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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59화 (359/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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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 외전 After 16화

쿠구구―

“뭐, 뭐야?!”

미국 뉴욕 협회.

협회 건물이 굉음과 함께 한 차례 크게 흔들렸다.

톰 협회장은 지진인가 싶어 급히 책상 아래에 몸을 숨기려 했지만…….

‘잠깐…….’

순간 다른 가능성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리고 그때.

“협회장님…!”

때마침 조셉 비서가 황급히 협회장실로 들어섰다.

“F구역이… 뚫렸습니다.”

“……뭐?”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설마 했던 일이 벌어졌다.

“대, 대체 어떻게…?”

“도주했던 실험체를 관리하던 과정에서 한유빈이… 연구원들의 뒤를 밟은 모양입니다.”

“시발! 이미 그러려고 여기 왔다고 조심하라고 했잖아! 사람까지 붙이고 여차하면 무력으로 막으라고까지 했는데, 대체 왜 뚫린 거냐고!”

“그, 그건…….”

조셉 비서가 망설이던 끝에 입을 열었다.

“한유빈의 전력이 생각보다 강했던…….”

쾅―!!

조셉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톰 협회장이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나…?”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유빈에게 붙인 감시역은 미국 협회 내에서 데이빗 팀장 다음으로 믿을 만한 실력자들이었다.

그에 비해 한유빈은 헌터 자격도 정지된 일반인이며, 토벌이나 전투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솔직히, 케빈 한 명만 붙여도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었기에, 케빈을 포함한 크루원 전체를 그녀에게 붙였다.

이 과정에서 결코 방심은 없었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준비를 했다.

그런데도 한유빈의 전력이 더 강했다는 것은 변명이 아닌,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의 위기 상황으로 봐야 했다.

물론 머리에 잔뜩 피가 쏠린 협회장이 그런 판단을 할 수 있을 리가 없겠지만.

“그래서…….”

한참 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던 톰 협회장이 화를 꾹 눌러 담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 뚫린 거야.”

“연구원들은 한유빈을 보지 못했다는 걸로 봐선 연구소는 건들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조셉 비서가 움츠린 모습으로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동양인 남매 실험체들이 사라진 것으로 보아, 한유빈이 그 둘을 빼돌린 것 같습니다.”

“시발…….”

톰 협회장이 머리를 쓸어 넘겼다.

이렇게 되면 답이 없다.

가장 들키지 말아야 할 것이, 가장 조심해야 할 인간에게 발각되었다.

이제 그녀가 실험체에게 들은 것들을 한국 본부에 있는 이아영 협회장에게 전달한다면, 미국 협회는…….

‘아니, 미국 전체가 끝이겠군…….’

농담이 아니다.

WDSO 본부가 본격적으로 책임을 묻는다면, 현시점에서 그걸 거부할 수 있는 국가는 전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당연히…….

‘내 목이 제일 먼저 떨어지겠지…….’

톰 협회장은 머리가 하얘지는 것을 경험했다.

“방법이… 없나?”

그는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조셉 비서에게 물었고, 조셉 비서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한 가지 있습니다.”

“있다고…?”

“예.”

조셉 비서는 담담한 표정으로 숨을 고르길 잠시.

“한유빈… 그리고 이아영 협회장이 WDSO 본부에 연락하기 전에 두 사람을 처리하면 됩니다.”

“……뭐?”

제정신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방법을 꺼내 들었고, 동시에 톰 협회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WDSO 본부 사람을… 그것도 김준우의 최측근인 두 사람을 죽이자고?”

“그것 말곤 방법이 없습니다. 애초에 한유빈과 무력 충돌이 발생한 이상, WDSO본부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과 다름이 없지 않습니까.”

“…….”

그의 말에 톰 협회장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을 죽인다고 하면… 뒤처리는 어떻게 하려고? 한국 협회장과 기획본부장이 미국 협회에서 죽었는데, WDSO가 과연 가만히 있을까?”

“오늘 공항에서 두 사람에게 일이 좀 있었다고 합니다.”

“……뭐?”

“공항 경찰이 그녀들을 상대로 셋업을 하려고 했던 모양인데……, 알아보니 이번 F구역 실험에 지원한 갱단과 연관이 좀 있더군요.”

“…….”

거기까지 말하자, 톰 협회장 또한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

“갱단이랑 엮어서 보복 범죄로 내보내자는 거냐…?”

“예.”

“WDSO 본부가 믿을 것 같지 않은데…….”

“믿지 않아도 어쩌겠습니까. 이쪽에서 수사에 구속까지 다이렉트로 진행해버리면 증거도 남지 않을 텐데요.”

“…….”

조셉 비서의 말을 곱씹던 톰 협회장은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 방법밖에 없다면…….”

