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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37화 (337/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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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 외전 – 15화

“양민호… 말씀이십니까?”

서울 본부, 작전 진상규명 위원회.

우석호 위원장실.

그곳에서 우석호 위원장을 마주한 서민철 본부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래. 그 바닥에선 독보적인 놈이지. 청소부라나 뭐라나.”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양민호.

대한민국에서 던전 밥 먹고 사는 놈들 중에서 그를 모르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국내 1위 헌터이자, 최고 단가의 프리랜서 헌터.

이미 그 타이틀만으로 그를 설명하기엔 충분하지만, 사실 그가 이 바닥에서 유명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 등… 거물들을 상대로 한 해결사.

정확하게 어떤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하나도 빠짐없이 깔끔한 결과를 보여주기에 ‘청소부’라는 별명까지 붙은 자.

그의 존재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대한민국 상층부와 긴밀히 엮여 있어 섣불리 건드릴 수조차 없는 남자.

설마하니 그런 인물까지 끌어들이다니.

‘이건 너무 나간 거 아닌가…….’

그런 생각에 서민철 본부장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꼬맹이들 겁주려는 용도로는 너무 위험한 인물이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도 없는 놈인데, 괜히 일만 커질 수도…….”

“겁? 내가 언제 겁만 준다고 했지?”

“……예?”

서민철 본부장의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하지만 우석호 위원장은 입을 다물고는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린 서민철 본부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 잠시만요! 그래 봤자 신입입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나한테는 그럴 필요가 있어.”

“아무리 그래도…….”

“이봐, 서민철이.”

우석호 위원장의 눈빛이 확 바뀌었다.

“그러게, 감히 내 목줄을 쥘 생각이라면 잘 쥐고 있었어야지. 그거 놓치면 자네도 어떻게 될지 알았잖아?”

“…….”

그가 풍기는 중압감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서민철 본부장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그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 있자니 우석호 위원장이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말이야. 그 파일 들고 튄 년… 알아보니 하기식 헌터의 딸내미더군.”

“…예, 예?”

“하은혜 사원 말이야. 쯧, 입사할 때 좀 자세히 봤어야 했는데. 선거 준비한다고 통 신경을 못 썼더니 결국 이렇게 되는군.”

“…….”

“이번 일은 우연도, 사고도 아니야. 하기식 딸내미가 의도적으로 그 파일에 접근한 거지. 대충 봐도 간뎅이가 배 밖으로 튀어나온 년인데, 겁을 준다고 먹힐 것 같나?”

서민철 본부장이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 역시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하은혜가 그 사건 당사자의 딸이었다니, 그걸 어떻게 알았겠는가.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이내 서민철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이 커져도 너무 커졌다.

김준우 한 명 견제하려고 시작한 일이,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될 줄이야.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감히 우석호 위원장의 약점을 쥐고 딜을 하려 했을 때부터?

아니면 통제팀 파일을 대놓고 조작했을 때부터?

그것도 아니면… 이수용 그 새끼 말에 홀랑 넘어갔을 때부터 이미 잘못되고 있었던 건가.

‘빌어먹을…!’

서민철 본부장이 이를 으득 씹었다.

우석호 위원장이 어떤 놈인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15년 전에 이미 친동생의 살인 혐의를 대놓고 다른 놈에게 덮어씌운 놈이다.

그것 말고도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더 한 일도 수없이 해왔을 것이다.

연고 없는 신입 한 명 처리하는 것 정도는 그에게 감흥조차 없는 일이겠지.

이제 그를 제어할 목줄조차 놓쳐버린 이상, 그를 막을 수단은 없다.

막기는커녕 이제는 본인 목숨 또한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이제는 그를 막을 궁리를 할 상황이 아니다.

“……죄송합니다.”

살 궁리를 해야 한다.

“제가 주제도 모르고 행동했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하하하! 이제 와서?”

“…….”

우석호 위원장의 날카로운 눈빛이 그를 관통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뭐, 걱정 마. 널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이래 봬도 작전 본부장님이신데, 괜히 건드려서 좋을 건 없지.”

“…….”

“어차피 파일만 처리하면 다 해결될 문제야. 그년만 처리하고 우리 모두 없던 일로 하자고. 무슨 말인지 알지?”

우석호 위원장의 말에 서민철이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 순간, 서민철 본부장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다행이다.

그 신입 한 명으로 일이 끝난다면… 그래, 차라리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서민철 본부장이 가슴을 쓸어내리던 그 순간.

쾅―!

위원장실의 문이 굉음과 함께 터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뻐억―!

서민철의 턱이 돌아갔다.

눈 깜짝할 새도 없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괴한.

그는 순식간에 서민철의 위로 올라타선 계속해서 안면에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야, 이 개새끼들아!”

그가 두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분노에 찬 얼굴.

당장이라도 눈앞의 남자들을 씹어먹을 듯한 기세로 나타난 그 괴한은 다름 아닌.

“하은혜 어디 있어?”

작전 1팀의 에이스.

김준우 헌터였다.

***

“하은혜 어디 있어?”

“…….”

내 물음에 서민철 본부장은 그저 나를 바라보며 피식, 실소를 뱉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콰직―!

이내 그의 코뼈가 부러졌다.

“그래, 시발. 끝까지 해보자.”

나는 다시금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때.

“거기까지 하지?”

옆에 있던 남자가 끼어들었다.

작전 진상규명위원회의 총 책임자.

우석호 위원장이었다.

“듣던 대로 성깔 하나는 끝내주네.”

“…….”

나는 쥐고 있던 서민철의 멱살을 놓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쪽입니까? 하은혜 사원한테 공사 친 게?”

“나면 어쩌게?”

