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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 의선되다-242화 (242/470)

제242화

242화

지금의 천마신교라면 교도의 수만 해도 십만에 육박할 텐데 아무리 자기 어머니라고는 해도 자신감이 너무 과했다.

“저기. 벽 소저. 벽 소저도 그 말을 믿는 건 아니죠?”

아진은 정신을 단단히 붙잡고 벽예월을 바라보며 물었다.

“뭘요?”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요. 산본의가가 천마신교를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는 거요.”

“왜요? 저는 가능할 거라고 보는데요? 그리고 린린이 어떤 부분은 이미 우리가 신교를 앞섰다고도 했어요.”

헉……!

아진은 도대체 이 계획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관여된 건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점이요?”

“비고요.”

“비고요?”

아진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런데 딱히 반박할 말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종류로 따지자면 여전히 천마신교의 비고에 더 많은 영약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만 비교를 할 필요는 없었다.

일단 산본의가에는 제선문주가 있다.

영약의 효능 자체를 달라지게 만드는 사람이.

그리고 마음을 먹기만 하면 아진이 위도와 함께 섬에 가서 너구리 머리에서 자라는 꽃잎들을 따 와도 되고 그 섬에서 자라는 여러 종류의 영초들을 더 캐 와도 된다.

하나하나 생각해 보자 비고 부문에서만큼은 확실히 산본의가가 앞서는 듯했다.

“그리고요? 그것 말고도 있대요?”

“의방도 그렇다고 했어요. 신교에서 가장 뛰어난 의원이 역천마의인데 그 역천마의가 여기에 있으니까 그건 비교할 것도 없대요. 역천마의를 신교의 인물로 생각하고 비교해도 의방 분야에서는 산본의가가 더 뛰어나다고 했고요.”

그것도 부정하기가 어려웠다.

“…….”

안 되는데.

자꾸 이렇게 수긍이 되면 안 되는데.

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다시 물었다.

“그리고요?”

“표국요. 표국도 산본표국이 더 낫대요.”

“에이. 그래도 그건.”

아진은 이제야말로 자기가 확실히 반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말을 잃었다.

국주 천이재를 떠올리고 대표두와 표두, 표사들의 면모를 하나씩 떠올리자 누구 하나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일반적인 표국의 표사들은 무인으로 치지 않는데 산본표국은 이야기가 완전히 달랐다.

처음부터 그들을 뽑을 때 산본에서 호위업무를 맡던 무인들 중에 인원을 차출했기에 무인이 아닌 사람으로 찾는 것이 더 어려웠다.

아진이 구해온 영초로 제선문주가 만든 영약.

그것들은 필요에 따라 분배되었고 산본표국의 많은 사람에게도 영약이 돌아갔다.

그래서 다들 최소한 일류 이상의 무위는 갖추고 있었다.

표국은 표물을 운반하며 장소를 이동해야 하는데 신교 내부에 한정되어 생활하는 천마신교와는 처음부터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 외에도 아진은 산본의가가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비교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자금력도 나쁘지 않았다.

산본전장에 예치된 돈이 황금 이십만 관이 넘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진심으로 놀랐는데 가모는 그것을 연내에 오십만 관으로 늘릴 목표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건 정말 터무니없는 계획이 아닌가요?”

벽예월에게 묻자 그녀는 아진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그건 당연하지 않습니까. 벽 소저.”

아진은 다른 사람이라면 당연하게 생각할 것들을 벽예월과 가모만 생각하지 못하는 거라고 여겼다.

그러나 벽예월이야말로 아진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가진 근거를 차근차근 알려 주었다.

“산본무관의 무인 한 사람이 다른 곳에 의뢰를 받아 나갈 때 받는 돈이 한 달에 금자 두 냥이에요. 그건 다른 일반적인 무인들에 비해 정말로 큰돈이죠. 산본무관의 무인들은 다른 무관의 문하생들과 질적으로 차이가 나요. 영약을 먹이면서 키웠잖아요. 그래서 다른 문파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들이라는 소문이 나돌 정도죠. 그 사람들은 자기들의 실력을 매번 증명하고 와요.”

