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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스킬 : 마왕]
스스스―.
검은 기류가 내 전신을 감싸는 순간.
“공격하세요.”
[고유 스킬 : 팬데믹 오브 네크로맨스]
[고유 스킬 : 오픈 리로드]
[고유 스킬 : 화랑청천(化浪晴天)]
쾅―!!
콰과과광―!!
국제협회의 진격을 막기 위한 총공이 시작됐다.
“원거리 포지션은 끊이지 않게 계속 스킬을 퍼부으십쇼. 조금이라도 늦춰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만약 돌진해오는 적이 있다면 근접 포지션이 진영을 갖춰 방어선을 지키십시오. 진영만 유지한다면 몇 명 정도로는 절대 뚫지 못할 겁니다.”
현지 작전팀은 내 지시에 맞춰 진영을 가다듬었다.
물론 국제협회가 우세한 병력을 내세워 일제히 돌격한다면 우리만으로는 막지 못하겠지만…….
‘저놈들은 전쟁을 하려는 게 아니니까…….’
이번 공습은 어디까지나 전 세계에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일 뿐.
치열한 전투 끝에 가까스로 승리하는 건 의미가 없다.
보다 압도적으로, 아무런 피해도 없이 베를린을 점령해야 전 세계에 공포심을 심어준다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
그러니 아무리 저쪽 진영이 우세해도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무작정 돌격하진 못한다.
“계속 쏟아부어!”
“마력 부족하면 바로 뒤로 빠지고, 다음 인원 투입해!”
“아직 포션 여분 충분합니다!”
내가 지시하지 않아도 현지 작전팀은 이제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였다.
소모전은 우리에게 유리하다.
아직 버티는 데 큰 문제는 없지만, 이게 언제까지 먹힐지는 모른다.
물론 나 또한 전력을 낸다면 몇 명 정도는 쓸어버릴 수 있겠지만…….
‘웨슬리…….’
그러기엔 저놈이 거슬린다.
난 아직 그의 전력을 모른다.
알고 있는 건, 그가 나와 같은 힘을 사용한다는 것뿐.
그에 비해 웨슬리는 나에 대한 데이터가 이미 차고 넘칠 것이다.
당연히 대비책도 세워뒀겠지.
아직 본부 병력도 도착하지 않았는데, 섣불리 전력을 드러냈다간 도리어 위험해질 수 있다.
그러니 일단은 계속 방어하면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티, 팀장님!”
“놈들이 계속해서 진격해옵니다!”
작전팀의 보고에 다시금 상황을 확인하니, 속도는 느리지만 조금씩 방어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쯧…….’
역시 화력이 부족한 건가.
어쩔 수 없지. 조금 손을 보태는 수밖에.
그렇게 생각하며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손을 들었다.
[고유 스킬 : 마왕 - 독재자]
[시전자의 상념에 따라 일회용 스킬을 제작합니다.]
[스킬 제작 중.]
[스킬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나이트메어 웨이브]
쿠구구구―!
거대한 검은 파도가 적들을 집어삼킬 듯 밀려가던 그 순간.
[고유 스킬 : 천지창조]
[11차원의 고유 공간을 창조합니다]
지이이잉―.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기류가 내 스킬을 뒤덮었고, 그대로 거대한 파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허.”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새어 나오길 한 차례.
진영 한가운데에서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는 웨슬리 사무총장이 눈에 들어왔다.
‘빌어먹을…….’
역시나 내 공격이 통하질 않는다.
이능력의 원형.
이능력을 만들어내는 힘 그 자체.
똑같은 힘을 가진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을, 그 또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전투에 힘을 보태지 않는 건가…….’
누가 먼저 공격하든 어차피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걸 알고?
이건 확실히 귀찮다.
내가 전력을 낼 수 없다면 저들을 막는 건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어쩔 수 없지.”
다른 스킬로라도 최대한 막아보는 수밖에.
나는 그렇게 깊게 숨을 들이켰다.
[S랭크 스킬의 안전장치 해제 시퀀스를 시작합니다.]
[발동 조건 확인 중]
[발동 조건이 확인되었습니다.]
[해당 스킬의 안전장치가 해제되었습니다.]
[스킬 사용에 주의하십시오.]
[습득 스킬 : 전능]
허공에 순백의 창이 떠올랐다.
이내 그 창을 상대 진영을 향해 힘껏 던졌다.
[고유 스킬 : 퍼스트 블러드]
[3번 폼 - 컷팅]
그그그그극―.
그 순간, 누군가가 곧바로 앞으로 튀어나오며 검으로 창을 막았다.
캉―!
