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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47화 (347/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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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 외전 After 4화

흑석동, 어느 골목.

퍽, 퍼벅―!

퍽, 퍽퍽―!!

인적 드문 그곳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를 쓴 괴한들에게 구타당하고 있었다.

괴한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최장석이 이끄는 조직 흑광파의 수하들.

그리고 구타를 당하고 있는 이는 청소 5팀 소속의 어느 젊은 청소부였다.

“그, 그만해!”

“멈춰! 멈추라고!!”

“시발, 대체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건데!!”

다른 팀원들 또한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괴한들을 말렸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폭력을 행사했다.

그렇게 몇 차례나 더 발길질이 반복되고 나서야 소란스러움에 사람들이 조금씩 골목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빠지자.”

“네.”

괴한들은 그제야 구타를 멈추고 등을 돌렸다.

하지만 그대로 청소 팀원들을 지나쳐 골목을 빠져나가려던 그때.

“어디 가?”

누군가가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뭐야?”

“비켜. 너도 뒤지게 터지고 싶지 않으면.”

괴한들은 기세를 세우며 위협해봤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사람을 피떡으로 만들어 놓고 어딜 가냐고.”

그저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며 그 말을 나지막이 전했다.

뒤늦게 괴한들의 눈에 그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들 모두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바닥에 깔리는 무거운 음성.

살기가 느껴지는 눈빛.

마치 맹수와도 같은 압도적인 분위기.

틀림없다.

지금 자신들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드디어 나왔군.”

큰형님이 그토록 찾아다녔던, 그 남자.

WDSO의 수장.

김준우다.

‘빌어먹을…….’

그를 마주한 이혁태 행동대장의 주먹이 조금씩 떨려왔다.

실제로 보니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하지만 애초에 이걸 위해 벌인 일이 아닌가.

대면했을 때의 계획도 모두 준비되어 있으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먼저 가라.”

“예…?”

“장석이 형님한테 연락해야 할 거 아냐. 저놈은 내가 어떻게든 붙들고 있을 테니까 빨리 가.”

그래.

형님이 올 때까지만 잡고 있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연락했던 게 이 근처였으니, 딱 10분만… 아니, 5분만 버티면 된다.

듣자 하니 김준우 또한 이능력자라고 했다.

당연히 일반인인 자신이 저자를 이길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준우 또한 일반인을 상대로 무력을 쓰진 않을 것이다.

당연히 사무총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우리를 죽일 수도 없겠지.

아니, 죽이는 건 고사하고 그의 위치상 일반인을 다치게 하는 것조차 위험하다.

힘의 차이는 압도적이지만, 그가 우리를 제압할 수 없다면 붙잡아 두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이혁태는 부하들에게 눈짓을 했다.

틈을 만들 테니, 기회를 봐서 빠져나가라.

그 의미를 알아챈 부하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압!!”

이혁태가 먼저 움직이며 김준우를 향해 그대로 주먹을 뻗었다.

이 정도는 당연히 쉽게 피할 것이다.

아마 그다음에는 팔을 붙잡아 제압하려 하겠지. 그러면 달라붙어 최대한 붙잡고 늘어지면…….

빠각―.

“어…?”

뭔가 이상했다.

김준우는 분명히 자신이 다치지 않게 제압해야 했다.

사무총장이 일반인을 상대로 무력을 썼다는 게 알려지면, 그 또한 골치가 아플 테니까.

그런데…….

“끄, 끄으으…!”

어째서 자기 팔이 반대로 꺾여 있는 것인가.

“끄아아아악!!!”

골목에 귀를 찢을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 끔찍한 비명에 골목을 빠져나가려던 부하들 또한 그대로 다리가 얼어붙었다.

이혁태는 고통과 당혹감으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

“왜? 내가 일반인은 어찌 못 할 거라 생각했습니까? 그래도 나름 사무총장 위치니까?”

표정에 답하듯 김준우가 입을 열었다.

그리곤 바닥에 주저앉은 이혁태를 내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 거 일일이 따졌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습니다.”

“으윽…….”

싸늘한 말투와 시선.

곧 김준우가 옆에 있던 부하들한테로 눈을 돌렸다.

“한 1년간 조용하니까 감을 잃었나 본데… 사지 멀쩡히 간직하고 싶었으면 여긴 건드렸으면 안 됐죠.”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그 말을 전했다.

흑광파의 조직원들은 그런 그와 눈을 마주친 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오늘, 여기서 걸어 나갈 생각은 하지 마시죠.”

자신들을 잡아먹으려는 괴물의 모습을 두 눈을 똑바로 뜬 채 지켜봐야 했다.

***

WDSO 서울 지원본부 산하, 응급센터.

“왔어?”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와 있던 이아영이 나를 맞이했다.

