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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사 도로테아 (96)화 (96/242)

혼술사 도로테아 96화

과연 키엘 스펜서는 노련하고 능숙했다.

“이렇게 뵙게 되는군요. 딸을 가진 아버지의 불안함을 헤아려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해명드리고 싶으나, 죄송스럽게도 제가 급히 가야 할 곳이 있어서.”

벤이 그를 붙잡을 기회를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짧은 시간에 그가 해야 할 해명을 다른 이에게 떠넘기기까지 했으니까.

“이 모든 해명은 제게 하이클레어 영애의 방에 드나들고 싶다면 정정당당하게 문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해 주신 레어 남작 영애께서 대신해 주실 겁니다.”

졸지에 당사자도 아니지만 상황을 해명하게 된 메릴린은 차마 입을 열지 못한 채 눈을 질끈 감았다.

일찍이 아내를 잃고 딸을 애지중지 키워 온 아버지의 얼굴은 몹시 어두웠다.

적어도 현장(?)을 목격한 셈이니 그에게 변명이든 해명이든 해야겠다며 메릴린이 내키지 않은 얼굴로 입을 뗀 순간이었다.

방문을 열고 달려 나온 도로테아가 가볍게 제 아버지의 품에 안겨 들었다.

“아버지.”

“테아야.”

몹시도 당연하다는 듯 딸아이를 안아 주는 손길은 다정하고도 부드러웠다.

벤의 얼굴에 가득 담긴 염려를 본 도로테아가 싱긋 웃음 지었다.

“얼굴이…… 지나치게 수척해졌구나.”

필립이 전보로 어떤 말을 전했는지는 몰라도, 병색 짙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놀라지 않는 것을 보니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놀라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 속상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다.

깊은 한숨 속에 담긴 걱정을 읽어 낸 도로테아는 웃는 얼굴로 그를 마주했다.

늦저녁, 드물게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나온 일행들이 뒤늦게 성을 방문한 벤을 발견하고 멈칫했다.

수척해진 딸아이를 바라보는 애틋한 아버지의 얼굴에 가득 담긴 애정과 안쓰러움을 보자니…… 왠지는 모르겠으나 마음이 켕겼다.

‘그럴 이유가 없는데.’

실질적으로 갈려 나가고 있는 것은 도로테아가 아니라 그녀의 일행들이 아닌가.

유유자적하게 잘 먹고 잘 놀고 있는 건 도로테아인데 어째서…….

‘급속도로 야위고 퀭한 저 몰골 때문인가.’

다들 눈치껏 재빠르게 방으로 돌아가려던 순간이었다.

한껏 예를 차려 거리를 두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부드럽고 다정한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도로테아의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집에 가요, 우리.”

목구멍에 걸려 있던 말을 먼저 꺼내어 주는 딸아이를 보던 벤의 눈이 커졌다.

웃음기를 띤 채 어깨를 으쓱한 도로테아가 덧붙였다.

“아버지께서 이리 먼 길을 마중 나와 주셨으니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죠.”

“그…….”

일은 어떻게 되어 가는지, 일행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는 않는지.

소소하게 걸리는 것들을 언급하기도 전에 곳곳에서 문이 쾅, 하고 닫혔다.

“짐을, 얼른 짐을 챙겨!”

“뭣 하나. 지금까지 해 놓은 서류 정리 안 하고!”

“간다. 이제 가는 거야.”

늦은 밤, 갑작스런 귀환 의사를 내비친 도로테아의 태도를 탓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저마다 그늘진 퀭한 눈을 하고 흐흐흐흐, 웃음을 흩뿌리며 짐을 싸고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각을 더욱 맹렬히 불태워 하고 있던 일들을 마무리할 뿐.

그렇게 다들 순조로운 협조 끝에 귀환 준비는 단 하룻밤 새에 끝이 났다.

마치 그 누구도 이 아름답고 호화로운 성에 남아 있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다들 그래도 말이 통하는 분들이라 다행이구나. 테아의 건강을 염려해서 이리 서둘러 주시다니.”

눈 깜짝할 사이 일어난 일들에 얼떨떨해하던 벤이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데인이 고개를 저었다.

“고모부가 생각하는 그런 이유는 아닐걸요.”

본인들이 살려고 저러는 거죠.

