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사 도로테아 100화
도로테아와 일행이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돌아오고 있을 무렵 즈음, 황궁 또한 새로운 소식으로 들썩이고 있었다.
“사절단의 일정을 조율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앞당기다니…….”
“그렇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겠지요.”
누군가가 목소리를 낮췄다.
“대정령사 ‘클라이브’ 님이 직접 방문하신다니.”
현존하는 정령사들 가운데 가장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중급 이상의 바람, 흙, 불의 3대 정령을 모두 다룰 수 있는 그가 버티고 있지 않았더라면 한낱 왕국에 불과한 로헨 왕국이 어찌 강력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을까.
“한 번도 왕국 밖으로 나오지 않으시던 분이…….”
“우리의 어린 천재를 보러 오는 것이 아니겠소.”
다룰 수 있는 것이 물의 정령뿐이라고는 하나 도로테아가 자연적으로 발현한 정령사라는 점과, 정령의 무위가 심상치 않다는 일련의 보고들, 그리고 일전의 회의에서 보여 준 수완 등이 심심찮게 입에 오르내렸다.
도로테아의 주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재능 있는 어린 정령사가 현존하는 대정령사의 관심을 끌었다는 ‘사실’은 이득에 밝은 귀족들이 직접 움직일 명분이 되었다.
어떻게든 도로테아에게 접근해 보려는 귀족들이 애를 태우며 그녀의 귀환을 기다리던 때에, 또다시 폭탄이 터졌다.
“신, 블레어 밀리네어. 도로테아 하이클레어 후작 영애의 만행을 고발하고자 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재무 장관이, 자신의 이름까지 걸어 가며 누군가를 고발하는 일은 몹시도 이례적이었다.
대대로 황가에 충성해 오면서도 단 한 차례의 잡음도 없었던 그가 직접 도로테아를 겨냥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귀족 사회가 들썩였다.
“제아무리 유망한 정령사에 대단한 가문을 등에 업었다고는 하나, 도로테아 하이클레어 후작 영애 또한 제국민의 한 사람이자 귀족 사회의 일원입니다.”
블레어 밀리네어는 살기등등한 하이클레어 후작을 정면에 두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불법적인 침입과 허가받지 않은 사건 조사로 치안대에 신세를 진 것이 이미 여러 번입니다. 심지어 사냥 대회 때에는 아무리 3황자 전하께서 농의 선을 넘으셨다고는 하나 자칫 황족을 모독할 수 있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꼿꼿하게 고개를 든 장관의 말에 황제가 힐끗, 이미 몸을 반쯤 일으킨 후작을 바라보았다.
분기 어린 눈을 한 아버지의 옆에서 비교적 침착하게 이성을 유지하고 있던 펠릭스가 일어나 그를 반박했다.
“몇 번 사소하게 법을 어긴 것이 사실이나, 이미 죄를 인정하고 벌금을 위탁했습니다. 중죄도 아니고 경범죄에 불과한 일이었으며 심지어 폐하께서도 알고 계시는 일입니다. 사소한 것들을 트집 잡아 키울 이유가 있습니까?”
“사소하다라. 펠릭스 경께서는 이것도 사소하다고 여기시는 모양이오?”
펠릭스의 말을 비꼬듯 받아친 블레어가 한 뭉치의 서류를 제법 큰 소리 나게끔 집어 던졌다.
깨알 같은 글씨들은 스펜서 백작령에 머물렀던 도로테아 일행의 행적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었다.
“첫날부터 유유자적 백작령을 관광하기 바쁘더니, 급기야는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고 음주에 도박까지.”
“…….”
“그뿐 아니라 사전에 폐하의 윤허도 없이 사사로이 황자를 영지로 불러들였으며, 스펜서가의 방계를 겁박해 감옥에 가두는 만행 또한 저질렀다지.”
펠릭스의 눈이 천천히 서류로 향했다.
“증인도, 증거도 아주 차고 넘치오!”
귀족들의 수군거림이 커졌다.
가만히 지켜보던 황제는 그제야 흥분한 장관을 뒤로 물리고서 상황을 정리했다.
“고발 건에 관해서는 짐이 직접 검토하겠다. 증인과 증거가 마련되어 있다고 하니 일행이 돌아오는 대로 해명을 듣도록 하겠다. 원한다면 경들의 앞에서 청문회를 열어도 좋을 터.”
