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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 의선되다-442화 (442/470)

제442화

442화

‘웃기는 일이지. 그걸 사람들한테 다 말을 해 버린 거야?’

사인걸은 사람들이 서도진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도 놀랐지만 아무리 그래도 설마하니 그가 헌터였다는 것까지, 그리고 다른 세계에서 이곳으로 온 거라는 것까지 알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놀랄 것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산본의가에는 위도라는 자가 있는데 그 위도라는 자도 헌터였고 서도진과 같은 일을 당했다고 했다.

“으으으……!!”

사인걸이 한창 상념에 잠겨 있을 때 한쪽에서 누군가가 몸을 뒤척이며 괴로운 소리를 냈다.

금방 바스라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그는 사인걸이 표국에 있을 때 납치해 왔던 표사였다.

사인걸은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 번 보고 밧줄에 묶인 자들을 확인했다.

수확이 좋았다.

내공을 가진 자들이 꼭 필요했는데 그들을 제압하는 것은 아무래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시간이 걸렸고 이제야말로 방법을 확실히 찾았다.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교룡의 힘줄을 구하는 게 너무 어렵고 값도 비쌌지만 결국은 손에 넣었다.

그 모든 것의 시초가 동굴 벽에 적힌 무공이었다.

사인걸은 시간이 갈수록 거기에 적혀있던 무공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깨달았다.

그는 무리를 깨닫고 그것을 이해했다.

그것은 사인걸이 뛰어난 오성을 가지고 깨어난 것보다 기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상태창이 사인걸에게 준 선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 무공이 자기에게 맞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세상을 호령한 사황은 그 무공을 창안할 당시 십 갑자가 넘는 무공을 갖고 있었다.

그것을 위해 흡성대법을 펼쳤다가 결국 끔찍한 말로에 이르렀는데 사인걸은 그 무공을 익히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서 그가 찾은 방법은 격체전력이었다.

내공을 가진 이들이 자기에게 격체전력을 해서 내공을 넘겨준다면 사황의 무공을 익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천검7식.

사황이 남긴 무공의 이름이었다.

그동안 지겨울 정도로 봐와서 이제 그것은 완벽하게 사인걸의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지금의 내공이 5갑자다.’

사인걸은 그 생각을 하면서 자기가 잡아 온 자들을 둘러보았다.

얼마 정도는 더 교룡의 힘줄로 묶어서 그들의 힘이 소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내공이 그리 많지 않은 표사들을 길들이는 데도 시간이 상당히 걸렸었다.

그래도 이제 숙련되어서 전만큼 고생을 하지는 않아도 될 듯했다.

‘나도 흡성대법을 익히는 게 좋았으려나?’

그러나 사황이 자신의 말로에 대해 구구절절 끔찍한 이야기를 써 놓은 걸 봐서 그런지, 상관없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신경이 쓰였다.

‘그래.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게 나아. 좀 귀찮기는 하지만 확실한 방법이지.’

그는 사황의 심법을 익혔고 사파의 내공이 아니면 소용이 없었다.

‘그것만 아니라면 서도진을 데려다가 내공을 뺏어도 되는 거였을 텐데.’

사인걸은 제멋대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가 손짓을 하자 적무단원이 밧줄에 묶인 채 둥실 떠 그에게 날아왔다.

그동안 당한 고초 때문에 피골이 상접하고 의식도 가물가물해지는 듯 보였다.

“이러면 안 되지. 마지막 순간까지 강해야 한단 말이지. 너는 나에게 가장 좋은 걸 줘야 하거든. 그렇다고 너무 억울하게 생각하지는 마. 그렇게 하면 목숨은 살려줄 거니까. 내공이 없이도 살 수는 있는 거잖아. 말하자면 너는 내공 때문에 두 개의 목숨을 갖고 있던 거랑 마찬가지인 거지. 내공은 내놓고 목숨은 얻는 거니까.”

실제로 격체전력을 하고 나면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

내공을 쏟아붓는 것뿐이니 조금 더 살 줄 알았는데 여지없이 그랬다.

그래서 그가 데려온 표사들은 거의 죽었거나 산송장의 상태였다.

사인걸은 적무단원의 몸을 살펴보다가 오늘은 그에게서 격체전력을 받기로 마음을 먹었다.

흑사문 추살 3조에게 격체전력을 받은 이후 사인걸은 자신의 몸이 확실히 좋아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표사들도 내공이 잘 맞았지만 추살 3조의 것은 더욱 그랬다.

순조롭게 내공이 늘고 있어서 사인걸은 이제 사황의 천검 7식을 익히는 것이 막연한 꿈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사련의 고수들을 추가로 잡아 온 것은 그의 꿈을 더욱 앞당겨줄 듯했다.

잠시 후 동굴 안에서 격체전력이 이루어졌다.

사인걸에게 강제로 자신의 내공을 전부 주입해야 했던 적무단원은 내공을 주입하던 중에 그대로 죽음에 이르렀다.

사인걸은 대단한 고양감을 느끼며 웃음을 지었다.

내공이 훨씬 더 차올랐다.

이제 몇 달만 지나면 사황의 무공을 익힐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는 어떤 때보다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지. 그 아이들도 사기를 지닌 거지? 정파의 심법을 익혔다고는 하지만 충독의 알이 그 안에서 자랐다고 했잖아? 그러면 이미 사기에 잠식된 몸이니까 그 내공은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 거야. 섬풍대라고 했나? 조금 더 내공을 받아들이고 나면 거기에 가봐야겠어.’

사인걸의 얼굴에 더 환한 웃음이 지어졌다.

* * *

사련에 자리가 마련되었다.

