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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사 도로테아 (89)화 (89/242)

혼술사 도로테아 89화

진담 반, 농담 반을 담아 메릴린을 실컷 놀려 주고 방으로 돌아온 도로테아는 어느새 소리 없이 제 뒤를 지키고 있는 미형의 기사를 흘끗 보고는 입을 열었다.

“당분간 발레리의 곁을 지켜 달라 했던 것 같은데.”

“외부와는 달리 성내에서는 별다른 위험 요소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발레리 제르망의 안전을 요구하시긴 했지만, 저는 영애의 호위 기사입니다.”

그답지 않게 깍듯하게 예의를 갖춘 긴 대답이 돌아왔다.

늘 그렇듯 감정 한 점 담겨 있지 않은 고저 없는 목소리 속에서 미묘한 이질감을 느낀 도로테아가 제 등 뒤로 막 닫힌 문을 돌아보았다.

며칠 얌전히 제 뜻을 따라 준다 했더니 여기까지가 한계였나.

‘은근히 고집이 세다니까.’

루크까지 들먹인 끝에 겨우 듣는 시늉이라도 하게 만든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짧은 한숨을 쉰 도로테아가 닫힌 방문 앞을 미동도 없이 지키고 있을 고집불통의 기사를 향해 나직하게 명했다.

“듣고 있는 거 알아. 들어와.”

소리 없이 열린 문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얼굴은 여전히 서늘한 빛을 띠고 있었다.

말없이 눈을 내리깔고 있는 그를 보며 도로테아가 제 머리 위를 가리켰다.

“이거 좀 풀어 줘.”

스치듯 닿은 기사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하루 종일 밖을 돌아다니면서도 흔들리지 않게끔 잘 고정된 머리 장식을 푸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데인이었더라면, 머리를 수십 번씩 헤집다 두 손 들고 포기하고 말았겠지.

그러나 프리드는 제법 능숙한 손길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던 장식을 빠르게 풀어냈다.

“당분간은 네가 발레리와 메릴린의 곁에 좀 더 있어 주었으면 해.”

“성에는 저 말고도 상주하고 있는 기사들이 충분합니다.”

지난 며칠간 발레리와 메릴린은 도로테아의 부탁에 따라 일부 귀족들, 혹은 리처드와 함께 성 외부를 돌아다녔다.

이쪽의 부탁을 수행하러 위험을 감수하고 외출하는 두 사람인지라 믿고 맡길 만한 호위가 딱히 없어 그러한 것인데…… 삼 일째가 한계였던 모양이다.

“…….”

말없이 프리드를 바라보던 도로테아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누가 보면 네가 대단히 절절한 충성심이라도 가졌다고 감탄하겠어.”

“저는 영애의 호위입니다.”

고집스레 말을 되풀이하는 프리드의 눈은 여전히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었다.

말이야 그럴듯하지만, 그의 마음속이 텅 비어 있음을 누가 모를까.

마치 색채 한 점 없는 흑백 필름처럼 황폐한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시선에 프리드는 언제나와 같이 눈을 내리깔았다.

“말은 바로 해야지. 네가 이곳에 있는 것은 루크의 ‘명’을 지키기 위해서지.”

“그분께서 그 어떤 것에서도 영애를 지키라 명하셨으니, 그 명을 거두지 않는 이상 저는 영애를 지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도로테아는 얼굴의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기사의 말속에 있는 허를 찔렀다.

“그럼 루크에게서도?”

“…….”

“만일 루크가 나를 죽이라고 하면, 너는 그의 명을 거부할 생각이야?”

프리드가 도로테아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 오로지 루크의 ‘명’ 때문이라면, 반대로 루크의 ‘명’이 바뀐다면 언제든 든든한 호위에서 가장 위협적인 인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행여 루크가 그럴 리 없음을 알아도.’

그의 입장에서 도로테아는 ‘협력자.’

황자라는 신분이 주는 제약을 생각했을 때, 루크의 입장에서 도로테아는 현재 유용하게 사용 가능한 협력자였다.

그러니 루크가 그녀의 목숨을 앗아 갈 리야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를 신뢰한다는 의미는 아니지.’

프리드가 이곳에 있는 한, 그가 도로테아의 곁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루크에게 전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이제까지는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최근 일련의 일들이 신경 쓰였다.

