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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사 도로테아 (81)화 (81/242)
  • 혼술사 도로테아 81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줄 알았던 그의 생각과는 달리, ‘그 부녀’를 만나는 일은 몹시 까다로웠다.

    반나절이 다 가도록 아이의 머리카락 한 줌 보지 못한 베니의 초조함이 극에 달했다.

    “아픈 아이가 있다면 고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저 걱정이 되어서 그러는 것인데…….”

    방문 앞을 지키는 사내는 요지부동이었다.

    “아가씨께서는 아이나 아이의 아비에게 접근하는 이들을 모두 물리라 하셨다.”

    돈주머니를 찔러 넣고 어떻게든 환심을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조차 어려웠다.

    베니는 자신이 발견해 낸 ‘치료법’은 몸과 마음 모두가 건강한 이들에게는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에게 두통을 호소해서 효과를 보는 이들은 평소에 심약하거나 근심과 걱정이 많은 이들이었다.

    적어도 눈앞의 남자는 그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아 보였다.

    “아가씨께서 허락하지 않으신다니 어쩔 수 없군요.”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리며 어깨를 늘어뜨린 채 돌아서는 베니를 바라보는 우드의 눈이 서늘했다.

    투철한 사명감으로 잘 포장하려 했지만 채 지워 내지 못한 욕심과 갈망이 눈빛으로, 목소리로 드러났다.

    “쓸데없이 접근하려 드는 인간이 있을 거야. 막아.”

    뜬금없다고 여겨질 만한 말이라도 도로테아의 입에서 나왔다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주인의 말을 철석같이 따른 우드의 단호한 거절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물러난 베니는, 오늘도 연무장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에이든에게로 다가갔다.

    접근 상대를 바꾸어 에둘러 갈 생각이었겠지만, 그는 에이든 하이클레어라는 남자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   *   *

    “하? 치료사?”

    에이든 하이클레어는 겁도 없이 제 앞으로 뽈뽈 기어 온 남자를 향해 얼굴을 구겼다.

    비실대는 귀족들의 두통을 없애니, 불면증을 치료하니 하며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도 못마땅하던 차였다.

    ‘그렇게 잠이 오질 않으면 연무장에 나오면 될 것이 아닌가. 애초에 몸이 건강하면 두통이 생길 일이 있겠느냔 말이야.’

    치료사 나부랭이 따위에게 기대니 더욱 나약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다못해 골골대는 콜린조차도 눈앞에 있는 치료사의 도움을 마다하는 판국에.

    못마땅하게 얼굴을 찡그린 험상궂은 에이든의 기색에 눌린 베니가 잠시 움츠러들더니 애써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장군께서는 어린 시절부터 전장을 누비셨으니 크고 작은 부상들을 많이 입으셨겠지요. 제 치료는 고질적인 통증에도 효과가 좋습니다.”

    “그런 것들 하나 견디지 못하고 어찌 참된 기사라 할 수 있나!”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심기 불편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통증 따위야 기합으로 이겨 내야지!”

    조금만 아파도 조르르 달려가서 약을 먹네, 치료사를 부르네 하는 귀족들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고 생각한 에이든이 살기를 뿜어냈다.

    자신이 이깟 통증 하나 견디지 못할 거라 거라고 여겨졌단 말인가.

    새하얗게 질린 베니가 더듬더듬 겨우 하고자 하는 말을 꺼냈다.

    “그, 조카님이신 후작 영애는 어린 시절부터 병환이 잦으셨다 들었습니다.”

    베니가 귀족들의 비위를 맞춰 가며 얻은 소중한 정보였다.

    어린 시절 도로테아 하이클레어는 잦은 병환 탓에 저택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을 만큼 두문불출했었다고.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에이든이 눈을 부릅떴다.

    “테아가 왜?! 그 애가 아파!?”

    “지금은 아픈 곳이 없을지 모르나 혹여…… “

    불안하고 거친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 나가고자 의지를 다졌던 베니는, 에이든의 우악스런 손에 멱살이 잡힌 채 공중으로 떠올랐다.

    힘든 병을 이겨 내고 겨우 건강해진 조카였다.

    이제야 남들만큼 마음껏 밖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는데, ‘혹여 아플지도 모른다.’니.

