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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38화 (338/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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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 외전 – 16화

지원팀, 헌터지원실.

그곳의 부실장에게 직접 연락을 한 건 나 또한 이번이 처음이었다.

업무상 마주칠 일은 자주 있었어도, 연락 자체는 대개 메일로 주고받을 뿐이었으니까.

「그나저나… 그런 일이면 경찰에 신고하지, 왜 굳이 우리 쪽에 부탁하시는 거죠?」

이내 모든 상황을 편 팀장으로부터 전달받은 그녀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이번 일에 꽤 거물이 엮여 있습니다. 직접 건드리기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 누가 이번 일을 실행하고 있는지도 파악이 안 되고요.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별 도움이 안 될 겁니다.”

「하, 작전 1팀 헌터도 무서운 게 있나 보네.」

대놓고 비아냥대는 투.

명백히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지만, 나는 굳이 반응하지 않았다.

「미리 말해두겠는데, 그동안 작전팀에서 한 짓거리들 생각하면 별로 도와주고 싶지 않아요.」

“…….”

「그런데 뭐… 조사팀 신입은 무슨 죄겠어요. 내키진 않지만, 모른 척할 수도 없고.」

이내 그녀의 한숨 소리가 들려오길 한 차례.

「편 팀장님한테 연락받고 슬쩍 확인해봤는데, 그쪽이 말했던 시간 직전에 세종대로에서 사고가 있었어요. 한 차량이 역주행으로 택시를 들이받았는데… 그 택시에서 하은혜 사원이 도망치는 게 CCTV에 찍혔어요.」

“그렇다는 건…….”

「누군지는 몰라도 하은혜 사원을 쫓고 있는 놈이 일부러 사고를 냈다는 거겠죠. 일단 사고를 낸 남자 인상착의 토대로 추적해볼게요.」

이윽고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키보드 소리.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르고.

「24시 40분쯤에 두 사람 다 한 골목으로 들어갔어요. 그쪽에는 CCTV가 없어서 확인이 안 되는데… 5분 정도 지나고 남자 혼자 골목에서 빠져나오네요?」

“혹시 뭐 들고 있는 거 없습니까? 큰 가방이라던가…….”

「캐리어. 여행용 캐리어가 있어요.」

“그래서, 어디로 갔습니까?”

「잠깐만요. 일단 주차돼있던 다른 차량에 탑승했고…… 강변북로 따라서 이동했어요. 이후에 남양주 IC 방면, 서울-춘천고속도로로 진입했고요.」

깔끔하고 명확한 브리핑.

내가 머릿속에 이동 경로를 그려 넣고 있자, 그녀가 곧바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강원도 쪽으로 향한 거 같은데… 위치 보내줄 테니까 지금 바로 따라 가봐요.」

“알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전화를 끊기 직전.

“…감사합니다.”

조심스레 그 말을 전했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꽤나 냉담했다.

「참 나. 맨날 따까리 팀이라고 무시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무슨……. 아쉬워지니까 생색내지 말고, 평소에나 좀 잘해요.」

”…….“

나는 차마 할 말이 없어 그저 침묵했다.

그리곤 더 가타부타하지 않고 끊긴 전화.

그와 동시에 핸드폰으로 예상 이동 경로가 전달되었고, 나는 곧장 차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가깝지 않은 거리.

그녀의 말대로 예상 경로는 서울에서 빠져나가 강원도로 향했다.

그렇게 길을 따라 약 두 시간 정도를 달렸을 때쯤, 어딘지 모를 시골길이 나타났다.

가로등조차 없는 비포장도로.

제대로 온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 들어서자, 이내 지원팀에서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이 위치부터는 더 이상 추적이 불가능해요. 근처 CCTV에 동일 차량의 모습은 없었으니까, 아마 차에서 내려서 도보로 이동했을 거예요. 멀리는 못 갔을 테니 주변부터 수색해봐요.」

나는 차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어두운 시골길.

양옆으로는 논밭만 끊임없이 이어졌고, 이따금 보이는 민가는 사람이 사는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여길 전부 뒤져야 한다고…?’

퍽 막막한 상황이었지만 꾸물거릴 시간은 없었다.

새벽 3시.

토벌까지 5시간을 남겨둔 시각.

돌아가는 시간까지 생각한다면 최소한 6시까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하은혜를 찾아야 한다.

‘일단은 민가에서 떨어진 구역부터…….’

주변을 둘러보며 수색 범위를 대충 나누고, 막무가내로 이곳저곳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오래된 비닐하우스와 창고.

컨테이너와 폐가.

