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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48화 (348/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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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 외전 After 5화

“형님…!”

금광 캐피탈.

최장석 대표의 사무실.

한 남자가 문을 열어젖히며 다급하게 최장석을 찾았다.

“뭐야?”

“혁태 형님이랑 그 밑에 애들이… 전부 연락이 안 됩니다.”

“……뭐?”

그 소식에 최장석의 눈이 가늘어졌다.

부하는 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경찰한테 잡힌 걸까요…?”

“아니.”

하지만 최장석은 단호했다.

“경찰한테 잡혔으면 최소한 연락은 했을 거야.”

“그럼…….”

“아예 연락이 끊길 만한 상황은 하나밖에 없지.”

이내 최장석의 눈빛이 번뜩였다.

“혁태, 그놈이 김준우를 만났다.”

“……!”

동시에 부하의 눈이 동그래졌다.

하지만 놀라기도 잠시, 그가 반색하며 물었다.

“그, 그럼 오히려 잘된 거 아닙니까? 김준우가 곧 연락해올 수도…….”

“글쎄.”

최장석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

“혁태가 잡혔다면 분명히 내 말을 전했을 텐데,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아무래도 김준우가 내 요청을 거절한 게 아닐까 싶은데.”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기껏 혁태 형님을 잡아놓고 저희를 찾지 않는다는 겁니까?”

“아니. 우리를 찾지 않는 게 아니라…….”

최장석이 담담하게 그 말을 꺼내는 순간.

“혀, 형님! 혁태 형님 연락됐습니다!”

또 다른 부하 한 명이 다급하게 사무실로 들어왔다.

동시에 최장석은 불길한 예감이 빗나갔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나마 다행이군.”

“저, 그런데 그게…….”

부하는 퍽 곤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혁태 형님이 아니라… 벼,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뭐?”

“혁태 형님이랑 애들까지 죄다 다리가 부러진 채 길거리에서 발견됐다고…….”

“…….”

최장석은 일어나다 말고 다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빗나가긴 개뿔…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그래.

혁태가 김준우를 만났음에도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은 건…… 우리를 용서하겠다거나 찾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아무래도 일이 좀 꼬인 것 같다.”

요청이고 나발이고, 그냥 보이는 대로 우리를 쓸어버리겠다는 의미다.

“이, 일단 혁태 형님을 모셔올까요?”

“아니. 이미 꼬리가 붙었을 거야. 섣불리 움직였다간 다른 애들만 위험해져.”

“네? 다른 애들이 위험하다뇨?”

“김준우 그놈, 아마 닥치는 대로 우리 애들을 족치려 할 거야. 괜히 눈에 띄었다간 혁태 꼴이 날 거다.”

“그, 그게 무슨…….”

부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국제기구의 사무총장이 이런 일을 사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겁니까?! 그건 그냥 미친놈인 게…!”

“맞아.”

최장석이 즉답했다.

“김준우는 이번 일을 법적으로 해결할 생각이 없어.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박살 내려는 거지. 그렇게 한 놈씩 처리하다가 결국 나 혼자 남게 되면… 그때, 이번 일에서 손을 뗄 거다.”

“대, 대체 왜 그런…….”

“내가 자기 부하를 건드렸으니 똑같이 갚아주겠다는 거겠지.”

“…….”

최장석은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 밖에 나가 있는 애들 다 복귀하라고 해.”

“…….”

“내가 생각이 짧았다.”

담담한 목소리.

하지만 당황한 표정만큼은 감출 수가 없었다.

“김준우는… 나를 만날 생각이 없어.”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한 놈이었다.

물론 그가 과격한 놈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만큼 상황이 크지 않으면 나서지 않는 놈이라는 것도.

그렇기에 본인 또한 과격한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불러내기 위해선 그만한 위기감을 심어주어야 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되면…….

‘오히려 우리가 숨어야 할 판이군…….’

최장석이 머리를 쓸어넘겼다.

어떻게 해야 하지.

대체 어떻게 해야… 김준우에게 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책상 위에 있는 작은 액자를 눈으로 흘겼다.

‘…….’

학사모를 쓰고 환하게 웃고 있는 젊은 여성.

