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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53화 (353/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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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외전 After 10화

“그래서…….”

WDSO 서울 본부, 사무총장 집무실.

결국, 휴일에 불려 나온 한유빈이 정말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보고 미국 지부를 설득하고 오라고요?”

“아뇨. 설득은 이아영 씨가 할 거고, 그쪽은 그냥 동행만 하면 됩니다.”

“참 나.”

그녀가 헛웃음을 터트리길 한 차례.

“설득이 잘 안 됐을 때 대비용인 거 모를 줄 알아요?”

“…….”

본부장 짬밥도 몇 년을 먹다 보니 이젠 눈치까지 늘어버린 모양이다.

뭐…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잘 구슬려서 짬 처리시키기엔 딱인 인물이었으니.

“뭐, 그들을 설득하는 건 이아영 씨의 몫이지만. 그쪽도 알다시피 높은 확률로 불발이 날 겁니다. 애초에 말로만 설득이 될 거라는 기대도 안 하고요. 그러니…….”

“아영 씨가 시간을 끄는 동안, 약점 잡을 건덕지가 있는지 내부 조사를 해봐라?”

“예.”

내가 단답했다.

한유빈은 자신의 업무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우리는 각 협회의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WDSO 소속의 협회라고 해도 자세한 내부 사정까지는 알지 못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미국 협회에 대해 알고 있는 건, 기껏해야 월 던전 출현 수와 수익 정도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몇 달 전에 마이클 지부장이 은퇴하고, 다른 협회장이 권력을 잡은 뒤로는 그들이 어떤 운영을 하고 있는지 형식적인 보고만 들려올 뿐이고.

‘1년 동안 내부적으로 재정비를 많이 했다고는 하는데…….’

분명 알게 모르게 뒤가 구린 부분이 있을 것이다.

만약 설득에 실패했다고 해도, 그 약점을 찾아낸다면 협상의 양상이 바뀔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나로선 미국 협회가 어떤 부분에 어떤 방식으로 일을 저지르고 있을지 전혀 감이 없다는 거지.

우리 중에 그걸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딱 한 명.

전직 미국 지부 작전팀장이었던 한유빈뿐이다.

물론 악연이 있는 곳에 보내는 게 영 불안하긴 하다만…….

“결국, 약점을 잡아서 설득을 강제하겠다는 거네요.”

“말하자면 그렇죠.”

“그걸 저한테 모두 떠넘기겠다는 거고요.”

“……그렇게 말하면 제가 너무 나쁜 놈 같잖습니까. 다 좋자고 하는 일인데.”

내가 말하자, 한유빈이 피식 실소를 뱉었다.

아주 대놓고 꼽을 주는 것 같아 상당히 언짢았지만…….

그래, 어쩌겠는가.

휴일에 불러낸 내 잘못이지.

“아무튼… 횡령, 조작같이 큰 건이 아니라도 좋으니. 먼지 한 톨까지 모조리 털어야 합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

한유빈이 옅은 한숨을 내쉬길 한 차례.

“안 될 건 없죠. 그놈들이 어디서 뭘 해 처먹고 있을지는 사실 뻔하니까.”

“다행이군요.”

“문제는 그런 것보다…….”

이내 그녀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

“조사 방법은 본부장 방식으로 해야 하나요, 아니면…….”

“…….”

말을 끝까지 하진 않았지만, 무슨 의도인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현재 기획본부장인 동시에 비공식 임무 후속 처리 조직, 일명 클린업의 팀장이기도 하다.

공식적으로 움직이기 힘든 상황에서도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조직.

문제 해결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팀이라는 점에서, 과거 PB코퍼레이션과 비슷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뭐, 그렇다고 그놈들처럼 악랄한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팀은 아니지만…….

어쨌든 교양 있는 방식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어쨌든 본부장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언급한다는 건, 여차하면 비공식적으로 일을 처리하겠다는 의미기도 했다.

‘미국 협회를 상대로 살벌한 말을 하네…….’

새삼 그녀의 정신상태가 정상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본부장 방식으로 부탁드립니다.”

“…….”

