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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41화 (34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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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 외전 – 19화

이른 오후, 작전 본부장실 앞.

덜컥―.

나는 그곳에 다다르자마자 서슴없이 문을 열었다.

그러자.

“……!!”

나와 눈이 마주친 서민철 본부장이 크게 당황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동시에 겁을 먹은 듯 자동으로 움츠러드는 몸.

저번에 손을 봐놓은 게 아직 각인이 되어 있는 듯한 반응이었다.

“나, 나도 그렇게까지 할 줄 몰랐어!”

“…….”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변명부터 내뱉는다.

“정말이야! 난 오히려 보호해주려고 했어! 설마하니 그렇게 죽여버릴 줄은…!”

내가 입을 다문 채 그에게 다가가자 서민철 본부장은 갑자기 말끝을 흐렸다.

의자를 끌고 와 그와 마주 보고 앉았다.

“서민철 본부장님.”

옅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자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 본부장님의 잘못이 아니라는 건 압니다. 아무리 자리에 눈이 멀었다고 해도 사람까지 죽일 만큼 배포가 있는 분은 아니시니.”

“……이, 이해해주는 건가.”

“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하은혜 사원은 잘못이 있어서 죽었습니까?”

“…….”

서민철 본부장의 동공이 파르르 떨려오기 시작했다.

“저는 이번 일과 연관된 모든 놈들에게 책임을 지게 할 생각입니다. 우석호 위원장은 물론, 본부장님과 이수용 팀장까지요.”

“무, 무모한 짓 하지 말게. 자네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우석호 위원장이 법정에 서는 일은 절대…….”

“법정에는 못 세워도, 사형대에는 세울 수 있죠.”

“뭐…?”

그가 되물었지만, 나는 대답을 아낀 채 미소를 지었다.

머지않아 서민철 본부장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린 듯 사색이 되었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 인간 잘못 건드렸다가는 너도 무사하지 못해! 자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여기까지만 하는 게…!”

“유감이군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화면을 보여주자 서민철 본부장의 입이 떡 벌어졌다.

아닌 게 아니라, 그 화면에는.

「대한민국 이능차원관리협회 서울본부 소속 작전 1팀, 이수용 팀장이 조금 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자진 출두했습니다. 이번 하 모 씨 사건과 관련하여 증언할 것이 있다던 이 팀장은…….」

“이미 시작해버려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검찰청으로 들어서는 이수용 팀장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서민철 본부장은 패닉에 빠진 듯, 고개를 저었다.

“이, 이건 아니야……. 그 인간이 누군 줄 알고…….”

“지금 남 걱정하실 때가 아닙니다, 서민철 본부장님.”

「…또한, 이번 사건에 서민철 작전본부장과 작전 진상규명위원회 우석호 위원장이 연루되어 있다고 밝혔으며, 해당 증언으로 인해 수사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본부장님부터 살 궁리를 하십시오.”

내가 미소를 짓자, 이내 그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지금까지는 모르는 척 조용히 묻을 수 있었겠지만 관계자의 증언이 들어온 이상 어쩔 수 없이 수사가 진행될 겁니다. 서민철 본부장님도 피해갈 순 없겠죠.”

“……어, 어차피 증거도 없잖아! 애초에 경찰청에 우석호 위원장 사람이 수두룩한데, 수사한다고 해서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것 같아?”

“증거라면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말을 기다렸기에, 나는 곧장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 그건…….”

그와 동시에 서민철 본부장의 손이 덜덜 떨려왔다.

“하은혜 사원이 빼돌린 파일 원본입니다.”

“그, 그걸 자네가 어떻게…….”

말을 채 잇지 못할 만큼 당황한 얼굴.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애써 냉정함을 유지했다.

“자, 자네가 그걸 퍼트린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나? 이미 파일 획득 경로를 증명할 인물이 죽은 이상, 그게 증거로 채택될 리는…….”

“압니다.”

나는 그의 말을 끊으며 대답했다.

“출처도 불분명한 파일, 조작이라고 잡아떼면 그만이겠죠. 우석호 위원장에겐 그만한 인맥도, 능력도 있을 테고요.”

“알고 있으면 그딴 게 이제 와서 협박이 될 리 없다는 것도…!”

“하지만 본부장님이 퍼트린다면 어떨까요?”

“……뭐?”

그 순간, 서민철 본부장의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그래, 사실 그의 말이 맞다.