최장석은 액자 속 딸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

“어, 알아봤어?”

김민주가 내 지시를 받고 움직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각.

민유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대충은.」

“…대충이라니.”

「다른 사람 귀에 안 들어가게 조사하는 건 한계가 있어. 나도 할 수 있는 만큼 한 거니까 토 달지 마.」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나는 대답을 아꼈다.

한마디만 더 했다간 티끌 하나 얻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흑광파가 뭐 하는 놈들이야. 처음 들어 보는 조직인데. 극동파에서 갈라져 나온 놈들인가?”

극동파는 서울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조직폭력단이었다.

정치 용역 노릇으로 나름 의원님들에게 가호를 받던 놈들이었는데… 특히 정훈 의원이랑 유착 관계가 깊었다.

물론 정훈 의원이 수감되고 나서는 급속도로 약화하더니, 결국 팽 당하면서 뿔뿔이 흩어졌지만.

듣자 하니 몇몇 간부들이 다른 조직을 꾸렸다던데.

내가 들어 본 적 없는 조직이라면 흑광파도 그중 하나일 확률이 높다.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아니라고?”

「흑광파 이놈들…….」

그녀가 말을 흐리길 잠시.

「조직폭력단이 아니야.」

“……뭐?”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게 뭔 소리야. 멀쩡한 사람들을 패고 다니는데 조폭이 아니면 뭔데.”

「나도 그건 좀 의아하긴 한데…….」

핸드폰 너머로 서류를 펄럭이는 소리가 들려오길 한 차례.

「일단은 과거 이능력자 조직들이 활개 치던 때 만들어진 단체야. 당시 상권이랑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뭉친 자경단 성격의 조직이었어.」

“…….”

「뭐, 조직원도 대부분 이능력자 조폭들한테 가게를 뺏기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었고. 개중에는 전직 조폭 출신도 있다고는 하지만 확인된 건 아니고.」

협회와 토벌 체계가 아직 완벽하지 않던 시절.

이능력자들 중 헌터가 되는 대신, 남의 돈을 빼앗는 길을 선택한 이들이 있었다.

헌터처럼 목숨을 걸 필요도 없을뿐더러, 자기보다 약자를 건드리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었으니까.

물론 지금은 대대적인 소탕으로 거의 사라졌지만, 그때부터 활동한 조직이라면…….

‘벌써 30년은 더 됐다는 건데.’

회귀 전을 포함해서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설마.”

「맞아.」

내가 무슨 말을 꺼낼지 벌써 눈치를 챈 듯 민유진이 대답했다.

「흑광파가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건, 그만큼 공식적인 문제를 일으킨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뜻이야.」

“……하.”

「뭐, 당시 사람들 얘기를 들어 보니까, 보상도 받지 않고 상인들을 보호해줬다나 봐. 워낙 오래된 일이어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는데… 최소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도움을 받은 것 같아. 단체명을 흑광파라고 지은 것도, 다른 조직에 경고를 심어주기 위한 일종의 기선제압이겠지.」

“그런 놈들이 지금 와서 갑자기 진짜 조폭이 됐다?”

「글쎄, 그것도 좀 애매해.」

민유진이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지금은 금광 캐피탈이라고 금융업을 하고 있는데, 이게 다른 대부업이랑은 좀 달라.」

“뭐가 다른데?”

「단순히 대출해주는 게 아니라, 소상공인들 상대로 월세를 대신 납부해 주는 방식이야. 일반 시민들은 이용할 수 없을뿐더러 부채 상황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나 상해, 협박, 갈취 등의 행위도 일절 없었고.」

“…….”

그녀의 설명에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아무튼, 조사한 바로는 나쁜 놈들은 아니야.」

“그럼 대체 이번 일은 뭔데?”

「나야 모르지.」

“뭐?”

「그건 네가 알아볼 일 아니야? 난 네가 병원으로 직행시킨 그놈들 체포하는 것밖에 못 해. 뭐, 물론 폭행 사주라면 그땐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지만…….」

“그놈들이 인정할 리가 없지.”

「그러니까.」

절대 자신들의 형님을 입에 올리는 일은 없을 거다.

