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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나만 바라보게 하는 비용 (82/153)


82. 나만 바라보게 하는 비용
2022.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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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구안의 왕은 병상에 있었다.

의식이 돌아올 때도 있지만 이미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왕자가 너무 많은데 왕세자는 없다는 것이었다.

제각기 어미가 다른 왕자들은 왕좌를 놓고 아귀다툼을 벌였다.

하지만 서로를 죽여 없애지는 못했다.

워낙 이런 식의 왕위싸움이 심해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

왕족을 살해할 경우 왕위계승권을 박탈한다.

알헨크는 거기에서 살짝 고민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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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왕까지 죽여버리고 새 왕조를 세워버릴까.’

그러나 그렇게까지 왕위가 당장 간절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왕이 되려면 강해야만 했다.

강함을 자랑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승리하는 것이다.

알헨크는 타고나기를 강했다. 그리고 싸움을 즐겼다.

왕좌를 쟁취해야 하는 상황에도 불만이 없었다.

결국 가지게 될 테니까.

쉽게 손에 들어오는 것은 시시했다.

영토, 왕좌, 모두 자신의 뜻대로 제 손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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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안 가졌지…….”

지금까지 마땅한 목표가 없어 가지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목표가 생겼다.

리시스.

에드린의 공주.

쉬란의 황후를 빼앗아 로구안의 왕비로 만들면 꽤 재밌을 것 같다.

본인 자체도 꽤나 귀여운 데다, 성격도 통통 튀니 마음에 들었다.

아마 손에 넣는다 하더라도 자신의 마음대로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모습에 기대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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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손에 넣는 것부터 해야 흔들 수 있겠지.”

거기에 리시스의 의견은 없었다.

하지만 알헨크는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가지고 싶으면 가질 뿐이다.

가지지 못한다는 전제는 없었다.

삐이익-.

새가 날았다.

알헨크의 행선지를 확인하고 미리 길을 닦아두는 선발대에서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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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향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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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로구안으로 돌아가지. 잔치 구경은 끝났으니.”

나들이라도 가는 듯한 알헨크의 가벼운 말투에도 부하는 진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로구안의 주변 국가를 몰살시킬 때에도 알헨크는 지금과 똑같이 가볍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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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서 이 부분까지 로구안이 되면 깨끗하게 직선인데.’

그리고 이루어냈다.

그런 식으로 내키면 했고, 하면 되었다.

말을 다시 출발시키려 할 때 다시 새가 날았다.

아까와는 다른 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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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들 잘 맞춰 오는군.”

에드린으로 보내는 새였다.

모든 밀정이 직접 발로 뛰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목표하는 곳으로 정보가 닿기만 하면 누가 보내든 상관이 없다.

리시스의 추리는 상당부분 맞아떨어졌다.

하녀들 중에는 에드린의 밀정도 있었고, 알헨크의 밀정도 있었다.

서로에게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아니면 정보의 교환도 이루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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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보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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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가 ‘***한 사람인데, ****한 걸로도 모자라 **하기까지 하고, 심지어 ******한 적도 있어. 그 ***한 일도 ****해서 한 거니까 정말 ***, ******라 할 수 있지.’라는 발언을 함. 이라고 써 봐.”

부하는 콧잔등이에 주름을 잡고 손가락만 한 종이에 집중했다.

하라시니 하기는 하는데 웬만해서는 할 수 있는 일을 시켜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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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다 들어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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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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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 일도, 까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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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거기까지 써.”

문장이 완성되지도 않은 정보쪽지를 그대로 보내라고?

부하가 긴가민가해서 알헨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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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쪽지에 다 들어가지도 않을 만큼 알헨크 왕의 욕을 했다는 거니까.”

그 정도면 돈독하지도 않은 부녀관계에 금 가기엔 충분했다.

쉬란과 에드린은 지금까지 상대했던 나라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강대국들이었다.

알헨크도 작전과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실패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

쉬란에 와서는 도통 성공과 실패의 구분이 서지 않았다.

초야도, 티파티도, 남편과의 첫 데이트도, 통상적인 기준으로는 완벽한 실패였다.

준비한 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실패했다고 축 처지기에는 결과가 마음에 들었다.

모든 순간 즐거웠고, 뜻밖이지만 괜찮은 결과도 남았다.

오늘의 첫 공식 파티 참석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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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폐하와만 춤을 추게 될 줄은 몰랐어요.”

리시스는 마차 안에서까지도 손을 놓지 않고 있는 키에르트의 손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손바닥에 땀이 차서 미끄러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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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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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건 아니고요…….”

지금도 손이 미끄럽지만 싫지는 않았다.

다만 좋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웠다.

자신을 향한 저 시선이 너무 뜨거운 탓이었다.

드레스 밑으로 발을 꼼지락거리는 것을 들키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래도 황후니까 조금 더 대인관계를 넓혀야 할 것 같은데요, 이 말도 하긴 해야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 손을 놓자고 말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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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하자…….’

폐하도 첫 행사였어서 많이 긴장했던 모양이다.

자신이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염려됐던 것은 저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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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분위기가 아주 나쁘진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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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했지. 그대는 이미 로구안 놈을 상대로 이겨준 것만으로도 황후로서 역할을 다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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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그렇게까지나…….”

말을 돌리려고 했는데 왜 또다시 알헨크와의 경쟁구도로 불을 붙이실까.

리시스는 얼른 다른 화제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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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폐하는 이기셨다면 소원 뭐 빌려고 하셨었어요?”

