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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사 도로테아 (87)화 (87/242)

혼술사 도로테아 87화

그 시각, 필립은 이 성을 방문하고부터 서서히 안색이 나빠지는 콜린을 걱정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치료사를 불러 보는 건 어떨까요?”

“됐다.”

미간을 찡그린 채 짧게 답한 콜린이 한숨과 함께 돌아누웠다.

낯빛은 햇빛 한 점 받지 못한 사람처럼 창백했고, 입술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사람처럼 거칠었다.

끙끙대는 콜린을 바라보던 필립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따뜻한 물을 가져다 드릴게요.”

“……그래.”

알아듣기 힘들 만큼 웅얼거리는 목소리에 필립이 미소 지었다.

늘 무뚝뚝한 태도에 짧은 답이 대부분이지만, 그것이 단지 사람을 대하는 데 서투르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다.

“금방 다녀올게요.”

“서두를 필요 없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늘 상대의 말을 귀담아듣고 있는 사람이 상대를 무시하고 있을 리 없으니까.

그렇게 끙끙대는 제 ‘아버지’를 위해 주방으로 향한 필립은 활짝 열려 있는 문에서 걸어 나오는 낯익은 인물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도로테아는 때마침 저를 향해 걸어오는 필립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잘 왔어, 필립.”

“테아.”

도로테아의 뒤에 있는 문으로 눈에 물기가 그렁그렁한 요리사와 하녀들이 줄줄이 나와 필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몇 초간 그 자리에 서 있던 필립이 주방 안을 살피고 나온 뒤 향한 곳은 데인이 묵고 있는 방이었다.

*   *   *

전날 향락을 즐기다 정신을 잃어버린 귀족들이 아픈 머리를 부여잡으며 하나둘 일어났다.

어제 그들에게 제공된 훌륭한 향응거리는 줄곧 조심해 오고 있던 이들의 고삐를 풀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제아무리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출장이라 하더라도, 공무차 내려온 곳에서 정신이 나가도록 술을 마시고 도박을 즐기며 놀아나다니.

누군가 이 사실을 고해바치기라도 하면 아주 곤란할 터였다.

“이런.”

일어나고 나서야 실수를 알아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숙취로 인해 전날보다 퀭한 얼굴을 한 이들은 멋쩍은 얼굴로 식사 자리에 나타났다.

서로를 외면한 채 애써 어제의 무절제했던 자신들의 ‘과오’를 아무것도 아닌 양 넘기려는 듯이.

3황자, 리처드가 헛기침을 하고는 도로테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제는…….”

“명색이 일행의 책임자가 되어 하루 종일 성을 비워 송구했습니다.”

“하?”

“로헨 왕국의 사절단이 이 성에 묵게 되었을 때 자국의 위엄을 내세울 만한 요소들을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생각이 깊어져 꽤 멀리까지 나갔다 왔더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더군요.”

“…….”

“적어도 그토록 오래 성을 비울 생각이었더라면 미리 상의를 했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지 못한 제 불찰이에요.”

자세를 확 낮춰 버린 도로테아의 말에 리처드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나 이내 그의 과실을 줄일 수 있는 기회임을 깨달았던지 재빠르게 얼굴을 바꿨다.

관대하고 자비로운 윗사람인 것처럼.

아무리 그가 꼴통에 망나니 취급을 받는 황자라 할지라도 황족은 황족이었다.

“영애는 괘념치 않아도 좋네. 요 며칠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신경을 많이 쓴 탓인지 어제는 나도 성에서 머리를 식히고 있었으니까.”

함께 ‘머리를 지나치게 식히고 있었던’ 귀족들이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마치 자신들이 도로테아를 용서해 주는 것처럼 관대한 얼굴을 하고 당당하게 고개를 들었다.

‘어린 영애지만 생각보다 사리에 밝군.’

이곳을 함께 방문한 귀족들의 허물을 들춰내어 봤자, 어차피 망신을 당하는 것은 총책임을 맡은 도로테아가 될 테니까.

그래, 생각해 보면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야. 고작 하루 정도 유흥을 즐긴 것쯤이야.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이들의 표정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그런 이들을 보던 발레리는 슬쩍 고개를 숙여 입가에 만연한 웃음을 숨겼다.

