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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50화 (35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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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 외전 After 7화

“1년 전쯤이었네.”

금광 캐피탈 사무실.

최장석은 내 눈을 피해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

“딸아이가 몸이 안 좋다고 하더라고. 뭐, 지독한 감기겠거니 싶어 약이나 좀 탈 생각으로 병원에 갔는데… 췌장암이라더군. 29살에 말이야.”

“…….”

“뭐, 전이도 꽤 진행된 상황이었고, 수술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여서 의사 말로는 3개월을 넘기기 힘들 거라더군.”

예상치 못한 무거운 이야기에 주춤하기도 잠시.

“항암치료를 해봤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어. 결국, 온몸으로 전이가 됐고 지금은 모든 치료를 중지한 상태야.”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1년 전에 3개월 선고를 받았는데도 아직 버티고 계신다는 건 그래도 희망이 있는…….”

“우리 딸 아이 고유 스킬이 말일세.”

최장석은 그 말과 함께 내 눈을 바라봤다.

“불사(不死)네.”

“……!”

“온몸에 암세포가 퍼지고, 장기가 기능을 잃어도 숨만큼은 끊어지지 않는 거야.”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혹시 알고 있나? 암으로 인한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거.”

“…….”

“정신을 잃을 정도의 고통이 24시간 내내 이어지는데, 죽질 않으니 그걸 맨정신으로 버텨야 하는 걸세.”

그가 날 가만히 바라보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평생을.”

내색하지 않았지만, 나로서도 상당히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대답을 아낀 채 그가 말을 마치길 기다렸다.

“지금은 마약성 진통제로 종일 재워놓고 있지만, 이젠 그마저도 경제적으로 감당하기가 어려워. 잠깐이라도 잠에서 깨어나면 그 끔찍한 고통을 느껴야 하고.”

“그 말씀은…….”

“그래.”최장석이 두 손을 포개어 입에 가져다 댔다.

“내가 필요한 건 이능석이 아니야.”

***

기석대학병원, 최미래의 병실.

“그, 그 말은…….”

사무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전달하자 이아영의 동공이 크게 떨려왔다.

“맞아. 최장석 씨는 딸을 살리려는 게 아니야.”

나는 잠들어 있는 여성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

“보내드리려는 거야.”

이능석이 아닌 반능석을 써서.

‘…….’

사무실을 나설 때, 내게 했던 최장석의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애써 생각을 접으며 이아영을 슬쩍 흘기자, 그녀는 애써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그때 최장석 씨가 결혼을 해봐야 아는 것이 있고, 아이를 낳아 봐야 또 아는 것이 있다고 했지.”

“…….”

“그래서 그런지 아직 나는 잘 모르겠다. 이걸 들어주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거절해야 하는 건지.”

나는 최미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미래 씨를 직접 만나 보면 결정이 설 것 같아서 온 건데…… 어째 더 모르겠네.”

“…….”

이런 사정이 있었다고 해서 그의 지난 행동과 방식이 정당화되는 건 결코 아니다.

그건 최장석 본인 또한 인정했으며,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보상과 함께 처벌을 받겠다고 했다.

물론 그런다고 직원들의 피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사정 때문에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이 상처를 받은 건 사실이니까.

그런데 만약 내가 여기서 최장석의 부탁을 들어준다고 하면… 내 직원들은 뭐가 되는가.

가해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배상을 해줘도 모자란 판국에 사무총장이라는 놈이 가해자를 동정해서 그의 요청을 수락하는 건 면목이 없다.

무엇보다 WDSO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이제 겨우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어설픈 선택으로 직원들의 신임을 잃게 된다면, WDSO는 또다시 벼랑 끝에 내몰리고 만다.

동시에 그동안 우리를 고깝게 보던 시민 단체와 기구들도 이때다 싶어 사정없이 물어뜯겠지.

‘뱅크 아이템 독점이니, 토벌권 독점이니, 늘 말이 많았으니까…….’

다만, 차라리 모르면 몰랐지, 알았는데 모른 척하는 것도 인간적으로 힘들다.

빌어먹을.

이래서 최대한 안 만나려고 한 건데.