한유빈은 대답 대신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가서 깽판이라도 칠 생각이었던 건가.

“아무튼, 출국 일자는 내일모레입니다. 오늘은 이만 퇴근하시고 준비해두시죠.”

“퇴근이라니 무슨 소리예요. 오늘 원래 쉬는 날이었는데!”

“…….”

어지간히도 불만이 많았는지, 빽 소리를 지르고는 등을 돌린다.

그렇게 사무실을 나서는 한유빈을 향해 나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

그녀가 돌아보자,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되도록 사고는 치지 맙시다.”

“보고요.”

“…….”

보고는 무슨 빌어먹을…….

진짜 괜찮은 거 맞나.

그렇게 한유빈이 돌아가고 나서도 한참 동안 두통에 시달리던 그때였다.

“얘기는 끝났어?”

이아영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응. 내일모레 출국하기로 했어.”

“그래도 꽤 순순히 수락했네. 유빈 씨 성격에 일단 성질부터 냈을 것 같은데.”

“…정확하네.”

나는 옅은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하지만 투정 부릴 시간은 없다는 듯, 이아영이 두꺼운 서류 뭉치를 내 앞에 턱 내려놓았다.

“병합 대상 협회 리스트야. 한번 확인해봐.”

서류를 집어 들어 천천히 목록을 살폈다.

베네수엘라, 아이디, 소말리아 등.

예정대로 국가 경제의 80% 이상을 토벌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들이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다.

“각 협회들에 연락은 해봤고?”

“응. 뭐, 딱히 부정적이진 않더라. 난 미국 이전에 이쪽에서 먼저 거절하면 어떡하지 했는데.”

“토벌 자체가 이미 어마어마한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잖아. 수익률이 높다고는 해도 사실 대부분 다시 투자금으로 돌아가고 있을 테니까. 따지고 보면 늪에 빠진 상황인 거지.”

서류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을 이었다.

“그러니 그쪽에서도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을 거야. 따지자면 토벌을 해도 손해, 안 해도 손해인 상황을 해결해주겠다는 거니까.”

“뭐. 맞는 말이네.”

“이제 나머진 미국에서 승부를 봐야겠지.”

내가 기지개를 쭉 켜며 말하자, 이아영이 걱정스러운 투로 물었다.

“그나저나… 괜찮겠어?”

주어는 없었지만, 뭘 말하는 건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뭐, 누구겠는가.

우리 정신 나간 기획본부장님이시겠지.

“물론 이전에도 미국 협회에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그때랑은 상황이 다르잖아. 그때는 애초에 협회에 머물렀던 시간도 짧았고.”

“뭐, 불안하긴 해. 어디로 튈지 감도 안 잡히는 인간이라.”

나 또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데 뭐… 신 비서 말이 틀린 건 아니니까. 지금으로선 그 사람이 제일 적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혼자 가는 것도 아니니, 네가 가끔 봐주면 되겠지.”

“민주 씨를 붙여서 보내는 건 어때?”

“그것도 생각 안 해본 건 아닌데…….”

이아영의 말에 나는 뒤통수에 두 손을 모았다.

사실 그편이 가장 안심되는 방법이다.

모든 걸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김민주는 늘 감성적으로 행동하는 한유빈의 브레이크 역할을 해주었으니까.

문제는… 한유빈과 같이 보내기엔 그 녀석이 너무 바쁘다는 것이다.

가끔 보면 나보다 더 바쁜 수준이니 말 다 했지.

뭐, 직접 현장을 뛰는 작전본부장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긴 하지만.

“설마 뭐 문제 일으키겠어. 그래 봬도 나름 본부장인데.”

“…….”

“애초에 문제가 있을 만큼 큰 건덕지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불안을 감추기 위해 내뱉은 말이었지만, 어째 이아영이 대답하지 않는다.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니, 그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건 그냥 추측인데…….”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미국 협회… 뭔가 있는 것 같긴 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번 미팅 준비하면서 최근 토벌 현황 조사를 좀 해봤는데, 저번 분기 토벌 정산 보고서랑 내용이 안 맞는 게 있더라고.”

