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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생활-300화 (30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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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연락 없나?”

WDSO 서울 본부.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박인범 사무총장이 꽤나 초조한 표정으로 이두식 이사에게 물었다.

“물어본 지 1분도 안 되셨습니다. 조금만 진정하시고 침착하게 기다려보죠.”

“크흠…….”

이두식 이사는 담담한 반응이었지만, 박인범 사무총장은 말처럼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국제협회 본부 잠입.

그 작전 개시 연락을 받은 지 벌써 3시간이 지났다.

물론 금방 끝날 일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이제는 슬슬 마무리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보다 더 오래 걸린다면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는 소리와 다름이 없으니까.

계속 지체된다면 그만큼 성공과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빌어먹을…….”

“걱정이 과하십니다. 김준우 그놈이 있는데, 뭔 일이 있어도 알아서 잘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한데… 그게 또 마음처럼 되나.”

쯧, 혀를 차길 한 차례.

고개를 돌려 이두식 이사를 바라봤다.

“그런데 너야말로 괜찮냐. 하나뿐인 딸내미가 적진 한복판에 가 있는데…….”

“…….”

그러자 담담했던 그의 표정이 순간 흐트러졌다.

복잡해 보이는 얼굴,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드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영이 엄마가 작전 중 사망했을 때, 얘가 고작 8살이었습니다.”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때가… 제가 아직 통제팀장이었을 때였죠, 아마. 혹시 기억나십니까?”

“당연하다마다. 애초에 아라를 작전팀장으로 임명한 게 나였는데.”

박인범 사무총장이 조심스럽게 그 이름을 내뱉었다.

홍아라.

전 작전 1팀장이었던 인물이자, 이두식 이사의 아내.

그리고 이아영 본부장의 친모이다.

“그땐 아영이가 어리기도 했고…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조금 크니까 지 엄마 죽은 게 제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뭐… 썩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야, 인마. 그땐 멀쩡한 탐지 장비 하나 없던 때야. 그건 그냥 사고였어. 누구 잘못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겐 그랬겠죠.”

박인범 사무총장조차 처음 듣는 무거운 목소리.

이두식 이사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랬던 녀석이 협회에 들어가겠다고 했을 땐,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그렇잖습니까. 엄마가 그곳에서 일하다 죽었는데, 자식이 거길 들어가겠다고 하는 게…….”

“그렇긴 하지.”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저에 대한 질타에 가깝더군요. 저는 실패했지만, 본인은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협회를 바꾸겠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박인범 사무총장은 잠자코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런데 뭐… 회사 생활이라는 게 다짐만으로 되는 게 아니잖습니까. 실제로 들어와서 보니 생각과는 많이 달랐겠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고, 위에서는 허구한 날 탁상공론이나 하고 있으니.”

“……어째 찔리는구먼.”

“나름 이사인 애비는 입으로만 개혁하겠다, 지껄이고 있고… 정작 몇 년이 지나도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고. 그래서인지 그 녀석도 슬슬 질려가던 것 같더군요.”

“원래 강한 사람일수록 쉽게 무너지기도 하니까.”

“그런데… 이 조직에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던 그 찰나에, 그 녀석이 나타난 겁니다.”

그 순간, 이두식 이사의 눈빛이 변했다.

“그 녀석이 나타나고, 절대 바뀔 것 같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바뀌어 갔죠.”

“그렇게 들으니 그놈이 꼭 영웅 같군.”

“실제로 아영이에게 그놈은 영웅이나 다름이 없었을 겁니다.”

이두식 이사가 피식 실소를 뱉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녀석과 함께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본인이 그리던 조직이 되게끔, 최전선에서 목숨을 내걸고 있죠. 저도, 형님도 실패했던 일을 그 녀석이 해내고 있는데…….”

이내 이두식 이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가 감히 무슨 자격으로 녀석을 말리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박인범 사무총장의 입꼬리가 슥 올라갔다.

“그래, 맞는 말이야.”

이내 의자에 앉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쉽진 않나? 자네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전 다시 돌아가도 못 할 겁니다.”

“겸손은…….”

“그리고 아쉬울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 녀석들은 저희가 하지 못했던 일을 하고 있고, 그 녀석들이 하지 못하는 일은 또 그다음 녀석들이 해내겠죠. 뭐,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크하하! 철부지 고등학생인 줄 알았는데… 너도 나이를 먹긴 했군.”

“형님만큼은 아니지만요.”

두 남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어째선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못했다.

“사무총장님!”

직원 한 명이 다급하게 집무실로 들어왔으니.