사람이 숨어 있을 만한 곳은 닥치는 대로 찾아봤지만, 하은혜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소리를 질러볼까도 싶었지만, 만약 그녀를 납치한 남자가 아직 함께 있다면 오히려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그러니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은밀하게 움직여야 했고, 그것이 더욱 시간을 지체시켰다.

그렇게 또 얼마나 흘렀을까.

‘시발…….’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 사이로 동이 트기 시작했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 들자, 때마침 걸려오는 전화 한 통.

「부팀장님, 지금 통제팀에서 최종 점검하려는데, 혹시 아직 출근 안 하셨나요?」

다름 아닌, 김민주 헌터였다.

“난 빼고 해. 조금 늦을 거 같으니까.”

「네? 그럼 언제쯤 오실 수 있으세요.」

“…8시 전에는 갈게.”

「네, 네? 최종 점검은 못 하시더라도 최소한 7시 40분까지는 오셔야 장비 체크랑 던전 확인을…….」

“나도 알아, 시발! 아니까 좀 닥치고 기다리라고!”

「…….」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김민주는 도리어 침착한 투로 물었다.

「혹시 무슨 일 있는 건가요…?」

“…….”

대답을 아끼길 잠시.

“신경 꺼.”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윽고 핸드폰 화면에 떠오른 시간.

오전 6시 30분.

이미 돌아갈 시간을 한참 넘긴 후였다.

‘시발, 진짜…!’

미간을 찌푸리며 이를 으득 씹었다.

그리고는 여전히 아무것도 없는 시골 풍경을 훑었다.

몇 시간 동안 거의 마을 하나를 통째로 뒤졌다.

하물며 외양간과 돼지우리까지 뒤져봤지만, 대체 어디 숨은 건지 코빼기도 보이질 않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토벌을 미룰 수는 없다.

조금만 늦어지면 오메가 등급으로 올라갈 수도 있는 던전이지 않은가.

‘일단은 경찰에 신고하고 서울로 올라가야 하나…?’

아니… 우석호 위원장이 미리 손을 썼다면 그놈들이 제시간에 움직일 리가 없다.

그러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시발 대체 어떻게 해야…….

‘…….’

그 순간이었다.

동이 트며 주변이 서서히 밝아지자, 조금 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가에서 한참 떨어진 산 중턱.

저 멀리 보이는 낡은 오두막 하나.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그곳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그렇게 도착한 오두막 앞.

나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는.

쾅―!

그곳의 문을 열어젖혔다.

***

“하아…….”

강원도 어딘가에 위치한 양민호의 세이프 하우스.

양민호는 꽤나 곤란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그 순간에 이런 생각을 한 건지, 참…….”

그는 온몸이 결박당한 채 바닥에 엎어져 있는 하은혜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런 그의 손에는 그녀가 갖고 있던 USB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설마 가짜를 들고 있을 줄이야.”

콰직―.

들고 있던 USB를 박살 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하은혜 사원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침착해진 얼굴이었다.

엄경훈에게 전화가 왔던 그 순간, 하은혜는 선택을 해야 했다.

본인은 작전팀도, 헌터도 아닌 그저 일반인이다.

만약 파일을 회수하기 위해 누군가 자신을 쫓고 있다면 잡히는 건 시간문제다.

물론 그 전에 파일을 들고 경찰서로 달려갈 수 있다면 몰라도… 만약 실패한다면 그대로 파일을 빼앗기고 본인 또한 위험해지겠지.

그렇기에 처음부터 진짜 파일은 들고 오지 않았다.

처음부터 자신이 잡힐 걸 상정한 것이다.

그리고 그게 김준우의 파일이 조작되었다는 증거를, 자신의 아버지가 누명을 썼다는 유일한 증거를 빼앗기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진짜 파일을 찾기 전까진 해치지 못할 거다……. 그런 생각이었죠?”

“…….”

입이 막힌 그녀는 대답 대신 가만히 그를 노려보았다.

그의 말대로다.

저들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자신이 빼돌린 파일을 회수하는 것.

물론 자신이 파일의 내용을 봐버린 이상, 안위가 위험해지겠지만 그것도 결국 파일 회수 이후의 일이다.

그러니… 그들이 파일을 찾기 전까지 어떻게든 시간만 끌면 된다.

그러면 그가 반드시 와줄 테니까.

“보통 사람 같았으면 겁먹고 아무것도 못 했을 것 같은데… 그 짧은 시간에 이런 판단을 했다니. 대단하네요. 괜히 조사팀에 들어간 게 아닌가?”

“…….”