*   *   *

졸지에 함께 돌아갈 수 있게 된 메릴린은 얼떨떨하지만 기쁘게 짐을 쌌다.

“이른 아침에 바로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으면 해요.”

“그렇지만 저희만 준비한다고 해서 바로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오전이 끝나 갈 무렵에서야 느긋하게 일어나 일과를 시작하는 귀족들을 생각해 보면, 이른 아침에 이미 돌아갈 만반의 준비를 끝내어 놓는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도로테아의 말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메릴린은 이른 아침에 이미 짐이 한가득 실린 마차에 올라탄 채 자신을 기다리는 일행들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밤새도록 부지런히 짐을 싸신 건가.’

귀족 사회의 일원으로 태어나 살아오며 이제껏 보았던 것 중에 가장 놀라운 광경이었다.

수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이토록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다니.

훈련된 군의 장교들이나 보일 법한 움직임이 아닌가.

‘훈련이 되긴 했지…….’

메릴린의 시선이 도로테아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순한 양처럼 눈을 끔뻑이며 아버지를 향해 다정히 미소 짓고 있었다.

병색이 완연한 낯빛과는 달리, 그녀의 남색 눈은 아버지를 향해 반짝였다.

며칠 함께 붙어 다녔으니 알 수 있었다.

‘정말…… 좋아하는구나, 아버지를.’

그리고 벤 또한 세상 그 누구보다 딸아이를 소중하게 아끼는 것이 분명했다.

전보를 받자마자 앞뒤 가릴 것 없이 달려왔을 그의 얼굴에 채 정리하지 못한 수염이 드문드문 자란 것이 보였다.

왠지 모르게 두 사람을 멍하니 보고 선 메릴린의 입안이 씁쓸해졌다.

마지막으로 말을 점검하며 출발을 기다리던 그때였다.

뜻밖의 무리가 조심스럽게 우르르 다가와 도로테아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영애, 혹여 가시는 길에 속이 불편하지 않게끔 미리 삶아 찢어 둔 고기입니다.”

“가시는 길 너무 고생하시지 않도록, 솜을 넣은 쿠션을 준비해 봤어요.”

“외풍을 막아 줄 수 있도록 창틀에 붙이는 물건입니다. 스펜서 백작께서도 출타하실 적에 자주 쓰신답니다.”

와글와글 몰려든 성의 사용인들이 내민 것들로 채워진 도로테아의 마차는 온갖 편의를 신경 쓴 리처드의 것 못지않게 호화로워졌다.

“고마워요, 다들.”

대화를 나누는 도로테아와 사용인들 사이에 훈훈한 분위기가 흘렀다.

고작해야 사용인 따위와 인사를 나누기 위해 시간을 지체하다니.

영지의 주인인 키엘 스펜서도 없는 마당에 굳이 배웅받을 의미도 느끼지 못한 다른 귀족들은 도로테아를 이해하지 못했다.

심드렁하니 출발을 기다리는 사이에, 줄곧 모습을 보이지 않던 제닉스 부인이 조촐한 짐을 손에 쥐고 나타났다.

“유모?”

리처드가 의아한 얼굴로 창밖을 향해 빼꼼 고개를 내밀자,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던 부인이 입을 열었다.

“3황자 전하께서 모처럼 이곳에 오래 머무르신 덕일까, 옛 인연들이 그리워지는군요. 생각해 보니 황태후 폐하를 뵌 지도 참 오래된 것 같아서 가벼이 걸음 해 보려 합니다.”

“아아, 유모가 원한다면야.”

대수롭지 않은 듯 고개를 까딱여 허락한 리처드와 달리 먼 곳에서 말을 타고 있는 루크의 시선에는 자못 살기가 어렸다.

그러나 귀부인은 7황자의 살기 어린 시선을 느끼지 못한 것처럼 태연하게 마차에 올랐다.

리처드는 자신을 해하려 했던 흉수를 마차에 들였음을 꿈에도 알지 못한 채 자연스레 모자를 벗어 그녀에게 맡겼다.

‘유모가 내 시중을 들어 준다면야 가는 길이 한결 편할 테지.’

오래도록 그의 곁을 지켜 온 그녀가 있으면 편히 움직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스치듯 했을 뿐이었다.

