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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외전 – 3화
“뭐, 뭐야…?”
“쥐 형태 몬스터 아니었나…?”
“통제팀에서 보내준 정보랑 좀 다른 것 같은데…….”
블루 등급의 건물형 던전.
토벌을 진행 중이던 8명의 팀원들은 보스방에 들어서자마자 퍽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뭐야 저거…….’
그도 그럴 게, 보스 방에서 우리를 맞이한 것은…….
캬아아아아―!!
크레이지 캣.
세 개의 눈을 가진 거대한 고양이었다.
“고양이?”
“왜 다른 보스가…….”
“잠깐, 저놈 입에…!”
누군가 외친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무시무시한 송곳니가 드러난 몬스터의 입.
입가에 번져 있는 흥건한 핏자국.
입속에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갈기갈기 토막이 나 있는 것은…….
‘빌어먹을…….’
다름 아닌, 이 던전의 보스였다.
“다른 보스가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리, 리더님… 이거…….”
누군가 내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여전히 우리를 응시하며 경계하고 있는 몬스터와 눈을 똑바로 마주친 채 대답했다.
“던전 개입이다.”
“……네?”
“더, 던전 개입이라면…….”
퍽 당황스러운 목소리들.
그와 동시에 슬금슬금 뒷걸음질치는 게 느껴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던전 개입은 저위험도 던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이었으니까.
던전 개입.
다른 던전의 보스가 차원을 침략하여 자신보다 약한 보스를 몰아내고 던전을 접수하는 행위.
이로써 던전에 새로운 보스가 나타나는 걸 말한다.
몬스터 간의 세력 확장인 셈으로, 굳이 따지자면 우리와는 별 관계가 없지만.
중요한 건, 침략자는 무조건 자기보다 약한 보스만 노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던전 개입은 고위험도 등급보다 블루 등급 이하의 저위험도 던전에서 주로 발생한다.
문제는 저위험도 던전을 토벌하는 놈들은 죄다 D, E급이라는 점이겠지.
그리고 그것이 던전 개입이 위험한 진짜 이유이자, 저위험도 던전에서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원인이다.
블루 등급인 줄 알고 하위 랭크끼리 토벌에 나섰다가 던전 개입이 발생한다면…….
죽기 전에 후퇴하거나, 아니면 알기도 전에 그냥 전멸하는 수밖에 없다.
‘쯧…….’
저 고양이 몬스터가 어디서 온 건지는 몰라도 이렇게 되면 여긴 더 이상 블루 등급이 아니다.
그린 등급…….
아니, 옐로우 등급 이상의 고위험도 등급.
이런 상황에서 고작 8명이 토벌을 진행하는 건 자살행위겠지.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곧바로 무전기를 들었다.
“통제팀, 통제팀! 던전 개입 상황 발생! 옐로우 등급 이상으로 추정! 일단 후퇴할 테니…!”
그리고 그 순간.
캉―!!
뒤쪽에서 귀를 찢는 듯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급히 고개를 돌려 보니.
“뭐, 뭐야…….”
“무, 문이 닫혔어…?”
거대한 철장이 보스방의 입구를 막아버린 후였다.
쾅, 쾅―!
쿵쿵쿵―!
“빌어먹을…!”
“리, 리더! 도저히 안 열립니다!”
“완전히 갇힌 것 같습니다.”
필사적으로 문을 열어보려던 팀원들의 그 말에 내 표정이 굳었다.
블루 등급 이하는 대부분이 다회성 던전이다.
어느 구역도 막히지 않아 몇 번이고 출입이 자유로운 던전.
그런데…….
‘심지어 일방 던전이라니…….’
일방 던전에 던전 개입 상황.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날 확률은 거의 극악에 가깝다.
그런데 하필, 여기서 그 확률이 터져버리다니.
‘이딴 건 통제팀 정보에도 전혀 적혀있지 않았는데…….’
살짝 떨리는 시선으로 다시금 거대한 고양이를 바라봤다.
세 개의 눈동자가 나를 향한 채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그때, 통제팀에서 다시금 무전이 울렸다.
「무, 무슨 일입니까! 자세한 상황 설명을…!」
“후퇴 불가능합니다.”
「네, 네?!」
“일방 던전에서 던전 개입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 그게 무슨…!」
꽤나 당황스러운 듯한 반응.