황제의 눈이 날카롭게 좌중을 훑었다.
“모든 일이 명확해지기 전까지, 경들은 이 안에서 들은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하라. 일의 경중을 모르고서 함부로 입을 놀리는 자는 내 직접 처벌할 테니.”
설령 고발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황제에게 도로테아는 놓을 수 없는 패였다.
그토록 압박과 회유를 반복해도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대정령사’가 직접 그 무거운 몸을 끌고 올 만큼이나 도로테아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니까.
“그 어디든 말을 흘린 이들은 중벌을 면치 못할 것이오.”
황제의 으름장에 다들 말없이 고개를 수그렸다.
아마 순순한 모습과는 달리 속으로는 제 이득과 손해를 두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부지런히 계산하기 바쁠 테지만, 적어도 명확한 행동 방향을 정하기 전까지는 다들 입을 다물 것이다.
* * *
“2황자 전하, 당분간 바깥 외출은 삼가라는 주치의의 권고가…….”
옅은 기침을 콜록거리던 윌리엄이 옅은 웃음으로 그를 만류하는 시녀장에게 가벼이 고개를 저었다.
“바깥 외출이 아니라 형님의 궁에 잠시 다녀올 일이 생겨서.”
의문스런 시선이 그의 뒤통수에 따라붙었다.
좀처럼 궁을 떠나는 일이 없는 윌리엄이, 그것도 사이가 소원한 황태자를 직접 찾아갈 일이 무엇이 있을까.
다들 황자의 갑작스런 행보에 궁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평소라면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하여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 주었을 눈치 빠르고 다정한 황자는 아무 말 없이 옷을 갈아입고 궁을 나섰다.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던 그의 시야에 막 황태자의 궁에서 빠져나오는 재무 장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름진 얼굴의 장관이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는 윌리엄의 곁을 스쳤다.
“네가 이곳을 찾다니, 뜻밖이구나.”
문 앞까지 배웅을 나온 듯한 황태자의 말에 윌리엄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이 시간 즈음이면 형님께서 티타임을 가지신다는 것이 기억나 걸음 해 보았습니다만, 조금 늦었나 봅니다.”
고작해야 이 짧은 거리를 걸은 것만으로 이마에 땀이 맺힌 동생을 바라보던 황태자가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천천히 손을 뻗어 그를 부축했다.
“들어오거라. 네가 원한다면 마실 차쯤이야 언제든지 내어 줄 수 있으니.”
제법 인자하고 믿음직한 맏형 노릇을 하는 황태자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 앉은 윌리엄은 시녀가 차를 내어 오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설마하니 형님께서 블레어 경을 움직이시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음…….”
황태자의 눈이 앉자마자 대뜸 본론을 꺼내는 제 유약한 동생을 향해 이채를 띠었다.
늘 조용조용하던 윌리엄에게 이런 대범한 면이 있었던가.
뜻밖이었다.
“리처드가 이 일로 공을 세우면 자연스레 형님께도 이득이 될 텐데, 굳이 흠을 잡으시다니요.”
“그 녀석이 제대로 일을 할 리가 있나. 하겠다고 우기니 염탐이라 하라고 보낸 것뿐이다.”
진짜로 노리던 것은 오히려 리처드의 옆에 붙여 두었던 그의 측근이었다.
일행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기록해 고스란히 황도로 소식을 전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심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을 뿐.
머리가 빈 리처드가 공을 세워 돌아오리라는 기대는 단 한 번도 한 적 없었다.
“동복동생만 아니었어도 진작 멀리 치워 버렸을 거다. 녀석이 사고를 치면 내 평판에 흠이 가기 마련이니, 어쩔 수 없이 수습이라도 할 수 있게끔 곁에 두는 게지.”
냉정하기 짝이 없는 평가에 윌리엄의 입가에 쓴웃음이 맺혔다 사라졌다.
“굳이 도로테아를 그리 찍어 누르지 않으셔도, 형님께서는 이 제국의 차기 황제이십니다. 그건 어떤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아요.”
“그깟 계집이 뭐라고.”
코웃음 치는 황태자의 오만한 얼굴을 바라보던 윌리엄이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혹, 형님께서 경계하시는 것은 루크입니까?”