리처드의 옆에 자리한 제닉스 부인의 시선이 마차에 올라타는 도로테아에게 진득하게 머무르다 떨어졌다.

“이랴-!”

귀환 길에 오른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옅은 기침 소리에 메릴린이 자연스럽게 옆에 있던 물을 조심스레 따라 건넸다.

최대한 편의를 봐 가며 움직인다고는 하나, 극도로 허약해진 몸으로 긴 여행길에 오른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역시 좀 더 쉬다 왔어야 했어요. 안색이 너무 나쁜걸요.”

“어차피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아버지도 오셨고…….”

도로테아의 가느다란 목소리에 옆에 있던 데인이 팔짱을 낀 채 코웃음 쳤다.

“그렇지, 고모부가 오셨으니 얼른 돌아가야지. 괜히 성에 계시다가 네가 무슨 사고를 얼마나 쳤는지 듣고 나시면 또 얼마나 우시겠어. 그분 귀에 네 행적이 전해지기 전에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골골대는 편이 할아버님과 할머님의 잔소리도 피할 수 있을 테고.”

메릴린이 설마 하는 얼굴로 흘끔 도로테아를 바라봤다.

가시 박힌 데인의 말에 눈을 깜빡이며 태연한 얼굴로 모르는 척을 하던 도로테아가, 창을 열고서 줄곧 옆에 붙어 오고 있는 제 막내 외숙부를 향해 입을 열었다.

“마차가 비좁아서 그런가. 자꾸만 기침이 나는데 혹시 데인이 탈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저런, 그럴 수야 없지. 기다려 보거라.”

“자, 잠깐. 꾸엑!”

사랑하는 도로테아의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에이든의 우악스러운 손이 데인의 뒷덜미를 잡고 마차에서 끌어냈다.

여분의 말이 없는 탓에 제 삼촌의 품에 폭 안긴 채 함께 가게 된 데인이 무어라 소리치는 것이 들렸지만 도로테아는 조용히 창을 닫았다.

메릴린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는 도로테아를 보며 깨달았다.

‘데인 영식의 말이 모두 사실이구나.’

찔릴 만한 일이 있으면 움츠러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인간의 생리라고 하나, 도로테아는 그와 달리 더욱 뻔뻔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영애의 가족들은 정말로 영애를 아끼는군요.”

희미한 미소가 스치는 도로테아의 얼굴을 보며 메릴린은 애써 씁쓸한 속내를 감췄다.

귀족가의 자녀들 중 이토록 끈끈한 애정을 받으며 자라나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사랑을 받는 것도, 사랑을 주는 것도 대상이 있어야 하는 법인데.

저를 가문의 위세를 드높여 줄 도구쯤으로 보는 아버지와, 자신을 무시하는 형제들이 존재하는, 숨이 턱턱 막히는 저택을 떠올린 메릴린의 얼굴이 흐려졌다.

“이쪽으로 와요, 메릴린.”

별안간 도로테아가 자신의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 쳤다.

“옆에 기대시게요?”

그렇게 물으며 자리를 옮긴 순간이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의 촉 끄트머리가 정확히 그녀가 있던 자리에 박혀 삐죽이 모습을 드러냈다.

창졸간에 일어난 일에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메릴린의 고개를 숙이게끔 한 도로테아가 그녀의 물음을 부정했다.

“아니요, 이쪽 벽이 한결 더 튼튼하거든요. 저쪽은 마부석이 있어서 관통되기 쉬워요.”

요란한 굉음이 들리는가 하더니 곧바로 검끼리 맞부딪치는 거친 쇳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아…….”

급작스러운 상황에 얼어붙은 메릴린이 몸을 움츠리자, 도로테아는 말없이 그녀의 어깨를 잡아당겨 품에서 토닥여 주었다.

에이든의 광기 어린 기합 소리와 함께 비명이 들려왔다.

“괘, 괜찮겠죠?”

메릴린의 목소리가 영지로 내려올 때를 떠올린 듯 덜덜 떨렸다.

“괜찮아요. 그전의 습격에서 영애가 고생했던 것은, 그때 고작해야 루크와 데인밖에 없었기 때문이에요. 딱히 믿음직스런 인물이 없었던 탓이죠. 지금과는 다르게.”

