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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 의선되다-147화 (147/470)

제147화

147화

무령독화와 전혀 비슷하지 않은 것도 있었고 이건 조금 닮았다 하는 것도 있었다.

그들은 무령독화를 직접 본 게 아니었기에 무령독화와 비슷한 것을 찾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무령독화를 본 적이 없는 것은, 앞으로 아진에게 속아 넘어갈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제선문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령독화와 더 닮은 것을 고를 게 아니라 책에 나와 있는 특징을 정확하게 갖춘 것을 고르는 게 중요하오.

그 말에 따라서 선별된 것이 지금 그 자리에 있는 짝퉁 무령독화였다.

실제로 아진은 진짜 무령독화를 얻고 오래 뜯어 보면서 책에 나와 있던 몇몇 부분과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약효가 나타난 것을 봤을 때 자기가 찾은 것이 무령독화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책에 나온 내용이 틀렸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 수가 없었고 그게 무령독화라고 믿게 하려면 그럴듯한 가짜를 들이미는 게 훨씬 쉬웠다.

아진은 무령독화와 많이 닮은 약초 다섯 가지를 모았다.

그리고 그중 하나를 들고 척가상방을 찾았던 것이다.

“어지간히 보셨으면 이제 놓으시지요. 영물이라 속세에 속한 사람의 손을 많이 타면 좋지 않습니다.”

아진이 방주의 손에서 무령독화를 회수하자 방주는 입맛을 다셨다.

조금 전과 아진의 태도가 달라진 것 같다고 느꼈지만 별수 없었다.

그도 보지 않았던가.

무령독화를.

그리고 무령독화의 그 치렁치렁한 뿌리의 길이를.

방주의 머릿속에서 급히 계산이 되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뿌리가 가늘어지기는 하지만 뿌리의 굵기가 효능과 관계된다는 내용은 없었다.

그렇다면 손가락 하나의 크기로 잘라서 팔면 될 것 같았다.

‘선례가 없는데 내 마음대로 잘라서 팔면 되지 그걸 누가 뭐라고 하겠어?’

방주는 무령독화가 이미 제 것이 된 것처럼 생각했다.

“이걸 담보로 제공하고 싶다는 말에 대해서 다시 들어 보고 싶소. 공자.”

그러자 아진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무령독화를 싸기 시작했다.

“고, 공자. 왜 그러시오?”

방주는 마음이 다급해져서 아진의 손을 덥썩 잡았다.

“제가 판단을 잘못한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무령독화는 하나뿐인데 여기로 먼저 올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고는 방주와 더 이상 나눌 얘기가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버렸다.

방주는 깜짝 놀라며 아진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무령독화를 그대로 보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공자. 대체 왜…… 무슨 일이오? 왜 갑자기 그런다는 말이오? 다른 곳들이라고 나보다 좋은 조건을 내지는 못할 것이오.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으면 나에게 먼저 말을 해 보시오. 공자. 공자가 생각하는 걸 전부 맞춰드리리다.”

상인으로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말이 결국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고 말았다.

그도 뒤늦게 아차 싶었지만 이미 무를 수 없이 되어 버렸다.

아진이 재미있다는 듯 방주를 바라보았다.

“좀 전에 하신 말씀이 사실입니까? 정말 제가 생각하는 걸 전부 맞춰 주실 것입니까?”

방주는 멍한 얼굴로 아진을 보았다.

“웨…… 웬만하면 그렇게 하겠소. 공자도 다른 곳으로 가는 것보다는 여기에서 이야기를 끝맺는 것이 공자에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길이 될 거요.”

“그러면 뭐. 저는 누가 되건 제가 말하는 조건을 받아주신다고만 한다면 되는 거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아진이 다시 방주의 앞에 앉으며 말했다.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이것은 어디까지나 담보입니다. 지금껏 무령독화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지요. 그래서 무령독화의 가치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는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두 번 사용으로 내공을 일갑자나 늘려줄 수 있는 영초라는 것을 생각해 보자면 이것의 가치가 어느 정도일지 생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방주는 고개를 끄덕일 뻔한 것을 참았다.

