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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 의선되다-445화 (445/470)

제445화

445화

사인걸은 동굴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이들을 전부 데리고 가는 것도 어려웠고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었다.

‘여기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 돼.’

사인걸은 그렇게 생각하고 동굴 밖으로 나갔다.

천마가 어떤 기척을 느끼고 이곳으로 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다른 곳으로 유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사인걸은 자신의 힘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시험을 해 보기도 했고 그것 때문에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어차피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야.’

사인걸은 폭약을 챙기고 몸을 날렸다.

천마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천마에게 자신의 몸을 계속 숨기는 것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바로 모습을 드러낼 생각은 없었는데 천마가 우뚝 멈추는 것이 보였다.

사인걸은 우선 천마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녀와 함께 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 남자가 위도라는 것을 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가 헌터였던 위도라는 걸 알았다면 사인걸은 신기해서라도 마음이 조금은 흔들렸을 것이다.

“왜 그래, 린린? 누가 있어?”

다가온 위도가 린린에게 물었다.

린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위도에게 전음을 보냈다.

[오라버니. 도망가세요.]

위도는 린린이 그렇게 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자신의 무위가 린린에 비해서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 사인걸을 찾는 데 그런 말을 들을 정도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린린이 긴장한 채 전음을 보내는 거라는 것을 알았고 그 때문에 더 긴장이 됐다.

[아진이를 데려올까?]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서둘러 주세요.]

위도는 린린의 말에서 더욱 긴장감을 느꼈다.

[린린. 우선 너도 같이 피하자.]

[안 돼요. 그러면 이자를 놓칠 거예요. 여기서 놓치면 무슨 짓을 하고 다닐지 몰라요. 빨리 가세요. 아진 오라버니가 와야 돼요.]

일단 린린이 그렇게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고집을 꺾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아는 위도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사인걸은 그 모습을 봤지만 위도를 막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막으려고 한다고 해도 천마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아 자연스럽게 포기를 해버렸다.

사실 사인걸은 그자가 왜 갑자기 떠나는지 그것도 알지 못했다.

설마 천마가 전음을 보내 위도에게 떠나라고 했을 거라고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자기가 강해졌다고 생각하며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기기는 했지만 천마가 겁을 먹을 정도라고는 자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인걸은 천마가 자신이 있는 쪽을 정확하게 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기척을 숨기고 있는데도 위치를 정확히 안다는 건가 해서 그는 조금 기가 질렸다.

여기에서 정면 승부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돌아가 주기만 한다면 천마를 굳이 죽일 생각도 없었다.

사인걸은 자기가 천마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격체전력을 받고 사황의 무공을 완전히 익힌 후라면 모를까 지금은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쉬워.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서두르는 건데 그랬어. 격체전력을 다 받았으면 천마도 이길 수 있을지 모르는데.’

사인걸은 일단 천마를 다른 곳으로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일단 동굴에서 멀리 데려가고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잘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하고 혼자 동굴로 돌아가서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내공을 모두 받아들이고 나면 그때부터는 무서운 게 없을 듯했다.

어차피 시간은 얼마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천마는 사인걸을 똑바로 보고 있었고 사인걸은 점점 자신의 계획에 자신이 없어졌다.

‘안 될 것 같은데? 그냥 동굴에 있는 사람들은 포기해야 하나?’

아쉬워서 그러는 것일 뿐 동굴에 있는 사람들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그리고 지금 동굴에 있는 자들처럼 내공이 많은 사람들을 잡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여기에서 승리를 확신할 수 없는 싸움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안전을 기했다가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었다.

천마마다 무위의 차이가 들쑥날쑥하지만 저자는 역대의 천마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하지 않던가.

사인걸이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다시 상태창이 나타났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자주 나타나는 것인지 귀찮을 정도였다.

그러나 사인걸은 상태창을 보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정신이 사나운데 그것까지 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상태창은 고집스럽게 머물며 사라지지 않았다.

사인걸은 기가 막힌다고 생각하면서 상태창을 힐끗 보았다.

[격체전력으로 내공을 받아들이겠습니까? 1/12]

사인걸은 그게 무슨 의미인가 했다.

거기에서 자기가 그러겠다고 하면 저절로 격체전력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인 것인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하는 것으로 저절로 격체전력이 쉽게 이루어진다고만 하면 싫다고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사인걸은 어차피 손해가 날 것은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러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격체전력으로 내공을 받아들이겠습니까? 2/12]

[격체전력으로 내공을 받아들이겠습니까? 3/12]

.

.

.

[격체전력으로 내공을 받아들이겠습니까? 12/12]

처음에는 질문 뒤에 숫자가 있는 것을 알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왜 같은 질문이 다시 나오는 건가 했고 그제야 뒤에 있는 숫자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인걸은 그때마다 그러겠다고 했고 마지막 질문 후에 다시 상태창이 나타났다.

[격체전력이 끝났습니다.]

‘열두 명이 전부 격체전력을 해 줬다는 말인가? 격체전력을 다 받은 거라는 말인가?’

사인걸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한가하게 자신의 내공을 살펴볼 시간은 없었다.

천마는 당장이라도 공격을 해 올 것처럼 온몸의 기세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천마7식을 습득하였습니다]

[관리자의 가호로 한시적으로 언령이 깃듭니다]

‘관리자?’

사인걸은 연달아 나오는 상태창의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껏 상태창에 그런 내용이 나온 적은 없었다.

‘대체 뭐지?’

좋다기보다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한시적이라는 말에 마음이 급해지기도 했다.