그녀는 어째선지 병실에 들어가지 않고, 무척이나 괴로운 표정으로 밖에서 대기하는 중이었다.

“신입은 어떻게 됐어. 의사는 뭐래?”

“구타를 심하게 당하긴 했는데… 팔목이 부러진 거 빼곤 다 괜찮대. 의식도 있고.”

나는 옅은 숨을 몰아쉬었다.

“다른 팀은?”

“일단 작전팀 경호 명령 내려서 다 귀가시켰어. 5팀에 붙어 있던 잔당들은 잡아 놨고.”

“경찰에는 아직 안 넘겼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가서 가람 씨랑 얘기 좀 하고 와.”

“…너는 왜 안 들어가.”

내가 묻자, 그녀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는.

“……이번 사건 말이야.”

퍽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난 이미 알고 있었는데… 애들 장난 수준이라는 이유로 해결을 미뤘어. 그보다 중요한 일들이 더 많다고 생각했거든.”

“여태까진 그래왔잖아.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건 당연한…….”

“아니, 사실은…….”

그녀가 고개를 들고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귀찮았던 거야.”

“…….”

“내가 지원팀에 있을 때 가장 혐오하고 싫어하던 게, 아무리 말을 해도 들어 처먹질 않던 윗선이었어. 근데…… 지금 내가 그 새끼들이랑 다를 게 없잖아.”

이아영이 미소를 지었다.

회의와 자괴감으로 얼룩진 냉소였다.

“내가 무슨 면목으로 저분들을 보겠어. 자격도 없는 지부장인데.”

“…….”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그녀가 어떤 기분일지 이해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녀를 위로해줄 수가 없었다.

“…들어갔다 올게.”

그보다 해결해야 할 일이 따로 있었으니까.

그렇게 이아영을 뒤로하고 병실로 들어섰다.

“어, 준우야.”

“…오셨어요?”

박근태 부장과 문소연이 나를 발견하고는 말을 걸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침대로 다가가자, 오가람이 몸을 일으키려 했다.

“누워계십시오.”

“……아, 네.”

그를 다시 눕히자 부어오를 대로 부어오른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된 겁니까?”

오하람이 우물쭈물하길 잠시, 이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한 5분쯤 됐을 거예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마스크를 쓴 남자들이 다가오더니 청소팀이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요?”

“무슨 볼일이냐고 하니까 갑자기…….”

그는 복잡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것만으로 충분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팀원들을 바라보자.

“경찰에는 신고했냐?”

“범인… 잡을 수 있는 거죠?”

기다렸다는 듯, 한상혁과 문소연이 물었다.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신고는 안 할 겁니다.”

“뭐, 뭐…?”

“그럼 범인은…….”

그렇게 말하던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들의 얼굴이 굳었다.

“제가 직접 잡을 생각입니다.”

“…….”

“…….”

팀원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등을 돌렸고, 그 순간.

“대체… 청소팀한테 왜 이러는 걸까?”

줄곧 심각한 얼굴로 오가람을 바라보고 있던 박근태 부장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이유로 우리한테 이러는 건지, 난 도저히 모르겠다.”

“…….”

나는 등을 돌린 채 대답을 아끼길 잠시.

“그건 이제부터 알아볼 생각입니다.”

그 말을 남기고 병실을 나왔다.

그리고는 곧바로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아영에게 말했다.

“이번 일, 이사회에 안 들어가게 입단속 좀 부탁드립니다.”

“……알았어요.”

“그리고…….”

이내 내 눈에 힘이 바짝 들어갔고.

“본부장들 소집하십시오.”

주먹을 꽉 쥔 채, 병원을 빠져나갔다.

***

촤악―!

“헉, 허억…!”

“끄윽, 끅…!”

5년 전, 인천항 수중 던전 작전 때 쓰였던 임시 통제실.

지금은 빈 컨테이너로 방치된 그곳에서 나는 다시금 테러범들과 마주했다.

물을 뿌리자 곧바로 정신을 차린 그들은 이내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총 4명.

나한테 주먹을 날렸던 저놈은 행동대장 정도인 것 같고. 나머지는 그야말로 잔바리들.

“최대한 짧게 갑시다.”

나는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소속과 목적만 말하세요.”

“…….”

“…….”

역시나 대답이 없다.

기어이 돌아가게 만드는군.

“딱 봐도 성실히 일해서 돈 버는 쪽은 아닌 것 같은데 어디 식구입니까? 동석파? 백의파? 아… 거긴 내가 없앴지.”

“…….”

행동대장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지만, 그는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옆에 있던 부하들을 슬쩍 훑으며 말을 이었다.

“뭐, 동생들 앞에서 면 때문에 말 못 하는 거라면 저쪽 애들은 치워줄 수 있습니다.”