지금의 루크는 어딘가 묘하게 불안정하고 여유가 없었다.

그녀라고 해서 상대의 모든 것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주변을 둘러싼 상황이 변한 것인지.

무장(武將) 출신이긴 했으나 일을 해결할 때에 앞뒤를 보지 않고 행동하는 무모한 인물은 아니었건만.

“루크의 귀에 내 행적이 들어가는 게 좀 곤란해졌거든.”

보석처럼 아름답지만, 여전히 온기 한 점 비치지 않는 푸른 눈이 그녀를 응시했다.

“……이제까지 줄곧 저를 곁에 두셨습니다만.”

“그랬지.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네가 무엇을 하더라도 딱히 상관없었거든. 반쯤은 내 행동을 그대로 전하게끔 유도한 것도 있었고.

혹여 루크가 이쪽을 못 미덥게 여긴다고 하더라고, 생각만큼 만만한 귀족 영애가 아님을 보여 줄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효과는 있었다.

그저 흥미와 우연이 겹쳐 도움을 건넸던 루크가, 필요할 때에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도움을 청할 만큼 도로테아를 높이 사게 되었으니까.

“…….”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도로테아의 사정없는 몰아붙임에 덩그러니 서 있던 프리드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저는 그분께 빚을 졌습니다.”

“그 정도는 알아. 네가 대단한 충성심이 있어 루크를 따르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무지한 어린애들도 알 수 있을걸?”

애초에 루크가 그를 도로테아에게 보낸 까닭도 거기에 있을 터.

충심은 상대를 향한 깊은 존경과 애정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따라서 때때로 그 충심이 지나쳐 ‘명’을 앞서는 경우도 종종 있는 법.

이를테면 따로 명이 없어도…… 도로테아처럼 루크를 적절하게 ‘이용해 먹는’ 불순한 인간을 제거하고자 한다든가.

그러나 눈앞의 이 기사는 달랐다.

“내가 루크를 어떻게 대하든 간에 너는 그저 ‘나를 지키라’는 명에 충실했지.”

고개를 끄덕인 도로테아가 침대에 걸터앉아 말을 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내게는 네가 필요하지 않다는 거야.”

그녀의 옆구리로 슬쩍 고개를 내민 리리가 등을 타고 올라 머리 위에 안착했다.

약이라도 올리듯 꼬리를 살랑거리는 정령을 바라보던 프리드가 나직하게 타협의 말을 꺼냈다.

“제가 받은 명은 영애의 신변에 이상이 없게끔, 외부의 위험에서 지키는 일입니다. 혹여 제게 다른 명이 주어진다면 그때에는 말씀드리겠습니다.”

의지 한 점 없이 메마르다 여겼던 눈에 잠시나마 무언가 빛이 스쳐 지나갔다.

“이쯤 되면 궁금해지네.”

도로테아가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아닌 이들을 지키는 게 싫은 건지, 내가 지키라 부탁한 이들이 껄끄러운 건지.”

“…….”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는 데야. 알겠어. 메릴린과 발레리는 외숙부께 부탁드릴게.”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살짝 까딱이는 기사를 향해 도로테아의 눈초리가 반으로 접혔다.

“네가 선택한 일이니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 그 어떤 원망도 하지 않기다?”

웃음기 어린 덧붙임에 기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제껏 그래 왔듯 그녀가 머무는 방의 문 앞을 지키고 섰을 뿐이다.

문을 나서는 기사의 뒷모습을 시선으로나마 배웅해 준 도로테아가 고개를 돌렸다.

요요히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가 어느새 창 가까이를 배회하는 까마귀를 응시했다.

귀가 아프도록 울어 대는 것을 보니 심부름에 대한 대가를 받고 싶은 모양이다.

“안 그래도 주려 했어.”

미리 남겨 두었던 빵을 잘게 찢어 창틀 아래에 뿌려 준 그녀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딸랑, 딸랑. 어디선가 들려오는 방울 소리에 심장이 널을 뛰기 시작했다.

무엇인가에 쫓기듯 사정없이 뛰는 심장은 아마도…….

불안과 초조함에 잠식된 도버 스펜서의 것이겠지.

그에게 심어 둔 ‘살’이 혼 구석구석에 스며든 듯 감각이 생생하게 공유되기 시작했다.