“이젠 나도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어.”

결국,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한 채 나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니 협회장 판단에 맡길게.”

“…….”

그녀는 아까부터 계속 말이 없었다.

입을 여는 순간 터질까 봐 그러는 건지, 아니면 그녀 또한 쉽사리 선택할 수 없는 건지.

“물론 어떤 선택을 하든 책임은 내가 질게. 뒤처리도 도와줄 수 있고. 그러니까 너는 선택만 해.”

“……말이 쉽지.”

이아영은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천장을 응시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이사회 소집해줘.”

이윽고 선택을 내렸다.

***

WDSO 한국 협회 서울 본부.

나와 이아영 협회장을 비롯한 총 16명의 이사가 모두 소집된 이사회.

이아영 협회장은 그동안의 일들을 설명하는 동시에 최장석의 요청을 전달했다.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사들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이미 이번 일에 대해 꽤나 부정적이었다.

“흑광파라고 그랬나? 폭행에 가담한 조직원들이 경찰에 우르르 몰려간 덕에 언론에서도 냄새를 맡았네. 공론화되는 건 시간문제일 걸세.”

송철식 이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뒤를 따라 다른 이사들 또한 한마디씩 거들었다.

“엄연히 우리 직원이 피해를 입었는데, 우리가 독단적으로 가해자 측의 요청을 들어준다면 여론이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각자의 사정을 내세워 더한 요구를 할 수도 있네.”

“사실 그런 걸 다 떠나서 피해를 입은 직원들 볼 면목이 없어요.”

“…….”

이아영 협회장은 침묵했다.

물론 그들을 설득하는 것 정도는 그녀의 능력으로도 충분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병원에 다녀온 이후로 멘탈이 영 좋지 못했다.

“대책은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를 대신해 내가 나섰다.

“일단… 당연하지만 흑광파의 두목, 최장석을 폭행 사주 혐의로 기소할 예정입니다. 물론 직접 폭행에 가담했던 조직원들도 포함해서요.”

“그럼 최장석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겠다는 건가?”

“아뇨.”

내가 즉답했다.

“그의 요청은 들어줄 겁니다.”

“하, 하지만…….”

“그 사실이 언론을 탔다간 파장이 심각할 겁니다.”

“사정은 안타깝지만, 여기선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이사들의 발언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최장석 씨의 요청을 들어주는 대신, 그 내용과 자세한 사정은 이번 일에서 완전히 제외할 생각입니다.”

“……?”

“이번 일에서 제외한다고요?”

“그게 무슨 말인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얼굴들.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번 일은 최장석이라는 조직폭력배가 저에게서 이능석을 받아내, 이능력자로 각성하여 주변 조직들을 흡수하기 위해 벌인 일로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최미래 씨의 일은 이번 사건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거고요. 일단은 그렇게 진행할 생각입니다.”

“……!”

“……!”

“다행히 경찰 쪽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언론에도 그렇게 전달해줄 겁니다.”

순간 장내가 술렁였다.

“직원에게 테러를 가한 가해자를 찾아 관용 없이 책임을 묻는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한 겁니다. 언론에 퍼진다고 한들, 대외적으로든 도의적으로든 문제 될 건 없겠죠.”

“…….”

“…….”

“그래서, 이사님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들 또한 선뜻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듯했다.

그저 연신 헛기침만 내뱉으며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이 안건을 통과시키면 과거 거리의 영웅으로 칭송받았던 최장석은 온갖 오명을 뒤집어쓴 채 그간 본인이 걸어온 길을 송두리째 잃게 된다.

실형은 피할 수 없을 것이고, 이미 중년인 그가 출소한다고 해도 막막한 현실을 마주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선택이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무너뜨리게 된다.

이사들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겠지.

하지만 우린 모두 어렴풋이 알고 있다.

사실 그런 것쯤은 최장석에게 고민할 가치도 없는 것들이라는 걸.

본인의 과거와 미래를 모조리 갖다 바쳐서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는 한.

“사무총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마음이 썩 편하진 않지만… 그게 최선의 방법인 것 같긴 합니다.”