우석호 위원장은 나 같은 일개 헌터가 어찌해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협회장과 이사들도 어찌할 수 없는 거물.

몇 년 동안 차근차근 기반을 다지며 그 자리까지 올라온 남자를, 빽도 없는 내가 정면으로 상대하는 건 가망이 없다.

아무리 이수용 팀장이 증언한다고 해도, 온갖 연줄을 이용해서 수사망을 벗어나겠지.

당연하겠지만 우석호 위원장과 서민철 본부장, 두 사람 다 처벌은 고사하고 혐의 입증조차 불가능할 것이다.

그만한 힘을 가진 인물이니까.

내가 아무리 파일을 퍼트려봤자, 그저 늪에 빠진 채 허우적대는 꼴이겠지.

하지만.

“우석호 위원장이 이번 일을 끝까지 묻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그 파일을 폐기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우석호 위원장을 믿지 못하겠다면 먼저 치셔야 할 겁니다.”

이번 사건의 연루자인 그가 퍼트린다면 말이 달라진다.

“……이걸 나보고 퍼트리라고?”

“예.”

“지금 자수를 하라는 소린가…?”

“바로 이해하셨습니다.”

내가 즉답했다.

그러자 서민철 본부장은 격양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걸 퍼트리면 나도 무사하지 못해! 처벌까지는 몰라도 협회에서 쫓겨날 수도…!”

“그거야 제 알 바 아니죠.”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다만, 약속하건대… 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갈 겁니다.”

“…….”

“그리고 그때 가서 조금이라도 상황이 불리해진다면, 장담컨대 우석호 위원장은 망설임 없이 본부장님의 목을 칠 겁니다.”

“목이라니…….”

“서민철 본부장님.”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건 비유가 아닙니다.”

“…….”

그가 다시 한번 침을 꿀꺽 삼켰다.

이수용 팀장과 똑같은 선택지.

뒷배를 믿고 끝까지 붙을 것인가, 아니면 당장 자리에서 내려오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꼬리를 자를 것인가.

그 선택에서 이수용 팀장은 후자를 골랐다.

그렇다면…….

“그래서, 어떠십니까. 본부장님은… 동료를 믿으십니까?”

이쪽은 어떨까.

“…….”

자신의 눈앞에 놓인 USB를 바라보며 연신 다리를 떨어댔다.

그리고 그때.

따르릉―.

마침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수신자를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라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고갯짓으로 받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여, 여보세요.”

그렇게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자.

「야, 이 개새끼야! 이거 뭐야! 이수용이 왜 갑자기 검찰로 기어들어 간 거야!!」

핸드폰 밖으로도 다 들릴 만큼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서민철 본부장은 이미 입이 완전히 굳어버린 것인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야, 시발. 듣고 있어?! 듣고 있냐고!!」

목소리가 점점 격양되던 그때, 나는 그의 전화기를 뺏어 들었다.

“우석호 위원장님. 김준우입니다.”

「……뭐, 뭐야?」

“제가 경고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그 신입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각오하셔야 할 거라고.”

「……서, 설마 네가 꾸민 짓이야?! 야, 서민철! 저 새끼가 뭐라고 했어! 너 저 새끼 말 들으면 커버고 나발이고 다 끝이야!!」

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나는 실소와 함께 가볍게 무시했다.

“그럼… 기다리고 계십시오.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 위원장님.”

「너, 너…!」

그렇게 전화를 끊고는, 서민철 본부장을 바라봤다.

여전히 덜덜 떨며 패닉에 빠진 듯한 표정.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걸 어떻게 쓸지는 본부장님 자유입니다.”

「…….」

“다시 목줄을 쥐여 드리는 겁니다. 아무쪼록 이번엔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나는 그 말을 남기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그 순간.

“아, 안녕하세요?”

“……?”

사무실 밖에 있던 한 젊은 남자와 마주쳤다.

“누구…?”

“엄경훈이라고 합니다. 통제팀 소속의…….”

그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꽤나 초췌한 몰골의 남자.

하지만 그 눈빛만큼은.

‘뭐야, 이 새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깊은 분노로 가득했다.

***

쾅―!

일방적으로 통화가 끊긴 직후, 우석호 위원장은 격분하며 책상을 내리쳤다.