“그렇군요. 그때는 고작 7황자 전하와 데인 영식밖에 없었으니까…….”

별생각 없이 도로테아의 말을 따라 되뇌던 메릴린은,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는 도로테아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눈을 가늘게 뜬 도로테아가 허공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괜찮을 거라던 말, 아무래도 조금 정정해야겠어요.”

“네?”

“설마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굴 줄이야. 내가 제법 들쑤셔 놓긴 했나 봐요.”

“네, 네?”

수수께끼 같은 말에 아리송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던 메릴린은, 어느 순간 시끄럽고 소란스러웠던 바깥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

별안간 몹시 서늘한 한기가 그녀의 몸을 덮쳤다.

손마디가 저릿하고 목덜미가 쭈뼛하고 섰다.

도로테아는 마차로 스며든 스산하고 어둑한 그림자를 응시했다.

굳이 창을 열어 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그녀가 탄 마차가 죽음의 기운에 둘러싸여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 사문(死門)을 열었어.’

일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로써 적들이 인외 존재의 협력을 받고 있다는 것과, 그 존재가 명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품속에 있던 피피가 축 늘어졌다.

“잘 들어라, 명재신. 차사(差使)의 눈에 들고 싶지 않다면 네 기척을 죽이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생과 사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은 그들에게 금기(禁忌)나 다름없는 일. 그들은 결코 산 자에게 먼저 손을 대지 못하니 절대 먼저 손을 쓰지 마라.”

스승의 당부가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도로테아가 천천히 손가락으로 메릴린의 입술을 지그시 누르고는 고개를 저었다.

겁먹은 메릴린이 입을 꾹 다물고 나자 도로테아가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저들은 이미 적잖은 희생을 치르고 사문(死門)을 열었을 테니 함부로 그녀를 헤치려 들지 않을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남은 것은 이토록 과격한 초대를 행한 자를 기다리는 것뿐.

끼이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 문틈으로 서늘한 바람이 그녀들의 얼굴을 두드렸다.

이윽고 활짝 열린 문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제닉스 부인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이만 나오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서요.”

나긋한 목소리로 꺼낸 강요 어린 말에 메릴린이 경악했다.

도로테아는 동요 한 점 내보이지 않는 얼굴로 물끄러미 자신을 향해 내민 부인의 희고 말간 손을 잡았다.

부인은 마치 오랜 시간 도로테아의 시중을 들어온 사람처럼 익숙하게 그녀를 부축했다.

“남작 영애께서는 안에 계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초대가 급박하게 이루어지다 보니 의도치 않게 휘말리셨을 뿐이니까요.”

부인의 제안에 도로테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 안에 있는 것이 좋겠어요, 메릴린.”

나지막한 말에 서린 알 수 없는 힘에 도로테아를 쫓아가려던 메릴린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보일 듯 말 듯한 미소와 함께 돌아선 도로테아가 마차에서 다섯 걸음가량 떼었을까, 검은 후드로 온몸을 가린 낯선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닉스 부인이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건네며 그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도로테아 하이클레어 후작 영애입니다.”

- 수고했다.

독특하게 변조한 음성이 허공에 울려 퍼졌다.

- 도로테아 하이클레어.

“…….”

- 너는 대체 누구지?

목소리가 물음을 건네자 줄곧 밀랍 인형처럼 아무런 표정이 없던 도로테아의 얼굴에 천천히 미소가 번졌다.

오랜 낚시가 성공한 것이 기쁜 듯 미소를 머금은 그녀가 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 입으로 ‘도로테아 하이클레어’라고 말해 놓고, 내가 누구냐니?”

그건 그녀가 진짜 도로테아가 아님을 알고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물음이 아닌가.

사신이었던 콜린조차도 그녀의 정체를 궁금해했지만, 그녀가 설마 진짜 도로테아가 아닌 ‘빙의한 존재’임을 알지는 못했다.

그녀의 혼은 이 세계의 명부에서 찾아볼 수 없을 테니까.

그러니 이자는 그녀의 진정한 정체를 아는 것이 아니었다. 도로테아의 혼이 진작 육신을 떠났음을 아는 것이겠지.

“내가 맞게 골랐네.”

너희였구나.

이 몸의 혼을 빼돌린 자들이.

줄곧 찾고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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