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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다른 남자 생각하지 마 (87/153)


87. 다른 남자 생각하지 마
2022.06.02.


에드린도 이득이 있어야 움직일 것이다.

로구안과 손잡고 쉬란을 치면 에드린엔……, 이득이 많지. 정말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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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나 붙잡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제가 정보라도 좀 빼돌려서 도움되는 척이라도 했어야 했을까요.”

자신이 공주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건 리시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정보원으로서라도 가치가 있었어야 했을까.

아니면 키에르트를 뒤흔드는 요녀 역할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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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린 왕이 그렇게까지 이성적인 사람 같지는 않았는데.”

키에르트가 가만히 생각하다가 지적했다.

직접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확신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았을 때 생각을 가지고 행동을 하는 편은 아닌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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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리시스가 키에르트의 지적에 정신을 차렸다.

순간적으로 너무 긴장해서 그 중요한 사실을 깜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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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괜한 자책을 했네.”

리시스가 얼마나 도움이 됐었든 말든, 에드린 왕은 그때그때의 기분으로 결정을 했을 것이다.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했어도 눈빛이 불손하다는 이유만으로 내치는 사람이 에드린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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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헨크가 과연 에드린 왕에게 뭐라고 혓바닥을 놀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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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에드린 왕의 움직임을 봐야 알겠지.”

그걸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쪽에서는 양쪽이 가진 패를 따져보며 유추하는 것이 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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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알헨크가 마음에 안 들었으면 좋겠네요.”

에드린 왕은 일관적으로 제멋대로라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알헨크가 변수였다.

로구안의 왕자이면서 그런 티를 하나도 내지 않았다.

어떻게 왕자가 그럴 수 있지?

리시스는 가지고 있는 지식에 비해 경험이 부족했다.

그래서 왕가의 사람은 다 에드린 왕족처럼 개차반이거나 키에르트처럼 우아한 줄 알았다.

둘 다 일반적인 왕족, 황족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알헨크는 달랐다.

왕족이라기보다는 시정잡배에 가까웠고, 행동방식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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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왕자면서 그렇게 살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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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다르겠지. 로구안은 왕자가 워낙 많아서 내부적으로도 경쟁이 심하니 더욱 그럴 수도 있고.”

알헨크의 타고난 성격 탓도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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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로구안은 제가 신경 쓸 쪽이 아니라서 아예 정보가 없었어요. 이제 좀 알아봐야겠네요.”

정보가 있어야 대책도 세울 수 있다.

뭐부터 해야 하나 막막했는데 드디어 방향을 찾았다.

하지만 리시스는 정보책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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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정보 좀 주시면 안 돼요?”

가장 가까운 정보책은 키에르트였다.

키에르트를 털면 쉬란에 돌아다니는 로구안의 모든 정보를 다 털어서 모은 만큼의 정보가 나올 것이다.

리시스는 효과적인 정보수집 방법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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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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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요?”

리시스는 살살 눈치를 보며 눈웃음을 쳤다.

돈도 막 주는 남편이니 정보도 잘 주지 않을까?

하지만 리시스의 오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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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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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역시 나라가 걸린 문제에는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거구나.

리시스는 더 설득해 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러나 키에르트가 바란 건 그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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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다른 남자 생각을 자꾸 하는 게 거슬려서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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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남자요?

리시스는 멍하니 키에르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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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헨크가 어떻게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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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말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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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

키에르트는 불타는 질투로 리시스의 입술을 막아버렸다.

리시스는 기꺼이 키에르트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다른 건 몰라도 알헨크의 본명은 절대 물어보지 말아야겠다…….

분명히 가명일 것이 분명한 이름조차도 이렇게 불쾌해 하는데 본명이면 얼마나 싫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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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쿡쿡…….”

혼자 생각하던 리시스는 웃음을 터뜨렸다.

입술이 닿은 채 터져버린 웃음에 키에르트가 미간을 모으고 리시스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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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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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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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웃어 넘어갈 줄 알았는데 키에르트는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이유를 분명하게 말해주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 줄 것 같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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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저 때문에 전쟁 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농담이었다.

진짜, 진심으로, 정말, 농담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농담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키에르트의 얼굴이 침착하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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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시스는 땀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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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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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에르트는 리시스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왜 아닐 거라 생각해?

눈빛이 그렇게 말했다.

죽 났던 리시스의 땀이 줄줄줄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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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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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을 한 번 계산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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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트는 끝내 아니라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땀이 강을 이룰 판이 되었지만 리시스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거기서 맞는데, 라는 대답을 들으면 듣는 대로 문제였다.

그냥 아무 일 없던 듯이 조용히 넘어가는 게 상책이었다.

변덕스러운 에드린 왕이랑 싸우게 되면 키에르트도 마찬가지로 변덕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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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그 로구안 놈’은 쉬란을 목적으로 하고 있긴 한 걸까요?”

리시스는 조심스럽게 말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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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든 집어삼키기 쉬운 쪽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을까.”

키에르트는 조용히 넘어가 주었다.

좋아, ‘그 로구안 놈’은 합격이다.

알헨크의 호칭을 정한 리시스는 조금 더 편하게 의견을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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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쉬란이 더 까다로워 보이면 에드린으로 목표를 바꿀 수도 있다는 소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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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로구안이 침략했던 나라들을 보면 약한 순서였어. 결국은 몽땅 잡아먹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닐까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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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럼 언젠가는 부딪치게 된다는 결론이 난다.