“지금 러시아 정부에서 성명을 발표했는데… 직접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직원이 대뜸 태블릿 PC를 내밀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블라디미르 국방부 장관이 무어라 말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현재 러시아 내에서 벌어진 두 세력의 마찰로 인해 우랄산맥에 화재가 발생했고, 수천 명의 시민이 대피한 상황입니다.」

“……?”

“……?”

상당히 의미심장한 발언.

두 남자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그리고 이내.

「그런고로 현 러시아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국제 헌터 협회와 WDSO, 두 조직 모두 러시아에서 영구히 떠날 것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블라디미르 장관에게서 그 말이 튀어나온 순간, 두 남자의 눈이 동그래졌다.

블라디미르 국방부 장관.

신뢰하는 남자는 아니었지만, 서로에게 이득이 있었기에 몇 년째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그.

그가 기어이 선제공격을 가한 것이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박인범 사무총장의 주먹에 힘이 꾹 들어갔다.

하지만 이두식 이사는 아직도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했다.

“대, 대체 왜 갑자기 이런…?”

“뻔하지 않겠어. 양측이 혈안이 돼서 찾는 아이템이니, 본인들도 탐이 났겠지.”

박인범 사무총장이 혀를 차며 말했다.

“이렇게 되면 에덴 회수는 어려워지겠는데…….”

“…….”

그 말에 이두식 이사가 생각에 잠기길 잠시.

“잠깐…!”

이내 무언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

“철수 권고가 내려졌다는 건… 국제협회도 본부로 복귀했다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 사실을 모를 텐데…….”

그리곤 퍽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설마… 발각된 건 아니겠죠…?”

“…….”

박인범 사무총장의 얼굴이 바싹 굳었다.

3시간째 연락이 두절된 녀석들.

갑자기 떨어진 철수 권고.

만약 그 녀석들이 아직 본부에 남아 있다면…….

“일 났군…….”

두 남자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

프랑스 파리.

국제 헌터 협회 본부, 지하.

앞에는 기존 병력이 비상구를 지키고 있고, 뒤에서는 추가 병력이 다가오고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

‘……온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발소리.

이윽고 코앞까지 다가온 그들과 정면으로 마주친 순간.

퍽―!

“윽…!”

“뭐, 뭐야!”

우린 고의로 그들 중 한 명과 부딪쳤다.

“아, 죄, 죄송합니다!”

“괘, 괜찮으세요?”

그와 동시에 나와 클로이는 고개를 바짝 숙인 채 곧바로 계속해서 사과를 던졌다.

그러자.

“우욱…!”

“이 냄새는 뭐야…?”

그들은 코를 부여잡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게, 그들의 몸에 사체 찌꺼기와 오물들이 잔뜩 묻어 있었으니.

“죄, 죄송합니다! 저희가 닦아 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걸레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그 걸레 또한 오물로 얼룩덜룩한 상태였고, 그것을 본 직원들은 미간을 찌푸리며 거리를 뒀다.

“아, 씨… 더럽게, 시발. 됐으니까 치워!”

“니들 뭐야? 눈 똑바로 안 뜨고 다녀?!”

하지만 이미 기분이 팍 상한 듯 계속해서 다그치는 이들.

그들은 그제야 우리의 행색을 살폈다.

“뭐야, 청소팀이었어?”

“쯧…….”

우리의 복장을 확인하곤 혀를 차며 말했다.

그들이 착각한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청소복을 입고, 모자까지 푹 눌러쓴 채였으니까.

비상구가 위치한 본부 지하.

바로 청소팀의 사무실이자 휴게실 그리고 청소 도구 보관실이었다.

그곳에서 장비를 발견한 우리는 급하게 청소팀으로 변장했고, 시선을 돌리기 위해 오물까지 뒤집어썼다.

그들은 우리가 누군지 보다, 그저 이 더러운 것에서 어떻게 피할까에만 신경이 팔려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남은 건…….

“청소팀이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지금 긴급 상황인 거 몰라?”

“하여간, 기생충 같은 것들. 하는 것도 없으면서 농땡이나 치고 있네.”

“…….”

저 개소리를 견디는 것뿐.

‘그런데 어째…….’

꽤 익숙한 대사인데.

“시발 됐다. 다 꺼져.”

머지않아 그 말이 떨어졌다.

우린 애써 미소를 감추며 그들을 지나치던 그 순간.

“뭐야, 무슨 일이야?”

“……!”

소란을 들은 건지 비상구를 지키던 기존 병력이 다가왔다.

“아, 청소팀 놈들이 실수를 해서.”

“쯧, 더럽게…….”

추가 병력은 대놓고 우리를 씹어댔고, 그 순간.