    이건 숫제 아프라고 저주를 거는 악담이 아닌가.

    제 곁에서 알랑대던 치료사를 들어 올린 에이든의 눈이 분노로 형형하게 빛났다.

    “우리 테아에게 감히 그따위 말을 해?!”

    “아니요! 저, 저는 그저, 좋, 은 뜻으로 드린, 커억, 말씀입니다.”

    공중에 매달린 베니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저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는 호구’를 잡아 보고자 노력하던 그는, 전장의 ‘미친 곰’으로 통하는 조카 바보에게 그대로 바닥에 메다꽂혔다.

    “그래, 네놈이 그렇게 대단한 치료사면 어디 스스로나 열심히 치료해 보려무나!”

    “…….”

    처참한 실패 끝에 얻은 것이라고는 금이 간 갈비뼈와 쌍코피가 흐르는 삐뚤어진 코뿐이었다.

    이쯤 되니 베니에게도 오기가 생겼다.

    ‘후작 영애, 과연 보통이 아니로군.’

    그간 성을 드나들며 쌓아 온 인맥을 통해 뚫어보려 해도 다들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베니는 더욱 애가 탔다.

    ‘그 쥬벨 백작조차도 후작 영애 앞에서는 쩔쩔매며 말을 높이더란 말이지.’

    이제 그는 손에 닿을 수 있는 곳에 놓인 귀족들의 주머니보다,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있는 후작 영애의 주머니가 더욱 탐이 났다.

    그저 소소한 거짓말로 주변을 속여 가며 주린 배를 채워 근근이 살아가던 과거와는 달랐다.

    끝없는 욕망은 결국, 그를 더욱더 무모한 길로 내몰았다.

    이를테면 무려 제국의 후작 영애를 미행하는 짓과 같은 어리석은 길로.

    *   *   *

    으슥한 밤이었다.

    줄곧 외출을 삼가고 있던 후작 영애는 몇몇 심복만을 곁에 둔 채 부상으로 누워 있던 아이를 데리고서 어디론가 향했고, 베니는 그런 그들의 뒤를 조심스레 밟았다.

    이윽고 일행이 도착한 곳은 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공터였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야심한 시각. 공터의 어느 판판한 바위 위에 뻣뻣하게 굳은 아이를 눕힌 후작 영애는 품에서 쇠 방울이 달린 막대를 꺼냈다.

    ‘뭘 하려는 거지?’

    몹시 수상한 행동을 지켜보는 베니의 목에서 침이 꼴깍 넘어갔다.

    손에 들린 은빛 방울들이 영애가 흔드는 대로 영롱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차라랑- 차랑- 차라라락.

    각 방울에서 나는 맑고 고운 소리들이 뒤섞이며 고요한 공터를 채웠다.

    베니의 심장이 방울 소리에 맞춰 마치 응답이라도 하듯 날뛰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방울 소리에 두통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멀쩡하던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허억…….”

    방울을 쥐고 흔드는 후작 영애의 머리카락이 스스로 빛을 내듯 신비롭게 반짝였다.

    베니는 숨을 쉬어야 하는 것조차 잊고서 그 신비로운 장면에 한껏 취해 목을 빼고 그녀의 몸짓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아이를 향해 몇 번이고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던 도로테아가 홱 하고 고개를 돌려 정확하게 그가 있는 자리를 응시했다.

    ‘마, 마주쳤나?’

    희미한 웃음을 머금은 눈이 이내 다시금 다른 곳을 향하자, 당황으로 굳었던 베니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래, 눈치챘을 리가 없지.’

    얼마나 조심스럽게 뒤를 밟았건만.

    저려 오는 다리를 주무르며 다시 도로테아를 바라보는 베니의 귀에 어디에서도 들어 본 적 없는 독특한 말이 들려왔다.

    소녀의 조그마한 붉은 입술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은 맹세컨대 그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언어였다.

    오늘은 다 모두 이 정성 이 발원 디려노면

    뜻에 없는 재수문에 맘에 없는 재수문에 다

    천리사망을 도우시고 만리사망을 생겨 내야 주실 적에

    오늘은 다 조상별상 님 아니 왔다 가시리까

    흔히 어린아이를 데려가는 천연두와 같은 공포스러운 병을 ‘신격화’하여 부르는 별상거리였다.