이윽고 모두가 의견을 하나로 모았다.

나는 이아영을 슬쩍 흘겼고,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한 차례 끄덕였다.

“그럼 이대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

“……어려운 일이네요.”

이클립스.

클로이 소장과 대면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뭐… 불가능할 건 없죠. 내가 좀 힘든 거 빼면.”

“사람 하나 도와주는 건데 힘든 게 대수입니까?”

“그쪽이 그런 말 하니까 좀 웃기네. 언제부터 그렇게 인류애가 충실한 사람이었다고?”

“…….”

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경멸 어린 표정이 되었다.

“뭐요? 설마 나한테 가족애니, 뭐니, 그런 시답잖은 감상을 요구하는 건 아니죠?”

“기대는 안 했는데… 그래도 설마설마했습니다.”

“국제협회에서 일하면서 더 한 것도 많이 봤어요. 물론 사정의 경중을 따지는 것도 몹쓸 짓이라는 건 알지만…….”

그녀가 퍽 공허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애써 무시하다 보니까 무감각해지더라고요.”

“세간에서는 그걸 소시오패스라고 합니다.”

“알아요. 근데… 뭐 어쩌라고? 내가 이렇다는데.”

“…….”

말을 말자.

“아무튼, 말씀드린 내용대로 준비해주십시오. 되도록 빨리.”

클로이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예산은 어떻게 할 거예요? 그쪽 계획대로 하려면 금액이 장난 아닐 텐데.”

“생각해둔 게 있습니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설마 본부 예산으로 하려는 건 아니죠?”

“뭐, 그건 아니고…….”

슬쩍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참에 새로운 사업 하나 벌여볼까 해서 말입니다.”

“……?”

“뭐, 말 나온 김에 바로 허가나 받아보죠.”

나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곤 꽤나 오랜만인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사무총장님! 오랜만입니다.」

변함없이 활기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잘 계셨습니까, 회장님.”

「아, 진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사무총장님은 그러시면 안 되죠. 부탁이니까 제발 편하게 불러 주십시오.」

“하하, 알겠습니다.”

전 카르마 코퍼레이션 해외사업 본부장.

그리곤 이젠 어엿한 한별그룹의 총수가 된 하성일 회장이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십니까?」

“필요할 때만 연락드리는 거 같아 죄송합니다만…….”

「제가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말씀해주세요.」

“돈이 좀 필요합니다.”

「몇조면 될까요?」

“……?”

미친 건가?

회장 되더니 스케일이 돌아버렸네.

“그렇게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고…….”

그동안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렇군요…….」

생각보다 무거운 내용에 그의 목소리 또한 덩달아 가라앉았다.

「자식을 살리려는 부모는 많이 봤어도, 보내주려고 애쓰는 건 처음이군요. 많이 힘들겠어요.」

“그렇겠죠.”

「그래서, 반능석을 이용해서 미래 씨의 능력을 해제하시려는 거죠? 뭐, 가동 비용 정도면 저희 쪽에서 충분히…….」

“아뇨.”

나는 그의 말을 자르며 즉답했다.

“반능석이 아니라. 이능석을 쓸 예정입니다.”

「……네, 네?」

“불사는 광전사 클래스의 스킬이라, 언뜻 보면 굉장히 효율적으로 보여도 꽤나 자기 파괴적인 스킬입니다.”

「그렇죠.」

“때문에 이능석으로 미래 씨의 능력을 대폭 증가시켜서 폭주 상태로 만들 생각입니다. 능력이 극도로 불안정해지게 되면 이능파를 조절해서 다른 능력의 간섭을 시도할 겁니다.”

「…….」

“클로이 소장도 가능한 이론이라고는 했으니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하겠죠.”

「자, 잠깐만요.」

쉬지 않고 쏟아낸 말에 그는 정리가 필요하다는 듯 내 말을 잘랐다.

그리고는…….

「그러니까, 지금 사무총장님 말씀은…….」

“예.”

이래서 말귀를 잘 알아듣는 사람은 좋다니까.

슬쩍 미소를 짓곤 즉답했다.

“미래 씨, 살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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