아직도 도로테아 하이클레어를 여느 귀족 영애처럼 만만하게 취급하고 있는 저들이 슬슬 가여워지고 있었다.

“어제 홀로 나가 답사를 하며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사절단의 접대를 오롯이 제 힘으로만 하려 드는 것 자체가 어리석고 과한 욕심이었음을요.”

“아아, 아직 영애는 어리니까 그 정도 욕심이야 부릴 수 있는 것이지.”

“황자 전하의 말씀대로일세. 후작께서 훌륭하게 교육을 시키셨을 테지만 경험적인 측면이 부족한 영애가 느끼는 막막함은 이미 다들 알고 있을 걸세.”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우리가 있는 것이지.”

다들 입에 버터라도 칠한 것처럼 제 얼굴에 금칠을 하고 도로테아의 역량과 경험, 학식을 어린아이의 교습 내용처럼 낮추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사람 좋은 얼굴을 하며 상대를 물어뜯는 이들을 향해 한껏 몸을 낮춰 기다리고 있던 도로테아가 웃는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기회를 포착한 맹수의 눈이 사냥감들을 향해 반짝였다.

“그토록 제 입장을 고려해 주시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향후 여러분께서 적극적으로 중임을 거들어 주신다는 의사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에이든 하이클레어에 제 사촌들까지 줄줄이 데려오기에 하이클레어 일족들끼리 공을 나눠 먹으려는 줄만 알았건만.

이대로라면 도로테아를 허수아비 취급하고 자신들이 공을 가져갈 수도 있었다.

점잖은 얼굴과는 달리 눈빛에 음흉함을 담은 이들이 시선을 교환했다.

“당연한 일을.”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뿐이지요.”

“영애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어머나.”

도로테아가 생긋 웃었다.

“감사해라.”

하이에나 떼가 먹이를 물자 데인이 재빠르게 그들의 퇴로를 틀어막았다.

“그럼 우선 오늘의 첫 일정은 사절단 접대용 메뉴를 점검해 보는 것으로 시작하지요.”

그들의 얼굴에 의아한 기색이 떠오르기가 무섭게 문이 열리고, 요리를 실은 카트가 다가왔다.

이윽고 식사를 기다리고 있던 이들의 앞에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뽀얀 스튜가 김을 모락모락 내며 올라왔다.

주방을 책임지는 주방장이 근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로헨 왕국에서 접하기 어려운 야생 조류를 통으로 끓여 낸 육수에 부드럽게 익은 살을 찢어 올렸습니다.”

“…….”

흔히 일반적인 식사의 첫 메뉴로는 잘 나오지 않는 묵직한 고기 국물 음식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며 스푼을 들었다.

“음, 괜찮군.”

“나쁘지 않아.”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잡내가 없는 게 놀랍군요.”

감탄사와 함께 스튜를 음미한 이들이 저마다 평을 내놓았다.

잠시 후, 주방장이 두 번째 요리를 올렸다.

“다음으로는 잘게 다진 후 향신료를 첨가한 말고기 타르타르스테이크입니다.”

붉은색 고기 사이사이에 콕콕 박힌 향신료 덕에 이국적인 맛이 입안에 가득 맴돌았다.

눈을 감고 음미하던 귀족들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도 정성껏 만든 요리들이 이어졌다.

“멧돼지의 등심을 통으로 튀겨 낸 커틀릿입니다. 바삭한 겉옷 위로 올린 소스는 고기를 졸여 만들어 육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입니다.”

“은은한 불 향을 입힌 물소의 우둔살입니다.”

“구운 마늘을 곁들인 양의 혀입니다.”

“요구르트 소스를 졸여 올린 물소의 갈비살입니다.”

요리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귀족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식탁에 올라오는 것은 오로지 고기, 고기, 또 고기였다.

물론 주방장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요리의 맛은 훌륭했고, 재료의 질 또한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평소라면 그들도 아마 극찬과 함께 식사를 이어 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리처드와 함께 어제 진탕 술을 마신 귀족들은 아직도 숙취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었다.