“……!”

그제야 반응하는 남자.

무슨 의미인지 단번에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이, 이 새끼가…! 지금 우리 협박하는 거야?!”

“형님! 저흰 괜찮습니다!”

“말하지 마십시오! 사무총장이라는 사람이 일반인을 죽이기라도 하겠습니까!”

격양된 목소리로 소리치는 부하들.

물론 그런 반응 따윈 가볍게 무시한 채 행동대장이 선택을 내리길 잠시 기다렸다.

그러자.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흑광파. 우리는 흑광파 식구다.”

“혀, 형님!”

“말씀하시면 안 되는…!”

“닥쳐. 다 큰형님 지시니까.”

그가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

“큰형님이라면, 지금까지 청소팀에 대한 모든 테러 행위를 당신 두목이 시켰다는 겁니까?”

“……그래.”

“대체 왜?”

“그쪽을 만나려고.”

순간 내 눈썹이 꿈틀거렸다.

“청소팀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놈이니까, 청소팀을 건드리다 보면 반드시 나타날 거라고 말씀하셨다. 뭐… 결과적으로 형님 말이 맞았군.”

“…….”

갑자기 순순히 입을 여는 그를 바라보며 숨을 골랐다.

“만일 그쪽에게 잡히면 비밀을 지킬 건 없다고 하셨다. 그래야 그쪽과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이유가 뭡니까?”

“…뭐?”

예상보다 많은 정보를 늘어놨지만, 정작 중요한 대답은 듣지 못했기에 다시금 물었다.

“절 만나려는 이유 말입니다. 뭐, 애초에 공식적인 일이었으면 충분히 면담을 요청해도 됐을 텐데…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 그다지 정상적이진 않은 내용 같은데.”

“그건…….”

남자가 말끝을 흐리길 잠시.

“형님을 만나면 알게 될 거다.”

“……하.”

그 얼토당토않은 대답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졌다.

그러자 남자는 꽤나 비장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우릴 욕해도 상관없어. 어차피 형님을 만나게 되면 생각이 바뀔 테니까. 형님도 이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야, 이 개새끼야.”

그 말이 가까스로 유지하던 내 이성을 건드렸다.

“날 만나겠다고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을 쥐어패고 다니는 게 니들 사정이냐?”

“…….”

“세상 사연 다 짊어진 척하지 마. 그래봤자 깡패 새끼들이……. 니들 사정이고 나발이고 난 X도 관심 없으니까 니 형님한테 가서 전해.”

나는 자세를 낮춰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이제부턴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게 숨어다녀야 할 거라고. 난 지금부터… 내 직원들 건드린 값을 받아낼 생각이거든.”

“…….”

그 말을 남기고는 곧바로 등을 돌렸다.

그리고 그때.

“아, 그러고 보니.”

잠시 잊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너희들, 여기서 걸어 나갈 생각하지 말라고 했지?”

“……!”

그 한마디에 남자의 눈이 동그래졌다.

“자, 잠깐만! 넌 사무총장이잖아! 일반인을 건드리면 어떻게 될지는…!”

“시발, 듣자 하니 어이가 없네.”

자꾸만 신경을 긁어대는 그 말에 나는 몸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사무총장이 일반인 건드리면 어떻게 될지는 알면서 날 건드리면 어떻게 될지는 몰랐어?”

“……?!”

“그리고 내 걱정은 하지 마.”

나는 다시 등을 돌려 컨테이너의 문을 열었다.

이윽고 컨테이너를 나서자, 그와 동시에 들어오는 한 실루엣.

“내가 직접 할 거 아니니까.”

WDSO 산하 비공식 임무 후속 처리 조직, 클린업(CleanUP)의 팀장.

동시에 WDSO의 기획 본부장.

“죽이진 마세요.”

“네.”

한유빈 본부장이었다.

쿵―!

이윽고 컨테이너의 문이 굳게 닫혔고, 밖으로 나온 나는 곧장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어, 나야.”

민유진에게 연락을 걸었다.

“우리 건드린 애들 잡았어.”

「뭐…?」

“흑광파라는 것 같은데, 들어봤어?”

「아니… 처음 들어 보는데.」

“한번 조사해봐. 윗선에는 말하지 말고.”

「알았어.」

그렇게 본론만 전하고 전화를 끊으려던 그때.

「그래서.」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넌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하긴.”

나는 정면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청소해야지.”

그렇게 말하며 내 앞에 있는 한 여성을 바라봤다.

WDSO 본부 소속 작전 총괄 본부장.

현 국내 랭킹 1위, 세계 랭킹 2위.

세계 최초 SS랭크의 검사.

“준비됐어?”

“지시만 내려주세요.”

김민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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