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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55화 (355/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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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 외전 After 12화

“협회장님.”

뉴욕, 롱아일랜드에 위치한 미국 협회.

톰 협회장의 집무실에 들어온 조셉 비서가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

“지금 막 이 협회장이 공항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사업부 직원들이 픽업 중이라고 하니, 30분 정도면 도착할 겁니다.”

“…빨리도 왔군. F구역 폐쇄는?”

“처리했습니다. 관리자도 현재 각 포지션으로 돌아가 있습니다.”

“좋아.”

톰 협회장이 고개를 끄덕이길 한 차례, 이내 목소리를 낮추고는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우린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없는 거야. 괜히 수상쩍은 짓만 안 하면 문제없을 테니까, 알아서 잘 처신해.”

“저, 그런데…….”

조셉 비서가 대답 대신 다른 말을 꺼내 들었다.

“사업부 직원들 보고에 의하면, 이아영 협회장만 온 게 아니라… 한유빈 본부장도 같이 왔다고 합니다.”

“……뭐?”

그 순간 톰 협회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한유빈이라면… 설마 우리 쪽 작전팀장이었던…?”

“맞습니다.”

“그 인간이 여길 왜?”

“이 협회장 보좌역으로 온 것 같긴 한데… 잘은 모르겠습니다.”

“쓰읍…….”

톰 협회장은 대놓고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게, 미국 협회와 한유빈은 꽤나 깊은 악연이 있었다.

제이슨 통제팀장이 저질렀던 미국 협회 최악의 비리.

본인의 비자금 때문에 필리피노 헌터 한 명이 사망했던 그 사건.

물론 본인이 그 사건과 딱히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그 사건과 연루된 모든 인사가 처벌을 받았으니 한유빈 또한 이전만큼 미국 협회에 대한 악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 인간이 살갑게 대할 리는 없겠지…….’

그녀의 성격을 알고 있는 톰 협회장으로선 여전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미국 협회에서 작전팀장까지 올라갔던 사람이지 않은가.

한국 협회에 있는 그 누구보다 미국 협회의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랑 동행했다는 건…….’

협회장의 보좌역 같은 시시콜콜한 게 아니다.

확실하다.

그 녀석들, 무언가 냄새를 맡았다.

이곳에서 건수를 잡아가겠다는 의미가 아니고서야 그 인간까지 대동할 이유가 없으니까.

“일단 평소대로 행동하면서… 한유빈 쪽에는 사람을 좀 붙여.”

“사람 말씀입니까?”

“그년의 목적을 모르는 이상, 어디서 어떤 짓을 할지 몰라. 최대한 낌새 차리지 못하게 밀착해서 관리해. 그리고 이 협회장이랑은 최대한 떨어뜨려 놓고.”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수상한 점 있으면 바로 보고해.”

조셉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가 사무실을 나서자 톰 협회장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현재 WDSO는 이능차원 사태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한국 협회는 벌써 이번 주부터 던전 출현량 조정을 시도하고 있고, 전 세계 상위 협회들 또한 그에 맞춰 조금씩 토벌을 줄여나갈 것이다.

그리고 WDSO는 위에서 이를 위한 모든 대체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WDSO는 이전 국제 협회와는 확연히 다른 선구자인 동시에 구원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것만 본다면 누가 감히 WDSO의 행보에 딴지를 걸겠는가.

50년 넘게 이어온 세상을 혼란에 빠뜨렸던 이능차원 사태를 끝내겠다는데, 그리고 각국의 토벌을 대체할 산업까지 관리해주겠다는데.문제는 그런 게 아니다.진짜 문제는…….‘그다음이지…….’

만약 지금처럼 WDSO의 주도하에 모든 인프라가 건설되고 이능차원 사태가 종료되면 국제 사회의 중심은 한국이 될 것이다.

던전, 이능력, 토벌…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진 후에도 WDSO와 한국은 전 세계에 영향력을 떨칠 것이고, 전 세계 모든 산업은 그들의 손안에 놓이게 될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미국은 더 이상 아무런 권한도 행사하지 못한다.

당연히 정부 입장에서도 그건 무척이나 껄끄러운 상황이다. 아니, 껄끄러운 걸 넘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미국이 왕좌에서 내려오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겠지.

이에 대다수의 미 상원의원과 최고위 인사층 또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니… 이제부턴 토벌이고 나발이고, 그런 문제가 아니다.

이능 사태가 종료된 이후, 한국과 WDSO가 갖는 영향력을 다시 미국이 빼앗아 올 수 있을까?

아니, 이능차원 사태가 종료된 후에도 미합중국은 반드시 세계의 지도자로서 왕좌를 지켜야 한다.

그걸 위해서 미국 협회는 근 1년간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리고 비로소, 그 준비의 끝이 보이고 있었다.

‘후우…….’

톰 협회장은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댔다.

표정엔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그와 더불어, 오묘한 감정 또한 피어나고 있었다.

아시아의 작은 협회에 위기감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그에겐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었으니.

‘반드시…….’

그러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한다.

***

“안녕하세요. 이아영입니다.”

톰 협회장의 집무실.

이아영 협회장은 홀로 톰 협회장과 대면하며 악수를 청했다.

“먼 길 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토마스 다우니입니다.”

톰 협회장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반가운 표정으로 악수를 받았다.

간단한 인사가 끝난 후,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자리에 앉았다.

톰 협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이 협회장님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언질도 없이 미국까지 오실 정도면… 꽤나 큰일인 것 같은데.”

“아뇨, 그렇게 심각한 이야기는 아니고…….”

