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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질투의 해결법 (99/153)


99. 질투의 해결법
2022.07.14.


오랜만도 아닌데 연병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그렇게도 무거웠다.

황제로 태어나 살아 온 인생 중에 이렇게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싫었던 적은 없었다.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그만큼 싫은 것이 아니어서 그럴 수 있었던 것인 모양이다.

싫은 건 정말로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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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연병장에 가는 게 정말로 싫어.”

키에르트는 강경하게 불호의 감정을 표현했다.

세상 살면서 이렇게까지 싫은 일이 있을 수도 있었다.

얼마나 싫으냐면, ‘그냥 황제 때려칠까?’란 생각에 진심이 주먹만큼 섞여 들어갈 정도로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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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 와서 이러세요.”

리시스가 말 안 듣는 말의 고삐를 끌듯 키에르트의 팔을 잡고 질질 끌었다.

그 손을 내칠 수는 없어서 또 끌려는 갔다.

그러면서도 싫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아 다리에 힘이 들어가 발이 질질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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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못 가겠어서 그래.”

키에르트가 ‘힘들다.’는 말을 한다니.

세상에 그보다 새빨간 거짓말은 없었다.

거짓말의 정도를 빨간색으로 묘사하자면 키에르트의 ‘힘들다.’는 태초의 빨강, 그 자체였다.

리시스는 키에르트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팔짱을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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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열 걸음 걷고 쉬었다 가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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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럼 좋겠군. 그대도 힘들 테니 내 무릎에 앉아서 같이 쉬고. 제롬, 시원한 차와 다과를 준비해.”

그건 잠깐 쉬어갔다 가는 수준이 아닌데요……?

리시스가 눈을 가늘게 뜨고 키에르트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이미 떼쟁이가 되어버린 키에르트는 뻔뻔하게 자리에 주저앉는 짓마저 불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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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차를……, 여기에 말입니까, 폐하.”

제롬이 눈치를 보며 키에르트의 명령을 확인했다.

이곳은 티타임을 가질 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아름다운 후원도 아니고, 하다못해 아름드리나무 밑도 아닌, 연병장으로 향하는 길 한복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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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아니야.”

리시스가 키에르트의 막무가내 주문을 차단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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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병장에 가서 페하께서 오시니 준비하고 있으라고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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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제롬은 허리를 깊이 숙여 황후 폐하의 말을 받잡고 물러났다.

이미 황궁의 실세는 리시스에게 가 있다.

제롬은 당장의 불충보다 긴 재직생활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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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세요.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황제 폐하가 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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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말까지도 할 수 있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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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하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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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하고 싶지만 그럴 기분이 아니야.”

그건 키에르트의 진심이었다.

리시스가 출근하라고 하니 일어서기는 했다.

채비를 하고 부부궁을 나서는 것까지는 관성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막상 연병장으로 돌아가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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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커먼 놈들과 연병장에서 뒹구는 꼴을 또 봐야 한다니!’

이미 봤던 모습이라고 익숙해지는 일은 없었다.

봤던 모습이라 더 구체적으로 상상이 되어 속이 뒤집힐 뿐이었다.

심지어 연병장이 다가올수록 상상은 더욱 선명해졌다.

그걸 현실로 보면 미쳐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 다가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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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폐하는 여기서 차 드세요, 황후는 훈련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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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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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시는지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그럼.”

키에르트는 ‘그냥, 기분 때문에’ 막 행동하는 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이유는 분명히 있는데 그 이유가 본인이 말하기에도 당당하지 못하거나 부끄러운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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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안 웃을게요.”

리시스는 키에르트가 도망가지 못하게 퇴로까지 막아버렸다.

이미 이유가 있다고 확신하고 묻는 질문에, 키에르트는 ‘없다.’고 말하지 못했다.

키에르트는 미간과 자존심을 다 구기고 겨우 입을 열었다.

속수무책 떼쟁이로 남느냐, 쪼잔한 남편이 되느냐의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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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가 나만 바라봤으면 좋겠어.”

리시스는 약속대로 웃지 않았다.

진지하게 답변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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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인 의미라면 불가능하고요. 폐하만 바라보다가는 길을 걷다가 넘어질 수도 있고, 식사도 제대로 못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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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 응.”

그건 그렇지.

사리분별에 맞는 상식적인 대답에 키에르트가 한풀 꺾였다.

리시스의 대답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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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적인 맥락에서 대답드리자면 저 다른 남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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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자신조차 모르던 속마음을 리시스가 톡 까내어 끄집어낸 뒤 손톱으로 긁어 준 격이었다.

키에르트는 기대하지 않았던 시원함에 놀라 눈만 깜빡였다.

리시스는 자신의 대답을 다시 한번 힘주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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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병장에는 특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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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야지.”

그놈들이 아무리 섬세한 근육과 예쁘게 그을린 피부, 뿜어오르는 남성성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래서는 안 되었다.

리시스가 단 한순간이라도 그놈들에게 시선을 주는 것이 싫었다.

아무리 훈련을 위해서라지만 자신 외의 다른 남자에게 리시스의 시선을 빼앗긴다 생각하니 질투심이 끓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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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키에르트가 머릿속에 떠오른 자신의 생각에 멈칫했다.

질투?

……그래, 질투.

그리고 집착.

불타는 소유욕.

그 모든 것들이 키에르트의 머릿속을 점령한 생각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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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질투를 하고 있는 건가?’

질투가 맞았다.

리시스의 시선을 독차지하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그 시선을 더 받을 수 있는 병사들에게 질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질투는 못 가진 이들이나 하는 못난 감정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신이 그 못난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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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놈들에게 그대가 관심을 주는 것 때문에 질투가 나.”