키에르트가 이겼을 수도 있다.

문득 키에르트의 소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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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원…….”

키에르트는 대답을 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뭔가 생각해 둔 것이 있었던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키에르트의 입술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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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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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주면 들어주나?”

어라.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리시스는 눈을 또륵 굴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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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안 들을래요.”

저렇게 먼저 약속을 요구하는 경우는 보통 이쪽이 불리한 소원이다.

리시스는 발랄하게 거절했다.

반쯤 장난이었지만 키에르트는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설마 거절을 당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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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정말 제법이야.”

저렇게 매력적이니 알아보고 달라붙는 놈들이 속출하는 거다.

다시금 빼앗길까 봐 조바심이 일었다.

내 아내다. 내 황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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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혹시 돈을 좋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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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돈이요?”

리시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돈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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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하죠? ……엄청?”

리시스는 얼떨떨한 와중에도 솔직하게 대답했다.

키에르트는 대답을 듣고도 뭐라 대답이 없었다.

답답해진 리시스의 인내심이 먼저 바닥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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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시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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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무례하지 않게 질문하고 싶어 말을 고르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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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하셔도 되니까 그냥 물어보세요.”

그러자 키에르트는 심지어 원망스럽기까지 한 표정을 지었다.

고민의 깊이를 표현하자면 지금쯤 심해 정도는 파고 들어갔다.

그걸 그렇게 가벼운 고민 취급을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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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얼마면 돼’라고 물어봤는데, 그건 너무 무례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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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얼마면 되는데요?”

안타깝게도 키에르트가 반납을 너무 늦게 해서 리시스는 키에르트가 읽은 책을 읽지 못했다.

그래서 대화의 맥락을 쫓아가지 못해 곧이곧대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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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나만 바라보게 하는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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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리시스는 역시나 한참을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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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물리적으로 제가 폐하만 바라보는 데 드는 인건비를 말씀하시는 걸까요? 그런데 전제부터가 일단 어렵잖아요. 밥 먹을 때면 밥을 봐야 하고, 옷 입을 때는 거울도 봐야 하고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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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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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아…….”

그제야 리시스는 키에르트의 말뜻을 이해했다.

뜨거운 시선과 연결되는 질문이었다.

의외로 키에르트는 ‘자신의 것’에 대한 집착이 심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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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어떻게 가격을 매기겠어요. 당연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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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무지 믿기지 않는지, 키에르트는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믿지 않아도 그것이 리시스의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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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와의 결혼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에는 폐하만 바라볼 거예요.”

리시스는 신뢰감을 주기 위해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오늘 파티에서도 다른 남자에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딱히 관심이 가지도 않았다.

빛나는 별이 눈앞에 있는데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들 따위가 눈에 들어올까.

더구나 그 별이 자신을 향해 빛을 번쩍이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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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지 않아도 폐하밖에 안 보여요.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역대 황후들은 황제와 거리를 철저히 유지했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의 성격은 제각각이니, 키에르트가 그걸 원치 않는 것도 이해는 갔다.

굳이 다른 사람의 노선을 따라갈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니 맞춰주는 것이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더구나 안 그래도 위태위태한 황후의 입지에, 스캔들까지?

리시스가 선택할 리 없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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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궁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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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갈게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리시스는 키에르트의 손을 꼭 쥐어주고 마차에서 내리려 했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매너 철저한 키에르트는 먼저 마차에서 내려 리시스를 에스코트했다.

마차에서 황후궁 현관까지는 몇 걸음 되지도 않았지만 그 몇 걸음마저 리시스를 혼자 걷게 하지 않았다.

황후궁 앞에는 예전과 달리 기강이 꽉 잡힌 하녀들이 나와 대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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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됐어요.”

리시스는 키에르트의 팔에 얹었던 팔을 떼고 돌아섰다.

키에르트는 뭔가 생각에 골몰한 표정이었다.

여러모로 그를 흔드는 일이 많았던 파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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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밤 되세요,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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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도.”

키에르트는 리시스의 손등에 가볍게 입술을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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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스는 작게 숨을 들이마시며 그 모습을 내려보다가 겨우 몸을 돌렸다.

몸을 돌리면서 자연스럽게 붙잡았던 손이 흘러내렸다.

허공에서 다리 옆으로 손이 툭 내려앉는 사이, 리시스의 손끝이 무언가를 찾듯 꼬물거렸다.

그러나 끝내 무언가를 잡지는 못하고 매끄러운 드레스 위로 안착했다.

리시스는 한숨 같은 숨을 내쉬며 문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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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에 목욕물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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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먼저들 가 있어. 난 좀 있다 갈게.”

리시스는 문 앞을 뜨지 못하고 두 손을 마주잡은 채 섰다.

하녀들은 눈치를 보다 재빨리 물러났다.

혼자 남은 리시스는 가슴을 누르며 다시 한번 심호흡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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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러지?’

타오르는 눈빛을 너무 많이 마주쳐서 그럴까.

태양빛에 눈이 멀어버린 것처럼 세상이 보이지 않게 된 걸까.

자꾸 숨이 차고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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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쉬자.’

일단 방으로 돌아가려고 생각을 하면서도 걸음은 뒤를 돌아보게 됐다.

그곳에는 굳게 닫힌 문밖에 없었다.

무슨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낯선 느낌에 서먹하게 물러서려는 순간, 문이 활짝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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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에르트였다.

바깥의 서늘한 공기와 함께 휘몰아친 그는 질풍처럼 입술을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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