“내가 고작해야 천한 시녀의 배 속에서 난 태생 따위에게 위협을 느껴 벌인 일이라고 생각하느냐?”
7황자 따위 무엇이 그리 대단하다고.
황태자가 어이없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서 동생을 응시했다.
병약한 신체 탓에 궁에만 머물러 있어 그런가.
그의 동생은 타고난 영민함이 있음에도 시류를 볼 줄 몰랐다.
“하이클레어 후작가를 더 키우는 건 곤란하다. 그들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건 오로지 손에 쥐고 흔들 만한 패일 때야.”
자칫 지금보다 영향력이 커지면 즉위한 이후에 그의 지배력에서 벗어나려 들 가능성이 없잖아 있었다.
“지금도 종종 폐하의 권위에 맞먹으려 드는 것을 너도 보았겠지. 지금보다 이름을 드높이는 것은 곤란해.”
“그들을 누르고자 도로테아 영애를 건드리시는 것이 실수라 말씀드리는 겁니다.”
오히려 도로테아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들은 황태자의 견제를 그리 불쾌하게 여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의 뜻대로 몸을 낮추어 주는 것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다.
평판에 그리 끔찍이 신경을 썼더라면 애초에 딸과 도망갔던 사위를 다시 가문에 들이고, 그 손녀가 능력을 드러내기도 전부터 싸고도는 일들은 하지 않았겠지.
“그래서 내 판단이 틀렸다고 지적이라도 해 주러 온 것이냐?”
황태자의 얼굴에서 ‘자애로운 형’의 그림자가 사라졌다.
불쾌함을 한껏 드러내고 있는 것을 본 윌리엄이 침묵했다.
그제야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하이클레어 후작가’의 존재가 황태자의 심기를 거슬렀음을 알 수 있었다.
‘하이클레어 가문은 원래부터가 높은 충성심과 청렴함으로 드높았던 유서 깊은 가문인 데다, 도로테아를 들이면서 서민들에게까지 친근한 이미지를 얻었지.’
귀족들이 권력이나 재력 같은, 세속적인 재물을 아무리 많이 손에 쥐고 있다고 한들 황실의 위협이 되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 상대를 따르려는 마음은 그 어떤 것으로도 강제할 수 없었다.
입을 살짝 벌렸던 윌리엄이 하고 싶은 말을 꾹 목구멍 아래로 집어넣고 빙긋 웃었다.
“송구합니다. 멀리까지 생각하시는 형님의 혜안을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제 좁은 생각을 내비치고 말았습니다.”
“괘념치 마라. 너야 경험한 바가 적으니 어찌 황좌에 오를 나와 맞먹겠느냐.”
마치 윌리엄이 자신보다 어리석고 모자란 게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였다.
오만하게 고갯짓을 하는 황태자를 바라보던 윌리엄이 눈을 아래로 깔았다.
그가 지닌 권위에 복종해서라기보다는 그저 약간의 안타까움이었다.
‘그 맹랑한 아가씨가 순순히 당해 줄 리가 없지.’
황태후를 앞에 두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쿠키를 먹는 데에 집중하던 도로테아가 떠오르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또 어떤 깜찍한 일을 벌여 황궁을 들었다 놓을지.’
제국의 황태자인 그의 형의 체면이 상하길 원하는 건 아니었지만, 내심 도로테아가 몰고 올 후폭풍이 기대되기도 했다.
* * *
“음…….”
궁을 나오던 윌리엄이 순간 다리에 힘이 빠져 몸을 휘청거렸다.
그 순간 누군가가 그의 몸을 안정적으로 덥석 잡아 바로 세워 주었다.
“아아, 고마…….”
누군지 모를 이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려던 윌리엄은 제 눈앞에 불쑥 나타난 익숙한 얼굴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짙은 남빛 눈동자의 소녀가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도로테아?”
“응, 안녕하세요.”
뚱한 표정을 한 도로테아가 건성으로 인사를 건네더니, 옅은 기침을 뱉는 윌리엄을 향해 손수건을 건넸다.
“고마워.”
“서 있기 힘들어요?”
“조금. 오랜만에 무리한 탓일까.”
“프리드, 도와 드려.”