말로 꺼내놓으니 가슴 안에 응어리지고 있던 감정이 조금 더 단단한 형태를 갖췄다.

키에르트는 이제 자신의 질투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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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질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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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속에서 불이 끓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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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렇게까지?

키에르트가 다른 남성들을 견제하는 것은 느끼고 있었지만 그렇게 강렬할 줄은 몰랐다.

심지어 그 강렬함의 이름이 ‘질투’였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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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가 질투라니……, 폐하처럼 완벽하신 분이.”

질투는 못 가진 사람이 가진 사람에게 하는 것이다.

리시스의 눈에 키에르트는 뭐든지 최고로 가졌다.

도저히 질투와는 어울리지가 않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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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시선과 관심을 못 가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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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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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해, 나한테는.”

그것이 중요한 것인지, 리시스는 태어나서 지금 처음 알았다.

왜 중요한지는 도통 이해할 수 없지만 키에르트가 그렇다니까 그런 거겠지.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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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훈련하는 내내 폐하만 바라보고 있으면 훈련이 안 될 것 같아요.”

그러니 키에르트가 연병장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쓴 것이었구나.

리시스는 또 하나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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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으음……, 음, 으음…….”

리시스는 고민에 빠졌다.

훈련을 하면서도 키에르트의 질투심을 잠재울 방법은 없을까.

이리저리 고민하는 리시스의 모습을 지켜보며 키에르트의 마음도 가라앉아 갔다.

유치한 질투심에 눈이 멀어 리시스를 곤란하게 했다는 자각이 들었다.

이런 체통이나 관계의 이득에 대해 하나도 생각하지 않은 행동은 어릴 때에도 안 했었다.

어릴 때에도 하지 않던 짓을 이제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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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대를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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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생각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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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다시 황제 키에르트로 돌아가려는 찰나에 리시스가 박수를 짝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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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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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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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훈련하면서 중간중간 시간 날 때마다 손잡아드릴게요. 안아도 드릴게요. 그때만큼은 폐하만 생각하고, 쳐다보면서. 그럼 좀 낫지 않을까요?”

다 주지는 못해도 최대한 많이 주고는 싶었다.

리시스의 마음이 느껴졌다.

만족스러운 제안이었다.

키에르트는 씩 웃으며 리시스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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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그럼 지금은 손잡고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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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리시스는 활짝 웃으며 키에르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키에르트는 절도 있게 리시스의 손을 꽉 마주잡았다.

극적인 협상 타결이었다.

황제 부부는 그렇게 오랜만에 손을 달랑달랑 흔들며 연병장으로 향했다.

질투를 가라앉히는 방법.

그것은 줄 수 있는 만큼 주면 되는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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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폐하, 황후 폐하를 뵙습니다!”

미리 두 사람의 도착을 준비하고 있던 병사들이 도열한 채 우렁차게 인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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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지.”

짤막하게 인사를 받으며 손을 까딱하는 키에르트의 모습은 그야말로 황제, 그 자체였다.

리시스는 지금 이 멋진 사람이 아까 그 징징거리던 사람이 맞나 자꾸만 돌아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귀엽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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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멋있는데 가끔은 귀엽기까지 하다니.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평소에는 귀여운데 가끔 멋있는 리시스가 생각했다.

본인도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누가 물어보면 대답 못 할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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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준비했습니다.”

제롬이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마자 시원한 차를 내밀었다.

이렇게 키에르트의 명에 따르긴 따른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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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차를 준비하라 하셔서 준비하긴 했는데 내오기도 전에 연병장에 오셔서 이곳에서 내어드렸을 뿐입니다.’

핑계도 이미 다 마련한 상태였다.

리시스는 눈치 빠르고 약삭빠르고 행동도 빠른 제롬을 흘끔 쳐다보며 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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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황후 폐하의 명을 더 따랐습니다.’

제롬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딸랑이며 사라졌다.

키에르트도 이미 리시스의 손을 잡고 출근한 마당에 제롬의 사소한 불충 정도는 용서해 줄 관대한 마음이 자리잡았다.

아침에 다소 소란이 있기는 했지만 평소처럼 조용하고 평화로운 훈련의 시작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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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개시!”

훈련의 시작은 체력훈련이었다.

처음에는 리시스가 하나하나 알려주며 굴렸지만 이제는 그들도 스스로 구를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뒤로,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골고루 잘 구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리시스의 눈빛에 흐뭇함이 들어섰다.

자신이 굴리던 병사들이 스스로 구르기 시작하고, 그 구르는 행동을 즐기기 시작할 때의 희열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그러나 리시스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고 있었다.

키에르트의 질투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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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좀 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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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게요. 여름이 슬슬 오기 시작하나 봐요.”

리시스에게 여름은 낯선 계절이었다.

에드린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무아렌 강 유역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쉬란의 본격적인 더위에 비하면 시원한 가을 정도였다.

아직 쉬란의 여름은 오지도 않았는데 가볍게 덥다는 느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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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폐하도 더위를 타세요?”

쉬란 사람이?

키에르트는 더위든 추위든 다 강한 편이었고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 것은 더 잘 했다.

그러나 지금은 내색할 때였다.

실제로 그렇게 엄청 덥지도 않았지만, 키에르트는 계획이 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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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타긴 타지. 시원한 차를 마셔도 후덥지근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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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떡하죠? 부채라도 가지고 오라 할까요?”

황제 폐하의 옥체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리시스는 심각해져서 안절부절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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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고…….”

키에르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셔츠의 단추를 하나, 하나 풀어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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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셔츠의 단추가 하나씩 풀어지며 키에르트의 앞섶이 한 단계씩 드러났다.

리시스의 눈도 한 단계씩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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