‘뭐, 그래야 내가 직접 해결할 수 있겠지만…….’

영 껄끄러운 뒷맛에 입술을 잘근 씹었다.

두말할 것 없이 나쁜 놈들이라면 차라리 속 편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애매한 놈들이라면…… 절대 해선 안 될 생각이 떠올 수밖에 없다.

‘이런 짓을 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미 그놈들이 벌인 짓에 명분을 심어주는 셈이다.

「정 궁금하면 직접 만나서 얘기해보던가. 그쪽 두목이 만나 달라고 했다면서.」

“아니, 그건 안 돼.”

「참 나…….」

“무슨 이유가 있겠지, 피치 못할 사정이 있겠지… 그런 거 하나하나 따지면 세상에 나쁜 놈이 어디 있겠냐.”

「화 많이 났나 보네.」

민유진이 툭 던진 말.

“꽤 많이.”

즉답했다.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신경 쓸 것 없다.

뭐가 됐든 사람이나 때리고 다니는 놈들이었고, 난 범죄자 사정까지 봐줄 만큼 아량이 넓은 놈이 아니다.

「뭐, 알았어. 대신 일 너무 크게 벌이지 마. 나 혼자 눈감아 주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알았어.”

「그럼…….」

그렇게 전화를 끊으려던 그때.

핸드폰 너머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저 새끼들 뭐야? 야, 뭐냐고!」

그녀의 격양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무슨 일이야?

”내가 물었지만, 그녀는 대답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긴 한데…….

내가 신경 써야 할 일인가, 잠시 고민하던 그때.

따르릉―.

곧바로 김민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어떻게 됐어. 소득은 좀 있냐?”

「선생님, 지금 조직원 한 명을 잡긴 했는데…….」

김민주가 곤란한 듯 뒷말을 흐리길 잠시.

「다른 놈들 소재를 물어보니까, 지금 폭행에 가담했던 조직원 전원이 자수하러 갔다고…….」

“뭐?”

잠깐, 설마…….

방금 민유진이 소리쳤던 게…?

‘방금 자수하러 온 거였나.’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나는 이마를 턱 짚었다.

시발, 이렇게 되면…….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조직원들이 전부 경찰로 넘어 가버리면 더 이상 저희 쪽에서 손을 쓸 수가 없어요.」

“…….”

빌어먹을.

내가 쥐잡기를 시작했다는 걸 눈치챈 건가.

아니, 그렇다고 해도 설마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이야.

잡히기 싫다고 스스로 철장으로 들어간다고?

‘하…….’

누군지 몰라도 나에 대해 꽤나 빠삭한 놈이다.

내가 뭘 원하는지, 뭘 하려는지 알아채지 않고는 절대 이런 선택을 할 리가 없을 테니까.

그래, 내가 원하는 건 그놈들을 순순히 경찰로 넘기는 게 아니다.

애초에 법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면 직접 나서지도 않았겠지.

나는 그저, 직접 본보기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밑에 조직원들을 모조리 조져버리고, 우두머리 혼자 남게 되면 그때, 손을 떼려고 했다.

내 부하를 건드린 대가를 똑같이 돌려주는 동시에, 그의 모든 걸 박살 낼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되면…….

‘아무것도 못 하고 손 놓게 생겼군.’

그 생각이 머릿속에 스치자, 이내 실소가 튀어나왔다.

그래.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놈이라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정말 내 손으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으면, 직접 찾아와라.

그런 뜻이다.

“…김민주.”

「네, 선생님.」

나는 조용히 숨을 골랐다.

사실 여기서 손을 놓아도 그만이다.

어차피 자수한 놈들은 알아서 처벌을 받게 될 것이고, 운이 좋다면 우두머리까지 닿을 수 있다.

그저 내가 직접 처리하겠다는 욕심만 버리면 된다.

다만.

“이번에는 한 수 접어줘야겠다.”

그럴 거였으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지.

“그 잘난 상판대기, 어떻게 생겼나 보러 가자.”

「……네.」

그놈이 대체 누구인지, 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려는 건지 몰라도…….

내 손으로 직접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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