아진은 산본무관의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몸값이 높이 책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에 그 말을 듣고 놀랐다.

산본무관에는 초절정 이상의 무인들만 해도 이백 명이 넘는다는 말에 다시 한번 놀랐는데 아진은 그들이 지금쯤 다른 곳에 임무를 받고 나가 있거나 아예 무관을 떠났을 거라고 생각했다.

무공을 배우기 위해 다니는 무관에, 일정한 경지에 이른 후에도 계속 다닐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왜 그들이 거기에 계속 머물고 있냐는 아진의 말에 벽예월은 당연한 게 아니냐는 표정을 지었다.

“단순히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걸요? 매일 수련을 하면서 절정 이상의 고수들이 수련하는 것을 볼 수 있고 그들과 대련을 할 수도 있잖아요. 다른 곳에서 그렇게 할 기회는 많지 않잖아요?”

아진은 여러모로 충격의 연속이었다.

무관에 있는 무인의 수가 그 정도라면 단일 문파로는 천마신교를 뒤따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다른 것을 빼고 무관의 규모만으로도 그런 것이다.

거기다 산본의가의 의인들로 구성된 조직도 결코 그 무력이 약하지 않았다.

선이남과 남이천으로 대변되는 이들.

그들도 계속 영약을 먹으며 수련을 해 오고 있었다.

산본무관 사람들이 배우는 무공과 차이가 나고 그들이 같이 작전에 투입되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상승 작용이 엄청날 듯했다.

‘정말 막연히 겁만 낼 일은 아니군.’

영약은 산본의가의 재정을 튼튼하게 해 주었고 배우고 싶은 의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산본의가가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각지에서 연일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곧 이어진 벽예월의 말이 가관이었다.

“한동안은 황상이 가장 신경 쓰이는 존재였어요. 실컷 키운 사람들을 황상이 자꾸 탐내고 데려가는 것 같아서요. 혈천방과 비룡채만 해도 그렇잖아요. 그 아저씨들은 산본의가의 외부조직이나 마찬가지였는데 황상이 데려가 버리셔서 가모님이 속으로 좀 아쉬워하셨어요. 서로 도우면서 지금까지 잘 커 왔었으니까요.”

그 말에는 아진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래도 그분들이 나중에는 더 도움이 될 겁니다.”

“네. 가모님도 지금은 그렇게 말씀하고 계세요. 그런데 처음에는 많이 속이 상하셨던 것 같아요.”

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로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이어서였다.

‘산본의가라…….’

아진은 회상에 잠겼다.

산본의가가 그런 곳이 될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처음에 그가 이곳에서 눈을 떴을 때만 하더라도 아진은 앞으로의 일이 까마득하게만 느껴졌었다.

오히려 그래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어렵지 않고 간단했는지도 몰랐다.

‘내가 산본의가를 키우겠다는 일념에만 사로잡혔으니까.’

“아. 향화문을 빼놨네요. 향화문의 가장 큰 손님이 누군지 모르시죠? 바로 하오문 사람들이에요. 개방은 자존심이 있어서 그런지 직접 정보를 사러 오지 않는데 하오문이 사 간 정보를 공유하는지도 모르죠. 이번에 황금이 위조됐다는 소식을 향화문에서 팔아서 엄청나게 돈을 벌었다고 하던데요?”

“네?”

“향화문 분들은 그 정보가 워낙 가치가 높아서 조금만 더 비밀이 유지됐으면 좋았을 거라면서 아쉬워하기는 하더라고요. 그런데 향화문이 그 정보를 팔면서 향화문의 가치가 증명됐대요.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는데 결국 그게 사실이라는 게 증명됐잖아요.”