통제팀 직원 또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버버거리고 있는 걸 들어주길 잠시.
“토벌… 진행하겠습니다.”
「네, 네?! 잠깐만요! 8명으로는 무리입니다! 어떻게든 방법을…!」
뚝―.
다 듣지도 않은 채 옅은 한숨과 함께 무전기를 내려놨다.
시발, 방법은 무슨 방법.
퇴로도 막힌 이상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여기서 해결해야 한다.
혀를 차고는 뒤에 있는 팀원들을 슬쩍 흘겼다.
두려움에 잡아먹힌 표정들.
대부분 블루 등급 이상은 토벌 경험이 없는 이들이니 당연한 일이겠지.
어쩔 수 없지 뭐.
“다들 뒤로 빠져 있어.”
난 천천히 고양이를 향해 다가갔다.
“끼어들면 죽여 버린다.”
[고유 스킬 : 마왕]
허리춤에서 무기를 꺼내 들었다.
***
“블루 등급 던전에서 던전 개입이 일어났다고?!”
오후 8시.
대부분이 퇴근한 시각.
아직 사무실에 남아 있던 이수용 팀장에게 보좌관이 급히 그 소식을 전했다.
“거기 악성 재고 던전 아니었어? 그렇게 위험한 곳이 아니었는데.”
“네, 네. 그래서 최소 인원으로 허가가 났는데…….”
“허, 시발. 별일이 다 있네.”
“게다가 일방 던전이어서 토벌대 전원이 보스방에 갇힌 것 같습니다.”
“그럼 지원도 못 보낸다는 소리냐?”
“네, 그렇습니다.”
보좌관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이수용 팀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방법은… 통제팀에서는 뭐래?”
“현재까지는 별다른 수가 없다는 것 같습니다. 토벌대가 토벌에 성공하는 것밖에는…….”
보좌관은 말끝을 흐렸다.
이수용 팀장은 팔짱을 낀 채 턱을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이번 토벌… 김준우가 직접 기획한 거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보좌관이 퍽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길 잠시.
“네, 네… 본인이 참가하는 던전은 본인이 직접 짜니까요.”
“그럼 뭐…….”
이수용 팀장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하게 그 말을 뱉었다.
“잘됐네.”
이윽고 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동시에 보좌관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 반응에 얼굴이 바싹 굳었다.
“자, 잘 됐다는 게 무슨……?”
“넌 몰라도 돼. 일단 알았으니까 나가 봐. 또 상황 들어오는 거 있으면 바로 보고하고.”
“…….”
이수용 팀장의 말에도 보좌관은 여전히 복잡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뭐해? 나가라고!”
“……네, 네.”
이수용 팀장이 한 번 더 말을 하고 나서야 보좌관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보좌관이 사무실을 나선 직후, 이수용 팀장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곤 곧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했는데.」
동시에 서민철 본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식 들으셨습니까?”
「블루 등급에서 던전 개입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게다가 일방 던전이고.」
그 또한 이미 통제팀에서 연락을 받은 모양이었다.
“개입 후 등급이 옐로우로 추정된다는데… 고작 8명의 인원으로 지원 없이 토벌은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을 겁니다.”
「그렇겠지. 나도 지금 통제실로 가는 중이야. 바로 대책회의 들어가야 할 것 같으니까, 너도 빨리 튀어와.」
“본부장님.”
이수용 팀장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는… 대책을 세우는 것보다 다른 걸 먼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
서민철 본부장의 당혹스러운 목소리.
「그게 뭔 개소리야. 그러다 작전 사고 나면 네가 책임질 거냐?! 나도 까딱하다간 이사회는 물론이고 재판까지 불려 다닐 수도 있어! 자칫하다간 너나 나나 독박 쓰는 거라고!」
이내 그가 언성을 높이자, 이수용 팀장이 미소를 숨긴 채 말을 이었다.
“어차피 일방 던전이 된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원 병력도, 장비 지원도 불가능하죠.”
「…그런데?」
“이미 벌어진 일, 지금 당장보다 차후를 생각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본부장님도 말씀하셨다시피, 이대로는 저희가 책임을 지게 될 텐데…….”
「…….」
“공교롭게도 지금 던전 안에 김준우가 있다더군요.”