무거운 고기 국물로 시작하여, 튀기고 찌고 삶고 구운 고기 요리들은 하나같이 그들의 위장을 몹시 요동치게 만들고 있었다.

참다못한 쥬벨 백작이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것을 시작으로 리처드는 물론이고 숙취에 시달리는 이들 대부분이 제 앞에 있는 그릇을 질린 얼굴로 밀어냈다.

“아…….”

그 순간 너무나도 맛있게 요리들을 입에 집어넣고 있던 도로테아가 외마디 소리를 입 밖으로 냈다.

조카의 얼굴이 어두워지자 그녀와 마찬가지로 식사에 열중하고 있던 에이든이 허둥거렸다.

“테아야, 왜 그러느냐?”

“아직 나오지 않은 요리가 절반이나 남았는데…….”

그녀는 제 맞은편에 있는 백작을 슬픈 눈으로 올려다보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제가 직접 구상한 코스가 마음에 드시지 않나 봐요. 적어도 다 드시고서 평을 남겨 주실 줄 알았는데, 채 다 먹어 볼 필요도 없으시다는 거겠죠.”

“……!”

에이든의 눈꼬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 치솟았다.

식탁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덩치가 거대한 사내가 식사 자리로 살기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이미 미성년일 무렵부터 전장을 쓸고 다닌 미친개의 기세에 다들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우리 테아가 신선한 식재료가 필요하다며 새벽같이 나를 찾아 부탁을 했기에, 내 직접 아침 댓바람부터 사냥을 나가 잡아 온 것들이건만…….”

“…….”

스푼을 내려놓았던 귀족들 모두가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얌전히 식사 중이었던 필립이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부드럽게 말을 보탰다.

“아무래도 여러분들을 보아하니 ‘적극 협조’할 건강 상태가 아니신 모양입니다. 하긴, 다들 연세도 있으시니 원행이 힘드실 만도 하지요. 설마하니, 다른 생각들이 있으신 건 아닐 테고요. 예를 들어, ‘황제’께서 제법 신경을 쓰고 계신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한다거나…….”

“…….”

그늘진 도로테아의 얼굴을 본 쥬벨 백작이 침음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가 마련한 코스를 모두 먹지도 않은 채 요리를 물린다면 이 모든 일들의 책임은 자신들 쪽으로 넘어온다.

그도 그럴 것이, 도로테아는 새벽부터 외숙부에게 직접 부탁을 건네 사냥감을 마련하여 직접 메뉴를 구상하는 성의를 보였다.

지금 그녀가 마련한 식사를 도중에 멈추는 것은 그런 그녀의 성의를 짓밟는 꼴이었다.

“그…….”

지금 무너지면 그녀에게 명분을 주게 된다.

도로테아는 독선적이기는커녕 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했으나, 옹졸한 다른 일행들이 그녀를 작정하고 ‘훼방했다.’라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폐하께서 특별히 신경을 쓰시는 일인 데다 그녀는 하이클레어 후작의 금지옥엽이 아닌가.’

성에 이토록 보는 눈이 많고, 그녀와 함께 내려온 친지들이 있었다.

이 일이 새어 나가면 이곳까지 내려온 보람도 없이 공은커녕 질책과 비웃음만 사게 될 테지.

쥬벨 백작이 이를 악물고 다음 코스를 계속 이어 나가려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하얗게 질려 있던 리처드가 체통도 잊고서 그릇을 내던지고는 식사 자리에서 도망갔다.

첫 이탈자가 발생한 이후 마치 탄력이라도 받은 듯 하나둘 식사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눈을 질끈 감고 버티던 쥬벨 백작마저 결국 촉촉한 눈으로 식사 자리를 떠나자, 아직 남아 있는 이들 모두 일순간 침묵에 잠겼다.

“푸흡.”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것은 도로테아 옆에 앉아서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던 키엘 백작이었다.

어깨까지 덜덜 떨어 가며 웃음을 터뜨린 그를 흘끗 바라본 도로테아가,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여상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나요?”

“아니요, 영애의 훌륭한 모습에 감명을 받아서…… 푸흡!”

도대체 어떻게 이런 잔머리를 굴렸나 싶을 만큼 기발한 방식이었다.

