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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 의선되다-460화 (460/470)

제460화

460화

“그게 아닙니다.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다리는 바닥에 더 힘주어 붙여야 합니다. 허리는 훨씬 더 돌려야 하고요. 팔의 근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우선적으로 팔의 근력을 높이는 훈련을 먼저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 훈련은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교두님.”

아진의 말에 교두들은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웬만하면 그걸 영광이라고 생각하며 고맙게 받아들이겠지만 아진과 몇 시진 같이 있었던 것만으로 진이 쭉 빠지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창술은 이각 정도만 더 가르치고 그다음에는 훈련을 시작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저에게 배운 대로 아이들에게 가르치시면 됩니다. 창술은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창술이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냐고 여기는 이도 많은데 그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결단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공자님!”

대체 누가 그런 생각을 해서 아진이 이렇게 화가 난 건가 하며 사람들이 거의 울 듯이 말하자 아진이 웃었다.

“예. 교두님들이 그러셨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아진은 그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지 못한 채 다시 창술 시범을 보였다.

그러는 동안 철방에서는 깃대를 이용해 창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고 깃털로 화살 만드는 작업에 산본의가 사업장의 수많은 인원이 동원되었다.

만약 산본의가가 아니었다면 그 일은 그렇게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화살을 만드는 것은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할 수가 있었다.

작업을 분업해서 하는 것이라 가능했는데 벽예월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각 과정을 꼼꼼하게 지켜봤다.

천마신교로 역천마의를 데리러 갔던 제일조는 역천마의와 신교의 사람들 한 무리와 함께 돌아왔는데 그들이 도착한 시간만 봐도 얼마나 서둘러 왔는지 알 수 있었다.

역천마의와 함께 온 사람들은 황궁의 연회에서 봤던 마가의 공자들이었다.

그들은 연회에 다녀온 후에 각자 가문에서 소가주로 초대되었다.

황실에서 그들을 부르며 대우를 해 준다면 그들에게도 그에 적합한 지위가 있어야 한다면서 각 가문이 내린 조치였다.

오랜만에 봐서 반갑다는 생각이 들 만도 했는데 무슨 일인지 몰라 걱정하는 마음 때문에 얼굴에 웃음기도 없었다.

“주군. 무슨 일입니까. 혹시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건지요. 어디 아프신가요?”

역천마의는 린린에게 한걸음에 달려와서 물었다.

마가의 소가주들은 일제히 린린에게 예를 갖췄고 린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괴수의 사체가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다른 것이 아니라 오라버니와 내가 이 괴수를 잡아 왔다. 이건 오라버니가 살던 곳에 나오던 괴수래. 그게 여기에 나타났다. 역천마의.”

“예……? 그 말씀은…….”

“던전이라는 곳 말이야. 그게 동배에 나타났어. 미공략 던전이라는 게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것이 나타난 거지.”

“세상에……!!”

역천마의가 충격을 받은 얼굴로 린린을 바라보았다.

린린과 역천마의는 동굴에서 아진이 사는 세계라고 추정되는 곳으로 연결되는 곳을 본 적이 있었고 그런 비슷한 곳이 더 있지는 않은지 찾아다닌 일이 있었다.

역천마의는 린린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곧장 그것을 생각했다.

“주군……. 혹시 그 던전이라는 것이…….”

“아니. 동굴에서 봤던 그거랑은 조금 달라. 그건 괴수가 사는 둥지 같은 개념인 모양이야.”

린린은 그때의 일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해 주었고 그러는 동안 다른 곳에 있던 아진이 다가왔다.

역천마의와 마가의 소가주들은 일제히 아진에게 인사를 올렸고 아진은 반가운 얼굴로 그들을 맞이했다.

역천마의는 다급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후 그들이 소가주가 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주었고 아진과 린린은 그들을 축하해주었다.

“그래서 괴수의 사체를 해부할 건데 오라버니가 역천마의를 불러서 같이 보게 하면 어떻겠냐고 해서 말이다. 만약 내단이 필요하다고 하면 어느 정도는 줄 수 있다, 역천마의.”

린린은 무엇보다 그 얘기가 중요하다는 듯 축하 말을 끝내자마자 그 말을 했는데 역천마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린린이 탄성을 내더니 역천마의를 바라보았다.

“예에?!!!”

역천마의의 눈이 커지는 것을 보며 그 자리에 있던 소가주들은 무슨 일인가 하는 것 같았는데 아진은 린린이 무슨 말을 한 건지 알 것 같았다.

설인정이 돌아왔다.

북리의천과 독고소영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설인정이다.

아진은 역천마의가 그 정도의 반응을 보일 만한 소식은 그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독고소영이 아이를 낳은 후 상당히 시간이 흘렀지만 그동안 그 이야기를 할 틈이 없었다.

어떻게……. 세상에. 주군……!

역천마의의 눈에는 딱 그런 감정들이 담겼다.

린린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하고 역천마의를 바라보더니 그녀를 이끌었다.

“자. 그럼 가자. 당장 해부를 시작하고 싶었을 텐데 역천마의가 올 때까지 기다려준 거거든.”

린린이 말하며 역천마의를 추연월에게 데려갔고 아진은 마가의 소가주들을 챙겼다.

그는 괴수의 깃털을 보여주며 깃대와 깃가지로 창과 화살을 만들 거라고 했고 마가의 소가주들은 아진이 자기들에게 그런 것을 직접 설명하고 보여주는 것에 감격했다.