“뭐야, 시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동시에 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려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번 일에 끼지도 않은 이수용은 왜 갑자기 자진 출두를 했으며, 이 타이밍에 서민철은 왜 김준우랑 같이 있는 건가.

“시발…….”

우석호 위원장이 이를 으득 씹었다.

물론 이수용의 증언 정도로 혐의가 입증될 리는 없다.

언론의 관심이 쏠린 만큼 대외적으로 수사는 진행해야겠지만, 어디까지나 증거 없는 증언뿐.

그동안 돈을 처먹여 놓은 놈들이 밥값만 해준다면 혐의 입증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서민철이다.

그놈은 이번 일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만약 이수용에 이어 그놈까지 입을 연다면 그건 위험하다.

‘제 목숨 아까운 줄 알면 닥치고 있겠지만…….’

물론 아무런 명분 없이 그가 사건을 까발릴 리는 없겠지만, 그가 김준우와 같이 있었다는 게 영 불안하다.

보아하니 그를 회유하려는 것 같은데…… 잘 선택해야 할 것이다.

제아무리 촉망받는 천재 헌터라고 해도 결코 기어오를 수 없는 곳이 있으니까.

김준우가 협박했든 설득했든, 그는 절대로 자신을 잡을 수 없다.

서민철도 분명히 그걸 알고 있겠지.

하지만.

‘……시발.’

그럼에도 영 불안감이 가시질 않았다.

한참을 고민하던 우석호 위원장은 결국 다시금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저장도 되지 않은 그 번호를 눌렀다.

이내 짧은 신호음이 들려오길 잠시.

「예.」

국내 1위의 프리랜서 헌터이자 해결사.

일명 청소부라 불리는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석호일세.”

「말씀하세요.」

“혹시… 일 하나만 더 맡길 수 있나.”

「김준우 처리하시게요?」

그 말에 우석호 위원장이 흠칫했다.

하지만 양민호는 그리 놀랄 것 없다는 듯, 실소를 뱉었다.

「저도 뉴스는 보고 삽니다. 뭐, 딱 보니까 김준우가 밑에 놈들부터 조지고 있는 것 같은데… 뭐, 불안하긴 하시겠죠. 특히나 파일을 회수한 것도 아니니.」

“……그래서, 가능하겠나?”

「물론입니다. 비용만 맞춰주신다면.」

“얼마를 원하나?”

「글쎄요. 그래도 20억은 돼야 단가가 맞을 것 같군요.」

“……!”

말도 안 되는 액수에 우석호 위원장의 얼굴이 순간 딱딱하게 굳었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신입 처리할 땐 5억이었잖나! 20억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연고도 없는 일반인 처리하는 거랑 나름 천재 헌터 처리하는 거랑 같겠습니까. 저도 위험수당은 챙겨야 수지가 맞죠.」

“아무리 그래도 20억은…!”

「물론 가격이 맞지 않으면 거래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쉬운 건 제가 아니니까요. 그런데…… 위원장님은 정말 괜찮겠습니까?」

“…….”

우석호 위원장이 침을 꿀꺽 삼켰다.

「뭐, 너무 걱정 마십시오. 지급 방법은 많으니까. 땅이랑 부동산 이것저것 가지고 계시죠? 어차피 선거 나가기 전에 그거 다 처리해야 할 텐데, 오히려 일석이조 아닙니까?」

“하아…….”

우석호 위원장이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알겠네. 어떻게든 마련해보지.”

이내 결심한 듯 말을 이었다.

“아, 하는 김에 서민철 그 새끼도 당분간 좀 지켜봐 주게. 허튼짓하려고 하면 죽여버려도 좋고.”

「알겠습니다. 뭐, 그 부분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그건 추후에 말씀드리도록 하죠.」

‘빌어먹을 놈…….’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럼… 최대한 빨리 부탁하네. 일 마치면 나한테 바로 보고하고.”

「그렇게 하죠.」

우석호 위원장은 통화를 끊고는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설마하니 일개 헌터 한 명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다.

김준우가 처리되면 이번 일 자체를 그놈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다.

어차피 팀 내에서도 평판이 안 좋은 놈이지 않은가.

감시역으로 붙은 신입을 지속적으로 괴롭혔고, 이에 참다못한 신입이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우발적으로 살해. 그리고 본인은 수사망이 좁혀오자 궁지에 몰려 자살.

이렇게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후우…….’

그래, 더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지나갈 일이니, 앞만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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