그제야 윌리엄은 저를 뒤에서 잡고 있는 인물이 도로테아의 말없는 호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프리드는 조용히 몸을 낮춰 두 팔로 윌리엄을 곱게 안아 들었다.
“이건 좀…….”
“다리에 힘이 풀렸으니까 부축을 받는 것보다는 이게 좋을 것 같은데요.”
아무리 그가 황자로서 큰 영향력을 가지지 않았다고는 하나 기사에게 폭 안긴 채 이동되는 것이 목격되는 것만은 사양이었다.
그냥 부축으로도 충분하다 말하려던 윌리엄이 멈칫했다.
햇볕 아래에 고스란히 드러난 도로테아의 얼굴이 유독 창백했다.
그러고 보니 윤기가 흐르던 머리카락은 다시 푸석해졌고, 혈색 좋던 뺨은 홀쭉해졌다.
가느다란 손목과 바싹 말라붙은 입술.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는 소녀를 보던 윌리엄의 미간이 좁아졌다.
“어디가 아프니?”
스스로가 오랫동안 앓아 온 만큼 남의 아픔에도 민감한 그의 물음에 힐끗 시선을 준 도로테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조금. 괜찮아요.”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생기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분명 내려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도로테아의 얼굴에 병색은 보이지 않았다.
평범한 또래의 소녀처럼 생기 넘치는 모습에 흐뭇했던 것이 언제인가 싶을 만큼, 그녀는 오래전 막 황도에 입성했을 때만큼이나 야위어 있었다.
‘이토록 급격하게 건강에 이상이 올 수 있는 일이라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불편한 가정들을 지워 내기도 전에 도로테아가 입을 열었다.
“최소한 누군가의 해코지 때문에 이렇게 된 건 아니에요. 내 필요에 의해서 어쩌다 보니 대가를 치른 거지.”
“……그러니?”
“곧 괜찮아질 거예요.”
“그건 다행이구나.”
그녀의 말을 온전하게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단 한 가지, 곧 괜찮아질 거라는 확신에 찬 목소리가 그나마 윌리엄을 안도하게끔 만들었다.
다른 황자 궁에 비해 비교적 수수한 2황자 궁 앞에 다다른 도로테아가 불쑥 입을 열었다.
“윌리엄은 어째서 황위를 욕심내지 않아요?”
“내가?”
재밌다는 듯 되물은 윌리엄이 자신의 꼴을 보라는 듯 피식 웃었다.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다는 듯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도로테아는 제가 아는 황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다.
“내가 보기엔 윌리엄이 가장 괜찮아요.”
“왜? 네게 시비를 안 걸어서?”
“쓸데없이 다투려 들지 않는 것도. 가진 권위로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고 지배하는 것만이 황제의 진면목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윌리엄뿐인 것 같아서.”
황태자가 블레어 밀리네어를 움직여 그녀를 고발하게끔 시켰다는 사실을 그가 알게 된 것이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그런데도 눈앞의 아가씨, 도로테아는 이미 모든 사실을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형님께서 초조해하시는 건 네 가문이…….”
“윌리엄에게도 계승 가능성이 있잖아요.”
“도로테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는 소녀를 바라보던 윌리엄이 한숨을 쉬었다.
도로테아는 못 말린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병약한 2황자의 입이 침묵 끝에 다시 열리기를 기다렸다.
“루크는 어쩌고? 넌 그와 더 친하지 않아?”
“아, 그게.”
도로테아가 별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루크는 안 돼요. 그는 제 가축이 되기로 했으니까.”
“가……?”
어딘가 써선 안 될 곳에 쓰인 것 같은 단어에 윌리엄의 얼굴이 황망해졌다.
도로테아는 아직도 길들이지 못한 양을 생각하며, 멍한 얼굴을 하고서 프리드의 품에 안겨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2황자를 꼬드기기 시작했다.
“때로는 높은 곳에 오르고자 하는 욕망보다도, 힘을 손에 넣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지켜야 할 때도 있는 법이에요.”
부디 윌리엄이 황제가 되어 주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마다 떽떽거리며 막아서지도 않고, 원할 때마다 놀고먹을 돈도 주고, 편히 지낼 수 있는 권력도 나누어 주었으면.
그러나 속내 시커먼 소녀의 유혹에도 윌리엄은 좀처럼 동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꼬드기기가 어렵다는 면에서, 과연 루크의 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