 무너져, 씩씩거리며 박람회장을 나갔었지.

“그…….”

“게다가 영애가 사라지는 사이, 저는 줄곧 박람회장에서 윌리엄 황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답니다.”

“영애에게는, 영애에게는 정령이 있으니까……!”

“어머, 제가 정령을 움직여 파비안 영애를 납치하거나, 실종에 관여하는 걸 목격하신 분이 있나요? 만일 정령의 힘을 사용했더라면 박람회장에 있는 안티 실드, 방어 마법진이 어느 쪽으로든 감지하지 않았을까요?”

빙긋 웃는 말에 끙끙대며 답을 찾던 어느 영애가 다시 반박했다.

“그, 그러니까…… 영애가 사실은 정령의 힘을 쓰는 대신 다른 인부를 고용한 거예요. 사람의 힘으로 파비안 영애를 납치해서…….”

“박람회장 건물 안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모두 초대장을 갖고 있었고, 명부를 작성했어요. 제가 사람을 고용했다면 어떻게 박람회장에 들였을까요?”

“기, 기다려 봐요.”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는 듯 영애들이 머리를 맞대고 쑥덕이기 시작했다.

도로테아는 마치 대견하다는 듯, 의견을 구하고 논리를 타파하려 맞서는 영애들을 향해 다정한 눈길을 보냈다.

그 시선의 의미는 이랬다.

옳지. 옳- 지. 잘한다.

그리고 그런 광경을 바라보던 메릴린은 허탈함을 느꼈다.

‘애초에 어째서 쟤를 걱정했을까.’

그 흉폭한 7황자 면전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몰아붙이는 사람을 두고.

상대가 죽은 자든 산 자든 간에 도로테아가 먼저 꺾이는 꼴을 본 적이 있었던가.

한숨을 삼키며 고개를 돌린 순간, 메릴린은 무엇인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이 살롱의 주인은 도로테아 하이클레어가 아니야.’

살롱을 주최한 클라디아 부인 입장에서 영애들의 태도는 몹시 실례되는 행동이었다.

심지어 모임의 호스트로서 대화의 흐름을 이끌어야 할 클라디아 부인은, 부적절함이 다분히 포함되어 있는 이 대화를 방관하고 있었다.

차분하고 고요히 가라앉은 눈동자가 영애들과 도로테아 간의 대화를 응시했다.

‘꼭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메릴린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 순간이었다.

과연 도로테아에게 이 실종 사건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없는가를 두고서 열기를 띤 토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저 멀리 복도에서 희미하게 발소리가 들려왔다.

복도와 연결된 문과 가까운 구석 자리에 있는 메릴린의 귀에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저벅이는 걸음은 하나가 아니었다.

무겁고 둔탁한, 훈련된 걸음소리‘들’이 점점 가까워졌다.

고개를 돌린 순간 문이 열리고 쏟아져 들어온 것은 분명, 파비안의 실종을 수사하고 있어야 할 황도의 치안대 일부와 벨로크 백작이었다.

형형한 얼굴을 한 그가 손에 쥔 양피지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도로테아 하이클레어! 딸아이의 실종과 관련해, 한 치의 의혹이 없도록 조사를 받으라는 폐하의 명을 받아 왔다!”

메릴린의 시선이, 두 손을 모은 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차분한 얼굴로 차를 마시고 있는 귀부인들에게로 향했다.

‘무장한 치안대가 이곳 살롱까지 들어오려면 필수적으로 저택 주인의 허가가 필요하지.’

그제야 깨달았다.

제국에서 알아주는 명사들을 모은 ‘훌륭한 살롱’의 이름 아래 모여든 수많은 영애들.

그 영애들과 귀부인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라는 폐하의 명을 받아 이곳까지 온 벨로크 백작.

‘이미 짜인 판이었어.’

메릴린이 벌떡 일어선 순간, 여전히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도로테아가 바닥에 굴러떨어진 양피지를 주워 들었다.

“폐하의 명이 새겨진 것인데 조심히 다루셔야지요.”

여유로운 목소리에 벨로크 백작의 얼굴에 상대를 향한 살기가 서렸다.

수많은 이들의 이목이, 무엇보다도 살롱의 주인이 호의 어린 미소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클라디아 부인은 전 황후와도 교분이 있을 뿐 아니라, 사교계의 여론을 움직일 만한 인맥을 지니고 있지. 부인의 살롱에서 공개적으로 조사를 선언하고 그녀를 몰아세우시오. 그렇게만 한다면 재판에서는 내가 직접 움직이지.”

다만, 도로테아 하이클레어의 몸에 손을 대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철저하게 제국의 법에 의거하여 진행되어야만 공작으로서도 판관과 배심원들을 움직이기 쉬워질 테니까.

당장이라도 눈앞의 이 새파랗게 어린 계집의 머리채를 쥐고 질질 끌어내고 싶지만.

그가 흥분을 가라앉혔다.

지금이 아니어도,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그녀의 명예를 무너뜨리고 가문의 친족들까지 줄줄이 엮어 처리할 수 있다.

황제는 더 이상 그녀를 위해 나서 주지 않을 테니까.

살랑거리는 부채 너머로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클로디아 부인과 눈빛을 주고받은 그가 다시금 입을 열려던 때였다.

“그런데 백작님.”

마치 그린 듯한 미소를 띤 채 백작을 바라보던 도로테아가 입을 뗐다.

푸른빛이 감도는 짙은 남빛의 눈동자에 그를 담은 채, 소녀는 궁금하다는 듯 천진하게 물었다.

“저를 조사하시려는 까닭은, 실종된 영애가 무사히 백작님의 곁으로 돌아오길 바라시기 때문이겠지요?”

“당연하지.”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 뺨을 푸르르 떤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그를 바라보던 도로테아가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가 이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제 혐의는 벨로크 백작 영애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씌워진 것이겠군요?”

“그래, 그렇지! 자꾸만 시간을 끌려 해도 소용없소, 영애. 얌전히 조사를 받…….”

짜증스레 도로테아의 말에 대꾸하던 백작은, 어느새 살롱에 참석한 이들 모두가 몹시도 묘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니, 그가 아니었다.

그녀들의 시선은 백작을 넘어 그가 밟고 들어온 문턱 어귀를 향해 있었다.

어딘가 멍해 보이는 영애들은 물론이고, 중앙에 서 있던 클라디아 부인의 얼굴은 아예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뭐야?”

이해할 수 없는 시선에 홱 고개를 돌린 순간,백작은 그 자리에 굳었다.

“아버지…….”

마치 유령처럼 창백한 얼굴을 한 파비안 벨로크가, 실종되었던 날의 차림새 그대로 한 걸음 한 걸음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생기 없이 말라붙은 입술. 초점을 잃은 흐린 눈동자.

이미 죽었다 여긴 딸아이의 등장에 백작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그녀를 응시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 숨을 죽이고서 극적인 장면을 두 눈에 담았다.

파비안 벨로크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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