귀를 찢는 쇳소리와 함께 창의 궤도를 빗겨냈다.
“……뭐야 저건 또?!”
그와 동시에 내 시선이 그 사람에게 향했다.
가느다란 레이피어로 자신의 몸집보다 몇 배가 넘는 창을 막아내는 움직임.
그리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표정하게 레이피어를 가다듬는 여자.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국제협회 본부를 찾아갔을 때, 웨슬리 사무총장을 보좌하던 수행비서였으니까.
‘이능력자였어…?’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내 공격을 이렇게 쉽게 막을 수 있는 이능력자?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까 말까 한 수준이다.
다시 말해서 저 여자…….
이곳에 굴러다니는 어중이떠중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김민주…… 아니, 어쩌면 더 강하려나.’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늙은 아저씨 비서로 있기엔 아까운 실력이군요.”
“…….”
내가 먼저 입을 열었지만,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대신 레이피어를 들어 올리며 나를 가만히 노려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그녀가 천천히 방어선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는 직감했다.
저 여자가 이곳 최고 전력이라는 것을.
“…작전을 변경해야겠습니다.”
내가 작전팀을 향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예, 예…?”
“변수가 생겼습니다. 진영을 유지한 채 저 여자를 상대하는 건 자살행위 같군요.”
“그, 그러면 어떻게…….”
“누군가는 방어선 밖에서 막아야겠군요.”
나는 그 말과 함께 방어선을 둘러봤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않았다.
‘……에휴.’
그래 뭐, 둘러보나 마나…….
나밖에 더 있겠는가.
“제가 가겠습니다.”
“네, 네…?”
“티, 팀장님?!”
“어딜 가시겠다는 겁니까! 위험합니다!”
모두의 우려를 가볍게 무시하며 방어선을 벗어났다.
[고유 스킬 : 마왕 - 각성]
[장비가 생성되었습니다]
[마검 : 타르타토스]
[마갑 : 악몽의 베네]
스스스―.
완전 무장을 하며 천천히 국제협회 진영을 향해 다가갔다.
그렇게 뒤로 늘어진 수만 명의 병력과 그 선두에 서 있는 여자와 마주했다.
“…….”
“…….”
무미건조하고 무표정한 얼굴.
사람인가 의심이 들 정도의 기계 같은 모습.
마치 회귀 전 내 보좌관이었던 이아영 실장의 모습과 같았다.
“보아하니 고생 좀 하셨나 봅니다.”
“…….”
대답을 아끼길 잠시.
“…혼자 막으려는 건가요?”
드디어 그녀가 첫마디를 뗐다.
“그쪽을 막을 만한 적당한 인재가 없어서… 뭐, 어쩌겠습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원치 않아도 나서야 할 때가 있으니까. 책임자는.”
“…….”
그러자 그녀의 눈썹이 순간 꿈틀거렸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곧바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고,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길 잠시.
‘잠깐, 설마…!’
잊고 있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쳤다.
“혹시 당신…….”
그리곤 여자를 향해 물었다.
“케이트 미셸입니까?”
“…….”
이번만큼은 대답하지 않아도 속내를 알 수 있었다.
딱 봐도 어떻게 알았냐는 듯한 얼굴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를 바로 알아차리지 못한 내 쪽이 더 충격이었다.
케이트 미셸.
과거 몇 번이나 매스컴을 탔던 인물이자, 전 세계 최연소 헌터.
무려 17살의 나이로 작전팀에 소속되어 활동한 천재 중의 천재.
그리고…….
검사 클래스 세계 랭킹 1위.
고유 클래스, 검신.
자타공인 세계 최강의 검사.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두 번 없을 천재라고 시끌벅적했었는데……. 그런 분이 대체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겁니까?”
“…….”
그녀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마치 과거 따윈 기억나지 않는다는 듯한 반응.
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려 자신의 병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진영을 유지한 채로는 결국 소모전입니다. 더 시간을 끌리면 불리해질 테니, 이번에 무조건 뚫겠습니다.”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듯, 곧바로 그녀가 지시를 내렸다.
“선두는 제가 맡습니다. 잘 따라오세요.”
번뜩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길 잠시.
“돌격하세요.”
구구구구―!
결국, 모든 병력이 일제히 방어선을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그들 또한 포기한 것이다.
피해를 감수하지 않고 이곳을 뚫는 것을.
압도적인 승리 이전에, 나를 포함한 모두를 이곳에서 처리하기로 선택한 듯했다.
“……일 났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어쩔 수 없이 공격 태세를 갖춘 그 순간.
[고유 스킬 : 퍼스트 블러드]
스슥―.