“하, 그럼 더 문제네요. 이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뭐, 입을 열게 하는 게 어려운 건 아닌데… 그건 또 그거 나름대로 귀찮고.”

양민호는 허공을 바라보며 한숨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냥 죽일까.”

그의 서슬 퍼런 시선이 하은혜에게 꽂히는 순간, 아무렇지 않게 그 말을 중얼거렸다.

담담한 눈빛.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

“어차피 작정하고 숨겼으면 찾는 건 어려울 거 같고. 뭣보다 찾을 사람이 없으면 발견될 일도 없을 거고.”

“……!!”

“그렇죠?”

“읍, 으브읍!!”

양민호는 그렇게 물으며 하은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하은혜는 위험을 직감한 듯 거세게 몸부림치기 시작했지만, 온몸이 결박되어있는 상태로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그녀는 점점 패닉에 빠졌다.

그렇게 그가 코앞으로 다가올 때까지 완전히 몸이 얼어붙어 그 자리에서 벌벌 떨 뿐이었다.

이윽고 양민호가 손을 뻗자, 하은혜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순간.

쾅―!

오두막의 문이 벌컥 열렸다.

양민호와 하은혜의 시선이 동시에 그곳으로 향했다.

이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여기까지 오시면 어떡합니까?”

“김준우가 눈치 깠어.”

작전 진상규명위원회의 총 책임자.

우석호 위원장이었다.

“이만 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꼭 그래야 합니까? 그깟 작전팀 나부랭이가 눈치챈 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 새끼는 달라.”

우석호 위원장이 걸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눈 돌아가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놈이야. 특히 리젠 던전 이후로는 더 심해졌고.”

“아니, 뭐 그래 봤자 고작 헌턴데…….”

“야! 돈 받기 싫어?”

우석호 위원장이 양민호를 노려보며 딱 잘라 말했다.

그러자 양민호는 옅은 한숨과 함께 어깨를 으쓱였다.

어쩌겠냐는 듯한 표정.

그 너스레에 우석호 위원장도 더는 그를 자극하지 않았다.

“이동해.”

“예, 예.”

그렇게 준비를 하던 그때.

“아, 저년은 어떻게 할까요. 보니까 USB도 가짜고, 파일은 어디 다른 데 숨겨둔 것 같던데.”

“…….”

양민호의 물음에 우석호 위원장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뭐… 딱히 상관없지 않나?”

“…….”

그 말에 하은혜의 동공이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럼…….”

“처리해. 물론 여기서 말고 딴 데 가서.”

우석호 위원장은 생각하는 것도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그와 동시에 양민호는 그녀를 번쩍 들어 차로 향했다.

우석호 위원장은 모두가 빠져나간 오두막을 슬쩍 둘러본 후, 이내 문을 닫았다.

***

쾅―!

나는 문을 부수듯이 열어젖히며 오두막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곳에는.

“……시발.”

아무도 없었다.

“시발, 시발…!!”

쾅, 쾅―!!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전신을 휘감았다.

그와 함께 벽이 부서져라 주먹을 날려댔지만 그런다고 없는 사람이 나타날 리는 없었다.

‘후우…….’

나는 떨리는 호흡을 애써 가다듬으며 오두막 내부를 빠르게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곳은 사람이 전혀 사는 것 같지 않았다.

가구도, 물건도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사람이 살긴커녕, 머문 흔적조차 없다.

‘여기가 아닌 건가…?’

그런 의문이 머릿속을 스치던 순간, 내 시선이 바닥으로 향했다.

‘…….’

바닥에 찍힌 마른 땀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땀 자국은 오두막 입구까지 죽 이어져 있었고…… 그 끝에는.

“시발…….”

오두막에 들어오기 전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흔적.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바퀴 자국이 있었다.

확실하다.

하은혜는 여기에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가 하은혜를 차로 옮겼고, 이곳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동하는 순간까지 하은혜는 살아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순간, 내 눈에는 다시금 힘이 들어갔다.

그래.

지금이라도 뒤쫓는다면 찾을 수 있다.

그렇게 확신하며 다시금 도움을 받기 위해 지원팀에 연락하려던 그때였다.

“…….”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편창현 통제팀장.

그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여보세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 전화를 받았다.

「김준우 헌터님… 지금 던전 이능파가 또다시 급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이대로면 앞으로 4시간 안에 오메가 등급으로 상승할 겁니다. 지금 빨리 토벌하지 않으면 위험해집니다.」

“…….”

그 말에 나는 두 눈을 감았다.

「지금… 당장 오셔야 합니다.」

이윽고 들려온 그 말에 숨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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