련주는 서도진이 함께 있는 것이 어색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만약 팽수혁과 곽설이 없었다면 서도진은 그 자리에 그들과 함께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팽수혁과 곽설 때문에 사련은 몇 번이나 위기를 넘긴 거였다.

서도진이 뭐라고 할지 모른 채 그의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서도진은 지난 일에 대한 언급은 없이 사련에 그동안 알아낸 것을 물었다.

사련의 지휘부는 서도진의 앞에서 조금이라도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고 그동안 자기들이 얼마나 애써왔는지 알아주기를 바라는 듯했다.

“간결하게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말입니다.”

서도진은 그들의 얘기가 쓸데없이 길어지는 것을 자르며 말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회의는 점점 더 명료해졌다.

“약문이 특화한 문파의 사람들을 불러 이번 일을 조사하게 했는데 그들은 이것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단순히 폭약의 성분으로 인한 위력이 강한 게 아니라 일종의 무공이라고 봐야 할 거라고 했습니다. 강한 폭약을 사용한 것도 있지만 그것을 사용한 자의 위력이 더해져서 훨씬 더 강한 효과가 나타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한 사람은 사련의 검영단주였다.

서도진은 흥미로운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자세히 얘기를 해 보시지요.”

검영단주는 서도진이 관심을 갖는 것에 조금 긴장을 한 듯하더니 이내 얘기를 이어나갔다.

“독공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하더군요. 독공도 그렇지 않은지요. 무위가 높은 사람이 사용하면 같은 독이라고 하더라도 효과가 훨씬 더 크게 나타나는 것처럼 이번 건도 그런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을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예. 마침 사련에 머물고 있으니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서도진은 조금이라도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하며 그를 기다렸고 그사이에 사련의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이야기를 했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많았지만 일단은 전부 들었다.

그때 누군가 탄식을 하는 것처럼 말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고수들을 데려다가 내공을 뺏기라도 하려고 이러는 것인지.”

“내공을 뺏어서 뭘 하려고요? 사황의 무공이라도 익히려고요?”

“또 모르지요. 전설로만 전해져오던 그 무공 비급을 발견했는지요.”

“그거라면 말이 되기는 하겠습니다.”

그들은 특별히 서도진에게 말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 자기들끼리 말을 한 거였는데 서도진의 눈이 빛났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러자 그들은 별것이 아니라면서 그냥 전설처럼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며 사황과 그의 무공에 대한 얘기를 했다.

“사파의 영웅이었던 사황이 마지막에 무공 하나를 창안했다고 하는데 그 무공을 익히려면 십 갑자 정도에 달하는 내공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요. 그냥 호사가들이 한 말일 겁니다. 십 갑자의 내공을 누가 가질 수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영약을 먹고 반로환동을 해서 다시 또 내공을 축기한다고 해도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지요.”

“맞습니다. 사람들이 만들어 낸 얘기일 겁니다.”

그러나 서도진은 그 말을 그렇게 흘릴 수가 없었다.

뜬소문이라고 치부되는 많은 이야기는 소문을 들은 사람이 받아들일 능력이 되지 않아서 그런 경우가 많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때 검영단주가 사람을 데리고 돌아왔다.

문파의 장로인 그는 묵씨 성을 쓰고 있었고 자신을 그저 묵 장로라 불러 달라고 했다.

“어서 오십시오. 묵 장로님.”

서도진이 정중하게 맞이하자 그는 인사를 하고 곧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인걸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약을 만들어 봤는데 보고 싶어 하실 것 같아서 가져와 봤습니다.”

“그걸 만드셨다는 말씀입니까.”

“예. 그런데 그 자체의 폭발력은 크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걸 누가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다르지요.”

서도진은 당장 그것을 시험해 보고 싶었고 련주는 당장 연무장으로 가보자고 했다.

“연무장보다는 그냥 공터로 가는 게 좋지 않을지요. 아까운 청석이 깨질지도 모릅니다.”

묵 장로의 말에 검영단주가 적당한 곳을 말했고 잠시 후에 그들은 모두 그곳에 있었다.

묵 장로는 작은 환단 모양의 폭약을 여러 개 꺼냈다.

서도진은 그것을 보고 과거 폭천의가 만들었던 화탄과 벽력탄을 떠올렸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훨씬 더 위력이 약했다.

그랬기에 크게 경계를 받지 않고 만들 수 있었던 듯했다.

서도진은 그것으로 정말 자기가 봤던 현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건가 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묵 장로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단순히 이것만 던지면 효과는 이 정도로 미미합니다. 하나 특별히 수련된 방식으로 내공을 불어넣어 던지면.”

그리고 묵 장로가 그것을 던지자 흙더미가 7, 8장이나 솟구치고 주위의 거목이 우지끈 소리를 내며 기어이 쓰러졌다.

그만한 위력이라면 서도진이 보았던 현장과 비슷하다고 할 만했다.

“그러면 사인걸이 그 무공을 익혔다고 생각하십니까.”

서도진이 묻자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아닐 것 같습니다. 이건 검술과 병행이 거의 불가능해서 말이지요. 그자는 총표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총표두가 익혀야 하는 무공과 병행하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총표두가 될 정도로 검술을 익히면서 이것도 진전을 본다는 것은 어렵지요.”

다시 벽에 부딪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단서를 얻은 것 같아 성과가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조금 희한한 게 있습니다.”

묵 장로의 말에 서도진이 그를 바라보았다.

“뭡니까.”

“이상한 소리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말이 안 되는 걸 수도 있는 것이라서요. 그래도 말씀은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내가 후회를 할 것 같아서 말이지요.”

“무슨 말씀이건 상관치 말고 해 보시지요.”

서도진은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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