이미 새벽에 주방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받았던 그는 내심 도로테아가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해하고 있던 차였다.

잘못하면 그녀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고용인 전원이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인 데다, 그녀 본인도 경솔하다는 질책을 받았을 터.

“참으로 재밌는 것을 보여 주셨으니, 저들에게 영애의 속사정을 알리지는 않겠습니다.”

“역시 은인께서는 저를 참으로 아끼십니다.”

새침하게 답한 도로테아의 말에 키엘이 이를 악물어 겨우겨우 웃음을 수습했다.

“그, 저는 영애가 준비한 요리들이…… 풉. 아주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급한 일이 생겨 올라가 봐야겠…… 푸하하!”

키엘 스펜서가 눈에 눈물이 맺히도록 웃어 가며 자리를 뜨자, 루크가 제 앞에 있던 냅킨을 집어 던졌다.

서늘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는 성큼성큼 방으로 향하는 그를 본 데인이 머리를 긁적였다.

“저 황자는 그래서 누구 편이야? 분명 우리 의도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자신들 쪽에 불리한 일을 하지 않았음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호의를 내비치지도 않았다.

“괜찮아. 쟤는 당분간 찍소리도 못 해. 나한테 잘못한 게 많거든.”

분명히 약속을 해 놓고 어긴 것은 본인이니 이쪽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테지.

도로테아는 남은 음식을 해치우고 다음 요리를 기다리고 있는 에이든을 보며 다정한 웃음을 건넸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숙부님.”

“응? 아니다. 널 위해서라면 이 근방의 멧돼지와 물소, 야생 오리 따위야 씨를 말릴 수도 있단다.”

“과한 사냥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한 걸요.”

사냥은 어디까지나 세상의 순환에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만큼만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흔히 사냥으로 제 권세나 실력을 뽐내거나 한낱 유희거리로 삼는 이들의 행보를 따를 필요는 없었다.

“한낱 짐승의 생명까지 아끼는 내 조카아이의 마음씨를 보아라. 게다가 내가 사냥을 하다 다칠까 염려하는 저 아름다운 마음씨까지!”

조카에게 처음으로 감사 인사를 받은 에이든이 감동받아 그녀의 쥐꼬리만 한 진심을 확대 해석하고 있는 사이, 메릴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슬쩍 방으로 도망갔다.

그런 메릴린을 바라보던 발레리가 도로테아를 향해 싱긋 웃으며 축하를 건넸다.

“이제 저들은 네가 무엇을 하든 쉽사리 트집을 잡기 힘들겠네. 역시 테아, 넌 대단해.”

“응.”

짧게 답한 도로테아의 뒤에서 에이든이 걸걸한 목소리로 조카의 역성을 들었다.

“아무도 감히 네게 뭐라 할 수 없을 것이야. 그나저나 이 성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참으로 준비성이 없구나. 우리 테아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그깟 야식 좀 먹었다고 창고 안의 음식이 다 거덜 날 정도라니. 애초에 쥐꼬리만큼 준비한 탓이지 뭐냐!”

도로테아의 사고를 수습하려 열심히 잔머리를 굴린 데인이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숙부를 올려다봤다.

‘귀족 영애씩이나 되어서 새벽부터 남의 성 식량 창고를 털었다는데 훈계는 못 할망정.’

저러니까 나날이 애가 자기중심적이 되어 가는 거 아냐.

오늘도 어김없이 대형 사고를 친 사촌에게 한마디 쏘아붙이려던 데인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는 도로테아의 접시를 보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안 그래도 체력이 없는 애가 하루 종일 성 밖을 쏘다녔으니 배가 고프기야 했겠지.’

그래도 뒷일을 생각하지 않은 경솔함은 탓해야 할 것 같은데.

‘이번 일로 시끄러운 귀족들 입을 막게 되었으니 오히려 좋은 것 아닌가?’

머릿속에서 거듭 변화하던 생각은 결국 입 밖으로 나올 때쯤에는 완벽하게 변환되어 있었다.

“과식하지 마라. 다쳐.”

“응.”

하이클레어 가문의 인간은 도로테아 하이클레어에게 이길 수 없다.

데인 하이클레어도 어쩔 수 없는 하이클레어가의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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