천마신교에는 역대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교주가 있었지만, 그 교주는 집을 나간 지 오래였고 이제는 더 이상 천마신교를 자기 집으로 여기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천마신교가 이렇게 굳건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린린이 천마신교에 있을 때보다 더 살뜰하게 챙기고 있어서였다.

지금만 해도 그들은 그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괴수를 잡았다고, 거기에서 내단이 나올 건데 그것을 좀 떼주고 싶어서 역천마의를 부른 게 아니던가.

아진은 한참 더 그들을 직접 챙기다가 소청을 불러 소가주들을 맡겼다.

이제 사련에서도 연락이 올 때가 되어서 그곳에서 어떻게 결정을 내렸을지 궁금했다.

그러기 전에 지금 단계에서 만들어진 화살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려고 벽예월을 보러 갔더니 그녀는 그렇지 않아도 아진을 찾아오고 싶었다며 그간의 성과를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다.

완성품을 보이면서 벽예월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무인들이 시험을 해 봤는데 적어도 열 배 이상은 더 빠르고 사거리는 스무 배가 넘게 늘어났다고 해요.”

벽예월은 그런 일에 대해서는 과장이 없었다.

그녀가 그렇게 말을 하면 그것은 확실히 믿을 만했다.

그보다 더할 수는 있겠지만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완성품으로 공자님이 시험을 해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어요.”

벽예월은 기대된다는 얼굴로 말했고 아진은 화살을 든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확인해 보고 와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런데 막상 공자님은 활을 쏘실 일은 거의 없겠죠? 검이 훨씬 더 편하니까요.”

그건 마냥 그렇지만은 않았다.

수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전투에서 멀리 있는 동료가 난전을 하고 있으면 그때 화살을 날려 도와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자기 앞의 상대를 먼저 제압한 후에 가능한 일이기는 하겠지만 활을 잘 쏠 수 있다면 도움이 되기는 할 터였다.

무림인에게 화살의 사용을 막은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금지가 사라졌다.

황제가 무림의 전력을 자신의 전력으로 여기면서 내려진 조치였다.

벽예월은 화살을 십만 개까지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했고 아진은 괴수의 깃가지가 그렇게 많은가 하며 가능한 일이냐고 물었다.

“곤오철이 생겼다고 곤오철로 천 자루의 검을 만들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곤오철로 만든 검은 그게 꼭 필요하고 그걸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사람에게 돌아가면 되죠. 대부분은 일반 화살이 될 거고 괴수의 깃가지로 만든 화살은 꼭 필요할 때 사용하도록 각자에게 몇 개씩만 주면 될 것 같아요.”

“정말 그렇군요.”

아진은 그렇게 하는 게 낫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슬슬 린린의 이야기가 다 끝나지 않았을까 하고 기웃거렸는데 역천마의가 산본의가 사람들과 괴수 해부하는 동안 옆에 있으려는 것 같아서 위도를 찾았다.

위도는 아진이 그러고 있을 때부터 이미 자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 듯 가까이에 있다가 스스로 나타났다.

“형님. 저랑 화살 시험해 보러 가시겠습니까?”

“좋지. 그런데 나는 활을 쏴본 적이 없는데 잘 할 수 있을까?”

헌터 중에 활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는데 위도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그래도 아진은 그가 금방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약초를 캐려는 사람이 오가지 않는 산 높은 곳까지 가서 아진은 기감을 펼쳐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최대한 멀리 떨어진 목표물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퍼펑!

커다란 바위에 화살이 날아가 박히자 바위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벽예월이 말한 위력에서 다섯 배 정도는 더 높아진 것 같다고 체감하며 두 번을 더 날렸다.

집중한 채 실력을 발휘하면 확실히 그 정도가 되는 듯했다.

위도도 그의 뒤를 이어 화살을 날렸는데 실력이 나쁘지 않았다.

그가 말한 것은 벽예월이 말한 것의 세 배 정도였다.

“이게 있으면 도움이 되겠어요, 형님?”

“확실히 그럴 것 같은데? 이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잖아. 직접 부딪치지 않고 끝내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아. 죽이는 게 좋아서 죽이는 것도 아니니까 웬만하면 멀리서 죽이는 게 좋지.”

아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제 움직이는 목표물을 잡아보세요.”

멈춰 있는 목표를 맞추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움직이는 목표는 얘기가 다른 법이었다.

그러나 위도는 그곳에서 순식간에 사슴 여러 마리와 토끼, 거기에 여우까지 잡았다.

“수확이 좋은데? 나 이런 쪽으로 소질이 있나 보다.”

산본의가로 돌아오자 마침 사련에서 사람이 와 있었다.

부련주였다.

전서구로 보내기에는 할 말이 많고 사안이 중대해서 부련주가 직접 온 듯했다.

“어서 오십시오. 부련주님.”

“공자님. 다시 보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객청에서 기다린다는 말을 듣고 아진이 찾아가자 부련주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간 워낙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꼭 한번 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명불허전이군요. 이게 다 뭐랍니까. 상상도 못 한 일이 산본의가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벌어진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습니다.”

“예. 이번에는 특히나 더 그렇게 됐습니다.”

아진이 말하고는 부련주의 답을 기다렸다.

“전서는 잘 보았습니다. 사안이 워낙 중차대해서 결정을 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사련에서 비무대회를 주관하기로 하며 도시의 발전을 크게 기대하고 있어서 실망이 크기는 했지만 이번 일로 사련이 수적을 적대한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다면 그 의미도 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백성의 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고 말입니다.”

요즘 들어 수적의 행태가 특히나 더 악랄해지고 있어서 사련으로서도 그 일을 결정하는 것이 한결 쉬웠을 거라는 게 아진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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