그 말에 내 눈썹이 꿈틀거렸다.

“저번 분기 정산은 서부 기준 1,302개 던전 중 1,232개 토벌, 총수익률 4억 4,812만 달러야. 그리고 최근 토벌 현황은 서부 기준 581개 던전 중 460개 토벌, 수익률 1억 1,120만 달러더라고.”

“……그런데?”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설명에는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분기 정산 보고는 전 세계 모든 협회가 3개월간 시행한 토벌에 대한 모든 정황을 보고하는 것이다.

미국이라면 그 정도 토벌량에 그 정도 수익은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다.

최근 토벌 현황은 한 달 정도니까 단순히 계산해봐도 얼추 맞고.

딱히 문제가 있다고 할만한 곳은…….

“인원이 달라.”

“…뭐?”

“저번 정산에서는 총 3,401명이라고 했는데, 최근 현황에는 5,823명이야.”

“…….”

“토벌량, 수익은 저번 분기와 비슷한 수준이고, 토벌 산업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있잖아.”

이내 이아영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인원만 1.5배가 늘었을까?”

“…….”

그와 동시에 나 또한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인원을 그렇게까지 충당할 거라는 소식은 전달받지 못했다.

애초에 축소하고 있는 마당에 그렇게까지 인원을 증원할 이유도 없다.

‘아니, 다른 건 다 둘째 치고라도…….’

인원은 늘었는데, 토벌량은 그대로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뭔가 구린 냄새가 나긴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이것만으로는 무언가를 의심하기엔 부족하다.

“일단은 조금 더 지켜보자고.”

내가 말했다.

“미국 가면 자세히 한번 알아봐 줘. 어느 부서에 중점적으로 증원이 됐는지, 보고서에 적힌 거 말고 실제 토벌 현황은 어떻게 되는지.”

“알았어.”

“되도록 조심하고. 이 부분은 유빈 씨한테도 전달해 둘게.”

이아영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집무실을 나섰다.

그렇게 모두가 돌아가고 난 후, 나는 여전히 책상에 앉아 머릿속으로 가능한 모든 상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WDSO 소속 미국 서부 협회.

“WDSO 본부에서 미팅을 요청했다고?”

마이클 협회장이 은퇴한 후, 미국 협회의 총권을 잡은 남자.

톰 협회장에게 날아온 보고에,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예, 그것도 당장 내일모레 입국하겠다고 합니다.”

“갑자기 왜? 정기 보고도 한참 남았는데.”

“잘은 모르겠는데, 다른 일 때문에 오는 것 같습니다.”

조셉 보좌관이 조심스레 대답했다.

그러자 톰 협회장이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무슨 일인데 이리 급하게…….”

“물어봤는데, 향후 국제 토벌 산업 관련해서 할 이야기가 있다고밖에…….”

“국제 토벌 산업?”

톰 협회장이 말꼬리를 슥 올렸다.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주제였으니.

“진짜 그거 이야기하려고 여기까지 오겠다고? 한국 쪽은 이제 던전 축소까지 진행할 거라 엄청 바쁠 때인데?”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거야 모르지.”

톰 협회장이 의자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그리곤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면 냄새를 맡은 걸 수도 있고.”

“……그럴 리는 없습니다.”

조셉 비서는 굳이 그 말에 대답했다.

“이쪽에서도 극소수만 알고 있는 내용이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본부에선 우리 쪽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없고. 절대 눈치챘을 리가 없습니다.”

“그래. 그렇긴 하지.”

톰 협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당분간 F구역은 폐쇄하고, 아무도 못 가게 해.”

“관계자들은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

톰 협회장은 당연한 걸 묻냐는 듯 쏘아붙였다.

“미팅 끝날 때까진 모두 원래 포지션으로 복귀시켜.”

“청소팀 말입니까?”

“그래.”

톰 협회장의 대답에 조셉 보좌관은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인 후, 등을 돌렸다.

그리고 그때.

“아, 하나 더.”

톰 협회장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혹시라도 이번 프로젝트에 관련해서 발설하는 놈이 있으면…… 계약은 전부 파기라고 꼭 전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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