“청소팀…?”

기존 병력 중 한 명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우리가 올 때 청소팀이 있었나?”

“…….”

“…….”

그 한마디에 모든 병력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렸다.

그리고 이내.

“야, 니들 일로 와봐.”

결국, 그들이 다시 우리를 불렀다.

‘빌어먹을…….’

꼬일 대로 꼬여버린 상황에, 이를 으득 씹었다.

“뭐 하고 있어. 이리 와보라니까?”

“…….”

“…….”

그들이 재촉했지만, 우린 서로 눈치를 보며 잠자코 서 있었다.

튀어야 하나.

아니면 공격해야 하나.

그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묘한 긴장감이 맴돌던 그 순간.

“아 씨, 이 새끼들 여기 있었네!”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가 우리를 발견하곤 목소리를 높였다.

“야 이 새끼들아! 소집 명령 떨어진 지가 언젠데 아직도 여기에 짱박혀 있어!”

“……?”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는 우리를 아는 것 같았지만, 나는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

“뭐야. 당신 팀이야?”

“어, 엇, 안녕하십니까.”

병력과 그 남자는 서로 아는 사이인 듯,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내 남자 또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건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왜 다들 여기 계신…… 아, 혹시 이놈들이 무슨 실수라도 했습니까?”

“…….”

“…….”

남자의 물음에 서로 눈짓을 주고받길 잠시.

“됐어, 신경 꺼.”

“당장 데리고 꺼져.”

그들이 손사래를 치며 먼저 등을 돌렸다.

우린 갑자기 나타난 남자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후우…….”

“하…….”

그들에게서 멀어지자마자 누구랄 것 없이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보아하니 우리를 본인 팀원이라고 착각한 것 같은데…….’

나는 앞장서서 걷고 있는 그 남자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뭐, 어찌 됐건 덕분에 살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들키지 않고 밖으로 나갈 수 있으면…….

“와줘서 고마워. 덕분에 십년감수 했네.”

그 순간, 클로이가 그 남자를 향해 말을 걸었다.

모두의 눈이 동그래졌다.

“선배님 부탁인데 이 정도는 해드려야죠.”

그 남자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무슨 상황인가 싶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자.

“왜요. 이러라고 저 데리고 온 거 아니었어요?”

클로이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 본부로 들어가는데, 이런 준비 하나 안 해뒀을까 봐요? 이래 봬도 본부 안에 아직 제 말이면 껌뻑 죽는 놈들 널렸어요.”

“…….”

홈그라운드라 이건가.

“이쪽은 헌터 관리실장, 데이브. 제 직속 후배예요. 진입하기 전에 연락해서 CCTV 기록 삭제랑 동선 확보 좀 부탁해놨죠.”

이내 소개받은 데이브가 나를 향해 고개를 꾸벅거리길 한 차례.

“이제 저만 따라오세요. 본부 밖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데이브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퍽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으신 겁니까. 아직 본부 소속이신데, 우리를 도왔다가 들키면…….”

“하하하! 사실 저희도 비슷합니다.”

“……예?”

내 물음에 그가 뜬금없는 대답을 내놓았다.

“작전팀 외엔 상황이 다 비슷하다는 말입니다. 툭하면 무시당하고, 여기저기 불려 다니면서 욕이나 먹죠. 특히나 통제권을 잡은 이후로는 더 심해졌고요.”

“…….”

“솔직히 지금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어 하는 직원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기회가 안 돼서 그러지 못하는 것뿐이죠. 그러니 그냥 버티고 있는 겁니다.”

데이브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청소부 출신으로 대표 자리까지 올라서, 모든 직원을 끔찍하게 아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들으면…….”

이윽고 직원들이 쫙 깔린 로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곳에 있던 모든 시선이 우리에게 향했다.

“팬이 되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들 모두가 슬쩍 자리를 비키며 문 앞까지 길을 터주었다.

“…….”

“…….”

꽤나 당황스러운 상황에 머뭇거리고 있자니.

“이 짓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있는 곳엔 늘 옳은 일을 하려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죠.”

데이브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곤 내가 들고 있는 케이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부디 옳은 일을 해주십시오.”

그리고 그 순간.

뒤쪽에서 병력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빨리! 빨리 나가십시오!”

그가 목소리를 높였고, 우린 곧바로 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곳에 있던 직원들이 우리의 뒤를 막아섰다.

우린 그들의 도움으로 시야가 가려진 틈을 타서, 곧장 건물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 뒤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본부에서 멀어지던 그 순간.

쾅―!!

본부 쪽에서 커다란 굉음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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