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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아이고 우리 폐하 우쭈쭈 (69/153)


69. 아이고 우리 폐하 우쭈쭈
2022.03.31.


리시스는 심히 불경하지만 이 상황에 이 이상 어울릴 수 없는 말을 떠올렸다.

어리광.

황제 폐하께서 자신에게 어리광을 피우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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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가?’

어리광과 키에르트를 감히 연결시켜도 될까.

하지만 자신의 손을 붙잡고 칭얼거리는(다시 한 번 무엄하지만, 이건 칭얼거린다고밖에 할 수 없는 짓이었다.) 키에르트의 행동은 어린애 같았다.

덩치나 연령이 반드시 그 사람의 성숙도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보아 알고 있다.

병영에서 덩치만 큰 어린애 같은 병사들이 얼마나 많았었는지 모른다.

전쟁터에서는 무참하게 적군을 베면서, 침대에 개미 올라왔다고 엉엉 울며 텐트 밖으로 뛰쳐나오는 경우는 너무 많아 특정이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런 짓을 키에르트가 하니 놀라운 것이었다.

지금까지 키에르트는 올바른 성인의 롤모델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는 했다.

이성적이고, 참을성 많고, 배려심도 있고.

그런 그가 이토록 자신 멋대로 구는 것에, 리시스는 그만 찡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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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그만큼 신뢰하게 되었구나!’

신뢰를 주고받는 관계란 가슴을 울린다.

리시스가 대부분 경험한 신뢰관계는 군신간의 신뢰였으나 부부간의 신뢰도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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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우리 폐하아. 많이 안 좋으세요?”

애틋한 마음에 절로 친절한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나 키에르트는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

저 애기 어르듯 늘이는 말투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심지어 그 말투가 싫지도 않은 자신은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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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어. 어의가 몸에 큰 이상은 없다는데…….”

키에르트는 자신의 건강을 과신하지도, 불신하지도 않았다.

황제의 건강은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래서 아픈 것을 굳이 참지도 않았고, 꾀병을 부리지도 않았다.

황제의 건강은 꾸며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태어나 거의 처음으로 꾀병을 부렸다.

아니지, 진짜 뭔가 불편하니 꾀병까지는 아니다. 불편한 것보다는 살짝 과장시켜서……, 살짝 엄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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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어떡하지. 어의가 괜찮다고 했으니 큰 병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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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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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병이면 안 되는데. 지금은 어디가 불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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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좀 답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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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요? 여기?”

리시스는 키에르트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꾹꾹 누르며 안색을 살폈다.

건강하게 잘 뛰고 있던 심장은 리시스의 접촉에 쾅쾅 존재감을 과시했다.

피부 밖으로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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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진짜 심장이 엄청 뛰세요.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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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키에르트는 엄살을 떨 여유조차 없어져서 심호흡만 했다.

리시스는 다시 한 번 걱정이 되어 키에르트의 이마를 쓸어넘기고, 손을 잡아주는 등 부산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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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우리 폐하아. 아프시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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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조금만 더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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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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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러니까 좀 편해지는 것 같아.”

키에르트는 생전 해 보지 않은 시름시름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리시스의 손이 이마와 뺨을 만져주니 쾅쾅 갈비뼈를 발로 차던 심장이 얌전해졌다.

기준이 모호했다.

같은 행동에도 어떨 때는 미쳐 날뛰고, 어떨 때는 고요해진다.

내 마음 나도 모른다는 말이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었다.

키에르트는 살면서 처음 그 말의 적합한 용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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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차라리 침대로 가서 한숨 주무시는 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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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때는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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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감고 계세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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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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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워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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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키에르트는 아픈 적 없던 사람처럼 벌떡 일어났다.

일부러 그런 것은 결코 아니었다. 저도 모르게 몸이 그렇게 움직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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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나으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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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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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누우세요.”

어지럽다는 저 말도 굉장히 어색하기는 했지만, 황제 폐하께서 그러시다니까.

리시스는 의심을 거두고 키에르트를 침대로 이끌었다.

키에르트를 눕힌 뒤 옆에 앉으려는데, 키에르트가 리시스의 소매를 잡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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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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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도 누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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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워준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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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옆에서 이렇게…….”

키에르트는 고개를 저었다.

옆에서 손이나 잡아주는 정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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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안겨 있는 쪽이 더 잠이 잘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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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쯤 되니 아픈 것이 아니라 수작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저렇게 아픈 척까지 하며 부리는 ‘황제’의 수작이라 리시스의 마음도 약해졌다.

뭔가 힘든 일이 있었겠지.

오죽하면 저 사람이 저럴까.

키에르트 한정 밑도 끝도 없이 넓어지는 이해심을 채 인지하지도 못하며 리시스는 침대 옆자리에 파고들었다.

키에르트는 리시스가 이불 속으로 들어오자마자 병아리 낚아채는 솔개처럼 작은 몸을 꽉 끌어안아 품에 가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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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만족스러운 콧소리가 흘러나왔다.

리시스는 키에르트의 품에 꽉 갇혀 팔다리를 꾸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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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잠이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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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금방 올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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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죠.

나 은근 어리광에 약하네. 리시스는 몰랐던 자신의 한 부분을 새로이 발견했다.

남편이라 관대해지는 것일까.

병사들이 ‘공주님이 손 잡아주시면 금방 나을 겁니다.’ ‘공주님이 호를 안 해 주셔서 더 아픕니다.’ 같은 어리광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무시해 버렸는데.

키에르트의 수작인지 어리광인지는 그냥 넘어가지지가 않았다.