그렇게 해서 아진의 말이 맞다고 하면 무령독화를 손에 넣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 같아서였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영약들도 무가지보라고 하여 그 값이 황금 여러 관에 이릅니다. 십 수관에 이르는 것도 있고 말입니다.”

방주의 목으로 마른 침이 넘어갔다.

표국의 일로 산본의가에서 받아야 할 돈이 많기는 하지만 어쩌면 무령독화가 그 값을 뛰어넘을 수도 있었다.

이 조그만 것이.

목함 하나에 겨우 들어가는 이것이 그렇게 비싸다는 거였다.

무가지보.

감히 그런 말을 갖다 댈 만도 했다.

“이걸 나에게 담보로 주시오. 기간 안에 이자까지 친 돈을 가져오지 못하면 무령독화는 내가 갖겠소. 하지만 그것으로 계산을 완전히 끝내 주겠소.”

방주는 청산의 개념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은 듯이 말했다.

아진은 방주를 보고 웃음을 짓고 다시 일어섰다.

그러자 방주가 화들짝 놀라며 아진을 다급히 붙잡았다.

“고, 공자. 왜 이러시오. 참을성 있게 이야기를 해 보시오.”

“무령독화를 못 알아보는 무식한 인간이라면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을 하겠습니다만 무령독화가 어떤 물건인지 뻔히 아는 방주님이 그렇게 말을 하니 날강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역질이 날 것 같습니다. 계속 방주님과 같이 얘기를 하다가는 방주님의 얼굴에 구토를 해 버릴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고, 공자…… 어찌 그런 말을…… 의견 차이가 있으면 그건 말로 풀어 가면 될 것이 아니오?”

방주는 아진에게 험한 소리를 듣고도 화를 내지 못했다.

아진이 이대로 무령독화를 가지고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말고 그의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공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 주시오.”

“제가 생각하기에 어림잡아 무령독화는 황금 마흔 관의 가치를 지닙니다. 제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을 하신다면 지금 말씀을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저는 제가 그렇게 생각한 근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방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황금 마흔세 관 정도의 가치는 가질 거라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아진은 실제로 영초나 영약이 어느 정도의 선에서 거래가 되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으니 대충 여기저기에서 들었던 말을 토대로 해서 어림짐작으로 말을 한 거였지만 방주는 그렇지 않았다.

무령독화라면, 이만한 뿌리를 가진 것이라면 황금 마흔세 관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돈으로 받지 않고 뇌물로 쓴다고 해도 그만한 가치는 충분히 하고도 남을 거라고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랬으니 아진이 한 말을 잘못됐다고 하면서 바로잡아 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기간 안에 변제를 하지 못하면 무령독화 값을 제외한 돈을 저에게 주십시오. 단 그때는 무령독화에 대한 소유권을 방주님에게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결과적으로 방주가 가질 수 있는 것은 무령독화에 대한 우선 구매권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별 것 아니라고 무시할 수가 없었다.

지금껏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도 없는 무령독화.

그 무령독화가 척가상방에 있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척가상방의 명성과 인지도는 단번에 높아질 터였다.

누군가 영약을 갖고 있다면 그것을 뺏고 다시 또 뺏으려는 사람들로 한바탕 혈풍이 불어닥치겠지만 그는 그런 생각도 아직 하지 못했다.

오직 좋은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 찼던 것이다.

방주는 오래 생각할 것 없이 그 자리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일이었다.

산본표국에 가짜 표물을 맡기고 표행을 실패하도록 만들어 위약금을 받기로 한 것은 하월 공자의 머리에서 나왔고 위약금도 전부 하월 공자의 것이 될 터였다.