*   *   *

“흐어억!”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도버는 축축이 젖어 든 잠자리를 내려다보며 얼굴을 쓸었다.

자신은 그 지독한 지하 감옥에서 탈출한 지 오래인데, 무엇이 그를 이토록 괴롭히는 것일까.

좀 전까지 그의 몸을 옥죄고 있던 거대한 뱀은 푹신하고 향기로운 이불일 뿐이었다.

충혈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이불을 들췄다.

수십 번도 더 묵었던 저택의 방이다.

마치 처음 오는 장소라도 되는 양 생경하게 느껴지는 까닭이 무엇일까.

누워 있던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난 그는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왜 이러는 거냐고?!”

제자리를 빙빙 돌며 방을 배회하던 도버가 초조하게 중얼거렸다.

“왜 이리 두려움이 가시지 않느냐는 말이다.”

이미 위협에서 벗어나 안전지대에 도달했는데 어찌 떨림이 멎지 않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까닭 없는 불안이 제 목을 죄고 결국 꿈에 흉흉한 존재마저 찾아들게 만들었다.

자신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쯤은 그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희미하게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누군가 저택에서 떨어진 곳에서 사냥이라도 하듯, 사납게 짖어 대는 사냥개들은 누군가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수십, 수백 번 ‘사냥 놀이’를 했으니 알 수 있었다.

저것은 사냥물을 구석까지 몰아넣은 개들이 의기양양하게 과시하는 소리였다.

섬뜩한 공포 속에서 그는 애써 떨림을 감추고 사람을 불렀다.

“이, 이봐! 거기 밖에 누구 없어?”

재빠르게 달려오던 평소와는 달리 아무도 응답하는 이가 없었다.

“도대체 다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야!”

짜증스레 문을 열자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고요한 복도가 그를 반겼다.

당황스러워 주춤 걸음을 멈춘 도버가 생경한 방을 둘러보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크리스털 잔에 맑고 시원한 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으…….”

왠지 모를 갈증에 사로잡혀 잔을 향해 손을 뻗은 순간이었다.

순간 눈앞이 어질해진 탓에 손이 물잔을 치며 엎었다.

테이블을 가득 적신 물이 뚝뚝 아래로 떨어져, 붉은빛이 감돌던 카펫을 흠뻑 적시고는 이윽고 은으로 음각된 장식품에까지 가 닿았다.

카펫 위에서 영롱한 빛을 내던 은 장식품이 조금씩 새까맣게 물들었다.

모골이 송연해진 도버 스펜서가 주춤주춤 뒤를 돌아 그대로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숙부가 나를 제거하려는 거다!’

저를 데리러 왔던 숙부의 심복의 태도가 묘했던 것을 어찌하여 알아차리지 못했단 말인가.

싸늘하게 식은 벽난로와 지키는 이 없는 복도, 물잔에 가득 담겨 있던 알 수 없는 액체.

도버는 확신에 차 있었다.

숙부가 자신을 죽이고 모든 일의 책임을 뒤집어씌울 생각이라고.

지금 그를 사로잡고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그의 목숨을 살려 줄 수 있는 인물을 만나야 한다.

키엘 스펜서의 위협에서 그를 온전하게 지켜 줄 수 있는, 그의 진정한 주인에게.

“나는 아직 실패한 게 아니야. 그 멍청이들이 좀 더 강하기만 했어도…….”

광기에 사로잡힌 중얼거림에는 이성이라곤 남아 있지 않은 것만 같았다.

연신 손톱을 물어뜯던 도버가 번쩍 고개를 들고 허겁지겁 복도를 가로질러 지하로 향했다.

마치 누군가 그의 결정을 북돋아 주기라도 하는 양 걸을수록 확신이 차올랐다.

“그분이라면 나를 도와주실 거야. 내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겠지……!”

‘그들’은 결코 자비로운 존재가 아닐뿐더러 다시 기회를 줄 만큼 도버를 대단하게 여기고 있지 않다는 사실조차도 잊은 듯 보였다.

이윽고 두터운 문 앞에 선 도버가 손이 망가지는 것도 잊고 단단한 철제문을 두드렸다.

“주인님, 주인님……!”

그가 간절히 목 놓아 부른 존재가 두꺼운 문 뒤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도버 스펜서.”