어쩔 수 없지.

그 말을 속으로 삼킨 톰 협회장은 이윽고 명령을 내렸다.

“협회 건물 봉쇄하고 일반인 전부 내보내. 두 사람 위치 파악하면 발견 즉시 사살해도 좋다.”

“예.”

“그리고 데이빗 팀장 호출해.”

물론 그것이 톰 협회장 인생 마지막 명령이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

한국 WDSO 본부.

“…그럼 이걸로 금일 모니터링은 마치겠습니다. 내일도 같은 시간에 진행할 예정이니, 책임자 여러분들 모두 늦지 않게 참석 부탁드립니다.”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던전 모니터링.

편창현 통제팀장은 전국 던전 생성 및 소멸 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마치며 단상에서 내려왔다.

차원석을 통해 매주 점진적으로 던전 수를 줄여감에 따라, 혹시 모를 부작용이나 변수를 파악하기 위한 모니터링.

이능차원 현상을 종식하기 위한 첫 단추인 만큼, 세미나실에는 사무총장인 나를 비롯해 부서장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렇게 첫 번째 모니터링이 종료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걸 한 달 내내 해야 한다고…?’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것뿐이었다.

심지어 쉬는 시간도 없이 4시간을 내리 진행하는 통에, 중간부터 졸음이 쏟아지는 걸 억지로 참아내느라 회의 내용 중 반은 듣지도 못했다.

“생각보다. 힘드네요, 이거…….”

그때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WDSO본부 총 작전본부장, 김민주가 푹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체력 하나만큼은 나를 한참 웃도는 저 녀석이 저럴 정도면…….

“이럴 줄 알았으면 우겨서라도 미국 갈걸…….”

“안 될 거라는 거 아시잖아요.”

“협회장은 되고, 사무총장은 안 될 건 또 뭐야.”

“협회장이라서 간 게 아니라, 아영 씨라서 간 거죠. 저나 선생님은 점잖지 못해서 같이 가봤자 화만 볼 거예요.”

여전히 맞는 말한 하는 김민주의 반박에 나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물론…….

‘점잖지 못한 거로 치면 한유빈이 제일 가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 한마디가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돌아다녔지만.

“두 분, 괜찮으시겠죠?”

그때, 김민주가 대뜸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안 괜찮을 건 또 뭐고.”

“미국 협회에서 몰래 군대를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면서요. 두분이서 처리하기엔 사안이 너무 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뭐, 아직은 의심 단계니까, 적당히 눈에 띄지 않게만 움직이라고 해뒀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

“…….”

그 말에 김민주가 대답 대신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리고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너 많이 컸다?”

담담한 표정으로 날카로운 한 마디를 툭 던졌다.

“다른 곳도 아니고 미국 협회잖아요. 유빈 씨와 안 좋은 일도 있었는데, 그런 곳에서 문제가 없을 리가 없죠.”

“쯧.”

대답 대신 혀를 차곤, 이마를 긁적이길 몇 차례.

“맞는 말이야. 거기서 예전 동료들이라도 만난다면 단순 시비로는 안 끝나겠지. 작전 팀장 시절부터 적이 많았다고 했으니까.”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는 거 아니에요? 유빈 씨랑 아영 씨 안전을 위해서라도!”

“무슨 소리야.”

나는 김민주를 흘겨보길 한 차례.

“내가 한유빈을 걱정하는 것 같아?”

“…….”

그 한마디에 김민주는 이내 자신이 실수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 협회는 아직 없어지기 아까운 곳이지 않나요.”

“누가 아니래.”

나는 옅은 한숨을 내쉬길 한 차례.

“뭐, 어쩔 수 있나. 그 녀석이 끝까지 ‘기획본부장’으로서 일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진심 어린 한 마디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왜인지 김민주는 여전히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턱에 손을 가져다 댄 채였다.

“왜 그래? 뭐 걸리는 거라도 있어?”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뜸을 들이길 잠시.

“생각해보니 유빈 씨가 어떻게 미국 협회에 들어간 건가 해서…….”

“뭐…?”

“그렇지 않아요? 그때까지만 해도 국제 협회 지부였고, 국제 협회 헌터는 해당 국가의 시민권자만 가능했잖아요.”

“……너한테는 말 안 했었나?”

“네, 네?”

너무나 근본적이면서도 늦은 의문.

그 질문에 나는 김민주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 녀석… 아니, 그 남매.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간 입양아야.”

“……?”

그걸 왜 이제야 말하냐는 듯한 표정.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언젠가 그 녀석이 들려줬던 두 이방인 남매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뭐, 약쟁이 아버지 밑에서 이래저래 고생 좀 했나 봐. 그런 와중에도 동생만큼은 어떻게든 지키려고 했는데…….”