“어디 있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꽈악 움켜쥐자 우석호 위원장이 미소를 지었다.

“왜, 말 안 해주면 날 죽이기라도 할 건가?”

“필요하다면요.”

“그럴 리가 없지.”

그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진심으로, 하은혜 사원이 자네 남은 헌터 인생을 버릴 만큼 중요한 사람인가?”

“…….”

“아니면 설마 나한테 손을 대고도 이 바닥에서 무사할 거라 기대하는 건 아니지?”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것도 잠시, 주먹에 묻은 피를 슥 닦으며 우석호 위원장을 마주 보고 앉았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음?”

“고작 헌터 한 명 견제하려는 것치고는 너무 일을 키우고 있지 않습니까.”

나는 그를 향해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들이 원하는 게 진급 누락이라면, 받아들이겠습니다. 지방 지부로 날리신다면 아무 말 없이 가겠습니다. 만약 파일 조작 건이 새어 나갈까 봐 그러신다면, 그럴 일 없도록 제가 입단속시키겠습니다.”

“…….”

“그러니 하은혜 사원은 이제 보내주시죠.”

“하하, 하하하!”

그때, 우석호 위원장이 난데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자네, 전혀 상황을 모르고 있구먼.”

“예?”

“내가 설마 서민철이 조작한 그 파일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것 같나?”

의미심장한 대답.

동시에 내 눈썹이 꿈틀거렸다.

“솔직히 말해서 자네는 아무 잘못도 없어. 잘못이 있다면 저기 누워 있는 놈이겠지. 잘못도 없는 사람이 뭘 할 수 있겠나.”

“…….”

“뭐, 저놈 개 패듯이 팬 건 내 특별히 없던 일로 해주지. 자네 입장에선 억울할 만했으니, 그 정도는 해줘야 공평하지 않겠나.”

그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이 이상은 끼어들지 말게. 아무것도 모르면 그냥 빠져. 그게 자네 신상에도 이로워.”

“…….”

나는 대답을 아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말이 맞다.

나는 여기서 저 남자를 건드릴 수 없다.

당연히 며칠 보지도 않은 신입 때문에 내 헌터 인생을 날릴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신입, 제가 찾을 때까지 무사해야 할 겁니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그가 선을 지켰을 경우다.

“만약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위원장님도 각오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하하하! 찾을 수는 있고? 듣자 하니 내일 8시에 중요한 토벌이 잡혀 있다던데. 이제 6시간 남았네. 알겠지만 경찰에 신고해도 딱히 소용없을 거야.”

대놓고 지껄이는 도발.

나는 그걸 무시하며 말했다.

“저는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그렇게 등을 돌려 사무실을 나서려는 순간.

“그런데 말이야….”

그가 내 뒤에 대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깟 신입이 뭐라고 이렇게 매달리나? 듣자 하니 남이 어떻게 되든 신경도 안 쓰는 여자라던데. 대체 그년이랑 무슨 관계길래 여기까지 쳐들어와? ”

“…….”

나는 대답을 아끼길 잠시.

“직장 동료입니다.”

그 말과 함께 다시금 복도로 나섰다.

애써 머릿속을 진정시키며 생각을 정리했다.

하은혜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쳐들어간 것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소득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몇 가지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일단, 지금 상황은 서민철이 벌인 짓이 아니다.

정황상 그 또한 예상하지 못한 일인 듯했다.

그렇다면 현재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우석호 위원장이겠지.

그리고 여기엔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일이 끼어 있다.

하은혜가 내 사건에 대해 조사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무언가가 우석호 위원장의 역린을 건드렸다거나.

‘아니면… 아킬레스건이거나.’

그가 정면으로 나선 이상 나 혼자 어떻게 해볼 상황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가 아직도 사무실에 있다는 건, 그가 직접 움직인 게 아닌 제삼자에게 일을 맡겼다는 거겠지.

그렇다면 더욱 추적이 쉽지 않다.

‘빌어먹을…….’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단서도 없는 마당에 막무가내로 찾을 수도 없고, 우석호 위원장의 말마따나 경찰에 신고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싶던 그때.

-그나저나 김준우 헌터님은 다 좋은데… 동료들을 좀 더 믿어보는 게 어때요?

순간, 하은혜가 슬쩍 뱉었던 그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대로 심호흡을 하길 한 차례.

나는 이내 핸드폰을 들었다.

이 순간 머릿속에 한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았기에, 나는 곧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편 팀장님.”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찾으셨습니까?」

“하나만 더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

순간 대답이 끊어지길 잠시.

「말씀하십시오.」

그가 말했다.

“23시부터 25시까지 시청 인근 CCTV 전부 확인해주십시오.”

「예…?」

“아무래도 신입이 납치된 것 같습니다.”

「스읍…….」

핸드폰 너머로 곤란한 신음이 들려왔다.

“어렵습니까?”

「아뇨. 가능은 합니다. 가능은 한데… 저희 쪽에서는 힘듭니다. 시스템에 접속할 권한이 다른 팀에 있어서.」

“다른 팀이라뇨?”

「지원팀 말입니다.」

그의 대답에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도 그럴 게, 지원팀과 작전팀은 영 사이가 좋지 않아 무언가를 부탁한다는 게 영 내키지 않는 까닭이었다.

「제가 이야기를 해놓을 테니, 헌터관리실 쪽으로 다시 연락해보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조금 떨떠름했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잠시 기다렸다가 편 팀장이 보내준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짧은 신호음 끝에 이윽고 전화가 연결되었다.

“작전 1팀 소속 김준우입니다.”

「편 팀장님한테 대충 상황은 들었어요. 조사팀 신입이 납치된 것 같다고요?」

잔뜩 날이 선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헌터관리실 부실장, 이아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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