    ‘신이 된 병마’는 인간의 공포와 고통을 먹고 그 위력을 드높인다.

    다시 말해 인간이 존재해야만 그 또한 존재의 의미를 얻는 ‘손님신’이라는 뜻.

    그러니 삿된 기운에 노출되어 기력을 잃은 아이를 도울 수 있는 것도 손님신뿐이었다.

    도로테아가 부르는 창(唱 : 가락에 맞춘 소리)이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주변을 맴돌던 ‘신’이 아이의 몸에 내려앉았다.

    그와 동시에 마치 시체처럼 그 어떤 외부 자극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아이가 온몸을 비틀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섬뜩한 비명은 인간이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소리보다도 훨씬 더 낮고 굵은 으르렁거림이었다가, 종국에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정도의 높고 기괴한 소리로 바뀌었다.

    “아, 아, 아……!”

    안절부절못하는 아이의 아버지를 잡아챈 것은 우드였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도로테아가 ‘의식’을 행하는 동안은 결코 그녀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던 우드가 남자를 붙잡고 있는 사이, 아이의 몸부림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도로테아의 이마에 맺혀 있던 땀방울이 또륵, 땅으로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흐느적대던 아이의 마지막 움직임이 멎었다.

    이윽고 축 늘어진 아이는 새근새근 고운 숨을 쉬기 시작했다.

    마치 잠이 든 것처럼 평온한 표정을 하고서.

    *   *   *

    ‘미, 미쳤어. 미친 거야……! 도대체 뭘 한 건지는 몰라도 분명 사악한 저주 같은 것이겠지!’

    미친 듯이 풀밭을 기어 자리에서 벗어나려던 베니는, 어느새 제 앞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음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 소녀의 곁을 지키고 있던 우드가 거친 손으로 그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이윽고 베니는 우악스런 손길에 의해 어딘가로 질질 끌려가기 시작했다.

    “사, 살려 주십시오!”

    어느 방구석에 내팽개쳐진 베니의 입에서 곡소리가 절로 나왔다.

    욕심에 눈이 멀어 자신이 무엇을 탐내었는지도 모르고서 스스로 함정으로 걸어 들어간 가련한 중생이 벌벌 떨며 도로테아의 발치에 엎드렸다.

    도로테아는 따분한 얼굴로,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남자를 내려다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미간을 좁히고 있는 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콜린, 표정 좀 풀어.”

    불쾌함이 가득 서린 얼굴에서는 상대를 향한 경멸과 혐오가 뚝뚝 떨어졌다.

    ‘뭐, 어쩔 수 없나.’

    한때 사신이었던 그로서는 한낱 인간에 불과한 베니가 ‘자신들의 세계’를 넘본 것이 몹시도 탐탁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저렇게까지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아서야.’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쓴 지가 몇 해인데, 여전히 정체성의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었다.

    도로테아는 이 와중에도 나무 지팡이를 손에 꼭 쥐고 있는 베니를 내려다보며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그 지팡이…….”

    “이, 이것 말입니까?! 드리겠습니다! 드리지요, 얼마든지!”

    “어머나, 그래도 상관없겠어?”

    “…….”

    “그랬다간 당신은 두 번 다시 귀족 나으리들을 ‘치료’할 수 없게 될 텐데?”

    손때가 가득 묻은 지팡이를 매만지던 그녀가 심드렁하니 물었다.

    ‘오래도록 꽃을 맺지 못한 채 벼락을 맞은 복사나무의 정기가 담긴 벽도목(霹桃木).’

    과연, 이 정도라면 제아무리 무지하고 재능 없는 작자라도 돌팔이 노릇을 할 정도는 되었겠지.

    그것이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되는 양, 도로테아의 말을 듣자마자 베니의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

    “아, 알고 계셨습니……?”

    “알았으니 굳이 내 귀한 다리에게 네 접근을 막으라는 명을 내렸겠지.”

    ‘귀한 다리’라는 명칭에 순간 우드의 표정이 흐트러졌지만, 그런 사소한 것들까지 관찰할 만한 여유가 없었던 베니는 그저 비 오듯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 내지도 못한 채 눈을 질끈 감았다.