이아영 협회장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톰 협회장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부탁이요?”

“아시다시피 우리는 토벌 산업 축소화를 진행하고 있어요. 대부분 문제없이 잘 되고 있는데… 몇몇 약소국가가 마음에 걸려서 말이죠.”

이아영 협회장의 말에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음에 걸린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국가 산업에 토벌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말이에요. 아무리 이능차원 사태를 해결해야 한들, 국가사업을 강제로 해체할 수도 없고요. 그렇다고 강제로 축소했다간 자칫 큰 문제로 번질 수도 있으니까요.”

“아… 뭐, 그 점은 저도 이해합니다.”

“무엇보다 약소국가다 보니, 토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치고는 토벌 능력이 좋은 편도 아니고요.”

“지금 상황에서 토벌을 중지시킬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 두고 볼 수도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맞아요.”

이아영은 한 차례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저와 김준우 사무총장님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삼자가 개입해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누군가가 토벌을 대체할 산업 인프라를 마련해줘서 토벌 산업 비중을 축소하고, 그 과정에서 또 누군가가 그들을 대신해 토벌해야 한다는 거죠.”

“말씀은 알겠는데, 그게 우리에게 찾아온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건지…?”

“그래서 우린 비슷한 상황에 처한 국가의 협회를 통합시키려고 합니다. 목적은 약소국가의 토벌을 대신 진행하여, 그들의 토벌 비중을 낮추는 것. 그리고 그 통합 협회를…….”

이아영은 잠시 톰 협회장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이내 조심스레 본론을 꺼내 들었다.

“미국 협회가 맡아주셨으면 해요.”

“…….”

이아영은 가만히 톰 협회장을 바라봤다.

생각보다 크게 놀라지 않는 걸 보아하니, 이미 대화 도중부터 그 이야기를 꺼내리라 얼추 예상한 모양이었다.

물론 여기선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게 맞긴 하지만, 괜히 조급해진 이아영은 추가로 몇 마디를 덧붙였다.

“물론 미국 협회 입장에서 달가운 제안이 아니라는 건 알아요. 하지만 하루빨리 이 사태를 종결시키기 위해선…….”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때, 이아영의 귀를 의심케 하는 대답이 들려왔다.

“……네?”

“통합 협회, 저희가 맡아서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설마 하는 마음에 되물었지만, 여전히 한 치의 고민도 없는 대답.

이아영은 잠시 벙찐 표정으로 대답을 아꼈다.

그도 그럴 게 아무리 생각해도 저렇게 흔쾌히 받아들일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

미국 협회 또한 토벌 축소를 진행 중인 곳이다.

이제 와서 다른 나라를 대신해 토벌을 진행해달라는 건, 지금 그들의 입장을 무시하는 수준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본인은 물론 김준우 또한 당연히 거절할 거라 생각했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한유빈까지 동행시켰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수락을 한다고?

‘이상한데…….’

이아영은 입을 꾹 다문 채, 톰 협회장을 살피길 잠시.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말 없이 그저 가벼운 미소와 함께 감사를 전했다.

동시에 톰 협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인류를 위한 일인데 고민할 이유가 없지요.”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저희도 마음이 놓이네요.”

이아영 협회장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세한 사업 계획은 내일 전달해드리죠. 지금 막 도착한 참이라 오늘은 조금 쉬어야 할 것 같네요.”

“물론이죠. 제 비서에게 이야기하시면 호텔까지 안내해드릴 겁니다.”

“그러도록 하죠. 그럼 이만…….”

이아영은 그 말을 뒤로하곤 마치 급한 일이 있는 듯, 서둘러 집무실을 나섰다.

“왜 이렇게 빨리 나왔어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유빈이 의아한 표정으로 따라붙었다.

“수락했어요.”

“……네?”

이아영은 머릿속이 복잡한 듯 눈을 마주치지 않고 대답했다.

“통합 협회 건, 수락했다고요.”

“……거절할 거라 그러지 않았어요?”

“그랬죠.”

이아영의 담담한 목소리.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 눈치채지 못한 한유빈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뭐, 어쨌든 일이 잘 풀려서 다행…….”

그리고 그때, 한유빈은 말을 뚝 끊었다.

이아영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 까닭이었다.

얼굴에선 안도의 모습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뭔가 있는 건가요?”

한유빈이 조심스레 묻자, 이아영이 싸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입꼬리가 올라가더군요.”

“…입꼬리요?”

“분명 제가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긴장한 기색이었는데. 통합 협회를 맡아달라고 하자마자 입꼬리가 올라갔다고요.”

그럼에도 한유빈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이아영은 그제야 한유빈을 똑바로 바라보며 설명을 덧붙였다.

“그런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건 딱 두 가지 상황밖에 없어요. 톰 협회장이 진심으로 약소국을 돕고 싶었거나…….”

이내 그녀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본인이 생각했던 이야기가 아니라서 안심했거나.”

“…….”

“유빈 씨는 어느 쪽인 것 같아요?”

한유빈은 잠시 대답을 아꼈다.

물론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저…….

“뻔하죠.”

굳이 대답할 것도 없이 당연한 질문이었으니까.

이아영도 그녀의 대답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식들… 뭔가 숨기는 게 있네요.”

“한두 번도 아니죠, 뭐.”

“이렇게 된 이상, 유빈 씨가 움직여줘야 할 것 같네요.”

이아영 협회장의 말에 한유빈은 대답 대신 슬쩍 실소를 내뱉었다.

“뭘 숨기고 있나 한번 보자고요.”

이아영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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