변조된 듯 걸걸한 목소리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 순간 이해할 수 없는 확신과 함께 그를 가득 채우고 있던 자신감이 마치 바람 빠지듯 사라졌다.

껍데기만 남은 도버 스펜서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도대체 자신이 무슨 용기로 이곳을 찾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갈수록 선을 넘는군. 누가 네게 이곳으로 오라 했지?”

짙은 후드 안에서 들려오는 고저 없는 목소리에 도버의 몸이 굳었다.

상대의 다그침에 허물어지듯 무릎을 꿇으려던 찰나였다.

묘한 충동과 이해할 수 없는 확신들로 가득 차 있던 머릿속에 다시 짙은 안개가 꼈다.

무엇인가가 그의 의식을 강제로 잡아 내리눌러 가두었다.

천천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의식의 끝에서, 도버는 제 몸속에 제가 아닌 누군가가 눈을 뜨는 것을 느꼈다.

옅은 갈색을 띠고 있던 도버 스펜서의 눈동자는 어느새 푸른빛을 머금은 짙은 남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

후드를 뒤집어쓴 존재가 상황을 파악하고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고개를 홱 뒤로 젖혔던 도버가 기묘한 웃음을 띤 채 입을 열었다.

“근처에 있을 줄 알았어. 적어도 ‘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만한 살을 퍼부으려면 술법자는 반드시 일정한 거리 내에 있어야 하니까.”

좀 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태도에서 도버의 몸에 숨어든 낯선 이의 존재를 눈치라도 챈 것일까.

“누구지, 너는?”

물음을 던지는 목소리에 경계가 서렸다.

어둠 속에 숨어 얼굴조차 비치지 않는 상대를 향해, 또렷이 고개를 든 ‘도버’의 거죽을 뒤집어쓴 인물이 입매를 비틀었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너희에게 짙은 경고를 날리려는 사람.”

“뭐?”

어딘가 잘못되기라도 한 것처럼 바들바들 떨리는 몸과 달리, 그의 입에서 거침없이 흘러나온 말이 상대를 질타했다.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라고는 하나, 생과 사의 도리마저 어길 줄이야.”

“…….”

뜬구름을 잡는 소리에 후드를 뒤집어쓴 이가 들썩였다.

줄곧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던 변조된 목소리에 당혹감이 느껴졌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네놈은 대체 누구…….”

“지금쯤 사후 세계에서도 너희가 저지른 악업을 인지하고 있을 터.”

도로테아는 상대를 향해 입을 놀리면서도 여유롭게 그의 차림새를 관찰했다.

짙은 후드를 눌러쓰긴 했지만, 고급 비단실로 장식한 신발마저 감출 수는 없었다.

희고 고운 손과 빠르지 못한 굼뜬 대처.

상대는 분명 그녀만큼이나 귀한 신분을 가진 인물인 것이 분명했다.

“때때로 인과의 벌은 후생뿐만이 아니라 현생에서도 받게 되는 법이란다.”

도버의 입을 타고 꺼낸 연이은 질타에 후드를 뒤집어쓴 이가 침묵했다.

“하기사, 네가 후에 어떤 업보를 받게 되든 간에 내 알 바야 아니지.”

“…….”

“그렇지만 나와 내 가족을 건드리는 것만큼은 하지 말았어야 해.”

목소리에서 웃음기를 거둔 도로테아는 ‘도버’의 몸을 움직여 손으로 후드 안의 얼굴을 우악스레 움켜쥐었다.

“……!”

비명을 지를 시간도 주지 않은 채, 그녀는 도버의 몸속에 담아 온 ‘살’을 상대에게로 넘겼다.

지독한 열기와 함께 살이 타는 냄새가 사방을 가득 메웠다.

주어진 힘을 모두 짜낸 도로테아가 마지막 남은 힘으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상대를 향해 속삭였다.

“살고 싶다면 ‘나’를 찾아오렴.”

그 말을 끝으로 도로테아는 쓰고 있던 거죽을 미련 없이 버렸다.

다음 순간, 도로테아 하이클레어의 몸에서 눈을 뜬 그녀의 시야에 며칠 동안 익숙해진 호화로운 천장이 들어왔다.

“후우…….”

신선한 숨이 불쾌했던 기분을 조금씩 몰아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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