    “그, 그게 아무리 귀해도 제 목숨만 하겠습니까……! 제가 귀인을 몰라보아 실수했으니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지요!”

    “흠, 제법 머리를 잘 굴리네?”

    그래, 이런 자가 적당하지.

    겁이 많고 머리를 잘 굴리는 데다, 제 잇속에 밝고 제 목숨이 귀한 줄 아는 자.

    그런 주제에 욕심이 많아 늘 그어진 선을 넘으려 드는 어리석은 자.

    “너무 겁내지 말렴. 방금 전에도 나는 어린아이를 구했건만 어째서 그렇게 겁을 먹었지?”

    “후, 후, 훌륭하십니다!”

    마음에도 없는 아부를 내뱉는 베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도로테아의 목소리가 은근해졌다.

    “내 ‘힘’을 보았으니 알겠지만 나는 이 지팡이를 더욱더 대단하고 훌륭한 물건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단다.”

    “네……?”

    그녀의 말에 줄곧 벌벌 떨고 있던 베니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네가 그리 훌륭한 치료사가 되어 사람들을 고쳐 주고 싶다고 했다며. 더 큰 힘을 가지면, 더 좋은 치료사가 될 수 있을 것이 아니니?”

    천사를 꾀는 악마의 미소가 그러할까.

    짙은 남빛 눈동자를 홀린 듯 바라보던 베니는, 저를 향해 웃는 후작 영애가 제 지팡이에 작은 글귀를 새기기 시작하는 것을 입을 떡 벌리고서 지켜보았다.

    *   *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품에 지팡이를 고이 안은 베니가 헐레벌떡 자신의 거처로 달음박질쳤다.

    줄곧 뒤에서 이 모든 광경을 보고 있던 아이의 아버지가 초췌한 얼굴로 천천히 다가왔다.

    “아이라면 걱정할 것 없어. 하루 이틀 뒤면 깨어나 천천히 회복할 테니까.”

    “가, 감사합니다.”

    진심 어린 감사를 건네는 목소리가 몹시도 떨렸다.

    이미 앞서 도로테아가 지나치게 비굴한 것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주드는 정중히 허리를 굽히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아이를 옮긴 방으로 향하려던 그는 베니가 도망치듯 달려 나간 방향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저자를 그냥 보내도 되는 거였습니까? 다른 이들에게 보여서는 안 되는 모습이었던 것이…….”

    “아아, 괜찮아. 아마 절대 입을 열지 않을 테니까.”

    베니는 제가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멋대로 축귀물(逐鬼物)을 사용해 잇속을 채웠다.

    무지한 상황에서 제가 만들어 낸 기적에 놀라 겁을 낼 만도 하건만, 몸을 사리기는커녕 더 큰 이득을 갈구하기에 바빴다.

    그토록 욕망에 충실한 인간이니, 자신이 얻은 강력한 힘에 취해 결코 자신이 보고 들은 것들을 발설할 리 없었다.

    “어째서 오늘 저자를 끌어들이셨는지 여쭈어도 되는 겁니까?”

    “나는 당신에게 미끼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었지.”

    “…….”

    “그건 당신의 아이를 치료해 주는 대가라고 했었고.”

    “예.”

    “저자도 마찬가지야. 스스로의 욕심에 취해 넘봐서는 안 될 영역을 넘보고 있었으니까. 나는 저자가 원하는 힘을 줬어. 그러니 이제는 저자가…….”

    도로테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내 미끼가 되어 줄 차례인 거지.”

    부디 그자들이 내가 직접 성안에 안배해 둔 미끼를 덥석 물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걱정하지 마. 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당신이 내 말에 따라 준다면 위험하진 않을 테니.”

    “예.”

    그 돌팔이 치료사도 ‘적당히’ 욕심을 부리는 데에서 그친다면 이제까지처럼 안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을 테지만…….

    제 욕심에 선을 넘다 다치는 것까지 내가 책임져야 할 필요는 없지.

    도로테아의 얼굴에 미소가 은은하게 번졌다.

    “그럼 이제 만반의 준비를 끝냈으니 추격자들을 맞이하면 되겠네.”

    아주 즐거운 사냥 놀이가 될 것이다.

    도버 스펜서가 즐겨 온 사냥, 그 이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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