리시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렉싱턴 장군이 다시 전장에 서는 것만큼은 피하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돌아간다면 어떻게 되든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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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로구안은 일단 홀랑 다 잡아먹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칠게요.”

그럼 에드린 왕의 선택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다.

그 부분은 리시스가 나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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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린 왕은 ‘공짜다’라는 말만 들으면 흔들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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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명예나, 자존심이나, 그런 것들을 생각하던 키에르트는 예상하지 못한 단어에 귀를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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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공짜 더럽게 밝혀요.”

리시스는 단 한 틈의 주저함도 없이 확신했다.

전쟁이 일어난다는 공포에 얼어붙었던 머리가 깨어나기 시작하니 냉정한 판단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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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구안이 자기네가 알아서 다 하겠다고 하면서 무아렌 강 하나만 공짜로 주겠다고 하면 바로 넘어갈 걸요.”

무아렌 강을 차지하면 일대의 비옥한 땅이 다 에드린의 것이 된다.

에드린으로서는 욕심내지 않을 수 없는 장소였다.

대륙 전체를 먹어버리려는 로구안의 입장에서는 준다 말하는 게 어려울 리 없다.

쉬란을 친 후 에드린까지 겸사겸사 차지하면 어차피 로구안의 것이 될 테니까.

에드린 왕이 그 뒤까지 생각할 리가 없다.

자신은 왕이고, 모든 것이 당연히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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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구안 놈이 그 정도 머리도 없진 않을 것 같고.”

인정하기 싫지만 두 사람도 정체를 중간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로구안 놈은 치밀했고, 예상할 수 없었다.

그 정도의 놈이 에드린 왕 하나 흔들기는 쉬울 것이다.

결국 전쟁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리시스는 좌절하며 엎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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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제 전쟁은 안 날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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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은 나만 참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지.”

황태자로 태어나 황제로 살아오는 동안 많은 도전을 감수해야 했던 키에르트는 차분하게 리시스를 위로했다.

리시스의 속이 말이 아닌 것은 그도 알았다.

전쟁을 막아보려고 이 먼 적국에 결혼까지 하러 온 사람이 아닌가.

안다.

알지만.

그래도 속이 뒤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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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후회하나?”

결국 참지 못하고 속에 응어리지는 말을 터뜨리고 말았다.

리시스는 키에르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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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요? 그 로구안 놈 살려 내보낸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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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나도 후회해.”

그냥 기분대로 확 죽여버렸으면 이런 사태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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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전쟁을 막고 싶어서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됐던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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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결혼은 후회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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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리시스는 단박에 부정했다.

키에르트가 슬쩍 솟구치려는 입꼬리를 단속했다.

그래도 후회되지는 않을 만큼의 결혼생활이라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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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당시에는 정략결혼을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어요. 그건 다시 생각해도 맞아요. 지금도 그 생각은 그대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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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키에르트가 생각하는 결혼생활의 만족도와는 조금 다른 방향의 단어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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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전쟁이 유지됐으면 아마 제가 이기긴 했을 거예요. 하지만 제가 쉬란에 와서 보니까 무아렌 강 하나 차지하는 게 중요한 건 아니었구나 싶어요. 무아렌 강을 빼앗겼으면 폐하도 가만히 있지 않으셨을 테고, 진짜 대대적인 전쟁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겠죠. 렉싱턴 장군님도 부상을 당한 상황이었는데 지원도 제대로 못 받고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제 목이 날아갔을 거란 예측이 되네요.”

참 똑 부러지는 예측이고, 완벽하네 엇나간 답이었다.

키에르트는 말을 잃고 리시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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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예측이 틀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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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늘 예측한 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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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까지 포함시키면 또 다를 수도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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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리시스는 눈치껏 키에르트가 바라는 답이 따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지, 뭘 놓치고 있었던 거지?

하지만 당장 리시스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혹시 눈이라도 마주보면 떠오르진 않을까?

리시스는 키에르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싹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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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에르트가 움찔하며 리시스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눈을 피하지는 않는다.

뿌루퉁해 있지만 자신을 향한 시선에 온기는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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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제야 리시스는 완벽하게 간과하고 있던 부분을 떠올렸다.

키에르트와의 결혼생활은 처음부터 기대가 없었다.

사지 온전하게 살아만 있으면 된다고 여겼다.

그런데 늘 그 이상이었다.

오히려 리시스가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게 해 주고,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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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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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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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포로로 잡혔다든가……, 폐하가 포로로 잡혀 왔다든가. 아니면 밤에 잠깐 나갔다가 정찰 중인 폐하랑 마주쳤다든가. 우연히 마주친 일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전쟁이 또 다른 방식으로 끝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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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리시스는 대답 대신 키에르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소리 나게 붙였다 떼었다.

키에르트가 미처 어떻게 대처할 수 없는 완벽한 기습이었다.

기습에 성공한 리시스는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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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 둘만 아는 동맹을 몰래 맺게 되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남녀관계의 행방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을, 리시스는 경험으로 배웠다.

정략결혼으로 시작했어도 결국 이 이상이 없는 단단한 ‘동맹’이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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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키에르트는 키스에 웃고, 동맹에 혼란스러워졌다.

자신들의 관계가 동맹이 맞기는 한데, 그게 아닌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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