그 말에 서민철 본부장은 대답을 아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수용의 말뜻을 알아차린 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 설마, 김준우에게 덮어씌울 생각이냐…?」
이수용 팀장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본인 작전은 본인이 직접 기획하고 있지 않습니까. 현장 지휘까지 한다면 사실상 이번 작전에 한에선 그가 총괄 책임자인 셈이죠.”
「그러니까, 지금 문제가 생기면 다 김준우 책임이다? 너 그게 위원회에 통할 것 같아? 애초에 던전 개입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고 들어간 건데, 그놈한테 어떻게 책임을 묻겠다고.」
“모르고 들어갔다면 그렇겠죠. 하지만 알면서도 들어갔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
서민철 본부장의 숨소리가 뚝 끊겼다.
“그래서 차후를 대비하자고 말씀드린 겁니다. 이번 건 잘 진행되면 그동안의 실적도 한 번에 도루묵이 될 겁니다. 팀장 자리는 뭐… 어림도 없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내 이수용 팀장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놈이 제출한 이번 토벌 기획서가… 지금 제 손에 들려 있거든요.”
「…….」
“기획서는 제가 잘 만져두겠습니다. 그리고 본부장님은…….”
「……이거 알고 있는 놈, 더 있냐?」
그때 서민철 본부장이 갑자기 말을 끊고는 끼어들었다.
그러자 이수용 팀장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없습니다.”
「후우…….」
하지만 그럼에도 서민철 본부장은 고민이 되는 모양이었다.
뭐, 당연한 일이었다.
협회의 최전선, 서울본부.
그곳의 총 책임자가, 정예 팀장과 함께 서류 조작을 한다는 건 그만한 각오가 필요했으니.
서민철 본부장은 한 번 더 그에게 물었다.
「너… 자신 있냐?」
“물론입니다.”
「모 아니면 도 수준이 아니야. 책임 전가고 나발이고, 다 살아 나와야 할 수 있는 거다. 까딱하다가 한 명이라도 사망자가 나오면 우리한테도 화살이 날아들 거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리는 없을 겁니다.”
이수용 팀장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자식 실력 하나만큼은 저도 인정하니까요.”
「…….」
이내 서민철 본부장이 크게 숨을 들이쉬길 한 차례.
「바로 갈 테니까 기다려.」
그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
“보, 본부장님!”
지휘통제팀, 작전 상황실.
서민철 본부장이 들어서자 편창현 팀장이 곧바로 그를 맞이했다.
그리고 현장 상황 보고를 시작했다.
“지금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지원팀 의료진이랑 작전팀 추가 병력, 던전 앞에 대기시켜 놨습니다. 현재 토벌 상황은…….”
“그건 됐고.”
하지만 서민철 본부장은 관심 없다는 듯, 그의 말을 끊으며 상황실을 슬쩍 훑었다.
직원들의 눈치를 살피길 한 차례,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지금 토벌 중인 던전, 초기 정보 파일 좀 볼 수 있나?”
“네, 네…?”
갑작스러운 요청에 편 팀장의 눈썹이 올라갔다.
“물론 가능합니다만, 그건 왜…….”
“작전 본부장이 상황 벌어진 던전 정보 좀 보겠다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아, 아닙니다!”
편 팀장은 곧바로 그를 내부 정보실로 안내했고, 그곳에 있던 보안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던전 코드를 입력하자 수 페이지에 달하는 파일이 화면에 떠올랐다.
“던전 출현 직후 파악된 정보입니다. 그 이후로 몇 번 갱신이 되긴 했지만, 아무래도 몇 달 방치되다 보니 정보가 많지는…….”
“편 팀장은 나가 있어.”
“……네?”
편창현 팀장의 눈썹이 크게 꿈틀거렸다.
서민철 본부장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못 들었나? 나가 있으라고. 편 팀장이 여기 들어와 있으면 현장 모니터링은 누가 해.”
“…….”
“이 정도는 나 혼자 확인할 수 있으니까, 그만 나가봐.”
“…알겠습니다.”
편창현 팀장은 고개를 숙이며 등을 돌렸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불러주십시오.”
“그래.”
그가 정보실을 나가자마자, 서민철은 컴퓨터 앞으로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눈앞의 파일을 읽어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던전 개입 가능성이나 일방 던전이라는 정보는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았다.
서민철은 다시 한번 주변을 살피길 한 차례, 이내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탁, 타닥―.
특이사항란에 무언가를 적어 넣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