케이트가 순간 눈앞에서 사라졌다.
[14번 폼 - 아울]
푸욱―!
채 방어할 틈도 없이 그녀의 레이피어가 내 배를 관통했다.
***
“…….”
케이트는 눈앞의 적을 무표정하게 바라봤다.
김준우.
국제협회에서도 인정한 전무후무한 이레귤러이자 비공식 SS랭크로 분류한 남자.
숱한 전투 보고와 정보를 통해 꽤나 대단한 실력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보고서에 쓰인 정보와는 비교도 안 되네.’
그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자신의 첫 공격을 허락하면서 몸에 관통상을 입었는데도.
[습득 스킬 : 과몰입]
[전투 중 시전자가 사용하는 모든 스킬의 효과가 대폭 상승합니다.]
[습득 스킬 : 디스트로이어]
쾅―!!!
“크읏…!”
가히 엄청난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첫 공격은 운이 좋은 거였나…….’
돌격 명령을 내린 이상, 쉽사리 돌파할 거라 생각했는데 어째 그 한 번의 공격 이후로는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
두 번은 당하지 않는다는 듯, 거리조차 내주지 않으면서 다른 병력을 상대하고 있었다.
‘후우…….’
케이트는 잠시 숨을 고르며 김준우의 움직임을 살폈다.
[습득 스킬 : 극초식 - 어검술]
슥―.
스스스슥―!
“끄아아악!”
“으윽…!”
전장에는 몇 초마다 그에게 당한 이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 하고 있어! 한 명이잖아! 한꺼번에 달려들어!!”
“가디언! 포박해!!”
“스, 스킬이 먹히질 않습니다!!”
“시발, 대체 뭐야…!”
동시에 혼비백산한 얼굴들과 당혹감에 젖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당백?
그런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김준우 혼자서 거의 수백, 수천의 병력을 상대하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B랭크 이하의 잔챙이들은 그의 몸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하고 있다.
웨슬리 사무총장이 계속해서 그의 고유 스킬을 막아내는데도 도저히 그를 막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유 스킬 : 형상 - 우리엘]
[고유 스킬 : 타천사]
[고유 스킬 : 레플리카]
쿵―!
콰과과광―!!
대체 어떤 클래스인지 분간도 하지 못할 만큼 수십 개의 스킬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그 스킬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고유 스킬 수준.
하지만 그것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는 무기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에마 대표가 당한 이유가 있었네…….’
케이트가 검을 꾸욱 움켜쥐었다.
자신 또한 어릴 때부터 천재라는 말을 숱하게 들어왔지만, 지금 눈앞의 광경을 보자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그럼 본인이 천재라면… 저 남자는 대체 뭐란 말인가.
사람이 맞긴 한 건가?
「뭐 하고 있습니까. 왜 가만히 서 있는 거죠?」
그리고 그때, 후방에서 상황을 관찰하고 있던 웨슬리 사무총장이 무전을 보냈다.
“김준우의 공격이 너무 매섭습니다. 위력도 그렇고, 전투 경험 자체가 다른 이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입니다. 무시하고 돌격하기엔…….”
「누가 무시하라고 했나요? 김준우를 먼저 처리하면 되지 않습니까.」
“……죄송합니다. 저 혼자서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하아…….」
웨슬리 사무총장이 작게 한숨을 내쉬길 한 차례.
「제가 도와드리죠. 몇 초 정도는 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놓치지 않고 파고들 수 있겠죠?」
계속해서 병력 사이에 모습을 감추고 있던 그가, 참전을 선언했다.
그리고 케이트가 무어라 대답을 하기도 전.
[고유 스킬 : 천지창조]
[11차원의 고유 공간을 창조합니다.]
지이잉―.
김준우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 경계를 기준으로 마치 다른 시간이 흐르는 듯, 김준우의 움직임이 갑자기 느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고유 스킬 : 마왕]
그의 전신에서 검은 기류가 흘러나오자 경계가 흐려졌다.
5초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이내 그가 움직임을 되찾기 시작했다.
물론.
[고유 스킬 : 퍼스트 블러드]
케이트에게 5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택틱컬 콤보 - 4단]
[1번 - 7번 - 9번 - 4번]
스슥―.
일말의 군더더기도 없는 완벽하고 정확한 동작.
마치 물 흐르듯 유연한 움직임으로 김준우와의 거리를 좁혔다.
[18번 폼 - 고스트 컷]
슈욱―!
이내 그녀의 날카로운 검이 정확하게 김준우의 목을 향해 떨어지는 순간.
캉―!
“……!”
갑자기 그녀의 손에서 레이피어가 튕겨 나갔다.