사인걸은 자기가 이번에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조급함과 불안한 마음을 동시에 느꼈다.

‘천마를 죽여야 하는 건가?’

천마7식을 습득했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미 다 익혔고 내공이 부족해서 하지 못할 뿐이었다.

그런데 격체전력으로 그 문제가 해결됐으니 이제는 그것을 할 수 있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언령이라는 건 뭘까.

말의 의미는 어렵지 않았다.

자기가 말한 대로 그것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인 걸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거지?’

사인걸이 생각을 마치기 전에 천마가 먼저 움직였다.

사인걸은 천마가 다가오는 것을 보며 몸을 피했다.

‘……?!’

자신의 움직임이 너무 가벼워진 것에 사인걸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은 비단 사인걸만 느낀 것은 아니었고 천마의 표정 역시 변했다.

사인걸이 그렇게까지 표홀한 움직임을 보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사인걸은 자기가 익히 알고 있던 초식이 내공의 증가로 인해서 훨씬 더 원활하게 이어지는 것을 느꼈다.

내공을 운용하기 위해 크게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내공을 움직이려고 하지 않아도, 초식을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것 같아.’

사인걸은 희한하다고 생각하며 이리저리 몸을 날렸다.

그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사인걸은 자기가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 더 빠르게 몸을 움직여보았다.

린린은 자기가 사인걸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고 그 놀라움은 생각보다 훨씬 더 컸다.

사인걸은 몇 번 그렇게 몸을 움직여보다가 돌연 검을 빼 들었다.

린린은 사인걸이 검을 뽑는 것을 보지 못했고 그 사실에 진심으로 충격을 받았다.

사인걸은 검을 들고 린린을 향해 몸을 날렸고 린린은 다급하게 몸을 피했다.

그렇게 놀랐던 적이 언제였을까.

린린은 진심으로 깜짝 놀라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인걸의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다.

사인걸은 관리자의 가호가 사라지기 전에 빨리 천마를 처리하고 이곳을 떠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에게는 동굴로 돌아갈 이유가 없었다.

처음에 그곳으로 돌아가려고 한 것은 동굴에 있는 자들에게 격체전력을 받아야 해서 그런 거였는데 이제는 그 일이 끝나버린 탓이었다.

동굴에 있던 자들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가서 확인해볼 정도로 궁금한 것은 아니었다.

죽었거나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쇠잔해졌거나 했겠지만 상관없었다.

‘언령이 깃들었다……. 언령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거지?’

사인걸은 그 생각을 하다가 천마를 노려보았다.

‘격체전력을 하라고 말하면 들으려나? 그러면 나에게 내공을 주려나? 아…… 저자는 마공을 하는 자지. 어차피 내가 받을 수 있는 내공이 아니군.’

천마라면 내공이 얼마나 많을까 했다가 마공을 하는 자라는 것을 깨닫고 나자 무척이나 아쉬웠다.

‘그러면 그냥 죽여야겠지.’

그 자리에서 처음 천마를 봤을 때만 해도 그는 자기가 천마를 죽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격체전력으로 내공을 얻은 지금은 그것이 아주 불가능하기만 한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언령이 깃들었을 때 자신의 힘이 얼마나 강해질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사인걸은 우선 그것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말을 해야 하는 건가?’

그 생각을 하고 사인걸이 말했다.

“멈춰라!”

그 말에 천마도 잠시 놀란 것 같았다.

사인걸은 천마가 주춤거리는 것을 보고 언령이라는 게 통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천마에게까지 자신의 언령이 먹힌 건가 해서 사인걸은 진심으로 놀랐다.

그러나 천마는 이내 몸을 날렸다.

‘안 되는 건가?’

사인걸은 언령의 효과를 아직 확실히 알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린린은 사인걸이 말했을 때 거대한 산이 자신을 짓누르는 것 같은 엄청난 위압감을 느끼고 그대로 언령에 순응할 뻔하다가 정신을 차렸다.

그러면서 웬만한 사람은 그 말에 그대로 순응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진이라면 넘어가지 않았겠지만, 청수와 무린이 이 자리에 있다가 사인걸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움직이지 못하고 꼼짝하지 못한 채 서 있다가 큰 위험에 처했을 것 같았다.

린린의 가슴이 요란하게 뛰었다.

‘대체 이자가 어떻게 이런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사인걸에 대해서 얘기를 들었지만 린린은 사인걸이 이렇게까지 강할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사인걸이 몸을 날려 검을 휘둘렀다.

린린은 검을 피했지만 여유롭게 피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기가 막혔다.

자기가 고작 사도방파 표국의 총표두 하나를 처리하지 못해서 이렇게 쩔쩔맸다는 얘기를 들으면 역천마의가 뭐라고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설인정은 어떻고.

그러나 린린은 웃지 못했다.

그럴 여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사인걸은 신이 났다.

몸이 이렇게 가벼웠던 적이 있었던가.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것 같았다.

몸을 움직이겠다고 생각하면 벌써 몸이 저만치 나가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인걸은 자기가 지금 이기어검을 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만으로 검을 움직이는 게 가능한 듯했던 것이다.

그 생각을 하고 사인걸이 검을 놓자 검이 저절로 날아가 린린을 노렸다.

‘된다! 정말 된다!!’

린린은 사인걸의 손에서 떠난 검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며 경악했다.

‘이기어검?!’

그러나 그녀의 놀라움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사인걸이 날린 검을 막아냈을 때 형체도 없는 검이 그녀를 벴다.

‘대체……!’

린린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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