계산해 보았자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리시스는 몸에서 힘을 빼고 키에르트의 가슴에 얌전히 머리를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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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도 요새 일이 많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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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무래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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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밀릴 땐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잘 쉬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안 그럼 건강뿐만 아니라 사람이 이상해진다니까요?”

전선에서 가끔 렉싱턴 장군이 일에 치여 돌아버릴 때가 있었다.

전쟁터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참된 인격자였지만 밀어닥치는 일에 버티는 장사 없었다. 가끔 서류더미에 쌓여 이성을 잃고 괴성을 지르는 걸 보고는 했다.

그 서류더미 일은 리시스가 종종 도와줬으므로 왜 미치는지 이해하고 옆에서 같이 울부짖어줘서 잘 알았다.

키에르트도 사람이니 일이 힘들 때가 분명 있을 것이다.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도 아니니 속으로 곪다 지치면 더욱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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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음, 그렇지. 쉬어야지. 그대도 오늘 일정이 많았다고.”

리시스의 우쭈쭈는 기분 좋은 것과는 별개로 너무 아기 취급에 가까워서 다 큰 남자로서 민망한 마음도 들었다.

키에르트는 슬쩍 리시스의 일과로 말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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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하녀들 석방시키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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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렇게 결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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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인 범인도 아닌데 평생 가둬 둘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해이했던 것은 분명 죄지만 앞으로 잘 해서 갚겠죠.”

키에르트도 리시스의 결정을 존중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지만 쓸 수 있을 때까지는 쪽쪽 뽑아 쓰는 것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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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바로 황후궁으로 돌려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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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뇨. 일단은 궁 밖으로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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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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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이 움직이는 데에는 계기와 숙성기간이 필요하니까요.”

계기와 숙성기간.

충성심에 대한 이야기인데 괜히 그 단어가 키에르트의 뇌리에 쿡 하고 쑤셔 박혔다.

***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다.

늘 더 좋은 상황과 대우에 목이 마르다.

감옥에 갇혀 있었을 때에는 밥 주고 관심 주는 사람에게 감동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이 온전한 충성심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렌데일 공작가에서 일하던 율라 역시 그랬다.

황후 폐하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았다. 의리를 지킬 사람이라는 것도.

하지만 귀족의 세계는 모두 정치였다.

하녀들도 그 정치의 일부였다.

렌데일 공작가의 세니아는 최강의 수였다.

그러나 언제 자신을 향해 검을 휘두를지 모르는 위험한 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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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한 번 매달려 보지도 않고 쫓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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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건 아니고요……, 감옥에서 몸이 상했을 테니 집에서 휴식을 취한 뒤 귀환하라는 명을…….”

세니아는 차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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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 소리지. 네가 다시 궁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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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휴가라 하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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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별다른 조사도 없었다며? 물어볼 것도 없이 내치겠단 소리지.”

세니아의 날카로운 추궁에 율라는 입술을 물었다.

추궁이 있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매서웠다.

자신의 예측보다 더 비관적이기도 했다.

세상 모든 귀족가의 부모들이 자식에게 사람을 대할 때는 성의를 다하라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특히 본인이 그렇게 사는 경우.

자식마저도 자신의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랬다.

세니아는 쓸모가 없어진 율라에게 고운 눈빛을 줄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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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넙죽 ‘네, 감사합니다’ 하고 휴가 받아 돌아온 한심한 꼴로 내 앞에 있다니. 기가 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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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휴가라고 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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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믿어? 감옥에서 머리가 썩었니?”

세니아는 신랄하게 비난했다.

율라는 잔뜩 움츠러들어 고개를 숙였다.

리시스가 챙겨준 덕분에 감옥에서 몸이 축나지는 않았다. 그래도 햇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감옥생활이 편했던 것은 아니다.

태어나 이런 고생은 처음 해 보았다. 무섭기도 했다.

감옥을 들어갔다 나왔다는데 괜찮냐는 말 한 마디 없이 질책만 한가득이다.

자신은 언제나 세니아 아가씨를 위해 일해왔는데.

상하관계가 늘 같을 수는 없지만 야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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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그러나 그 미운 마음은 세니아의 한숨에 오들오들 떨며 흩어졌다.

세니아의 한숨은 무서웠다.

욕을 하며 때리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이 이 이후 벌어질 것이라는 예고였다.

율라는 일찍이 렌데일 가문의 하녀였다. 갈 곳 없는 처지에 감히 공작가의 하녀가 될 수 있던 것은 천운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율라의 충성심은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율라의 충성심과 세니아의 마음이 같지는 않았다.

힘쓰는 잡일을 할 하녀가 허리를 다쳐 저택을 나갔다. 율라는 마침 유난히 체격이 좋고 힘이 좋았을 뿐이다.

황후만큼이나 까다롭게 하녀를 뽑지만 인력이 부족한 데에는 세니아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힘만 보고 뽑았다.

힘 좋은 하녀는 어디서든 귀하다.

율라가 황후궁에 들어가게 된 이유도 그것이었다. 힘 좋고, 세니아에게 충성을 다해서.

세니아는 무서운 주인이었다. 율라가 다른 가문에서 넣은 하녀들에 비해 조금이라도 뒤떨어지면 모질게 질책했다.

율라 혼자만 혼나면 그래도 덜할 텐데, 세니아는 꼭 율라의 동료까지도 함께 혼냈다. 자신이 부족해 다른 사람까지 야단을 맞는 것을 지켜보는 심정은 괴롭다. 그 후에 따돌려질 것도 두렵다.

세니아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신경질적으로 손을 휘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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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럽네. 내가 기대가 과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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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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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물러가. 하녀장에게 말해서 일이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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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쉬라는 말 한 마디 없다.

감히 서운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지만 율라의 마음에 묵직한 앙금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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