이야기를 이어가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됐다.”

이내 등을 돌리며 손사래를 쳤다.

“나머진 한국 오면 직접 물어봐.”

그 말을 뒤로한 채, 먼저 복도를 가로질렀다.

***

“하, 진짜…….”

미국 뉴욕 협회.

그 건물 안에서, 한유빈은 아까부터 발에 불이 붙은 듯 쉴 새 없이 달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뒤로.

“11층으로 도망친다!!”“

무조건 잡아!!”

[고유 스킬 : 디스트로이어]

[고유 스킬 : 썬더 스트라이크]

쾅―!

콰과광―!!

미국 협회 소속 헌터 수십 명이 당장이라도 죽일 기세로 따라오고 있었다.

‘핸드폰은 대체 어디서 떨군 거야…!’

한유빈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그 말을 중얼거렸다.

무슨 짓을 꾸미고 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대로 건드린 건 확실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정신으로 WDSO본부 출신을 죽이려 들 리가 없으니.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김준우에게 지금 상황을 전달해야 한다. 아니, 김준우가 아니더라도 이아영에게만큼은 반드시 연락이 닿아야 한다.

미국 협회에서 최대한 멀리 도망치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고유 스킬 : 마창]

[게이볼그]

쾅―!!

“크윽!!”

그 순간, 뒤에서 날아든 커다란 창이 한유빈의 옆구리를 크게 스쳤다.

그와 동시에 앞으로 푹 고꾸라졌고.

“윽!”

“아악!”

그녀가 양어깨에 매달고 있던 두 남매 또한 땅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시발…….’

조금 전, 연구원들이 F구역이라고 언급했던 비밀 공간에서 구출한 어린 동양인 남매.

한유빈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그들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이 둘을 두고 갈 순 없었다.

이들은 미국 협회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증언해줄 증인이자…….

“찾았다!!”

“여기 있습니다!!”

“전 병력 11층 비상계단으로 튀어와!!”

넘어진 틈에 순식간에 모여든 병력.

한유빈은 피가 흐르는 옆구리를 쥐어짜며 몸을 일으켰고, 그 앞에.

“이런! 한, 괜찮아?”

“왜 또 저 새끼야…….”

전 미국 협회 작전 4팀 소속 헌터이자 한유빈의 부하.

데이빗 팀장이 나타났다.

“그러게 왜 쓸데없는 짓을 벌였어. 내가 안내해준다고 할 때 따라왔으면 이런 일도 없었잖아!”

“…….”

“미안하지만, 한.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어쩔 수 없어. 그 남매는 우리 쪽 프로젝트의 핵심이거든.”

“너희들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한유빈은 떨리는 목소리로 데이빗 팀장에게 물었다.

그러자 데이빗 팀장은 어깨를 으쓱이며 당연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대로 이능차원 현상이 종식되면, 솔직히 우리만 손해잖아? 국제사회 주권도, 모든 영향력도 한국이 가지게 될 텐데……. 우리도 대항할 무기 정도는 쥐고 있어야지 않겠어?”

“그 개소리. 아이들도 동의한 내용이야?”

“하하하! 영어도 못하는 녀석들이 동의는 무슨 동의?”

“……그렇군.”

데이빗 팀장의 한마디에 모든 상황을 이해한 한유빈은, 이내 고개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그와 동시에.

“고작 그딴 것 때문에 애들을 실험으로 써먹었다 이거지?”

“……!”

“……!”

시뻘건 빛을 내뿜는 동공이 데이빗 팀장을 비롯한 미국 협회 헌터들을 관통했다.

데이빗 팀장은 그 압도적인 기세에 주춤하기도 잠시.

“……설마 싸울 생각은 아니지, 한?”

“무슨 소리야. 내가 너희랑 싸운다고?.”

그 말과 함께 한유빈이 다시금 고개를 들어 그 말을 뱉었다.

“너희들이 그럴 수준은 되고?”

[고유 스킬 : 하이패닉 버서커 - 각성]

[현 시간부로 시전자의 모든 공격이 체내 혈액을 소모합니다]

쿠구구구구―!

[자살행위]

검붉은 기운이 미친 듯이 터져 나오는 순간.

“WDSO 소속 협회 상호 간 규율 위반으로 인해, 금일 부로…….”

그녀는 더 이상 WDSO의 기획본부장이 아니었다.

WDSO 산하 비공식 임무 후속 처리 조직.

이능차원 현상과 관련하여 WDSO 소속의 모든 협회의 처분을 담당하는 곳.

클린업(CleanUP).

그곳의 수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할 뿐이었다.

“……미국 협회를 처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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