아진은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본가 본연의 의술은 말할 것도 없고 영약, 무인, 정보.

심지어 전장으로 돈까지 열심히 벌고 있었다.

연내에 황금 오십만 관까지 예치금을 늘리겠다는 계획은 오히려 소박한 것일지도 몰랐다.

아진과 얘기를 하는 동안 벽예월을 찾으러 온 사람이 많아서 나중에는 그녀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일어섰다.

“돌아오셔서 정말 기뻐요. 공자님. 공자님이 오시니까 본가가 꽉 차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공자님은 그런 분인 것 같아요.”

벽예월이 말을 하고 떠나려고 하더니 잠시 머뭇거렸다.

“공자님. 가주님이 하신 말씀 때문에 상처받으신 건 아니죠?”

“……네?”

아진이 멍한 얼굴로 묻자 그녀가 위로하고 싶은 얼굴로 아진을 보았다.

“출생에 그런 비밀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으니 충격을 받으셨을 것 같아서요. 하지만 가주님이나 가모님도 모두 그런 일로 사람에게 차별을 두는 분도 아니고 지금까지 큰 공자님이나 작은 공자님을 서로 다른 마음으로 대한 적이 없다는 건 저희도 모두 아는걸요.”

아진은 당연한 얘기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건 정말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친아들이 아닌데도 지금껏 그렇게 대가도 없이 키워 줬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고마울 뿐이지요. 서운하다는 생각을 어떻게 가질 수가 있겠습니까?”

“그렇죠? 다행이에요.”

벽예월은 아진이 상처받았을까 봐 걱정했다며 방긋 웃고 다른 사람들에게로 총총 걸어갔다.

아진은 사람들이 마음 쓰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볼 수 있는 것을 보고 와서 아진에게 말을 해 주곤 했다.

때로는 다른 이들의 눈에 보이는 것이 아진의 눈에 보이지 않기도 했다.

‘내가 상처 받았었나?’ 하면서 위로를 받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벽예월이 떠나고 그 자리에 위도가 왔다.

위도는 무공이 많이 늘었는데 아진에게 봐 달라고 하는 것보다 혼자서 수련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여러 사람이 그를 지도해 주고 있어서 시간이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아진이야말로 위도가 그사이에 또 얼마나 실력이 많이 늘었을까 해서 어서 그의 실력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형님.”

느리게 다가와서 옆에 편안히 앉는 위도를 보며 아진이 웃자 그도 피식 웃음을 지었다.

“지내시는 거 어떠세요? 지낼만하세요?”

“응.”

“어떠세요?”

“별생각이 다 들지. 억울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이제라도 여기에 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나는 왜 이 모양일까 하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어.”

위도의 말에 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왜 고개를 끄덕이지? 굉장히 기분 나쁜데?”

그의 말에 아진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위도도 티 없이 웃었다.

이제는 그 웃음에 군더더기가 전혀 남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아진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그랬다.

처음에는 스스로 웃을 수 있을까 했지만 어느새 돌아보면 자연스럽게 웃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정말 기분이 좋아.”

그러면서 그는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야기가 많이 지나가고 아진은 위도가 뭔가 긴히 할 말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혹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그냥 말씀하셔도 돼요. 형님.”

“그게…… 잘은 모르겠지만. 만약에 내가 당사자라고 했으면 나도 전혀 눈치를 못 챘을 것 같기는 한데 말이야. 그런데 가만 보니까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서.”

아진은 그의 말을 한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듣겠다고 작정을 했고 실제로 그렇게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위도가 뭐라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인데요?”

“가주님이 그 말씀을 하신 것 말이야. 단순히 취기에 그러신 것 같지는 않아서 말이야.”

“취기에 그러신 게 아니면요?”

“내 생각에는 말이야. 뭔가 의도가 있으셨던 것 같아.”

“어떤 의도요?”

아진이 계속 묻는데도 위도는 정작 그 뒤의 이야기를 쉽게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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