그러니 방주는 자기가 받을 돈이 없는 거여서 무령독화를 황금 마흔 관에 사게 되는 것이고 그 중 산본표국에서 받아갈 위약금은 자기가 대신 내줘야 하는 거였다.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그 순간에는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만 성공하면. 이 일만 성공하면 전부 다 끝난다.’

방주는 한탕주의의 기질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지만 무령독화는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아진은 방주를 보면서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결국 별수 없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만한 담보를 제공했으니 이율은 낮춰 주십시오. 일 할이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만.”

아진에게는 이율이 얼마건 중요할 것이 없었지만 이자가 붙는 것마저 부담감을 느끼는 것처럼 하기 위해 하는 말이었다.

“그러지요. 대신 오늘치까지의 이율은 그대로 육 할이오.”

방주는 흔쾌히 수락하며 말했다.

“그렇게 하시지요.”

“잘 생각했소. 공자. 과연 공자에 대해 들었던 말이 허튼 게 아니었소.”

방주가 여러 소리를 하려는 것을 아진이 손을 내저으며 막았다.

“그러면 혈판장을 썼으면 합니다. 변제 기간이 도래하고 산본표국에서 돈을 갚지 못하면 무령독화의 소유권이 척가상방으로 이전한다는 내용입니다. 그 경우에 척가상방에서는 산본표국이 척가상방에 지불해야 하는 원금과 이자를 제하고 남은 금액을 산본표국에 지급한다는 약속을 해 주십시오.”

“알았소. 그렇게 하리다.”

방주는 급히 총관을 불러들였다.

그런 일은 원래 다른 사람과도 상의해야 했고 황금 마흔 관은 아무리 척가상방이라고 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돈이었기에 총관이 난색을 표했지만 방주는 굴하지 않았다.

“공자. 미안하지만 잠시 접객당에서 기다려 줄 수 있겠소? 아무래도 잠깐 의논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오.”

아진은 귀찮게 한다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얼굴을 찡그리기만 할 뿐 그 말을 거절하지는 않았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오. 가서 차나 한잔하고 계시구려.”

아진이 나가자 방주는 총관과 몇 사람을 불러 자기 뜻을 말했다.

“정말 무령독화입니까. 방주님. 이게 무령독화라는 게 맞기만 하다면 이 거래는 반드시 해야만 합니다.”

“이게 진짜 무령독화인지 아닌지는 어차피 금방 판명이 날 것이네. 몇 사람에게 복용을 시켜 보기만 하면 알 것이 아닌가. 그 사이에 산본의가가 다른 곳으로 도망갈 것도 아니고 천하에 산본의가의 의원들이 얼마나 많이 퍼져 있는가. 산본신의는 그런 것으로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네. 만약 무령독화가 가짜라면 그때 추궁을 하고 이 계약을 파기해도 될 것이네.”

어떻게 들어도 흠을 잡을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그들은 곧 만장일치로 무령독화를 담보로 받기로 했다.

아진은 방주의 부름을 받고 다시 방주에게 갔고 그곳에서 혈판장을 나눠 가졌다.

아진은 변제기한을 그날부터 열흘 후로 잡았고 그 사실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다시 기함했다.

“공자…….”

“왜들 그렇게 놀라십니까. 제가 캔 것이 무령독화 뿐일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팔기만 하면 돈을 만드는 건 문제도 아니니 곧 돈을 받을 준비나 하십시오.”

그러자 방주는 또 다른 영초가 있다는 건가 하며 탐욕스러운 눈을 번들거렸다.

하지만 말을 꺼내 보기도 전에 아진이 선수를 쳤다.

“어차피 척가상방에서는 두 개를 다 가질 수 없을 겁니다. 이 돈도 겨우 마련했다고 봐야 할 테니 말입니다.”

총관은 그때까지만 해도 혹시 아진이 사기를 치려고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을 조금은 갖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는 그런 마음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만약 그런 생각이었다면 다른 것도 영초라고 하면서 파는 게 정상이지 자기가 먼저 철벽을 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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